경소설회랑

한낱 바람이 되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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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5 May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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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노블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강의 노을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넌 뭐가 좋아?" 

"응? 뭐가 좋다니?"

"뭐, 그런거 있자나? 하늘이나 노을. 이런거 말이야." 

"에? 하늘이랑 노을을 좋아하다니. 난 별로."

"그…래?"

"응. 그러면 넌 뭘 좋아하는데?"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다시 싱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난 바람이 좋아."

"바람?"

"응. 바람은…어디에도 없거든."

"어디에도 없다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니까."

"아……."

그는 알듯말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다시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잠시 노을을 바라보던 그녀는 튕기듯 일어나 크게 숨을 쉬며 바람을 느끼려하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깜짝 놀랐다. 튕기듯 일어나는 바람에 치마가 살짝 들쳐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줄 몰라하며 괜히 주의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둘였다. 그때 그녀가 다시 말했다.

"자, 느껴봐. 바람은 참 좋은거지?"

방금 전의 일로 그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의외로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남자였던 것이다. 그때 한차례 거센 바람이 일어났다. 그녀는 다시 팔을 쭉 펴고 바람을 느끼기 위해 애썼다.

"봤지? 난 바람이 자유롭기 때문에 너무 좋은거야."

바람이 한차례 지나간 후 그녀는 그의 앞에 서서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노을을 등지고 서있는 그녀의 모습을 아름다웠다. 그녀는 다시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나와 바람이 되어보지 않을래?"

그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낸 그녀는 한번 노을을 바라보곤 나에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갔다. 알 수 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그녀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날 학교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볼때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게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걸어올때면 얼버무리며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일이 흘렀다. 갑자기 학교에서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불안했다. 항상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사라지자 너무나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람? 설마 그때 바람이 되자고했을때 아무 말도 않해서 화 난건가?'

그는 문뜩 그녀가 옥상을 자주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옥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숨이 턱끝까지 밀어들어찼다. 그러나 뛰고 또 뛰었다.

하아. 하아.

문을 박차고 나가자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옥상에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발견한 그녀가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는 숨을 고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다 다가갔을 때 쯤 그녀가 말했다.

"생각해봤어?"

"어…어? 뭐를?"

"바람이 되겠단 소리 말이야."

"바람이…된다고?"

"그래."

그녀는 다시 나에게 싱긋 웃음을 보였다.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한다. 그때의 그 일이 자꾸만 떠올라 갑자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게 말이야. 바, 바람이 된다는게 데체?"

"그거 말이야? 쉬운거야."

그녀는 갑자기 말을 끝내고 옥상 난간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는 기겁하며 그녀에게 외쳤다.

"뭐, 뭐하려는거야?"

"응? 그냥."

그녀는 다행히 난간에 앉아서 더 높은 바람을 느끼기 위해 애썼다. 그는 자신이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 난간에 앉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으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그걸 묻지 않았네."

"뭐, 뭘?"

"너도 바람을 좋아하니?"

"바람을…좋아하냐고?"

난간에 앉은 그녀의 긴 머릿칼은 바람에 의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싱글벙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나 사실 부모님이 안계셔."

그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밝고 이쁜 아이가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아이였다니?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셨거든. 엄마가 말했어. '엄마는 바람이 되서 우리 아가를 지킬꺼란다'라고 말이야."

그제서야 그는 그녀가 바람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바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바람 그 자체,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싱글벙글 웃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보고 싶어."

"누구를?"

"엄마를."

"너희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

순간 그의 입이 멈쳤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가 말했다.

"우, 울지마."

"보고싶어. 보고싶다고."

그녀는 이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안절부절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난간에서 위태롭게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나와 바람이 되어보지 않을래?"

또 똑같은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녀는 그가 한참을 대답하지 않자 양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다시 말했다.

"난 바람이 되고 싶어. 너도 바람이 되었으면 하지만 싫다면 괜찮아. 나 혼자 될께."

그녀가 갑자기 난간에서 일어났다. 기겁하며 그가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바람이 되기 위해서."

"바람이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바람은……."

그 다음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난간에서 힘차게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녀는 한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초후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학교 전체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도 난간을 조심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몸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있었다. 두팔과 다리는 완전히 꺾여있었고 목은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허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구부러져 있었고 그녀의 긴 머리에선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그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게…네가 바라던 바람이야? 이건 바람이 아니야."

잠시 후 이 모습을 보고 몇몇 교사들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그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너 데체 무슨 짓을 한거야!"

그의 두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말렸야 했다. 아니 꼭 말렸어야 했다. 모두 나의 탓이다. 전부 모두 나의 탓. 그렇게 그 사건은 한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성폭행 하였고 그 충격으로 여학생이 자살을 했다는 사건으로 종결 되어버렸다. 그는 한 소년원에 들어가버렸고 그 학교의 사건은 교장에 의해 어둠 속으로 다시 묻혔다. 그는 그곳에서 쪼그려 앉아 조그맣게 말했다.

"나도 너와 바람이 되고 싶어."

 

p.s 중세 판타지는 라노벨이란 장르와 제 머릿속에서 조합이 안되서 무난하게 이런 허접한 글 올립니다.

comment (3)

로사기간티아 12.05.24. 23:09
으 중간까지는 훈훈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전개가 너무 꿈도 희망도 없어서 우울합니다ㅠㅠㅠ 새드 엔딩도 나름의 멋이 있지만 기분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가 없네여. 잘 읽었습니다.
무좌수
무좌수 12.05.24. 23:58
억 갑자기 여자애가 뛰어내려버리다니요...
풍선구름
풍선구름 12.05.25. 22:49
여자애가 바람이 되겠다는 순간, 어쩐지 그냥 죽을 거라 예상했습니다.(정말로)
그런데 끝이 이렇게 허무할 줄은 몰랐네요. 그냥 소년원 가서 너랑 같아지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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