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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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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외로워 보였다. 거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녀. 나 말고는, 아무도 소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내가 그 소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엔, 부족했다.

근처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소녀를 쳐다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곁눈질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소녀에게 관심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떠나려 하지도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 거리를 서성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문득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의 나도, 외로웠다. 정말 절박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나를 피하거나, 혹은 밀어내려고만 했다. 마침내 벼랑 끝까지 몰려서, 끈을 놓아버릴 결심을 했을때, 그녀가 다가왔다.

소녀는 이제 거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에 그 작은 몸이 가리기도 했다. 소녀가 문득 시선을 이 쪽으로 돌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너무 주저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외로움이 지속될수록, 망가짐은 커져간다. 나는, 안다.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없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해 준 일만은 아직도 선명했다. 나도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나는 다 마신 커피잔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그리고 점장에게 물었다, 혹시, 최근 이 근처에 사고가 있었냐고. 그는 긍정했다. 나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

내가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없다. 그녀는 내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소녀는 외로워 보였다. 나는 그녀의 구원이 되어 줄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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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라한대 주제 보고 갑자기 떠오른 글입니다

comment (2)

창공의 마스터
창공의 마스터 12.06.12. 00:31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기에, 오히려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은 엽편이네요. 저는 '사랑과 영혼'을 연상했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까레니나
까레니나 12.06.15. 23:09
실은, 주인공 자신도 아직 외로운게 아닌가...그런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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