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10원과 캔커피와 사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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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올려보자 광선검으로 베어낸 듯한 빛의 물결이 안구로 흘러 들어왔다. 요즘 유행한다는 UFO다.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이 UFO가 지나가고 난 뒤, 그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이상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일반인들의 신기한 재주를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흔하다 보니, 웬만한 능력으로는 '능력자'라고 입에 담는 것이 부끄러웠다.

 

TV에서는 귤을 바나나로 바꾸는 7살 소녀가 나와서 바나나를 게스트 연예인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고산지 바나나보다도 더 높은 당도를 가지고 있어서 맛도 좋고,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다이어트용으로는 그만이라는 소리에 여자 연예인들의 손에는 이미 반은 위장으로 넘어간 바나나가 있었다.

 

부럽다─.

 

능력을 가졌다는 것 자체는 부러울 것이 못 된다. 전 인구의 10%는 가지고 있을 테니까. 문제는 어떤 능력을 가지느냐인데, 여기에는 간단한 룰이 있었다.

 

-UFO가 지나간 일정 범위에 사는 사람 중 무작위 10% 의 사람이 능력을 가진다.

-한 번 능력을 가지면 없애거나 바꿀 수 없다.

-지문과 같이 어느 누구도 중복된 능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능력이 생겼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특정한 상황에서만 능력이 발동되는 경우가 많다.

 

 

UFO는 매일매일 날아다니니까 전 세계의 능력자는 조금씩 늘어날 것이니, 능력자라는 것 하나만으로는 자랑거리가 못 된다.

 

아아──, 그렇다면 왜 이런 꽝을 미리 뽑아버린걸까. 이래서야 남들에게 좋은 일을 해준 것밖에 되지 않는데─.

 

배려 중학교 2학년 한융인은 손을 쥐었다 폈다. 오늘은 2003년이 당첨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700원 정도는 들어있을 책상 위의 저금통에 그 동전을 넣었다.

 

짤그럭─.

 

다른 동전과 비교해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10원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언지 모를 우월감과 동정을 담아서 하나하나 동전을 저금통에 모았다.

 

한융인이 이 10원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약 2달 전. 능력을 얻은 것을 기뻐하기도 전에 능력의 초라함에 좌절했다. 따라서 이 능력을 얻고 기뻐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제길─!"

 

소위 먹어주는 능력이 아니면 학교에서 자랑할 것이 아니 된다. 금호의 식권 복사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룡이 녀석의 무한 샤프심 정도는 되어줘야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아오─, ㅅ ㅂ 십원이라니, ㅅ 같은 십원이네. 능력도 뭐 이런 ㅅ 능력이─."

 

욕에는 시옷이 많이 들어가기에 십원과는 아주 절묘하게 라임이 맞아 들어갔다.

 

할 수 없다.

 

융인은 결심을 하고 얼마 전에 학교에서 받은 종이를 하나 책상서랍에서 꺼냈다.

 

[ 배려 중학교 비공인 능력자부 부원 모집]

남들에게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능력을 가지고 계신가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능력은요?

여기 당신을 위한 부가 있습니다.

서로의 능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상처를 안아주고, 위로하고 조언해주는 그런 따뜻한 곳.

철저하게 익명이 보장되는 배려 중학교 비공인 능력자부에 가입을 원하시는 학생은 아래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자세한 상담을 하실 수 있습니다.

 

cancoffee@baryu.ms.kr

 

답장은 메일이 아니라 융인이 점심 시간에 축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딱지 모양으로 접힌 쪽지로 돌아왔다.

 

 

 

 

Writer

로바나엔쥴로스

로바나엔쥴로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녹색 일기장을 위하여

comment (2)

흑빛날개 10.12.21. 13:25
메일 눌렀다가 피봤다아아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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