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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유성의 기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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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0 Sep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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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IF
협업 참여 동의

4.

  아주 오랜만에 야간자율학습이 없었다. 이놈의 야간자율학습이란 학생들을 강제로 10시까지 남겨 공부하게 하는 지옥과도 같은 형벌이다. 애초에 자율학습이라는 단어 자체가 틀려먹었다. 자율이라니, 자율이라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서 공부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강제로 밤까지 남겨 공부를 시키는 것이 어떻게 해석해야 자율이 될 수 있을까. 당장 명칭을 야간 타율학습으로 바꿔야한다.

  어쨋거나 7교시가 끝나고 모두 짐을 챙기고 있었다. 청소를 해야 하는 녀석들은 청소 준비를 했고, 다른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엎어져있거나 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 하면 바로 6교시부터 쭈욱 잠을 자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어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다. 뭐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너무 피곤해서 잠을 선택했다. 어차피 잠이 모자라면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잠은 실컷 자고 나머지 시간에 극도로 집중해야 최고의 효율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자면 꿈을 꾸고,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개소리다. 피곤할땐 자야한다. 자야지 집중할 수 있고 머리에 들어오는 법이다.

  “여러분, 오늘은 야자가 없는 날이에요. 근데 니들은 고3이니까 가서 공부나 하세요. 제발요. 디아블로 하지 말구요. 니들 다 친추 되어있으니까 들어왔는지 안들어왔는지 알 수 있어요. 공부 안하면 혼나요.”

  디아블로 하는 선생님 쪽이 게임하는 고3보다 더 이상하다고.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명월아. 너 동생 우리학교로 전학왔더라?”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동생따위는 없다. 어머니는 나를 낳은 뒤 몸이 극도로 안좋아지셔서 도저히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그도 그렇고 나는 사촌동생도 단 한명도 없다. 위로 누나들은 있지만.

  “네? 저는 동생 없는데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니. 어제부터 동생이랑 드디어 같이 살 수 있다고 그렇게 자랑을 해대더니.”

  주위가 “맞아, 맞아.” 라며 웅성거렸다.

  “선생님이야 말로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언제 그런말을 했다고 그러세요.”

  “얘가 여름이 와서 더위를 먹었나 왜이래? 어제 종례시간에 앞에 나와서 그렇게 자랑을 해대더니. 다 너 미쳤냐고 그랬었잖아. 이름이 뭐더라... 아현이라고 했나?”

  아현? 아현이 말하는 건가? 상황파악 자체가 전혀 안된다. 아현이가 내 동생이라고? 내가 애들한테 다 아현이라는 동생이 전학온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말도 안된다. 가능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리가 없잖아요! 저는 어제 5교시때부터 땡땡이 쳤다구요!”

  “무슨소리니. 애가 잠이 덜깻나, 아까부터 자고있더니만.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거라 데이비.”

  어찌됐던간에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동생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 이전에 나는 어제 종례시간에 학교에 없었다. 나는 어제 분명히 땡땡이를 쳤다.

  옆에서 지수가 팔꿈치로 툭툭 치더니 조그맣게 말했다.

  “너 왜그래. 아까도 네 ‘동생’ 소개시켜준다며. 트래쉬에서.”

  “아니 글쎄,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니까.”

  “너 진짜 더위먹었니? 정말 진짜 몸 관리좀 잘 하란말야.”

  “아니, 전화로 다 설명 했잖아. 그... 하여튼 그 옥상에서 떨어진 걔 말한거잖아.”

  “무슨소리야. 오늘 아침에 동생이 오늘부터 등교해야 하는데 옷이 없다고 교복 빌려가놓고선.”

  대체 무슨말이지. 분명히 지수에게는 자초지정을 다 설명 했다. 옥상에서 여자아이가 떨어졌고, 걔를 집으로 대려왔다고. 걔가 학교에 와보고 싶어서 잠깐 교복을 빌리고 싶다고.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동생이야기 따위를 한 적이 있을 리가 없잖아.

  “어찌됐건간에, 명월이 너는 몸좀 잘 챙기고. 그리고 지수 너. 남자친구 몸조리는 네가 잘 해줘야지.”

  지수가 얼굴을 붉히고는 책생을 탁 치며 일어나서 말했다.

  선생님! 명월이랑은 그런 관계 아니라니까요!”

  “어절씨구. 누가믿으라고. 너희 둘 빼고 전 세상이 다알아. 내가 트위터에 지수랑 명월이랑 사귄대요 라고 마구마구 올렸으니까.”

  “정말 진짜 선생님!”

  지수의 목청이 높아졌다.

  “아 물론 뒤는 불문에 붙여두고. 하여튼간에 지수 네가 집도 가까우니까 좀 챙겨줘라.”

  “선생님! 정말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알았어 알았어. 어련할까. 하여튼간에 잘 챙겨줘. 그럼 나는 더 욕먹기 싫으니까 퇴근한다.”

  “선생님!”

  지수는 얼굴이 빨개진채로 소리치고 있었고, 선생님은 쿨하게 교실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니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아니 애초에 이 상황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갑자기 동생이라니, 그것도 내가 직접 말했다고? 게다가 내가 어제 땡땡이를 치지도 않았어?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우선 두시간 전 까지는 아마 정상이었을 것이다. 지수랑도 재차 약속을 했고 그때 지수는 “그 떨어진 애가 누군지 꼭 보고싶다.” 라며 약간 빈정대듯 말한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두시간이다. 내가 자고있던 두 시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애초에 생각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직접 물어보고 추리를 하는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침착할 수 있다니

  어제 그 일이 참 충격적이긴 했던 것 같다.

  일단 반 친구들한테 물어보는건 전혀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아까 반응도 그랬고,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수까지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별 소득이 없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아현이와 대화 해 보는 것.

  그 것 밖에 없다.


  @

  약속대로 교문 앞에 아현이가 보였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단순히 반갑게 인사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도저히 평화롭게 인사할 상황이 아니다.

  나는 아현이에게 모든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갑자기 사람들이 너를 내 동생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거기에 지수도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모두를 설명했다.

  “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도 그럴게, 나는 하루종일 옥상에만 있었으니까.”

  아현이는 묘하게 침착했다. 어제 기억을 잃었을 때도 엄청나게 침착했었지만,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무감각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누가 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몰라도 아현이에게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거짓말에는 그 말의 진위보다는 거짓말을 한 이유가 훨씬 중요한 것 이니까.

  여기서 확실한 것은 이 사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아현이처럼 침착한 사고가 필요하다.

  “정말 옥상에만 있었던거야? 그 사이에 누구랑 마주친 적은 없고?”

  아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 있다고 해도 기억하긴 힘들지. 마주 친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그래도 옥상에 한명도 올라오지 않은 건 확실해.”

  “언제부터 옥상에 있었는데?”

  “글쎄... 한 11시 쯤 부터?”

  그때라면 별 문제 없었을 때다. 12시경에 지수에게 트래쉬에 가자는 말을 했고, 이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현이는 역시 전혀 상관 없는 것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같은 성씨라는 것, 그리고 우리 어머니 이름이라는 것도 너무 기막힌 상황이다. 애초에 해씨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이름까지 우리 가족 이름이라니... 누군가 짜고 이렇게 만든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여기서 어떻게 더 문제를 해결하는 건 힘들어 보이네. 우선 트래쉬부터 가자. 지수도 당사자니까 뭔가 알아낼 수도 있을 지도 모르니까.”

  “응. 알았어.”

  “아 그리고 아현이 너는 앞으로 내 동생이 된 거 같으니까. 일단은 그런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학교에서도 전학왔다고 되어 있는 것 같아. 2학년으로.”

  “어? 그럼 학교에 갈 수 있는거야?”

  아현이는 기쁜듯이 방방 뛰며 말했다.

  “그렇긴 한데... 사실 기쁜 상황은 아니잖아. 뭔가 이상한 상황이지.”

  “그래도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잖아? 딱히 아직까지 아무런 기억이 없으니까. 명월이의 동생이라고 해도 나는 별로 신경 안써.”

  “하아... 알았어. 일단은 가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참, 일이 잘 풀렸다니. 침착한데도 정도가 있다.

  지금 여기서 고민 해 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수랑 이야기 하면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얻어내야 한다. 그 누가 생각해도 이 상황은 절대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니까.

  사실 생각하기 지치기도 한다. 어제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오늘부터 좀 조용하려나 했더니.

  머리가 복잡해져 별 도움 안되는 추리만 하고 있는 찰나에 트래쉬에 도착했다. 여전히 여기는 절대 수족관이나 커피샵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코엑스 같은 곳에 아쿠아리움이라고 하면 믿을만 하겠지만.

  “오 명월아 왔네. 꽤 간만이야?” 린 누나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어 누나도. 여전하네. 오랜만에 왔는데.”

  “히히. 바뀐게 있지롱.” 린 누나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드는데.

  “뭔데그래?”

  “그게말이야~”

  “됐어, 안 궁금해.”

  누나는 손을 벌리고 “쨘!” 하며

  “누나 결혼하지롱~”

  이승엽이 골넣는 소리를 했다.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다니까. 남의 의견은 아에 듣지도 않는구만.

  “앙?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잖아.”

  “그게말이지~ 그이가 미안하다면서 울고불고 하더라니까. 그래서 못이기는 척 받아줬더니 글쎄 반지를 주는거야. 반지를!”

  그러더니 반지를 봐달라는 듯 만지작거렸다. 보여주려면 확실히 보여주라고.

  “그리고는 정렬적인 키스를 으~ 그 다음에 결국 OK했다는거지.”

  혼자 자기몸을 껴앉으며 입술을 내밀고는 쮸~ 거리는 모습이 참 보기 그렇다. 손님도 있는데 말이야.

  “내가 그랬잖아. 수리센터에 맡기면 10분도 안 걸릴 거라고.”

  “그래도! 하루는 걸렸어!”

  “그래 보통 수리 맡기면 하루 뒤에 찾아가지.”

  “너 정말!”

  나는 누나의 웅얼거림을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아현이를 가게 안으로 불렀다. 지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으니 아쿠아리움(?) 구경이나 하면서 고민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실례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트래쉬입니다. 일행분은 있으신가요?”

  우와. 아까는 그렇게 화를 내더니 완전 영업모드로 돌변했다. 여자에게 미소란 저렇게 쉽게 지어지는 것이구나...

  “아뇨, 그게 저쪽에...”

  아현이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현이? 그럼 네가 그 명월이 동생이니? 이름이 뭐였더라...”

  “네? 아, 네. 이름은 해아현이에요... 그게 명월이 오빠 동생이에요.”

  “아 그래그래. 명월이가 이쁘다고 그렇게 자랑을 해대더니만. 실제로 보니까 정말 이쁘게 생겼네. 이거 질투나잖아.”

  “하하... 아니에요. 언니도 정말 이쁘시네요.”

  린 누나는 명월이의 등을 퍽 퍽 내려치더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누나도 평범하게 미인인데... 외모를 칭찬하는 말 따위야 많이 들어봤을텐데 참 여로모로 부끄러워한다.

  아니, 부끄러우면 그렇게 아프게 때리지 말라고.

  “얘는 농담도. 저기 아현이 앉아있는데 가 있으렴. 언니가 서비스로 가져다 줄 테니까.”

  누나는 정말 기뻣는지 한걸음에 카운터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입 발린 말이 분명하잖아. 그래도 그런게 나이를 먹으면 다 알아도 기쁜 것일까.

  “야! 누나 나이 안먹었어!”

  “독심술 쓰지 말라고!”

  “네가 생각하는게 다 뻔하지!”

  “누나 그거 노이로제라니까. 갱년기 증상이...”

  “푸억!”

   농담 아니고 진짜로 쇠막대기로 등을 후려쳤다. 기무라 슌지라도 이렇게 고문하지는 않아! 진자 아프다고!

  “말 조심하지 않으면 제 명에 못산단다.”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린 누나. 아무래도 엄청나게 화가 난 거 같은데.

  “당연히 농담이잖아? 하하... 그럼 나는 저기 앉을테니까.”

  나이먹은 노처녀의 히스테릭 이라는 말은 가슴속 인벤토리에 숨겨두자.

  그나저나 린 누나 역시 아현이를 내 동생이라고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자랑까지 했다니. 언제인지 알아봤자 별 도움도 안 될테고. 하여튼간에 린 누나까지 그렇게 알고 있다는 것은 내 주위사람 대부분은 아현이가 내 동생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가?”

  “린 누나의 태도. 역시 너를 내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응 그런 것 같아. 그래도, 정말 자상한 분이네.”

  “말도마. 저래뵈도 나이가 벌써...”

  “야! 누나 나이 별로 안먹었다니까!”

  멀리서 누나가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귀는 쓸데없이 밝아가지고.

  “크흠. 하여튼간에 린 누나까지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건, 내가 아는사람 모두가 저렇게 알고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린 누나를 못본지 3달정도 됐거든. 아마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가장 본지 오래 된 사람일 거야. 그런 사람까지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그렇겠지.”

  “흐음... 그런걸까.”

  아현이는 턱을 괜 채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린 누나가 몰랐다면 지수한테 솔직히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영 안되겠다.”

  “왜? 지수씨한테 도움을 받는게 훨씬 더 낫지 않아?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명월이가 꽤 믿고있는 사람 아냐?”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지수도 그렇고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 혼자 설파해봐야 통할 리가 없지. 린 누나라도 제대로 알고 있으면 어떻게 설득이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할꺼야?”

  “글쎄...”

  “그나저나 왠지 게임하는 기분이네.”

  “무슨게임?”

  “역전검사.”

  아니, 딱히 발매도 안 된 게임 이야기를 하면 말이야...

  게다가 그거 왠지 재미 없을 것 같단 말이야.

  “미츠루기 검사가 된 다는 것도 엄청 즐거울 것 같단 말야.”

  “그래도 역전재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

  이런 별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하면서 지수를 기다리고 있던 찰나

  지수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왔다.

  “꽤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그럼?”

  “아니 그게...”

  왠지 지수가 손가락을 베베 꼬고 있다.

  부끄러워 하는 것 같잖아.

  자세히 보니 평소에 절대로 안 하는 메이크업도 했고. 왠지 아현이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근데 왠 메이크업이야. 잠깐 나오는거잖아.

  “그나저나! 얘가 아현이야?”

  “안녕하세요. 해아현이라고 합니다. 명월이 오빠한테서 말 많이 들었어요. 괭장히 상냥하고 이쁘시다고.”

  얼레 얘가 뭔 소리를 하는거야. 그런말 따위 단 한번도 한 적 없다고.

  그래도 여기서 테클 걸면 안되겠지. 나름의 인사법 같은 것 같으니까.

  “어? 으...응.”

  우와. 평범하게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너 연상인데 주도권 뻇겻잖아. 평범하게 반성하라고.

  ‘...’

  뭐야 왜이렇게 조용해.

  여기서는 내가 나서야 하겠지.

  “얘는 지수. 뭐 아까 대충 설명 해 줬으니까.”

  “으응... 안녕...”

  아니,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거야.

  손가락 배배 꼬면서 말이야.

  “그나저나. 너 아현이라는 이름 언제 처음 들어봤어?”

  “응? 언제 처음이라니, 글쎄... 어제 처음 들어 본 것 같은데.”

  지수는 그대로 내 맞은편에 앉으며 (참고로 명월이는 바로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대답했다.

  “정말 어제가 처음이야?”

  “글쎄, 그렇데도. 명월이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

  “하긴 그렇긴 한데 말이야...”

  이상하단 말이야. 확실히 이상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고.

  이 녀석이 우리 엄마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의 이름은 분명히

  해아현이다.

  다른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엄청 어렸을 때 부터 친했던 지수가 우리 엄마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시절에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으니까.

  “너, 우리 엄마 기억 나냐?”

  “너희 어머니? 글쎄... 잠깐만...”

  ‘으음...’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이내.

  지수는 그 자리에서

  기절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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