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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소녀탐정 라이트노벨.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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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명탐정이 말했다.

"결국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당신."

감나기의 가녀린 손이 김 사장을 가리키자 순간 모두가 놀랐다. 그 청렴한 김 사장이 별장의 학살극을 일으켰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았다. 저 남자는.... 나랑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사실 밝혀내기 귀찮았던 더러, 내 명함은 어디까지 왓슨인 고로 여고생 명탐정한테 차례를 양보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방은 밀실에 나는 그때 2층에 있었는데."

"만약 제 친구 겸 조수 김고등 군이 주 마담의 시체를 뒤집어서 핏자국을 다시 보지 않았더라면, 저도 그냥 지나쳤겠죠."

감나기가 붉게 절은 낚싯줄 조각을 꺼냈다. 순간 김 사장의 눈이 떨렸다.

안타깝다. 만약 저 남자가 조금 더 뻔뻔했더라면, 조금 더 내 마음에 들었다면 살짝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저 증거가 뜻하지 않는 사실 몇 개를 밝혀서 미소녀탐정의 당황한 얼굴을 살폈을 텐데.

"인형극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는데."

"농담은 그만 둬. 여고생이 말을 가리면서 해야지. 더 들을 것 없겠군."

"어디가시나요? 어차피 지금쯤 경찰이 오고 있을 건데."

김 사장은 손을 젓고 계단을 올라갔다. 모두 멍하니 그의 등을 보는 동안, 감나기는 나를 보며 입을 찢었다.

"고마워 왓슨 군."

"조수니까."


미소녀탐정님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또 다시 해결하셨다. 또 다시 정의가 세워졌다.

나쁜 진실 하나도 밝혀졌다. 이 미소녀탐정은 더 이상 나한테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거.

여행을 가고, 밀실살인이 일어나고, 명탐정이 나서고, 범인이 체포된다. 그간 이 과정은 스무 번 반복됐고 변주는 없었다.

죽은 사람, 죽을 사람, 죽일 사람 모두 명탐정의 이름만 높였다.

이제 질렸다.


2.

그리고 명탐정이 말했다.

"농담이지?"

농담이면 내가 더 좋겠지.

"왜 갑자기 그만둔다는 거야?

그리 알고 싶을까.

"말해."

"문득 막막해졌어. 우리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쌓인 게 많았지만 말은 좋게 해야겠지.

"휴식이... 필요한 거지? 그치?"

"고등학생답게 살고 싶어졌어."

감나기는 답을 않았다. 스스로 느꼈을 터다.

왓슨도 왓슨의 삶이 있었다는 걸 알았을 터다.

단지 너무 늦었을 뿐. 너무 완벽했을 뿐.


플레이어가 껴들 수 없는 게임은 졸작에 지나잖는다.


3.

그리고 명탐정이 죽었다.

내가 떠난 다음 날, 미소녀탐정은 평소 그랬던 대로 어느 별장 연회에 초대받았다.

미소녀탐정은 자연스레 차를 마셨고 그날 밤 피를 토하더니 숨이 끊겼다.

누가 설탕조각에 라듐을 섞었는지 몰랐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미소녀탐정은 처형당했다.

만약 내가 거기 있었다면 명찰조차 요상한 메이드장의 눈을 우연찮게 보고 의심했을 수도 있었겠지.

"감나기는 좋은 아이였는데.... 제가 끝까지 따라가지 못해서...."

제단 앞에 향을 다시 꽃으며 혀를 찼다. 감나기의 가족들은 나를 보며 고맙다는 듯이 목을 흔들었다.

확실히 안타까웠다.

라듐이라. 그런 수를 쓰는 위인이 이제 나타났는데 직접 구경하지 못했다니. 그 직전에 내가 왓슨 역을 그만 뒀었다니.

미소녀탐정의 마지막은 정말 처량했다. 오랜 협력자 박 형사나 유 경위의 조문 같은 건 그저 꿈에 불과했다.

뭐, 그 두 명과 나머지 순경들이 가끔 미소녀탐정한테 했던 막말을 보면 뻔한 전개였지마는.

대한민국 법치체계는 있지도 않은 직업에 산재 같은 건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 누구를 따라가야 뭔가 재미있는 걸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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