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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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3 Jan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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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사랑

2.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모호하던 시절 어느 낭인이 살았는데, 용력이 좋아 팔척거한을 일격에 쓰러뜨릴만치 강했으나 난봉기가 있고 성격이 난폭하여 주군을 얻지 못하였다.

 그는 자신이 섬길 주군을 찾아 각지를 헤매었는데 하루는 산 넘어 사이교우지 가문에서 여식을 호위할 무사를 급히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이교우지의 본가로 가기 위해서는 산길을 지나는 수밖에 없었는데, 산세가 복잡하고 험해 길잡이가 필요했으나 산 어귀의 마을 어디에도 산을 넘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호위무사에 지원한다는 것이 본래 누가 먼저 가느냐 하는 선착순에 따르는 일인지라 발걸음이 급했던 낭인은 누구든 길안내만 해준다면 크게 사례를 해주겠다 외치었다.

 그러자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낭인 앞에 나서 자신 또한 산 건너에 볼 일이 있으니 함께 가자 하였다. 여인은 황갈색의 옷으로 몸을 감싼 아리따운 여인이었는데, 시골에서는 흔히 구할 수 없는 유리 안경을 끼고 있었다.

 낭인이 여인에게 이름을 묻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토모에 마미라 하였는데, 자신은 각지를 전전하는 묵객이며 산 건너에 있는 사이교우지가의 초대를 받아 이 곳 까지 걸음을 하게 되었노라 이야기하였다. 또한 마미는 일 전에도 이 산을 자주 드나들어 산세에 훤해 길을 거닐기 충분하나, 여인의 몸으로 홀로 산을 오를 수 없어 같이 갈 동행을 찾고 있었노라 하였다.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산 길을 오르게 되었는데, 낭인은 어째서 이 산을 넘으려는 이가 그토록 드문지 물었다.

 "이 산에는 무시무시한 요괴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어떤 사람이 이 겨울에 함부로 산을 넘으려 하겠습니까?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어쩌다 큰 무리의 상단이 지날 때나 간신히 껴서 넘어간다고 합니다."

 낭인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군. 사내대장부로써 어찌 한낮 미천한 요물 따위를 겁낼까?"

 "하지만 산의 요괴는 보통의 요물이 아니랍니다. 나리께서 일당백의 용맹무쌍한 무사라 한 들 전설 속 누에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누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이 공포스러운 요괴로 어떤 때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방심케 하고, 어떤 때에는 어여쁜 귀부인으로 나타나 사내들을 홀리고, 또 어떤 때에는 산 속에 은거하는 도인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여행자들을 안내해주는 척 하며 자신의 아가리로 유혹한답니다."

 "그것들이 온갖 모습으로 여행자를 현혹시킨다 하여도 나는 걱정할 것이 없소이다. 내 검은 닭과 여우의 피로 벼려 칼날에 비추기만 해도 요물의 간악한 껍데기를 한 번에 들춰낸다오."

 낭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을 살짝 쥐어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낡고 오래 된 고도였으나, 그 검에서 풍겨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낭자께서는 그 누에라는 요괴에 대하여 무척 자세히 알고 계신가 본데, 직접 그 요물을 본 적이 있소?"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이 산을 자주 건너다보니 그 요괴에게서 도망쳐나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법 현명하다는 소리를 듣던 시인이었으나 그 요괴와 마주친 뒤로 실성하여 모든 것을 의심하고 두려워해 지금은 거울 조차 볼 수 없는 반 맹인 상태라 합니다."

 "하지만 낭자께서는 지금 나와 함께 산에 오르지 않소? 낭자에게는 두려운 기색이 없구려."

 "저는 일찍이 지리와 이치에 밝아 요괴가 지나는 길과 사람이 지나는 길을 구별할 수 있어 위험을 피할수 있으니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낭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 이 산을 앞에 두고 막막하였으나 그대 같은 귀인을 만나게 되다니 하늘도 내 운을 점지해주는가 보오."

 마미는 낭인의 말에 대답치 않고 하늘과 바람을 살피며 곧 \큰 눈이 올 것이라 말했다. 마미와 낭인이 산 중턱에 드러나 있는 동굴에 자리를 잡자 과연 잠시 후부터 굵은 눈송이가 툭둑 나뭇잎 위로 떨어지기 시작하다너 차마 더 앞으로 갈 수 없을 지경으로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도 눈보라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낭인은 당장 자고 먹을 것이 궁하게 되었다. 그러자 마미는 동굴의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이 동굴에 들어서기 전 살펴보니 짐승이나 물길이 동굴 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둔덕이 쌓여있었습니다. 이는 동굴 안에 사람이 살고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동굴 안 쪽을 살펴봄이 좋겠습니다."

 낭인이 반신반의하며 마미가 가리킨 곳을 살펴보는데 과연 동굴 한 구석에 천막과 먹을 것 들을 보관해 놓은 독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마미가 먼저 예를 갖추어 천막 안 쪽을 향해 인사를 올리자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여아(女兒)가 밖으로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낭인은 마미의 신통함에 크게 감탄하였다.

 자신을 청아낭랑이라 칭한 그녀는 언뜻 보기엔 마미보다도 어려보이는 아이였으나 각도에 따라서는 수십 살을 먹은 듯한 노인과 같이 보였다. 마미가 하룻밤 머물기를 청하자 청아낭랑은 낭인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낭랑이 곧 그들에게 밥을 대접했는데, 독 안의 음식들은 모두 지나치게 오래 된 것들이라서인지 지나치게 비리거나 끈적하거나 물이 흥건하거나 하였다. 낭인은 그것들을 억지로 먹으며 청아낭랑의 내력에 대해서 듣게 되었는데, 그녀는 오래 전 속세를 떠나 산 속 동굴에서 도를 닦고있는 선인이라 했다.

 곧 저녁이 찾아오고 잠자리가 들 때가 되자 낭인이 마미에게 말했다.

 "내 이곳저곳을 떠돌며 낭인 생활을 하였으나 낭자와 같이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소. 지금이야 내가 본거지 없이 떠도는 낭인 신세지만 이제 곧 명문가의 호위무사로 들어갈까 하오. 그렇게 되면 낭자와 함께 백년가약을 맺고자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러자 마미가 웃음 지으며 답하였다.

 "저희는 이제 만나 지 하루가 되었을 뿐 서루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 또 무엇을 모르는 지도 모르는데 어찌 평생의 약속을 그리 쉽게 입에 담으십니까? 저와 나리는 서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같으니 차차 생각해 볼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정중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낭인은 그날 밤 불이 꺼진 틈을 타 마미와 동침하였다. 마미는 낭인을 거부하려 하였으나 낭인이 워낙 가세고 사납게 요구하는 통에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둘이 교접하는 동안 낭인은 마미의 피부가 이상할 정도로 까끌하고 또 털이 계속해서 떨어진다 느꼈으나 이내 잊어버렸다. 그는 마미의 품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고 마미는 처음 상압을 하는 여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치 능숙하게 낭인을 달래었다. 낭인과 마미가 입을 맞추었을 때, 낭인은 자신의 영혼이 마미의 입 안으로 송두리째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낭인이 눈을 뜨니 마미는 지난밤의 일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태연히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낭인은 어젯 저녁 대접받았던 음식이 체한 듯 속이 울렁거리며 정신도 혼미하여,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윙하는 이명이 그를 어지럽혔다.

 낭인은 선인이 대접해 준 아침상을 억지로 삼키며 빨리 동굴을 떠날 채비를 갖추었으나, 그 날도 눈이 그치지 않아 하루를 더 머물 수 밖에 없었다. 크게 낙심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검을 닦던 낭인은 놀라운 것을 보았다. 선인이 대접한 음식들이 들어있는 독이 낭인의 칼날을 비추자 사람의 시체로 변한 것이다. 낭인은 크게 놀라며 마미에게 말했다.

 "물러서시오 낭자! 저 천막안에 사는 것은 선인이 아닌 산의 요물이오! 우리가 먹었던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시체였단 말이오!"

 낭인은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칼을 뽑아들고 천막을 노려보았으나 그 와중에도 아침과 같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낭인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미가 침착하게 말했다.

 "아직 천막 안에 있는 자를 확인치 못했으니 그 칼로 비춰봄이 어떠합니까?"

 "그렇군. 에잇! 그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라!"

 낭인이 검을 휘둘러 단번에 천막을 베어내자 그 안에 숨어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머리는 원숭이와 같고 몸동은 너구리와 같으며 손과 발은 호랑이와 같은 것이 뱀 머리가 돋아있는 꼬리를 달고 있는 흉측한 괴물이었다. 그것의 울음소리는 호랑지빠귀와 같았는데 흡사 낭인이 일전에 전해들었던 누에와 꼭 같았다.

 그 두렵고도 종잡을 수 없는 모습에 낭인이 크게 두려워하며 외쳤다.

 "누에! 내가 누에의 소굴로 들어왔구나!"

 그러나 마미가 답하였다.

 "아니요. 저것은 누에가 아닙니다." 

 "저 끔찍한 몰골이 누에가 아니면 대체 무어란 말이오? 이 세상에 저토록 기괴하게 생긴 것이 누에 말고 또 있겠소!"

 "저것은 분명 풍문 속의 누에와 같은 모습을 하고있으나 그 본질은 천박하기 그지 없는 것입니다. 당신의 검으로 저것을 베면 모습을……."

 그 순간 괴물이 앞발로 마미를 짓눌렀고 아가리를 벌려 그녀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우적우적 소리를 내며 마미를 씹고 있는 모습에 낭인이 비명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으아악! 이 요물!"

 괴물이 낭인의 칼을 재빨리 피했으나 검 끝에 살갗을 스치고 말았다. 낭인 역시 괴물의 발톱에 손톱을 긁히었는데, 그 순간 괴물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누에가 아닌 누에로 둔갑하고 있는 너구리였다. 너구리는 마미의 시체를 물고 동굴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낭인은 혼비백산하여 동굴을 나섰는데 분명 방금 전까지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땅은 물기가 없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낭인이 급히 하늘을 보았으나 눈을 내린 흔적도 기미도 없이 맑고 화창하였다.

 낭인은 흔들리는 정신을 애써 추스려 산을 내려갔다. 뱃속에 들어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올 듯 울렁거리고 온 몸에 열이 올랐으나 그래도 계속 뛰었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이 되었을 떄 낭인은 자신이 산의 아래가 아닌 정상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자리를 뱅뱅 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챈 낭인이 크게 두려워하며 산 속을 헤맬 때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공포로 이성을 잃어버린 낭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그림자는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그림자는 바로 토모에 마미였다.

 "나, 낭자! 괜찮소?"

 "나리 덕분에 죽을 뻔 했지만 살아있답니다."

 마미가 신랄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리.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잘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마미가 은근한 어조로 낭인을 떠보며 말하였다. 이 와중에도 욕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 낭인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 괴물로부터 어떻게 살아난 것이오? 나는 그대의 목이 잘리는 것을 보았소."

 "괴물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꿈이라도 꾸신 모양이지요. 저는 나리가 동굴에서 잠드신 사이 산 열매를 따러 나왔습니다."

 낭인은 곰곰히 동굴 안에서의 일을 생각했으나 그 기억이 흐릿하고 애매하여 확신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미는 지금 눈 앞에서 자신과 멀쩡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낭인은 자신이 끔찍한 꿈을 꾸었다 여기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미의 뒤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그러나 마미의 뒤를 따라가던 낭인은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산길을 모르는 낭인이 보기에도 그들은 지금 산의 아래가 아닌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의심에 낭인은 검을 뽑아 마미를 비춰보려던 낭인은 크게 놀랐다. 자신의 손에 어제 그 괴물에게 입은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낭인이 황급히 검으로 마미의 몸을 비추자 검에는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다.

 마미가 낭인을 돌아보며 요사스럽게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리? 제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리기라도 하셨는지요?"

 마미가 깔깔대며 웃었다. 도망치는 낭인을 붙잡은 마미는 버둥대는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나무 위로 폴짝 뛰어 올랐다.

 "모처럼 생생한 남자를 빼앗을 참이었는데 그 너구리 요괴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렸구나. 어쩔 수 없지. 내 너의 욕정과 정기를 빼앗는데 실패하였으니 그냥 네 고기를 취해야겠다."

 한참을 까르르 웃던 마미는 안경을 벗고 본 모습을 드러냈다. 기묘괴기한 세 쌍의 날개를 지닌 요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일전에 너구리가 둔갑한 누에보다는 훨씬 아름다웠으나 훨씬 기괴하기도 하였고 또 훨씬 공포스럽기도 하였으니 그 정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낭인은 요괴가 자신을 손가락부터 씹어먹기 시작하였을 때에도 그 소녀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1.

 

 어느 낭인이 살았는데, 용력이 좋아 팔척거한을 일격에 쓰러뜨릴만치 강했으나 난봉기가 있고 성격이 난폭하여 주군을 얻지 못하였다.

 그는 자신이 섬길 주군을 찾아 각지를 헤매었는데 하루는 산 넘어 사이교우지 가문에서 여식을 호위할 무사를 급히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이교우지의 본가로 가기 위해서는 산길을 지나는 수밖에 없었는데, 산세가 복잡하고 험해 길잡이가 필요했으나 산 어귀의 마을 어디에도 산을 넘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호위무사에 지원한다는 것이 본래 누가 먼저 가느냐 하는 선착순에 따르는 일인지라 발걸음이 급했던 낭인은 누구든 길안내만 해준다면 크게 사례를 해주겠다 외치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나서지 아니하였다. 이후 낭인은 길잡이를 구했다며 산길을 올랐는데, 마을 사람들은 낭인이 홀로 산에 들어서는 것을 보며 어리둥절 하였다.

 이후 소문에 의하면 길잡이를 찾는 여행자 앞에 홀연히 나타난 요괴가 낭인을 잡아먹은 것이라 하였다. 봄이 오고 큰 상단이 산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무수한 뱀과 너구리 무리를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훗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와 더불어 괴물로 둔갑해 사람들을 홀리는 너구리에 대한 전설이 생겼으나 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산 넘어 있다는 가문에 대해서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동방신령묘 캐릭터설정을 보고 소설 하나를 써보았어영. 군대에서 당직근무 서면서 썼음!

 

저로써는 드물게 불만족스러운 글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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