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악의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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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46 Feb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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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hurye01
협업 참여 동의

『어둡고 정적만이 감싸고 있는 왕궁에 금을 내버린 우렁찬 울음소리, 뒤이어 소리치는 하인들. 곧이어 교회의 커다란 종이 축복을 울리며 숨 죽이고 기대하던 국민들이 환호를 질러.

이 둘은 쌍둥이, 피폐해진 눈으로 힘껏 울고있는 두 아이를 보며 행복하게 웃음짓는 금발의 여왕, 곁에 있던 하녀의 부축으로 등을 세우고 안는 두 아이는 금세 울음을 멈추고 잠들었지.

그리고 그 뒤에서 누구를 왕으로 세울건지 쑥덕거리며 이상한 웃음을 흘려.』

 

이제는 그저 잔혹동화 취급될 정도로 신빙성 없는 이야기에 음을 붙여 분수대에 앉아 노래하는 음유시인, 그 주위를 구경꾼들이 몰려들여 동전을 던진다.

고급 브리오슈 바구니를 들고 거리의 한가운데를 걷는 하인 차림의 금발의 남자.

왕궁의 침입자들을 감시하는 근엄한 근위병의 깍듯한 인사를 한손으로 받아 넘기며 왕궁으로 들어가는 남자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일상으로 여겨.

저녁을 알리는 교회의 종이 울리며 쌍둥이 성의 꼭대기에서 크고 웅장한 황금빛 왕좌에 대충 앉아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석양의 붉은 빛을 맞으며 금발의 왕녀는 쌍둥이 형제가 사온 브리오슈를 음미해.

“먹어볼래? 오늘껀 맛있네.”

왕녀의 뒤에서 경호하듯 서 있는 금발의 소년에게 브리오슈 한조각을 건내는 왕녀.

깍듯이 양손으로 받아 살짝 물어 베고는 우물거리며 정중하게 말한다.

“맛있네요.”

금발의 하인이 베어문 브리오슈를 다시 집어들어 아무렇지도 않게 먹자 경악하는 대신들, 시끄럽게 중얼거리는 대신들을 무시하고는 브리오슈 하나를 손에 든 채로 알현실을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왕녀와 그 뒤를 브리오슈 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서는 금발의 하인.

왼쪽 쌍둥이 성을 나와 오른쪽 성으로 들어가 꼭대기로 향한다.

꼭대기 층의 화려하고 커다란 문을 앞서간 금발의 하인이 열자 그 앞에서 잠시 방안을 흩어보던 왕녀는 질렸단 표정을 짓고는 그 옆의 평범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 밋밋한 색의 침대에 앉아 불만을 토한다.

“내가 내 남동생 입댄 것 좀 먹겠다는데 왜 자기들이 난리야?”

“······하인이니까요. 왕녀로써 권위는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묵묵하게 닫혔던 나무문을 다시 열어 암묵적으로 자기방으로 가란 암묵적인 압박을 보내자 왕녀는 순순히 포기하고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금발의 하인이 문을 열어주고 금발의 왕녀는 당연하단 듯이 그 길로 당당하게 걸어간다.

“나, 잘게.”

문을 닫기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문을 닫고 그 옆의 자신의 평범한 방으로 들어간다.

하인은 언제나 왕의 곁에 있어야 한다며 마련해준 방.

그 안에서 은은한 그리움을 삭히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

‘잘자길 나의 누이여.’

 

그는 그녀의 하인. 그것이 그 스스로 선택한 길. 서로 다투기 싫어 스스로 하인이 되겠다 자처한 그는 그녀에게 미움을 받을지라도, 이 세상 모두가 그녀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그는 그녀를 지키겠다며 스스로 되뇌인 맹세의 말.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악이라도 되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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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y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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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hurye_jasic

문피아 연재작: https://blog.munpia.com/hurye/novel/7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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