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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운터 신드롬-[1. Encounter 소녀-‘유하임’이라는 바보에 대해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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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29 Apr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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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eth
협업 참여 동의


 화장실에서 재빨리 세수를 하고 3층에 있는 2학년 A반 교실로 뛰어올라갔다. 은 배지를 달고 있는 학생들은 알파벳으로 반이 나뉘기 때문에 2학년 중에서는 유일한 알파벳 반이기도 한 우리 반은 복도에서 가장 끄트머리에 있으며 일반 학생들은 복도에 조차 다가오지 않는 반이다.
 학교가 처음으로 받아들인 ‘이상자’들인 만큼 이 반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그만큼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았다. 적어도 작년에는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질 정도다.
 그랬던 반이 1년이 지난 지금은….

“음? 예상이상으로 빨리 왔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날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뒷문 쪽 책상에서 항상 갖고 다니는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있던 요한이었다. 삐딱한 자세로 앉아있던 녀석은 내가 오자 바로 책을 덮고 썩소를 날렸다. 이 녀석이 교실에 제대로 붙어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었다.

“선생님은?”

“교무 회의다. 신입생들 덕에 학교 측도 걱정이 많겠지.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거다.”

“선생님이 여유가 생겼나 보네.”

“그 말대로다. 예전 같으면 절대 우리들끼리 놔두지 않았겠지. 하지만 봐라.”

 요한에 책으로 반 애들 쪽을 가리켰다. 펼쳐진 것은 무질서한 학생들의 수다와 소란이다. 단지 그 뿐이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다. 서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서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어울리고 있다. 언제나 싸움뿐이었던 예전과는 다르다.

[찰칵!]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사진을 찍는 셔터소리가 들렸다. 바로 앞쪽을 보자 검은 뿔테 안경의 렌즈 너머로 광채가 없는 눈이 내 쪽을 보고 있어서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좋은 아침.”

 한손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는 단발머리의 여고생이 전혀 활기 없는 인사를 건넸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무력한 이미지에 교복 마이 대신 검은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다.

“이상한 얼굴. 좋은 사진. 업로드 결정.”

“하지 마. 지우라고는 안 할 테니까 너만 소장해.”

“감사.”

 디지털 카메라에서 삐리링하는 소리가 났다. 사진을 저장했다는 신호음이었다. 익숙한 상황이라서 그냥 넘어가려는데 요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말 아깝군. 박가혜. 오늘 아침에 네가 있었어야 했다.”

“유감.”

 전혀 유감스럽지 않은 담담한 얼굴과 어조로 대답한 그녀-가혜는 곧 카메라를 교실 안쪽으로 돌렸다. 가혜의 행동을 알아챈 몇몇 학생들이 포즈를 취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감도 없지는 않지만.

“오! 시호! 얘기 들었어! 후배한테 플래그를 꽂았다며?”

 요한의 앞의 앞자리에 모여서 얘기하던 남자 중 한 명이 날 보고 히죽 웃었다. 검은 머리카락으로 묘하게 눈만을 가린 훤칠한 남학생으로 쾌활함을 주변에 퍼뜨리는 타입이다.

“플래그는 무슨. 그냥 운이 더러웠을 뿐이야.”

“그럴 리가! 입학식에 남녀가! 그것도 선후배가! 그것도 벚꽃나무 아래에서 진한 충돌을 했다고! 완벽, 아니 그 이상의 보이 밋츠 걸이잖아!”
 
모든 말을 강조하며 크게 소리치는 입을 어떻게 막아줄까 고민하는데 또 요한이 입을 열었다.

“그런 기세라면 ‘전우현’은 얼마나 여자 친구를 사귀었어야 하는 거지?”

“하하! 아픈 데를 찌르는 데! 요한! 너 정말 나쁜 놈이야!”

 말과는 다르게 쾌활하게 웃으며 요한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려하는 우현. 그러나 요한은 그 손을 책으로 막았다. 본래 때릴 목적은 없었던 우현은 다시 얘기를 나누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그제야 요한의 바로 옆인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모두 힘내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현이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하고 말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있었다. 지금도 그 증세는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신의 시야를 흐릿하게 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도 노력의 결과였다.
 그 외 외견적으로 특이요소를 보이는 학생들이 꽤 많다. 온몸에 붕대를 맨 자가 있는가하면 자기보다 큰 기타 케이스를 매고 있는 녀석도 있다. 얼굴에 긁힌 상처가 가득한데 전혀 가리지 않고 웃는 녀석도 있고 습관적으로 계속 종이를 찢고 있는 녀석도 있다.
 하지만 어두운 얼굴은 찾기 어려웠다. 흐뭇한 얼굴로 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가혜가 어느새 내 옆에 서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좋은 얼굴. 좋은 사진. 소장 결정.”

“이번에는 업로드 안 하는 거냐?”

“NO 재미. NO 업로드.”

“네가 업로드 하는 곳이 심히 궁금해진다.”

 가혜는 자신의 자리인 내 앞에 앉고서 메모리에 있는 사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까부터 날 지켜보고 있던 요한이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군. 무슨 일로 도망 온 거냐?”

“굳이 도망 왔다고 할 필요는 없잖아. 학생이 교실로 오는 건 당연한 건데.”

“그런 것 치고는 코가 빨갛다.”

“세수하고 와서 그래.”

“그건 거짓말이 아니군. 하지만 중요한 과정이 빠져있다고 느껴진다.”

 아무래도 말해주지 않으면 집요하게 파고들 기세였다. 난 괜히 말하기 꺼려졌던 그 상황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맡아서 도망치다 터졌다.”-

“호오?”

 주어를 빼놓았지만 내 ‘그것’을 알고 있는 요한은 바로 알아듣고 흥미진진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 후배와 만난 거냐?”

“아! 그 이상한 애…뭐?”

 이 한 마디로 거기까지 알았단 말인가? 놀라서 말을 멈췄다. 곧 닫혀있던 두꺼운 책을 편 요한은 그 쪽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아침의 너는 상태가 매우 안 좋아보였다. 이시호 넌 숨기려 했겠지만 안색이 바뀌어 있었다. 그때도 ‘맡고’ 있었지?”

“….”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랬다. 난 오늘 아침 그 향을 맡고 있었다.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그 향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그에 맞춰서 그 후배가 비명을 지르며 내려오고 있었지. 넌 그것도 눈치 못 챌 정도로 힘겨워했다. 그리고 후배와 충돌하려던 그 순간 넌 몰랐겠지만 내가 봤다.”

[텅!]

 두꺼운 책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이미 ‘코피’가 터져있었다. 그 후배 유하임과 부딪히기 전에 말이다. 그 사고는 그렇게 ‘필연’이 됐지.”-

 그제야 깨달았다. 묘하게 데자뷰를 느꼈던 건 그때 맡았던 향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인 즉….

“미리 말해두지만 이미 늦었다. 넌 이미 ‘맡아버렸다.’ 그리고 ‘터졌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다.”

“아아, 젠장. 한동안 잠잠했는데.”

 투덜거려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가진 ‘그것’
 증상과는 관계없는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코피가 한 번 더 터졌다는 거지. 혹시 약속 같은 건 잡았냐?”

“점심시간에 양호실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럼 그때 긴장하고 있는 게 좋을 거다. 유가혜. 듣고 있다면 이 녀석을 따라다는 게 좋을 거다. 한 번 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다.”

“재미있는 일이라니. 남일 이라고 말 막하는 거 아니다.”

“난 언제나 막말하고 있는데. 독이 부족했냐? 좀 더 매도해 줘야하냐?”

 역시 이 녀석은 최악이다. 어울리기 힘들다. 게다가 사진을 살펴보던 가혜가 내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죽은 눈을 마주하기가 매우 무섭다.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지만 이래 뵈도 의욕만땅이라는 표정이다.
…점심시간이 매우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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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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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이후돈보쟈바뷰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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