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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운터 신드롬-[1. Encounter 소녀-‘유하임’이라는 바보에 대해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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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04 Apr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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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eth
협업 참여 동의


 이사장님이 등장하자 학생들이 하나 둘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인제 첫날이니 이사장에게 찍혀서 득볼 것은 없기 때문이리라.

“허진 선생님도 업무가 있으시죠? 여긴 저에게 맡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허진 선생님이 한마디 반박도 없이 물러날 정도로 이사장님이 가진 권한은 크다. 그는 세계적인 학자이자, 한 기업의 사장이기도 한 초인적인 인물. 게다가 나이도 아직 20대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을 주눅 들게 하는 절정의 스펙을 가진 괴물인 셈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존경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사람이랑 만나는 것은 싫어한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두가 물러나고 나와 하임만이 과학실에 남았다. 내가 물러나지 않은 이유는 그의 눈빛이 시종일관 나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시호 학생이 또 귀찮은 일에 말려든 모양이군요.”

몇 번이고 마주친 적이 있는 웃음이지만 긴장이 돼서 눈을 피했다.

“원래 그런 팔자거든요.”

“하핫. 알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주시해왔으니까요.”

주변이 조용하다. 그가 가진 이질감으로 가득 찬 분위기에 꿀꺽 소리 나게 침을 삼켰다.

“유하임 학생.”

“네,네네네넵!”

바로 눈앞에서 학교의 실권자를 마주한 하임은 그야말로 초 긴장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이번 일은 학교 측에서 잘못한 바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하임 학생이 잘못한 바도 알아줬으면 합니다.”

실질적으로 학교의 책임은 없건만 이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왜 중요한 걸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중요한 일이란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에는 의도가 있었다.

“아, 그게. 그, 불이 난 걸 알아챈 건 우연이었슴다.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믿어주실 것 같지 않았달까? 그래서 혼자서 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아뇨. 그게 아닙니다.”

하임이 그 의도를 피하려 하자 이사장님은 바로 지적을 했다.

“학생이 이 학교로 온 이유와 이 행동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정곡을 찔린 하임의 몸이 들썩였다.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몸을 벌벌 떨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죠. 일 처리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면담을 했으면 합니다. 아! 꾸짖으려거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께도 비밀로 하도록 하죠. 약속합니다. 지금은 교실로 돌아가 주세요.”

하임은 이 말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과학실에서 나갔다. 아니, 도망쳤다. 난 단둘이 덩그러니 남은 자리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 깨진 알코올램프와 빛 한 점이 보였다. 창문 쪽에 실험에 쓴 도구들을 닦아 말리는 진열대에 서있는 돋보기와 합하면 불이 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발화에 제법 시간이 걸렸으리라.
그렇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알 수 없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런 ‘냄새’가 난다.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유하임 학생이 적은 입학사유입니다.”

이사장님이 멋대로 얘기를 시작했다.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주로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지만 방치하면 청소년,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남는 장애다.

“의사 소견서도 제시되어 있고 중학교 시절이 어땠는지도 들었습니다.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가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하더군요. 부모님께서 크게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학생입니다. 성적도 제법 괜찮더군요. 조회시간만 해도 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제 훈화를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뭔가 알고 계시니까 저한테 얘기하시는 거겠죠.”

“아이쿠. 제가 입 밖으로 무슨 말을 했나요?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멋대로 말해버리다니. 이사장 실격이네요.”

그 얼굴에 걸린 웃음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설령 그 의도가 선의라고 해도.
복도에서 인원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상황을 수습한 인원들일 것이다. 이사장님은 내게 걸어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얀 장갑을 낀 손은 교복을 입었음에도 차가운 체온을 그대로 전달했다.

“오늘 오후 4시까지 이사장실로 와주세요.”

그 속삭임을 끝으로 이사장님은 과학실을 나갔다.

=-=-=-=-=-=-=-=-=-=-=-=-=-=-=-=-=-=-=


방과 후
모든 수업이 끝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학교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작년부터 부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학교에서 예산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그리 안 좋은 모양이다. 척 봐도 귀가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 흐름에 따르고 싶었지만 이 사장님의 호출이 발을 붙잡았다. 교무실에 용무가 있다며 집이 같은 방향인 요한을 먼저 보낸 나는 동아리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별관에 있는 이사장실 앞에 섰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기 이사장실이 있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반은 전원이 알고 있다.
작년에 이상자들의 반이 하나라서 주로 여기서 1대1 면담을 했다. 2학년 A반의 학생들은 전부 이사장님과 안면이 있는 셈이다. 별로 좋은 요소는 아니다만.

“어라? 선배도 불려 오신 검까?”

이쯤에서 주역이 등장했다. 하임은 등에 등산할 때나 맬 것 같은 가방을 맨 채 멀뚱멀뚱하게 날 쳐다보다가 표정을 바꿨다.

“혹시 제 탓인 검까? 저 때문에 선배까지….”

“아니니까 울지 마.”

거짓말이지만 울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진짜다. 여자의 눈물은 싫다. 비겁할 정도의 호소력과 파괴력을 가진 여자의 무기다. 나한테는 상성이 나쁘다.
울먹거리던 하임이 내 말을 믿지 못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나도 모르게 눈빛을 피했다.

-지금부터 나는 이 애를 심문해야하는 입장이니까

“그러고 보니 너. 3교시 끝날 때쯤에 과학실을 보고 있었지?”

일단 일부러 모르는 것처럼 말해보았다. 하임의 몸이 한 번 들썩였다.

“아, 그게. 네! 보고 있었슴다! 그건 구경하고 있던 검다!”

거짓말이 서툴다. 시선을 피하고 몸을 배배 꼬는 등 얼버무리려는 태도가 빤히 보였다. 이런 태도로 넘기려하는 애한테 더 질문을 해봤자 괴롭힘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직설적으로 부딪치기로 했다.

“너는 거기서 무언가 일어날 걸 알고 있었던 거잖아.”

“아, 아님다!”

“네가 범인이라는 말이 아냐! 단지 알고 있었던 것뿐이지? 넌 그 사건을 감지한 거야. 그 사건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무언가 감지하고 있는 거 아냐?”

!!!”

그녀가 ADHD인 것은 남들이 느끼지 못 하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무엇이고 어떤 식인지는 모르지만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졌음에는 틀림없다. 정곡을 찔린 표정이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었다.

“그, 그게, 이건, 그게….”

하임은 그것을 밝히길 꺼려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들킨 경우도 분명 있었을 테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우리 반에 있던 전부가 그랬듯이!

이런 때는…그 수밖에 없는 건가.

“아아아! 짜증나! 잘 들어! 한 번 밖에 말 안 한다!”

타인의 치부를 이끌어내는 방법. 상처를 보여주게 하는 방법. 그것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

자신의 치부와 상처를 먼저 드러낸다!

-“난 말이야! ‘사건을 맡을 수 있어! 후각적인 의미’로!!!”-

…….

“네?”

아무래도 이해를 못 한 것 같다. 의미가 중의적이라서 그런가? 굳이 설명까지 해줘야 하는 건가! 젠장!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단 거다.’ 아까도 과학실에서 났던 ‘뭔가 타는 냄새’로 소규모의 화재가 일어날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어. 규모가 작으니까 굳이 알리지 않고 피한 거야. 왜냐하면 ‘냄새를 맡은 사건이 터질 때 내가 근처에 있으면 코피가 터져버려.’ 아침에 봤던 게 그거야.”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 ‘그것’이라고 부르던 것의 정체다. ‘능력’이라고 부르기에는 폼도 안 나고 쓸데도 없는 감각이다.

“유하임! 너는 어떠냐!?”

“네, 넵! 뭔가 일이 일어나려 할 때마다 몸이 찌릿찌릿거림다!”

역시 하임은 나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과학실 앞에서 했던 내 예상은 확실하게 들어맞은 셈이다.

“그런데 그런 거짓말 같은 능력. 진짜임까?”

“너도 마찬가지잖아. 믿지도 않은 건데 털어놓은 거냐?”

“박력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만….”

칭찬으로 받아들여야할까? 방금 전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하지만…다행임다.”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저랑 같은 사람이 있었다니. 훌쩍. 동족상봉임다. 감동임다. 우흐으”

여태까지 그녀가 받았던 설움들이 눈물로 빠져나오자 그 양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닦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한 하임의 얼굴을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됐다.

“그 동족으로써 충고한다.”

사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쪽이 본론이다.

-“영웅놀이는 관둬라.”-

이 말을 꺼낸 순간 훌쩍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너 같은 애라면 즉각 그 감각에 사로잡혀서 안 끼어드는 데가 없었겠지. 수업시간이든, 휴일이든, 주말이든 쉬지 않고 사건에 끼어들었을 거다. 안 봐도 뻔해.”

감동을 접을 새도 없이 내 차가운 말로 소녀의 마음을 찌른다. 갈기갈기 찢는다.

“덕분에 네 주변은 시끄러웠을 거다. 힘들었겠지. 괴로웠겠지. 하지만 그 안에서 너는 몇몇 성취를 이루었고 그것에 작은 만족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허상이다.

주변의 시선과 자신의 내면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너한테 휘둘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쓸데없는 간섭이다. 방해다. 민폐다. 불량이다. 바보다! 그런 짓이나 하고 다니니까 넌 비정상 취급당하는 거야!”

점점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온몸이 떨렸다. 눈앞에 새카맣게 물들었다.

“네가 하고 있는 짓은 자만이다. 오만이다. 무례다. 누군가를 구해? 무언가를 얻어? 허상이야. 어차피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빌어먹을 신 아니면 그 인간 자신밖에 없는 거야. 너는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뿐이라고!”

미처 소녀의 얼굴과 마주할 수 없었다. 그 몸을 보았다.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 됐다.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더 말해버리면 나는….

[퍼억!!!]

…두개골이 흔들리며 목이 꺾였다. 굉음에 버금가는 소리가 머리 안에서 울리며 일순 정신이 날아갔다. 날아가는 정신 속에서 분홍빛의 무언가가 보였다.
그 작은 신장의 소녀가 내 머리에 돌려차기를 먹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내 몸은 격렬하게 회전하며 날아가 복도에 나뒹굴었다.
하임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들리지 않았다. 무지하게 아픈데 신기하게도 신음조차 나지 않고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난 그대로 뻗어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하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과연. 이게 과학실 문을 단번에 부셔버린 발차기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납득한 나는 몸에서 힘을 풀었다. 차가운 복도의 기운이 등과 머리를 서늘하게 식혀주었다. 그 차가움이 편안하게 느껴져서 눈을 감았다.

“설마 노숙하는 취미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기왕이면 밖에서 자는 게 어떠냐? 시원해서 입이 돌아가겠지.”

타이밍 좋게 등장한 목소리에 나는 그저 웃음을 지었다.

“뭐야? 스토킹이냐?”

“네 거짓말이 너무 어설퍼서 웃음을 참고 모른 척해줬을 뿐이다. 이시호. 알고 있겠지만 난 이곳을 싫어한다.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눈물 나게 고맙다. 이 성격파탄자야.”

“칭찬에 감사하지.”

눈을 뜨자 요한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빛을 등진 그 얼굴은 유독 여자같이 보였다.

“충분히 느꼈겠지?”

“그래. 유하임이 누구인지 몸으로 직접 느꼈다.”

이 발차기에 담긴 감정을 알고 있다.

유하임이라는 존재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다. 내 의견을 들려주지.”

요한은 ‘턱!’소리 나게 책을 펴고 페이지를 응시하며 말했다.

『유하임. 청조하고 연약한 소녀의 몸과 귀여움, 외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면은 언제나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있는 소녀다. 그 열의에 버금가는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지.
소녀는 마치 히어로의 화신 같은 존재다. 선의에 가득 차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구하지. 하지만 그 방식은 제멋대로에 브레이크 같은 건 달려있지 않아. 정도가 지나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줘버리기도 하는 그야말로 악당보다 못한 존재! 민폐 히어로다!”』

오늘 말한 적이 있으리라.

‘삶의 색이 보이는 녀석은 미친놈이라고.’

그게 바로 요한이다. 요한은 아무리 처음 만난 타인이라 할지라도 그 특징을 완벽하게 해부하고 독설로 풀어낸다. 나와 같은 부류의 무언가를 가진 녀석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소녀를 싫어하게 돼버린다. 하지만 소녀는 누구든지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해도 좋다. 유하임의 비전에서 세계는 이미 완성되어있는 낙원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그 낙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악.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면으로는 알고 있겠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순간 유하임은 패배하는 거다. 그래서 방금 너의 발언을 폭력으로 부정해버린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아를 유지하고 싶었던 거야. 아마 지금쯤 무지하게 후회하고 있을 거다.』

길게 말하고 있지만 아마 요한이 말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에 하는 말일 것이다.

『지금쯤이면 눈치 채고 있겠지. 이시호. 유하임이라는 존재는 -‘과거의 이시호’-다.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겠지. 이걸 알기도 전에 네가 그 애에게 거리를 두고 싶었던 건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일 거다. 한마디로 동족혐오다.』

책을 닫은 요한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까지가 내 의견이다. 틀린 점이 있다면 지적해라.”

“너무 공감 가서 후련해질 정도다.”

그 손을 잡고 일어난 나는 잠시간 중심을 잡지 못 해 요한에게 기댔다. 나보다 키가 작은 요한이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었다.

“이제부터는 어쩔 셈이냐?”

“말할 건 말했어. 난 이걸로 끝이야. 이제 만나면 서로 모른 척할 거야.”

“나쁜 선배로군.”

“이런 발차기 인생에서 두 번은 맞고 싶지 않다고.”

“그건 동감해주지. 머리가 안 날아간 게 다행이다. 튼튼해서 득을 봤군.”

그렇게 요한의 어깨를 빌려 겨우겨우 건물을 빠져나갔다. 운동장을 벗어날 때쯤 돼서야 감각을 되찾은 나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걸로 그 애가 포기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세상에는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고
예상해도 예상할 수 없는 변수에 부딪히는 일도 많다.
그때 상처 입는 건 소녀 자신뿐
그때 소녀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절망의 깊이를 나는 알고 있으니까 소녀를 막고 싶었다. 그런 의지를 전하고 싶었다.
결국 무지하게 비틀린 형태로 전해버렸지만 말이다.

“이시호. 한 가지 알아야할 게 있다.”

요한은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네가 그녀랑 부딪혔을 때 나온 코피가 의미하는 것은 이 인연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사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그리 쉽게는 끊지 못 할 거다.”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그것은 사고였다. 아마 ‘사고’라고 불릴만한 인연은 여기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너는…아니. 이 화제는 없었던 걸로 하지.”

그 때가 되도 나는 지금과 같은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요한이 물어보려던 건 이런 내용이리라.
확실히 장담은 할 수 없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채 요란했던 신학기 첫날의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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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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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이후돈보쟈바뷰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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