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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운터 신드롬-[2. Encounter 나-이시호는 한탄하면서도 손을 뻗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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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5 May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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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eth
협업 참여 동의

식사를 마친 후 아침부터 가보기로 결정했던 장소로 갔다. 1층 복도에서 학생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가운데 그 장소 앞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만 주변에서 고립되어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양호실이다. 아마 3주가 지났으니 이곳에 계시는 분에 대한 소문은 제법 퍼져있을 터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 이곳에 있는 분은 학교에 있는 여러 괴짜 선생님들 중 외형적으로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일단 노크를 하자 안에서 ‘나 있다.’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남녀가 같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에는 여자 양호 선생님이 있다는 편견을 싹 깨버리는 거친 목소리다.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자 양호실 특유의 약품 냄새가 났다. 이 냄새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의 냄새인지 심히 신경 쓰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그냥 양호실 냄새라 하자.

“뭐야. 너였냐?”

 그의 이미지를 동물의 비유하자면 한 마리 수컷 사자와 같았다. 갈기처럼 기른 금발에 보는 것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나운 푸른 눈. 그 중 왼쪽 눈에는 영화에서 해적들이나 쓸법한 검은 안대를 했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과시하며 드러낸 이는 보통 사람들보다 뾰족하게 보였다.

“작년 겨울 이후 처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이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난 백수라고. 할 일도 없이 겨울 내내 몸이 근질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

겨울방학 동안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가득한 그의 이름은 리첼. 이 학교의 유일한 양호 선생님이자 일이 없으면 그저 양호실에 앉아있다가는 신세라 지루함에 살해당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다.

“작년 1학기 때는 많이 바쁘셨잖아요.”

“그래. 툭 하면 사고가 터져서 환자가 넘쳐났지. 제법 보람 있는 하루하루였다고. 일에 충실한 하루하루에 만족감을 느꼈지. 현역 시절에도 맛보지 못 했던 쾌락이었는데 말이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얼굴을 하며 히죽거리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이 사람이 학생이었다면 은 배지를 달았을 것이다. 증세는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증). 이사장님의 말로는 이정도면 많이 호전된 것이라고 한다.

“최근은 심심하다고. 요즘 애들은 살짝 베인 것 가지고는 양호실 생각도 않는다니까. 엄살쟁이라는 요즘 애들은 대체 어디 간 거야?”

“편견이 심하시네요. 요즘 애들도 각자 나름 고충을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 요즘 애들 중 하나인 너는 뭘 그리 참기 힘들어서 여기에 왔냐?”

드디어 본론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목을 돌리며 리첼 선생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바로 내 상태를 알아챘다.

“너 정도 되는 녀석이 그냥 맞을 정도라니. 얼마나 빠른 발차기였던 거야?”

“어떻게 거기까지 알 수 있나요?”

“머리에 상처를 치료한 흔적이 있으니까. 주먹으로는 그런 상처 안남아. 뭔가 물건으로 때렸다면 그보다 더 심한 상처였겠지. 아팠겠지만 신경을 쓴 공격이야. 단지 조금 위력 조절에 실패한 모양이지만. 일단 침대에 엎드려 누워봐.”

리첼 선생님 말에 의하면 하임은 생각보다 싸움의 고수였던 모양이다. 공격이란 게 원래 전력보다 적당히 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말에 따라 가장 구석에 있는 침대에 눕자 어깨를 돌린 리첼 선생님은 내 등에 올라타 척추가 있는 자리를 짚어나가며 목 관절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중얼거렸다.

“전공이 아니라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불안감이 급격히 상승했다. 잠깐이라고 말할 틈도 없이 내 머리를 쥔 리첼 선생님은 그대로 힘껏 목을 돌렸다.

[뚜뚝!]

“케헥!!!”

격통이 느껴져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묘하게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물리치료 한 번도 안 받고 참았던 거냐? 무식하기는.”

“부모님께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요. 크윽.”

“이거 외에 상처는 없군. 싸운 게 아니라 네가 일방적으로 잘못해서 맞은 거 아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내가 말이 심하기는 했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떳떳하다. 그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으니까. 난 틀리지 않았다.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는 그러고 가만히 있어라. 수업 늦으면 사유서 써줄 테니까 가져가. 출결 문제는 이상 없을 거다.”

“감사합니다.”

“그건 내 쪽에서 할 말이다. 일거리를 늘려주는 것만큼 감사한 일도 없거든.”

리첼 선생님은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목 뒤에 올려놓았다. 시린 느낌에 몸을 움찔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얼음주머니 같은 게 아니라 다른 걸 올려놓은 기분이랄까?

[드르륵!]

그 무렵 양호실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하겠슴다!”

목에 있던 냉기가 온몸에 퍼져나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어. 왔네. 오늘은 안 다친 거지?”

묘하게 말투가 부드러워진 리첼 선생님. 이유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여자를 밝히는 거라 오해받을지도 모를 정도의 변화였다.

“넵! 말씀대로 조심해서 몸을 던졌슴다!”

“난 아예 던지지 말라고 했던 걸로 아는데. 여자애는 몸에 흉터 남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럴 순 없슴다! 전 여자애이기 전에 인간임다! 강에 빠지려는 아이를 말리려는 것처럼, 단 것만 보면 달려드는 것처럼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란 게 있는 검다!”

“후에 말했던 예가 좀 이상하지 않아? 뭐. 좋아. 욕망에 솔직하다는 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는 거니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 쪽도 구석에 있는 내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있는데 먹을래? 난 단 거 안 좋아하니까.”

“앗! 감사함다! 잘 먹겠슴다!”

“넌 여기 단골손님이니까. 일종의 서비스라 생각…응?”

 냉장고를 여는 소리 후 리첼 선생님의 말이 끊겼다. 궁금하지도 않다. 요한의 말을 빌리자면 뻔한 상황 전개라서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이상하네. 여기에 넣어둔 게 하나있었는데.”

“없으면 괜찮슴다. 어차피 얻어먹으려고 온 게 아니라.”

“아아! 이런. 아까 착각을 했나보네.”

리첼 선생님은 내 쪽으로 다가와 목 뒤쪽에 있었던 차가운 것을 들었다. 이 때 하임도 날 발견했다.

“아앗! 당신은…그…코, 코피 선배?”

“그런 치욕적인 호칭으로 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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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이후돈보쟈바뷰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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