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영웅에게 필요한 5원소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협업 참여 동의

아마 게임은 모함을 많이 받아온 분야일 것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폭력적인 성격을 만든다는 헛소리들. 많이 들어본 적 있을테지.

때문에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것이 나왔을 때도 그들은 같은 소리를 했다.

버튼, 리모콘, 혹은 조작기로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닌 폭력을 현실감있게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그것은 살인자들의 양성소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가상현실 안에서 살인충동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현실에서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법과 윤리와 정의의 수호하에 있는 현실보다 이토록 자유로운 세상이 있는데 어째서 그런 패널티를 감수하겠는가 말이다.


때문에 그들은 틀렸다──만 영웅은 그들에게 패하고 말았다.

간과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아주 중요한 사실을 그는 간과하고 말았다.


이 게임 안에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 아무런 해도 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간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사실은──

상처입은 소녀가 상처입힌 소년을 만난 그 날──

영웅에게 필요한 무언가에 대한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 + +


가능하다면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하지만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육신을 강하게 옥죈다. 책임감. 죄책감. 무엇보다 분노.

설사 그것이 나 혼자만의 감정일지라도.

"왜 그렇게까지 감정적이야? 뭘 그렇게 열내는거냐고?"

설사 내 옆에 딱붙어 따라오던 동료가 이 행위에 의문을 가질지라도.

"이렇게까지 해야만 해?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야."

설사 그것이 아이러니 할지라도.

"이제와서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냔 말이야. 이걸 바래서 이제까지 노력해왔던 거잖아?"

설사 이 마음이 한낱 영웅심리에 불과할지라도.

"거참, 영웅 나셨군."

난 그에게 한 마디만을 해주었다.

"따라올건지 아닌지 그것만 말해. 지금 안하면 후회할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도 나에게 한 마디로 답변했다.

"AC."


+ + +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연꽃잎같은 것이 허공을 갈랐다. 원형의 빛나는 서클. 그 서클 위를 누군가가 밟고 지나며 검이 휘둘러졌다. 그 검에 베인 상대의 등 뒤로 왕관의 형상을 한 물빛 섬광이 터져나왔다. 그는 큰 충격을 받은 듯, 곧 균형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섬뜩한 비명과 함께.

"끄아아악!"

그 모습에 그를 베어 떨어뜨린 검사가 자신의 리더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건 미친짓이야! 이러다 진짜로 사람 잡겠다고!"

그 말에 뒤에서 쫒아오던 시추, 비글, 리트리버가 동의했다.

"마논 말이 맞아. 스코어가 벌써 42인 녀석도 있어.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정말 일 저지르겠다. 슬슬 퇴각하자."

"쟤들도 쟤들이다. 뭐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저렇게까지 하냐. 세상에 미친 놈 진짜 많다니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쯧쯧."

"지들도 오기가 있다는 거겠지 뭐. 나름 동방전쟁에서 실적을 거둔 실력자들이잖아? 언제 이렇게 당해본 적이 있었겠어? 그리고 아직 믿지 않는 놈들도 있을거고."

그렇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세 사람이 있는 곳은 지상에서 한참이나 떨어져있는 허공이었다. 그들은 마치 하늘에 떠있는 디딤돌이라도 있는 것처럼 앞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밟고 있는 것은 그들의 몸을 지탱하기엔 너무나도 얇은 원형의 빛나는 서클. 그들은 그 얇은 발판을 마치 충구공이라도 패스하듯 발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서로 주고받으며 전진했다.

그 선두에서 모두를 이끌며 달려나가던 사내가 슬쩍 뒤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자신의 뒤를 쫒아오는 아군은 열 댓명. 시추, 비글, 리트리버를 비롯한 이하생략들. 그리고 그 뒤편으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적군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주고받는 무수한 서클의 빛은 감탄마저 자아내게 하는 모습이었다.

거대한 호수가 쫒아오는 듯한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사내는 그 따위 것을 보려고 그들에게 눈길을 준 것이 아니었다.

사내의 관심은 적군들의 머리 위에 떠있는 붉은 숫자에 가있었다. 붉은 빛을 띄는 숫자가 좋은 의미를 가지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그 좋지 않은 의미를 알게 된 자에게 42란 숫자는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의 것인 것이다.

다시 가까이에 있는 아군들에게로 시선을 돌린 사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거의 다 왔어. 대신, 이제부터 브링혼의 사용은 자제하도록 하자. 니들 말대로 좀 위험해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그럼 뭘로 싸우란 거야? 인벤토리에 '그걸'넣어 오느라고 노멀아이템이고 뭐고 전부 놔두고 온 걸 잊은 건 아닐거라고 믿는다."

"누구 계획인데. 안 잊어먹었어. 내가 밥 먹는 건 잊어먹어도 그건 안 잊어먹어."

"넌 툭하면 밥 먹는 거 잊어버리는 녀석이잖아. 믿음이 안가는데."

"그럼 뭐, 어떻게하면 믿을건데? 아니, 아니지. 필요없어! 내가 곧 진리다!"

동료의 강한 반발에도 사내는 망설임없이 스피드를 높이며 자신있게 고개를 들었다. 내가 곧 진리요. 그것이 그의 모토니까.

"브링혼을 내려놓으면 우리한테 공격 수단이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리고 이 게임에서 공격 이외에 방어법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공격할 수 없다고해서 뚫고나갈 수 없는 건 아니지! 그건 그냥 약한 소리에 불과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면 스피드는 최고의 방어다! 속전속결 일자진형! 앞에서 오는 공격은 전부 회피해버린다!"

완전 억지. 사내의 말을 듣고있던 아군들은 무의식적으로 견해를 일치시켰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 앞에 있는 것은 속도를 높인다고 어떻게 해치워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내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저 자식을 내가 믿는 게 아니었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더니."

"그리고 시작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는 말도 있지. 지금부터 믿지 않으면 되잖아. 난 옛날부터 안 믿었지만."

"그럼 여긴 왜 온 거야? 죽으려고?"

잠자코 가만히 있던 리트리버가 둘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죽으면 어때? 그냥 죽으면 되지──하고 말 할 수 있는 곳이니까. 여긴. 그리고 저 녀석은 그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녀석이잖아. 안 그래? 어처구니없는 짓이지만 멋있다는 거지."

"퍽이나 그렇겠다!"

그러나 모두가 리트리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긴 그런 곳이다. 뭔 짓을 해도 멋인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것을 위해 아군들은 이모저모 불평을 입에 담으면서도 사내의 등 뒤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뒤이어 사내가 두 손을 X자 모양으로 겹치며 허공을 향해 소리질렀다.

폼생폼사를 위해서. 멋있으면 장땡이니까.

"내가 곧 길이다!"

절대로 멋있다라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comment (1)

캬오
캬오 13.06.30. 18:32
이 이후는!!!!!! 혹하지만 아직 이해가 안갑니다..ㅠ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864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525
548 연재 인카운터 신드롬-[2. Encounter 나-이시호는 한탄하면서도 손을 뻗는다.](3) Leth 2013.05.03. 14448  
547 연재 절름발이 늑대 이야기 프롤로그 4편 이시하 2013.05.05. 3787  
546 프롤로그! 블레이드 브릿지: 프롤로그 CodeR 2013.05.28. 3612  
545 연재 인카운터 신드롬-[2. Encounter 나-이시호는 한탄하면서도 손을 뻗는다.](4) (2) Leth 2013.05.07. 15145
544 단편 Romantically Attorney(가제) - 핵전쟁과 변호사간의 상관관계 - 수정 bluejack 2013.06.10. 3340  
연재 영웅에게 필요한 5원소 (1) 방해공작 2013.06.30. 3146
542 연재 영웅에게 필요한 5원소 방해공작 2013.07.06. 3372  
541 단편 소혹성 B-625의 그녀 月主 2013.07.15. 3773  
540 자유 10일간의 멸망하는 이야기(1/10) PHNTM 2013.07.17. 3460  
539 팬픽 마마마 팬픽 上 Winial 2013.07.19. 3574  
538 단편 Double Mind, World Confusion 엔젤김쨩 2013.07.20. 2563  
537 자유 히어로 슈트 메이커의 일상입니다.(1) 륜니어 2013.07.23. 3409  
536 단편 지랄병 (1) Winial 2013.07.22. 3515
535 단편 내 방과 그녀와 휴지통과 침대와 아즈망가 대왕 Winial 2013.07.27. 3183  
534 자유 죄와 벌 - 01 오시노부 2013.07.29. 3328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3'이하의 숫자)
of 63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