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내 방과 그녀와 휴지통과 침대와 아즈망가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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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4 Jul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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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Winial
협업 참여 동의
이 짧은 이야기의 결말이 '그렇게 그녀와 나는 남이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은밀한 사이가 된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설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첫 번째, 그녀와 나는 고종사촌이다. 고종사촌이란 아버지의 자매의 자식이라는 뜻이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친척이라는 거다. 보통은 이 정도에서 끝내도 괜찮겠지만, 세상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라서 '동생도 아니고 친척이면 충분히 연애 대상이 되지 않아?'라고 말할 분들이 많기에, 나는 두 번째 이유까지 밝히려 한다. 참고로 친족을 연애 대상에 포함하는 그 수상한 무리에는 나도 포함된다는 건 솔직하게 밝히겠다.
그녀와 나는 단순히 '친척이니까.'라는 말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자랐다. 두 살이나 나이 차가 있는데 서로 반말을 한다거나 같이 목욕하고 알몸으로 지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건 기본이고, 적어도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서로 속옷을 보이는 것도 괜찮은 관계였다. 그 여름, 내 동생 아닌 동생인 고종사촌은 굉장히 펄럭이는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린 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그 자세가 얼마나 야한가를 논하기 이전에 이미 속옷과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는지라, 나는 대놓고 옷 입은 이유가 있느냐고 묻고 싶은 충동을 말을 내뱉은 후 찾아올 폭력이 무서워 겨우 삼켜냈을 정도였다. 당시 어른인 척에 열중이던 나는 '저 녀석 저렇게 남자를 경계하지 않아서야 나중에 커서 큰일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신경을 써주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생각을 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허허 곰돌이 팬티라니 여자아이의 팬티라니 이거 참 야한 기분이 드는구려 허허'라고 웃으며 있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렇게 추억하고 보면 당시의 나는 남들이 모르는 이면에서도 어른인 척에 힘쓰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진짜 어른은 곰돌이 팬티에 흥분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야한 속옷이나 아예 입지 않은 것에 흥분한다는 걸 깨달은 건 고등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나였었다. 그제야 나는 중학생 시절 '너는 아직 꼬마애구나.'라는 말로 나를 비웃던 화장이 진한 여자아이가 옳았다는 걸 인정했다. 이 부분은 그녀와 내가 이상한 설렘에 빠질 리 없다는 설득에 필요한 말이 아닌 거 같지만, 사실 이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이다. 내가 성적인 것에 제대로 눈을 뜨고 어른이 되었다는 것, 그게 지금 하려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내가 그녀와 서슴없이 지냈다는 과거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오 년 전부터 그녀는 내가 아니라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수험 공부를 핑계로 방에 틀어박혀 자위와 뻘짓에 힘을 쏟아 부었다는 확실한 이유로 인해 생긴 일이었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그녀가 내 방이 아닌 동생의 방에서 더 많은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관계가 망가졌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았기에,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든가 그런 거창한 고민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위에 열중했다.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이 시간을 더 즐기고자 노력했다. 나에게 여자란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성기를 벌리고 야한 소리를 내주는 그것이 오직 내가 사랑하고 언제나 얼굴을 마주하는 여자다. 동생의 방에 들어가 내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들리지 않는가 몰래 확인했다. 어머니에게 부탁해 새 휴지와 쓰레기의 처리는 언제나 내 방에서 공급과 배출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도 내가 방에 돌아오면 언제나 문을 잠갔다. 밥을 먹으라고 부르고 싶다면 어머니에게 소리를 질러 달라고 부탁했다. 휴지를 원하면 소리를 지르라고 부탁했다. 이런 이상한 짓거리에 부모님은 면전에서 나를 욕했다. 욕먹는 걸 감수해서라도 지키고 싶었다. 이 좁은 방, 현관문 가까이에 있는 이 사랑방에서의 작은 행복을 조용히 지켜내려고 했다.
그 때문에 나는 예고되지 않았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의자에서 자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린 주인공이 앞서 이야기한 그녀라는 것에 또 한 번 당황해 쓰레기통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혹시 밤중에 집으로 돌아가다 하늘에서 날아온 쓰레기통을 눈앞에서 피한 사람이 있다면, 그럼에도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지 않은 소심한 사람이 이 글을 읽는 중이라면, 미안하다. 아마도 범인은 나다.

그녀가 방에 들어와 처음 한 말은 왜 창문을 전부 활짝 열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날이 더우니까 그런다고 둘러대면서 선풍기를 발로 켰다. 그러자 그녀는 잽싸게 선풍기 코드를 뽑으며 날이 많이 풀렸다고, 전기세 아까우니 선풍기 틀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침대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녀가 냄새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면 혹시 모른다. 여자는 밤꽃 냄새에 거부감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혹시 여성에게는 그 냄새가 남성과는 다르게 맡아지는 게 아닐까. 일본 만화에서 마른오징어 냄새가 어쩌고 하던 것을 사실 어떤 여성은 맡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의 희망은 그녀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밤꽃 냄새 따위 맡아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길 바라야 한다.
만약 여기가 일본이고, 일본이 내가 본 만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곳이라면, 나는 침대 밑에 숨겨놓은 야한 책을 창문 밖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던졌겠지.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다. 내 침대 밑에 먼지와 곽 휴지는 있어도 야한 책은 없다. 내가 집어 던져야 하는 건 모두 컴퓨터 안에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숨겨져 있으니까. 인터넷에서 그렇게 한국을 비판하고 비난해놓고, 그 순간 나는 인터넷 강국 코리아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와, 너 진짜 당당하다. 대학교 가면 이렇게 당당해지는 거냐? 어른이니까 합법이다 이런 거야?"
나는 그녀의 말에 목이 부러지는 게 아닐까 방에 숨어있던 귀신이 염려할 속도로 고개를 돌렸다. 제대로 정리되어 한 줄이 넘어가지 않는 바탕화면의 아이콘, 그녀는 그 중 'Porn'이라 쓰여있는 폴더를 클릭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네 글자 영어의 의미가 무엇인가 알고 있었다. 또한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겨우 '야동 보던 걸 들켰어요. 데헷?'이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라면,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 폴더에는 내가 이 작은 방에서, 이 사랑방에서 포르노와 같이 쌓아오던 천국의 기반이 들어있었다.
"헐, 그녀 그녀 그녀 오브이에이……."
내가 멈추라는 말을 미처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파일을 열었다. 역시 사람의 목소리가 마우스 클릭 속도를 따라 갈 수는 없었다.

물론, 그 폴더 안에 단순히 소위 말하는 '야애니'만 들어있던 건 아니다. 그 밖에 조금 더 멀쩡하거나, 아주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 애니메이션도 들어있었다. 정확히 이백육십 칠 기가바이트에 도달한 그 폴더에는 지금까지 본 모든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들어있었다.
"근데 폴더 정리 너무 잘해놨다. 어떻게 방영 연도로 폴더를 정리했냐? 그 와중에 그녀 그녀 그녀랑 나는 친구가 적다 넥스트는 왜 분류 안 해놓은 거야?"
"아직, 아직 다 정리한 건 아니야. 나친적 이 기는 올해 나온 거고, 폴더는 이천 구 년까지 만들었고, 그녀 그녀 그녀는 언제 나온 건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던 중이었어."
"아즈망가 대왕도 있네? 하, 예전에 내가 아즈망가 대왕 비디오 빌려왔더니 재미없다고 안 보고 도망친 거 기억 안 나나? 그 땐 재미 없다고 지랄해놓고 이렇게 고이 모셔놓고 있었어? 게다가 이거 무슨 일본어판이랑 더빙판이 따로 있네?"
"아니 그게, 다시 보니까 재밌어서. 노래도 좋고, 한국어판은 그거대로 재밌고 그래서."
그녀와 나의 대화는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져 더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멈췄다. 그녀는 부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긴 것에 반응하지 않고 내가 저장해놓은 애니메이션 목록을 살펴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녀는 처음부터 혼잣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 대화가 끊겼다는 건 이어지는 추궁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한 대답은 절반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 폴더가 아직 정리 중이었다는 것. 거짓말은 기억이 안 나서 파일 정리를 멈췄다는 것.
내가 파일 정리를 멈추게 된 이유는 순전히 그녀 그녀 그녀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가 노크했을 때 당황했던 이유 역시 그녀 그녀 그녀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도 그녀 그녀 그녀 때문이었다.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면 그녀 그녀 그녀를 내 하드에서 날려버리리라. 이런 다짐을 하기 이전에 나는 왜 침대 위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쭈뼛거리고 있나. 그녀는 왜 아직도 흥미롭다는 듯이 애니메이션 목록을 살펴보고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그녀는 그녀 그녀 그녀가 뭐하는 건지, 나는 친구가 적다가 대체 뭔지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애니메이션 파일을 들켰을 당시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당황했었다. 어머니에게 야동을 들켰다거나 여자친구가 자신이 오타쿠인 걸 알았다는 한탄은 그냥 우스운 이야기거나 레슬링 기술을 걸고 싶어지는 부러운 이야기였는데,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하는 게 자연스러운 건가도 알지 못했다. 그보다 내가 처한 상황은 다른 친구 녀석들의 이야기보다 더 심하지 않나. 어머니도 아니고 여자친구는 환상의 동물이고, 내가 들킨 사람은 그냥 집에 같이 사는 여자, 그것도 친척인데. '강제 일코 해제'라는 말이 이렇게 쓰는 거였나. 그보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건 뭐지. 자연스럽다는 게 대체 뭐지. 점점 현실을 벗어나 무한한 망상의 세계로 도망치던 나를 붙잡은 건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이 중에는 뭐가 재밌어? 나도 좀 보여줘."

잠깐 생각했다. 아주 잠깐, 나에게도 드디어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상황이 오는 건가 생각했다. 물론 근친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는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이 생물학적 여성의 생물학적 여성인 친구들을 만나고, 이 생물학적 여성의 오타쿠 친구를 만드는 데 동조해주고, 그 중 한명 혹은 두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 성별 가리지 않고 나에게 반해 내가 곤혹스러워하는, 그런 상황에 처해보고 싶었던 거다.
실제 청춘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모습인가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라는 변명으로 알지 못해도 내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마주쳤던 청춘, 적어도 일본에는 있겠지 희망을 품지만 사실 거기에도 없겠지 싶은 그 청춘의 모습은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아서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이런 것도 자유롭게 겪고 애니메이션 볼 때 자막도 필요 없고 좋았을 텐데.'같은 평범한 애국자들이 들으면 못난 놈이라고 따끔하게 말해 줄 생각조차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아직 그렇게 늙은 건 아니니까, 뒤늦게라도 인생에서 봄의 향기가 나는 시간이 시작된다면 나는 얼마든지 툴툴대며 즐겨줄 의향이 있었다. 
"니 표정 보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무슨 내여귀 마냥 덕후 상담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다. 난 덕후 친구 같은 거 필요 없고, 네 방 들어온 것도, 어, 뭐 그냥 얼굴 안 보고 지낸 지 오래된 거 같아서 들어온 거 였으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남의 마음은 잘 읽지만, 마음을 읽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그녀의 화법에 조금 실망했다. 이런 내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내여귀를 알고 있는 너한테 내가 뭘 추천해야 하는 거냐. 내여귀가 최고라는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는 거잖아."
그녀의 눈빛이 이상해졌기에 나는 서둘러서 안 해도 될 거 같은 말을 덧붙였다.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게, 애니 보여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전학을 가서, 작년 거부터 못 보고 있었거든. 그렇다고 다운로드 받자니 돈 아깝고, 불법으로 올리는 걸 내가 왜 돈을 주고 다운 받아야 하지 싶고, 그래서."
불법이라는 찔리는 말은 넘어가고, 돈을 받는 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을 받으려고 했다는 말에서 나는 그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 정도 수준이 되면 돈을 내지 않고 받는 방법은 얼마든지 알고 있었다. 이다음에는 돈을 내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돈을 내지 않고 보는 무리를 비웃는 단계와 그 단계를 넘어선 미지의 무언가가 남아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내 수준으로 초대하는 대신, 그녀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그 안에 추천하는 작품을 채워넣기로 했다. 대화를 빨리 끝내고 그녀를 방에서 몰아내기에는 미지로의 초대 쪽이 더 편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게 반가워서 같은 감상적인 이유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다. 나는 그냥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만화가 있는 것이었다. 얼마 전 본 만화에서 호기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것이 무한정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사건에 기시감을 느끼는 사건을 겪지 않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이 호기는 그 호기와는 조금 다른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우선 이런 말로 둘러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아빠랑 오빠 일 말이야, 엄마도 나도 괜찮으니까, 네가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데."
"그 얘기는 하지 말지?"
만화 동영상을 옮기는 틈을 타 이 밝은 이야기에 그녀가 구정물을 풀려고 하고 있다. 그녀는 더러워진 물감을 씻는 곳이 여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했다.
"더 이야기할 것도 없어. 이게 다야."
"그래 알았으니까, 그냥 하지 마. 내가 군대 얘기 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그것도 금지야."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무서우니까."
나는 그녀를 보지 않고 파일이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지는 것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삿짐을 내려놓는 거 같은 소리와 야하지 않은 신음 덕분에 나는 그녀가 내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쓰는 린스 냄새가 이불에 밴 덕분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사실은 평생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녀는 동영상 전송이 끝난 스마트폰을 들고 고맙다 말한 뒤 나중에 또 받으러 오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방에서 나가기 전에 현실이 어쩌고 도피가 저쩌고 말을 꺼내기도 했지만 그건 이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니 자세하게 적지 않겠다. 그런 어두운 이야기는 무시해야 한다. 내가 여기서 자세하게 적어야 하는 건 이런 내용이다.
그녀가 방에서 나간 뒤 나는 자신과 약속한 대로 그녀 그녀 그녀를 지우기 위해 폴더를 클릭했다가 다시 한 번 나츠미의 가슴에 빠졌고, 모든 일이 정리된 뒤에야 뒤늦게 휴지통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는 걸 기억해냈다. 뒤처리 방법을 고민하던 나는 피로가 몰려와서 그냥 다 쓴 휴지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 이번에는 사람이 지나가는지 안 지나가는지를 확실히 보고 던졌으니, 혹시 밤중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휴지를 머리에 맞았다고 해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다음날 아파트 단지 내에 던져진 쓰레기통의 주인을 찾아 아파트 관리인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집을 찾아왔다고 어머니가 말해줬지만, 그건 내가 자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어서 나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일로 알게 된 것, 이 일로 기억해야 하는 건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그녀가 애니메이션을 받으러 왔다는 의미라는 것 하나이다.

※ 이하 후기

글을 마구잡이로 쓴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보통 쉽게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글을 쓴 사람은 사과를 하고 다음에는 노력하겠다는 마치 '언제 밥 한 번 먹자.' 같은 이야기를 하죠.

문제는, 저는 오히려 마구잡이로 써서 미안하다고 생각한 쪽이 더 평가가 좋은 경우가 많더라는 거죠. 특히 다수를 웃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잡았을때는 '이거 마구잡이로 써갈긴 거 같은데 이런 글은 종이에게 부끄럽지 않니?'라고 스스로 자문하게 되는 글이 더 성공적이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이 단편이 그런 글에 속하는가,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재밌다고 말해주거나 어떤 비판을 해주고, 그걸 듣는 건 재밌는 일이에요. 오해가 아니라면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못 알아채는 분이 있을까 싶어서 이 글의 모티브가 된 작품 목록을 밝히는 것으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 학생회 임원들
  • 그녀×그녀×그녀 OVA
  • 아즈망가 대왕
  •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 서번트×서비스 3화 초반부
다음에는 마마마 팬픽 후반부를 마저 쓸게요. 읽어 주셨다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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