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모피를 두른 기사와 어리숙한 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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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11 Ma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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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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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익, 툭. 

허공을 가르는 돌맹이가 암사슴의 머리켠으로 날아가 세차게 후려친다. 일견 돌팔매 따위로 쓰러질 산짐승은 아니었지만, 가죽 모피를 두른 기사의 손은 덩치큰 사슴을 한방에 쓰러트릴 수 있을정도로 매서웠다. 

가문의 인장이 새겨진 단검으로 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가죽을 벗기길 한시간. 예전에는 취미였지만 집을 나오고 방랑기사가 된 뒤로는 줄곧 혼자였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저녁으로 먹을 앞다리살만 빼어놓고 뼈를 발라낸 고기를 가죽으로 묶자 해는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독특한 땅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가득한 땅. 지평선이라곤 사라진, 이교도의 땅. 피워둔 모닥불로 달궈둔 조잡판 철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았다.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익는 소리가 해질녘 벌레를 사냥하는 새소리 사이로 울려퍼졌다. 

별안간 발소리가 들렸다. 기사의 종자였다.

"주인님. 거의 다 왔습니다. 반나절만 더 걸어가면 제 고향이 나옵니다."

"예전에 한 이야기가 사실이겠지?"

"물론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온갖 학자가 나라 곳곳에서 찾아오던 현자의 도시이자 나라의 심장이었다고 하는 곳인걸요."

기사는 고기를 단검으로 잘랐다. 가문의 가보를 그렇게 다루다니, 부모님이 봤으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들의 얼굴이 어땠더라, 수십년 전의 기억은 마모된지 오래였다.

"자. 먹거라. 그리고 내일 아침 일어나 네가 말한 곳으로 가자. 네 약속이 틀림 없어야 할거다."

"물론입니다. 제 고향엔 주인님을 고향으로 보내드릴 마법의 비밀도 있을게 분명합니다!"

종자는, 맛있게 고기를 씹으며 기쁘게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고른 철판에 엉덩이를 깐 기사는 종자의 말을 곱씹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마법이라. 

온 길이 있으면 갈 길도 있겠지.

기사는 잠을 청했다. [여기서부터 서울특별시]라고 적힌 녹슨 표지판을 깔고 앉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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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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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타 @nec092

게임 리뷰하는 팟캐스트 우물파는 게이머들의 리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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