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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소녀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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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37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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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k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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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미소녀다.

덧붙이자면 지구 최강이다. 

그런데 지구 최강도 가끔은 진다. 12월, 겨울, 병원. 사랑하는 언니는 베드-엔딩에 도달했다. 얼굴부터 허리까지 붕대로 돌돌 말려있는 게 꼭 미이라 같다. 물론 허리까지만. 그 밑으로는 언니가 없다. 끔찍한 악당이 팔도 다리도 혀도 잘라서 가져가 버렸다. 요컨대, 지금 침대 위에 누워있는 언니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1/6언니다. 나머지 5/6을 내가 되찾아온다고 해도 언니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겠지. 미이라보다는 마트료시카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언니!

언니는 미소녀였다. 굿바이. 

병실 문을 닫고 나왔다. 1/6언니보다 급한 일이 많다.


언니가 조각난 지금 내가 지구 유일의 완전미소녀다. 말하자면 외로운 미소녀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제 이 세상 모든 악당이 나를 노릴 것이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동화에서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는 건 바보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왕자님이나 악당들이나 똑같이 위험한 사람들일 뿐이다. 언니도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에게 당했다. (어떻게 감히!)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믿을 수 없는 악당이라고 매일 경고했지만, 언니는 듣지 않았지. 혹시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까. 언니는 이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다. 마음속에도 카메라를 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물론 언니가 아직 그 악한을 좋아하고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슬프지만 어차피 언니는 곧 죽는다. 몸이 동강 난 사람은 대체로 단명한다. 

그리고 미안해 언니, 장례식엔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
언니의 왕자님을 데리러 가야 하거든. 언니에게 있어서 복수가 될지 죽은 뒤에나마 함께하는 미래가 될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장밋빛 로맨스니까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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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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