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하얀 마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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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 Oct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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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눈추추
협업 참여 동의

삼킨다. 저 편에 벌린 아가리는 가라 앉는 그를 집어 삼킨다. 아가리가 닫히고 이빨이 사정 없이 그의 사지를 찢고 부셔 놓을 때 잘게 쪼개진 그의 의식은 선명하지만 얇은, 과거의 섬광을 쫓아 달려간다.

 

볕은 뜨는데 가족의 그림자에 누워 천천히 죽어가는 그녀가 보인다. 그가 잊은 새벽에 눈을 뜨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가, 가쁜 호흡에 자신의 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그녀가 보인다.  

 

‘마녀를 찾아.’

 

그녀의 한마디 허공에 흩어지면, 가느다랗게 떨리는 간절함이 연기처럼 다가와 그의 숨을 죄어온다. 그리곤 그것들은 천천히 온몸으로 퍼져 들어가 녹아내린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이었다.

 

죄책감은 그가 바라보는 어디에나 있었다. 거울을 보면 인생의 회환과 후회가 피어있는 자신의 모습에, 그녀의 흔적들로 가득 찬 작은 집 곳곳에. 잊지 못할 그 기억에 도망치듯 그는 결국 있는지도 모를 마녀를 찾아 나섰다.

 

굵직한 필름이 얇은 실로 바뀌듯 기억이 흐릿해 진다.

 

그리고 지금, 과거의 섬광은 툭 하고 꺼지고 다시 끔찍한 현실로 돌아왔다. 자신이 빠진 듯 했던 심연의 압력이 천천히 줄어든다.

 

“이래서 날 찾아왔니?”

 

나긋한 목소리에 그는 강렬한 경험에서 깨어 나온다. 방아쇠에 걸려진 오른손 검지의 무게가 새삼 느껴진다. 그녀를 향해 쏠 수도 없고 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대신 그는 그녀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하얀 마녀가 맞소?”

 

일렁이는 흰 머리의 여인은 대답 대신 서글 서글한 미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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