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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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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53 Jun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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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경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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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게 피어오른 먹구름이 산을 뒤엎었다. 요 며칠간 쭉 비만 오건만 해나 떴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깊숙히 응어리 친다. 그러나 자연은 어찌 해 볼 수 없는 절대 영역, 그저 순응하는 수 밖에,


"오늘도 비가 오네."


소녀는 중얼거렸다. 포득 포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소녀는 줍던 장작을 등에 이고, 서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옷이 젖는다면 어머니께서 혼쭐을 내주실 것이다. 



1


"왔어요."


소녀는 등에 이던 장작거리들을 뒷간에 뉘여두고 집문을 열었다. 하지만 집 안엔 아무도 없었다. 비가 오건만 부모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지 식탁위에 있는 약간의 식은 빵과 식기들로 하여금 부모님 께서 식사를 하시고 나가셨다는 사실만 인지할 뿐이다.


소녀는 피곤했다. 장작거리들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었는지 어깨는 욱신욱신 거렸고, 소녀는 침대위에 걸터 앉으며 어깨를 주물렀다. 하지만 무언가 억누르는 느낌에 시원하기는 커녕 묘하게 더 욱신거리는 느낌이 기분 나빴다. 소녀는 주무르던 손을 떼고서 그냥 침대위에 눕기로 했다. 


행간 위에는 조용히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나의 리듬도 아닌것이 괴상한 조화를 만들어 내며 회색빛 하늘에 흐린 터치를 주었다. 마치 유릿면 같은 세상 풍경, 창문을 닫지 않아도 닫힌 것 마냥 희뿌연 세상속에 소녀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콧가를 맴돌았다. 소녀는 그것을 한 움큼 집어 삼키고, 그리고 내뱉었다.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이런 날씨라면 오늘 이 숲속 깊숙한 오두막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부모님도 오늘 안에 오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산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소녀는 배가 고팠지만 부모님 께서 맛있는 것을 사주실 생각에 즐거워졌다. 하룻밤 자고나면 사탕을 사오셔서 내 입에 물려주실 것이다. 하고, 소녀는 잠이들었다. 



2


넝마 로브를 두른 남자가 숲속을 어슬렁 거렸다. 이리저리 찢겨진 로브는 그간 그가 무슨일을 해왔는지 어렴풋 예상할 수 있게끔 해주었고, 피곤에 지친 얼굴은 장 시간동안 쉬지 않고 여행해왔다는 경력을 보여주었다. 


"헉... 헉..."


 남자는 잠시 제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찬 여행용 포켓을 뒤적거려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곰팡이가 핀 육포였다. 남자는 별로 개의치 않고 그것을 아작아작 씹었다. 질긴 육포가 썩으니 냄새도 고약했고, 질기기는 철을 씹는 것 같았다. 남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허기만 채우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런 걸로는 남자의 거구에 맞게끔 허기를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늘에는 뭉게뭉게 먹구름이 피어올랐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또 비가 내릴려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책없는 날씨라고 생각했다. 찬 공기는 뺨을 어루어 만졌고, 곧이어 떨어지는 한방울 한방울의 소리가 낙옆을 뒤엎었다. 여름도 아니건만 가을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린 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신의 장난인가.. 하고 남자는 로브에 달린 두건을 뒤집어 썼다. 하얀 입김이 불어나왔고, 그리고 그것은 이내 흩어졌다. 


'타박타박'


남자는 총총거리는 발소리를 들었다. 본래 비를 맞으며 그곳에서 한 숨 을 돌릴 생각이었지만, 저 어렴풋이 보이는 나무 사이로 어린 소녀의 형상이 보였다. 즉슨, 이 근처 어딘가에 인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남자는 아마 소녀가 숲지기의 딸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에게서 방 하나를 빌리고 싶었다. 남자는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소녀가 향하던 방향으로 걸었다.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남자는 간절했기 때문에, 환상이라도 그 환상에 기대고 싶을 만큼 피로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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