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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호랑이님] 둘이서 한 방에 한참 동안 - 까마귀 요괴와 노옹화구의 경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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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18 Dec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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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ZDX
둘이서 한 방에 한참 동안 - 까마귀 요괴와 노옹화구(老翁化狗)의 경우 - 1화


한가로운 어느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깬 폐이는 눈을 비비며,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지는 이불을 옆으로 걷어냈다.

폐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시계를 본다. 시간은 대충 11시 30분 전후. 늦잠도 이런 늦잠이 따로 없다.

옆 자리를 바라보면, 어젯밤 같이 잠들었던 치이는 이미 자리에 없다. 당연하지만 먼저 일어나서 바깥에 있을 것이다. 폐이는 일어나 앉은 채 침구를 방 한켠에 대충 발로 밀어두고 치이를 불렀다.

……물론, 폐이에게 '불렀다' 고 하는 것은 방밖에 있는 치이에게 연기로 글자를 보낸다- 라는 것이다.

[치이…… 잠자리…… 정리…….]

그러나 치이의 대답은 없다. 보통은 "아우우, 가끔씩은 폐이도 치우는 거예요!" 하고 불평이라도 들어오기 마련인데. 폐이는 고개를 한번 갸웃- 하고, 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연기의 글자 크기와 진하기를 조금 높여 다시 한번 치이를 불러 본다.

[치이- 잠자리- 정리-]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이 없다. 화장실에라도 들어가 있거나 집 밖에 나가 있는걸까. 폐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꼬르륵- 하고 뱃속에서 음식물을 요청하는 신호가 들어왔다.

일단 시간을 봐서는 지금은 점심때 쯤이고, 폐이는 늦잠 때문에 아침을 거른 상태였기 때문에 배고픔이 한층 깊어져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폐이는 허기 질때 섭취하고 싶은 식품 우선순위 0위로 빵으로 선택했다. 검은 한복 귀신과 치이는 항상 그녀의 빵사랑(이라고 쓰고 중독이라고 읽는다.)을 나무랐지만, 애초에 그런 것을 신경 쓸 폐이가 아니다. 아마 주방이나 냉장고안에 어제 먹다 남은 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폐이는 문 손잡이를 잡으려다가-

급속히 우울해졌다.

무슨 이유인지 요 근래 집 근처 빵집의 빵이 진열대에 나오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쓸려나갔기 때문에, 자신이 며칠 동안 빵 냄새도 맡아보지 못했다는걸 뒤늦게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어제 먹고 남은 빵'이라니. 폐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문 앞에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있었다.

-꼬르륵

눈치없는, 그러나 현실적인 허기가 폐이의 슬픔을 툭툭 치고 든다. 폐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기억속의 '어제 먹고 남은 빵' 이라는 멋지고 행복한 단어를 '5일 전에 먹고 없는 빵' 이라는 생기없고 우울한 단어로 바꿔 넣고, 식품 섭취 우선순위 3000번대 쯤에 있는 밥과 반찬을 섭취하러 가기 위해 문 손잡이를 돌렸다.

-찰칵, 찰칵.

처음엔 어라? 하고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리고 그 다음엔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몰려온다. 문 손잡이는 제대로 돌아가지만, 그것 뿐이다. 폐이가 아무리 힘을 주고 용을 써서 밀어봐도, 뭔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 문 너머에 놓인 것처럼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밖의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 문을 두드린 폐이는 순간 손에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힘이 약하고 강하기를 떠나서, 어쨌든 폐이는 요괴 나부랭이고, 평소 집안에 없던 요력의 흐름을 느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에는 분명히 이질적인 요력이 순환하고 있었다. 폐이는 이번에는 문 옆의 벽을 집어본다. 확실히 문과 동일한 요력의 순환이 흐르고 있었다. 이쯤에서 폐이는 이 요술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이 방은 지금, 하나의 결계가 되어 안과 밖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폐이는 뭔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가 있듯이, 본래 결계라면 그것을 풀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보통 결계를 친다고 하면, 대부분의 술자들은 그 열쇠를 숨기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상식이지만, 지금 폐이가 갇혀 있는 이 결계는 그 열쇠를 각별히 숨기려 하지 않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비칠 정도로 얇은 종이 밑에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넣어둔 셈이랄까. 사실 폐이는 그 결계를 푸는 방법을 손을 문에 댔을 때부터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그것은 아무리 요력을 다루는 것이 미숙한 요괴라도 (예를 들면 바둑이라던가.)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만, 너무 눈에 뻔한 함정은 오히려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잠시 고민하던 폐이는 어차피 가만히 있어봐야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꺼림직하지만 답을 제출해보자고 결정했다. 요력의 흐름을 파고들어, 술식(요력의 순환)의 자물쇠에 열쇠가 되는 자신의 요력을 그 사이에 끼워넣는다.

그러나 결계는 깨지지 않는다. 폐이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챘다. 이 결계는 아주 얇은 결계가 몇 백 겹씩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벽과 같은 것이다. 하나의 자물쇠가 하나의 열쇠로 돌파되더라도, 나머지 자물쇠들이 모양이 다른 열쇠를 수없이 요구하며 건재하게 버티고 서있다. 폐이는 이 결계를 다 뚫으려면 얼마나 많은 요력이 필요할지를 어림해본다.

잠시후에 나온 계산결과는 폐이에게 낭패감을 잔뜩 안겨주었다. 결계를 이루는 요력의 양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자신이 한 달 동안이나 밤을 꼬박 새우며 퍼부어야 하는 양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폐이는 어쩐지 시무룩해져서, 방문을 등쪽으로 기대고 주저 앉았다.

-꼬르륵

잠시 잊고 있었던 허기가 몰려온다. 폐이는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방에서도 못 나가는 상황에서 식품 섭취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지만, 이왕 환상을 바랄 것이라면 더 좋은 환상을 바라는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도 같이.

………얇은 게 겹겹히 쌓였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왕이면 빵 중에서도 페스츄리가 좋겠다.

폐이는 머릿속으로 페스트리의 모범적인 양상을 그려본다. 너무 눅눅하지도 않고, 너무 바삭거리지도 않는 그런 페스츄리를. 생각하다보니, 어딘지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근처 빵 집 중에서 아주 모범적으로 딸기 페스츄리를 만드는 집이 있었던 것 같다.

소망(망상)을 그리며 그렇게 그렇게 앉아있다 보니, 추위가 살짝 살짝 피부를 간지르며 모범적인 페스츄리의 모양을 망가뜨린다. 일단 어젯밤 TV 일기예보는 오늘이 근래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모양이다. 폐이는 방 한켠에 밀어두었던 이불을 끌어왔다.

어쩐지 이불이 전에 느꼈던 것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한 것 같다. 폐이는 이불을 돌돌 말아 감고, 도롱이 같은 모습이 되어 문 앞에 웅크리고 눕는다.

폐이는 슬금 슬금 졸음이 찾아오는 걸 느꼈다. 어쩐지 모르게 허기도 방해해오지 않는다. 이불의 부드러움과 따뜻함 때문일까. 몸이 나른해지고, 폐이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꿈을 꾼다면, 역시 빵을 잔뜩 먹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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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허접합니다. 개인적으로 폐이 성격 묘사도 제대로 안됬다고 생각하고...
글 쓰는게 익숙하지 않은 초보의 글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러려니 하고 봐주세요.
제목 보고 짐작가신 분들도 있겠지만 자작 캐릭터 등장합니다.
거부감을 느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적어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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