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그 누구도 맹세를 떠맡지 못하고[살육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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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8 Feb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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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hurye01
협업 참여 동의

 생기를 잃어버린 낙옆들의 단말마를 짓밟으며 아이작 포스터, 잭은 레이를 품에 안고 보호소부지를 달렸다.
 “잭······머리에서 피가······.”
 “이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피딱지들을 떼어내며 레이는 자신의 얼굴에 맺혀있는 눈물 방물들도 닦아낸다.
 “손 치워! 안보이잖아!”
 “······미안.”
 고개를 격렬히 흔들며 레이의 손을 뿌리친 잭은 뒤에서 들려오는 경찰들의 말을 무시하며 침묵으로 달렸다.
 들어올때 찢어놓은 철창을 지나 완전히 추적을 따돌렸다 생각될쯤에 잭은 붕대에 불편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 아까의 웃음은 꽤 괜찮았어.”
 “······? 아까라니, 어디?”
 “어디긴! 그 방말이야!”
 “······그러면 왜 그때 죽이지 않고 굳이 나온거야?”
 “······모르겠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하늘의 푸른 달빛이 세상을 비추고 둘을 비출때 달빛을 가르고 침묵을 찢어놓은 굴직하면서도 짜증나는 헬기의 날개소리가 그 고요를 비집고 들어와 인공적인 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춘다.
 “칫, 끊질기잖아!”
 하늘에서 표면상의 경고를 스피커로 내보낸 후 경고사격을 사정없이 잭의 주위에 쏟아 붓는다.
 움찔하며 레이는 잡고있었던 잭의 후드를 더 강하게 잡는다,
 “······잭, 그냥 나 여기서 죽여.”
 “······싫어.”
 아직 꺼지지 않은 헬기의 스피커에서는 헬기 안의 대화가 둘에게 들려왔다.
 “선배, 그냥 쏘면 안돼요? 어차피 사형수잖아요.”
 “시꺼 임마. 그랬다가 까이는건 니가 아니라 나란 말이다.”
 “이러다가 또 도망치면 어떻게 해요!”
 “잘못해서 저 여자애가 맞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어차피 쟤도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라면서요!”
 “아직 완전히 판명도 안났고 미수일뿐이야!”
 위에서 아직 스피커가 켜진걸 모르고 한창 떠들고 있을 때 밑에서 레이는 잭을 한창 설득중이었다.
 “봐. 이대로 나를 안고 뛰다가는 분명히 총살 당할꺼야. 나 같은건 빨리 죽여버리고 혼자서라도 달아나. ······맹세, 했잖아?”
 “망할 놈의 맹세! 맹세할때 시간같은건 말 안했으니까 상관없잖아! 언제 죽이던!”
 “······그런, 망언.”
 “망언? 어려운 단어는 모르겠고 너는 지금 안죽어!”
 “······잭 다    .”
 저 하늘에서 내려와 레이의 가슴을 꿰뚫는 그 회전하는 총탄, 작은 천사는 헬기의 회전날개소리도, 그 바람에 휘날리는 무기질적인 낙옆의 소리도, 레이의 말허리마저 끊은채 레이에게 고통과 공포, 그리고 자책감을 심겨주었고 잭에게는 놀람과 짜증, 분노, 그리고 레이가 아닌 저 하늘의 강철로 된 천사에 향한 강한 살의를 심겨주었다.
 “저 망할 것들이이이이이이이이이!!!!!!”
 주체할 수 없는 살의에 잭이 목을 치켜들며 괴물로 변한다. 그 괴물의 눈에는 더 이상 빛은 존재하지 않고 치켜든 괴물의 시선끝에는 덜덜 떨며 총구를 향하고 있는 경찰관이 있었다.
 분노에 휩싸인 잭의 몸은 화상입은 피부의 상태를 더더욱 악화시키고 흘러나오는 진물의 더러운 냄새가 잭의 온몸을 감싼 붕대를 썩힌다.
 그럼에도 온몸의 근육은 분노를 표출하며 폐를 압박하고 목을 조른다, 위장을 뒤틀고 스스로를 터뜨린다. 덜덜 떨리는 총구에서 발사된 작은 천사가 잭의 종아리를 스칠때도 잭은 살짝 움찔하다 곧바로 다시 일어나 찢어진 근육들을 혹사시키며 더 이상 무리라고 외치는 온몸의 단말마를 무시한다.
 “·······잭······.”
 그 떨리는 목소리, 작고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가녀린 목소리에 괴물은 순식간에 인간이되어 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는다.
 “레이!”
 “미안,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려서.”
 힘없이 떨리는 레이의 아랫입술은 이제는 말할 기운조차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온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맹세를 지키지 못한 우매하고 추하면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
 “레이?”
 “······.”
 “야, 맹세는?”
 “······.”
 “우리 둘의 맹세는 어떻게 되는건데!!!”
 “······.”
 “모르겠다. 맹세고 뭐고. 다 짜증나. 다 짜증난다고!!”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작 포스터는.
 레이첼 가드너는.
 서로, 말 없는 불만을 터놓으며, 그저 한없이 서로에게 벌을 주고 서로에게 속죄하는 포옹을, 고통을, 분노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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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y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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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hurye_jasic

문피아 연재작: https://blog.munpia.com/hurye/novel/7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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