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악의 하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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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3 Feb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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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hurye01
협업 참여 동의

 말 발굽이 이웃나라의 잘 정돈된 거리에 따각거리는 소리와 호화로운 마차를 보고 모여든 주민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마차안에 어지럽게 울린다.
 그 안에는 마주보고 앉아있는 금발의 하인과 금발의 왕녀.
 아무말없이 눈을 찡그리고 있는 왕녀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단 표정을 하곤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고 경쾌하게 덮으며 간접적으로 금발의 하인에게 명령한다.
 “어라, 간식시간이네.”
 “다녀오겠습니다.”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움직이는 마차안에서 내려 시장의 인파속에 스며든다.
 지나가는 여성에게 물어 근처에서 브리오슈가 가장 맛있는 빵가게가 어딘지 묻고는 대답을 들은 후 감사인사를 하고 곧바로 그 빵집으로 향한다.
 건물 앞의 가판대에 빵들을 진열하는 초록 머리의 여자아이, 어린아이가 고른 빵을 상냥하게 웃으며 계산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하인은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하인의 낌새를 알아챈 그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하인을 맞아주었다.
 “어서오세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열이 오른 하인은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물어보았다.
 “브리오슈 한바구니 구매 가능합니까? 될 수 있으면 가장 좋은걸로 부탁드립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간 초록머리의 그녀는 잠시 후 바구니를 하나 들고 나와 금발의 하인에게 건넨다.
 “어디 높으신 분에게 드릴건가 보죠?”
 바구니를 건내받다 닿은 손가락에 놀라고 기쁨을 만끽하던 금발의 하인에게 초록머리의 그녀는 물어왔다.
 “예, 왕녀님께 바치려고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단정하게 대답한 하인에게 그녀의 낯빛은 걱정빛으로 물들었다.
 “저희 가게걸로 괜찮으신가요? 높으신 분의 입맛에는 안맞을수도······. 아, 지금 따끈따끈한걸로 새로 만들테니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슬쩍 바구니 위의 손수건을 들쳐 내용물의 품질을 확인한 하인은 그녀에게 괜찮다고 전하고는 금화 2닢을 손에 쥐어주고 돈이 많다며 돌려주려는 그녀를 뿌리치며 시장의 인파에 다시한번 스며들었다.
 어째서일까 빵 가게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하인이 그녀와 닿은 장갑 낀 손을 쳐다보는 빈도는 늘어나고 하인의 얼굴도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이웃나라 왕이 마련해준 방의 커다란 창문에선 밝은 보름달 빛이 방 전체를 물들이며 그 한가운데의 쿠션 의자에 등받이에 배를 대고는 금발의 왕녀가 다리를 흔들며 그녀의 금발 하인이 브리오슈를 사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름칠이 잘 되어있지 않은 문에서 기괴한 문 여는 소리가 금발 하인의 도착했다는걸 알리고 왕녀는 슬리퍼도 신지 않은채 문 앞으로 뛰쳐나갔다.
 갑자기 뛰어든 왕녀에게 살짝 놀라면서도 인사는 빼먹지 않고 한 금발의 하인은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브리오슈가 담긴 바구니를 건내고 왕녀가 받아 의자로 돌아가 등받이에 배를 대고는 손수건 속으로 손을 넣어 브리오슈를 하나 꺼내 자신의 입에 가져간다.
 문을 닫고 문 앞에 단정하게 서 있는 하인의 얼굴을 브리오슈를 우물거리며 지긋이 바라보던 왕녀는 갑작스레 브리오슈를 집어던지고는 말했다.
 “맛없어.”
 왕녀의 예상하지 못한 왕녀의 반응에 하인은 당황했다.
 ‘오늘의 브리오슈는 분명 최상급이었을 텐데.’
 왕녀가 던진 브리오슈를 하인은 직접 먹었다.
 ‘맛있는데?’
 “렌,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에겐 반박할 권리조차 없으니,
 “목을 가져와줘.”
 그저 그녀의 명령을 따를뿐,
 “·······다녀오겠습니다.”
 그것이 그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그의 운명일지니.
 “언제나 고마워 렌♡”
 커다란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달빛조차 그녀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여 즐겁단듯이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금발의 하인이 점점 멀어질수록 기괴하게 커져만간다.

 낮과는 정 반대로 인적 하나 없는 달빛에 의지하여 낮의 빵 가게를 찾아간다.
 낮과는 달리 허리에 긴 칼을 찬 하인이 기억을 더듬어 도착한 그곳에는 창문의 너머로 등불 빛이 보였다.
 닫혀있는 문의 유리 안쪽으로 그녀가 등불 빛에 의지해 빵 반죽을 만들고 있던 것이 보인다.
 문을 똑똑 두드리자 그녀가 밀가루로 더러워진 손을 털고 문을 열어준다.
 “아, 낮에 오셨던 분이시네요. 왕녀님께서 브리오슈는 맘에 들어하셨나요? 아, 그래 잔돈을 드릴께요 너무 많이 주셔서······.”
 ‘웃지 않는다’
 “······.”
 “손님?”
 ‘어째서일까, 어째서. 어째서 그녀는 죽어야만 하는거지? 어째서 나는 그녀를 죽이면 안되는거지? ······평소에 자주 있는 왕녀의 변덕일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슬픈거지? 가슴이 너무 아파, 식칼에 찔렸던 상처보다 더 깊이, 한 없이 깊이, 가슴이 아파.’
 “괜찮으세요?”
 ‘······그래, 단순한 거잖아.’
 “손님.”
 ‘그녀는 왕녀고, 나는 하인이니까.’
 “손님!”
 “!”
 걱정빛으로 물들어 있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금발의 하인이 비치고 있었다.
 “왜 울고 계세요······.”
 ‘울어? 내가? 아냐, 안돼. 맹세했잖아. 「그녀를 위해서라면 악이라도 되어 주겠어.」라고.」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운 내세요······.”
 초록머리의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인의 머리를 살짝 끌어안는다.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온기에 눈을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말한다.
 “웃어주세요······.”
 “네?”
 갑작스럽고 황당한 요구에 그녀는 약간 놀랐다.
 “웃어주세요, 웃어줘, 웃어달라고······.”
 “자, 잠깐만요······!”
 “웃으라고!!!!!”
 소리치는 그에게 겁먹은 그녀는 약간 움츠러 들었다가 살짝 그에게 웃음을 비춰보인다.
 “헤···헤헤?”
 짧은 절단음.
 각각 따로 쓰러지는 그녀의 머리와 몸에서 피는 뚝뚝 흘러나와 끝없이 흘러나오는 그의 눈물과 섞인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한없이 상냥한 건가요.”
 칼을 내던진 그는 힘없이 쓰러져있는 그녀의 손에 주먹만한 금덩이 두개를 쥐어준다.
 그녀가 목숨값으로 지불하라고 했던 금. 일반인은 평생 구경도 못할 금액.
 “죄송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이건 전부 제 잘못이니 잔뜩 저를 원망하세요. 마음 내키는 만큼 저를 저주하세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절단면을 받치고 있는 손수건을 완전히 피로 적신 초록머리칼의 머리는 금발의 하인에게 안겨 천천히 왕녀의 방으로 향했다.
 몸으로 끼익 거리는 문을 열어 왕녀의 세상으로 들어간 하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왕녀에게 그 머리를 보여준다.
 “그게 렌이 좋아하는 사람?”
 “······!”
 “아아, 놀란표정 하지마. 하지만 렌의 얼굴에 사랑에 빠졌다고 외치고 있었는걸.”
 “알고 있으면 어째서······!”
 이미 울어서 퉁퉁 부어버린 그의 눈은 더더욱 수분을 쏟아내며 그의 통곡을 표현한다.
 “그치만, 렌은 평생 나를 돌봐줘야 하잖아?”
 아무 말 없이 그저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눈물만을 뚝뚝 흘리는 하인을 바라보면 왕녀는 직접 다가가 하인을 위로한다.
 “자, 렌 이런 징그러운건 던져버리고 피 묻은 장갑도 벗고 이리 와서 좀 앉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머리를 툭 쳐서 떨어뜨리는 왕녀의 모습에 하인의 눈물은 순간적으로 뚝 끊겼었다. 하인을 그녀의 침대로 이끌어 걸터앉힌 왕녀는 빛을 잃어버린 하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껴안는다.
 “나만은 평생 너의 곁에 있을테니까.”
 왕녀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도 옆에 누워 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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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y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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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hurye_jasic

문피아 연재작: https://blog.munpia.com/hurye/novel/7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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