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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동프대] 블루스를 위한 현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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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지금으로부터 조금 옛날, 블루스가 환상향에 들어오게 되었다. 블루스 음반들이 무연총에 쌓이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도 비록 몇 대 되지 않지만 함께 들어왔다. 


 바깥세상에서 블루스가 잊히고 만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어떠한 과정을 거쳐 흘러들어왔을 뿐인지.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긴 하겠지만 실제로 어떠한지는 모른다.


 그렇게 무연총에 들어온 음반과 재생기기를 주운 것은 잡동사니를 찾아보기 위해 물건더미를 뒤적거리던 모리치카 린노스케. 언제나처럼 자신이 주운 물건을 자신의 가게에 진열해 놓자 한 손님을 만난다.


 “저기, 코우린, 여기 이 네모난 판때기들은 뭐야? 겉에 사람 얼굴이 나와 있는데.”


 그녀는 키리사메 마리사, 금빛 머리카락과 그와 같은 색의 눈을 가진 소녀로, 인간의 몸으로 꾸준한 노력을 하여 어지간한 요괴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게 된 마법사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대견하지만, 린노스케에게 그녀는 매번 대가 없이 물건을 가져가는 다소 철없는 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CD라고 하는 것 같던데. 여기 이쪽에 힘을 주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CD 케이스가 열려 그 안의 CD가 드러났다. 


 “오, 열렸다. 근데 이 둥근 건 또 뭐지?”


 “이쪽이 본체. 노래를 녹음해둬서 이 CD 플레이어라는 것과 함께 사용하는 것 같아.”


 “헤에, 한 번 사용해 보는 게 어때?”


 “안 그래도, 오늘 이게 뭔지 알아내고 한 번 틀어보려 했지만.”


 린노스케는 혹시라도 CD가 부서질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케이스에서 CD를 빼내, CD 플레이어의 상단 뚜껑을 열고 그 안에 CD를 넣었다. 그런 다음 다시 뚜껑을 원래대로 닫아놓고, 한자로 재생이라 되어 있는 버튼을 눌렀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데?”


 “어째서인지, 작동이 되지 않는 모양이야.”


 “으음, 사용법이 잘못된 거 아니야?”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생김새를 보았을 때 이렇게 쓰는 것 같아 보인다만.”


 언제나처럼, 사용할 순 없는 도구가 늘어났을 뿐이겠지, 하고 말하며 린노스케는 CD를 빼어 원래의 케이스에 다시 조심스레 넣어두곤, CD 플레이어를 구석에 넣어두려 한손으로 잡았다. 


 그 때, 마리사의 양손이 린노스케와 마찬가지로 CD 플레이어를 잡았다.


 “무슨 생각이지?”


 “흐으으으음, 흥미로워서 말이야. 그 CD에 있는 노래라는 걸 한 번 들어보고 싶어졌거든. 저쪽, 요괴의 산에 있는 캇파들이라면 이걸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캇파들이라,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마리사, 너 거기 들어갈 수는 있어?”


 “그래서 그것 때문에 아직도 출발을 안 하고 고민 중이라 말이야. 으음, 으으으음, 어떻게 한다나, 으으으음.”


 딸랑, 딸랑, 하는 종소리가 그런 그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바람을 맞은 풍경이 낸 소리다.


 하얀 옷을 입은 흑발 흑안의 텐구가 향림당 안에 들어왔다.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무엇인가를 메모하기 위한 수첩이 꽂혀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인가, 하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날고 있자니 소위 기자로서의 센스, 라는 게 울리더란 말이죠, 아하하, 뭔가 흥미로운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들어왔습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밝은 미소를 지으며 존대하는 정중한 소녀, 그러나 그녀의 펜에 의해 쓰이는 기사들은 저 태도와 정반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에게 그런 태도는 오히려 거북스럽다.


 “훠이, 훠이, 저리가, 악덕 기자, 라고 하고는 싶지만, 딱 맞는 타이밍에 나타나버렸네.”


 “아야야, 혹시 두 분,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요?”


 “그런 것은 아니다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린노스케는 들고 있던 CD 플레이어를 아야에게 내밀었다.


 “이 기계를 캇파들에게 맡겨주겠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칠 수 있게 말이야.”


 일단 그 기계를 받아든 아야는 이를 돌려보며 관찰하고, 처음 본다는 표정을 하였다.


 “이것 자체가 매우 생소한데 말이죠.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겁니까?”


 “CD 플레이어라고 하는 기계인데, 이 CD라는 걸 넣으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하잖아. 바깥세상의 노래라니,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이 말이지.”


 헤헷, 하고 웃으며 말을 한 마리사의 말을 듣고, 아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해드릴 수는 있겠지만, 이게 고쳐지고 난다면 곧바로 기사로 써먹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실지요?”


 “상관은 없겠지. 마리사, 혹시 뭐 찔릴 구석이라도 있어?”


 “그다지. 나는 일단 한 번 들어볼 수만 있다면 대만족이라고. 거기다 어차피, 여기서 거절하더라도 써먹을 게 틀림없잖아.”


 그렇다면야, 하고 말하며 아야는 CD 플레이어를 들고 문 밖으로 나섰다. 날아오른 아야는 음, 일단 부탁을 받았으니 그것부터 먼저 처리해둘까요, 하고 생각하며 요괴의 산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녀 주위의 공기가 헤쳐지듯 날아가며 그 밑의 나무들 역시 공기의 흐름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칭 환상향 최속의 요괴이기에 도착하는 것도 빨랐다. 얼마 되지 않아 강가의 캇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도착한 그녀는 카와시로 니토리의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손님이 왔어요, 카와시로 니토리 씨-.”


 “응, 나가고 있어-.”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열린 문, 나온 것은 청발 청안의 녹색 모자를 쓴 소녀였다. 그녀는 카와시로 니토리, 꽤나 유능한 캇파이다. 여러 도구들이 고장 났을 때 수리를 맡길 수도 있고, 새로운 도구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아야 자신도 애용하는 카메라를 맡겼던 적이 꽤나 많다. 그때마다 적지 않은 돈이 깨지긴 했지만.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또 카메라? 그렇다면 이천 엔 되겠습니다앗.”


 “카메라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가격부터 말하는 게 당황스럽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제 카메라 문제로 온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샤메이마루 아야는 왼손에 들고 있던 CD 플레이어를 니토리에게 건넸다.


 “음, 이걸 고쳐달라고? 아니면 이게 어떻게 쓰는 건지 알아봐달라고? 혹시 매각하려는 거라면 그건 안 돼.”


 “전자에요. 향림당의 점주와 숲의 마법사가 이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고쳐 달라 부탁했어요. CD 플레이어라고 했던가.”


 “일단 한 번 봐보고 말해주겠지만, 그럼 돈은 누가 내는 거야?”


 “뭐, 저한테 부탁한 그 두 사람이 내지 않을까요.”


 그렇게 가볍게 말한 아야의 말을 듣고, 그렇다면야 오케이, 하고 말한 니토리는 이를 들고 건전지 슬롯을 열어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구동의 확인을 위해 여러 버튼을 눌러보았다. 


 “고칠 것도 없는데?”


 “그런 것치곤 뭔가 작동은 안 되던 것 같은데 말이죠.”


 “건전지가 안 들어 있어서 그래. 봐봐, 여기, 텅 비어 있잖아?”

 

 “건전지라면 제 카메라에 들어 있는, 그 힘을 담아두는 그릇 같은 거라고 했었나요?”


 “간단히 생각하면 그런 거야. 어찌 되었든, 그럼 건전지를 팔아야겠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나에 오백 엔입니다-앗.”


 “외상은 안 되나요?”


 “물론.”


 “......선금, 안 받았는데.”


 나중에 또 시켜먹을지도 모르니 하나보단 두 개를 사가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한 아야는 천 엔을 내고 건전지 묶음 두 개를 사갔다. 거기다 어차피 저들이 대신 내주지 않겠던가.


 향림당으로 돌아온 아야는 당주만이 남아 있으리란 예상과는 달리 마리사 역시 아직 남아 있었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 상당히 심심했든지, 아니면 정말로 들어보고 싶었던 건지, 어느 쪽이든 꽤나 기대하고 있단 말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오, 빨리 돌아왔네.”


 “빈말로 환상향 최속이 아니거든요. 고장은 아니라고 하고, 그냥 건전지가 없어서 재생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건전지 두 개를 사왔으니, 천사백 엔 되겠습니다.”


 사백 엔은 심부름 값으로 하죠, 하고 생각하며 원가의 오분지 이를 추가로 붙여 두 명에게 청구했다.


 “에, 돈까지 내야 하는 거야?”


 “당연하죠. 거기다 이 건전지라고 하는 건 일단 소모품이라 그 다음에도 다 떨어지면 돈을 내고 사야 한답니다.”


 “뭔가 사기 당한 느낌이네…….”


 뒤적뒤적, 품속의 지갑을 찾아 꺼낸 마리사는 칠백 엔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천사백 엔이라니까요.”


 “코우린.”


 “아무래도 나도 절반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군.”


 나는 굳이 돈까지 내며 들어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하고 린노스케는 중얼거리며 서랍을 열어 돈을 꺼내 내밀었다. 평상시 거의 쓰지 않은 듯 살짝 먼지가 끼어 있는 지폐였다. 탁, 탁, 하고 책상에 지폐를 털어 먼지를 떨쳐낸 아야는 이를 지갑에 넣어두고, 건전지 두 개를 내밀었다.


 그녀가 내민 건전지를 그냥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두 사람을 본 아야는, 아차, 건전지를 써 본적이 없는 건가, 하고 생각하여 그들 대신 CD 플레이어의 건전지 삽입구 뚜껑을 열어 건전지를 넣어 보였다.


 “자, 이제 CD라는 걸 넣고 재생하면 될 거에요.”


 “좋아, 그럼 이제 한 번 들어보자고!”


 조심스럽게 CD를 꺼내던 린노스케와 대조적으로, 마리사는 다소 흥분된 몸짓으로 맨 처음 집었던 CD 케이스에서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시켰다. 세 시 경의 블루스가 흘러나왔다.


 느긋하고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악기의 음색, 다소 거칠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모여 있던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노래에 적응이 된 마리사는 입을 열었다.


 “묘하게, 프리즘리버 소령악단 노래랑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노래네.”


 “으음, 확실히. 그 쪽이 조금 더 현란하고 화려하다면 이쪽은 뭐랄까, 투박하게 감정을 부딪혀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상당히 노래가 괜찮네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놀랐어요.”


 이미 프리즘리버 소령악단의 연주를 여러 차례 들으며 서양 음악, 그 중에서도 재즈의 음색에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진 그들에게 블루스는 상당히 편하게 다가왔다.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다시금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띠-잉 하는 기타 소리를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났고, 다음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노랫소리만이 퍼지는 향림당. 


 떨리는 목소리의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CD는 재생을 멈췄다. 잠시 간의 침묵이 향림당에 맴돌았고, 이를 깬 것은 이번에도 마리사였다.


 “가사가 약간 구슬프고 통속적이긴 하지만, 음, 좋은 노래야!”


 “헤에, 이해할 수 있는 건가요, 이 가사를. 인간들이 영어를 알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이래 뵈도 학구파라고, 엣헴. 그 정도야 우습지.”


 “흐음, 그건 그렇고, 이 CD 플레이어는 이제 넣어두도록 하지. 고장 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CD 플레이어를 치우려는 린노스케의 손목을 붙잡는 두 소녀. 


 “잠깐, 그럼 이 CD 플레이어는 팔지 않는 건가요.”


 “맞아, 코우린, 나한테 넘기라고. 값은 제대로 쳐줄 테니까.”


 “마리사, 네가 제대로 값을 쳐준 적이 몇 번이나 있는지가 궁금한데. 어찌 되었든, 이 CD 플레이어는 비매품이야.”


 “어라라라, 독점하려는 건가요, 모리치카 린노스케 씨?”


 “독점은 옳지 않다고, 코우린.”


 “정 듣고 싶다면 향림당으로 찾아오면 되지 않을까.”


 “뭐, 그렇긴 하지만요.”


 “아냐,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 전처럼 우리가 없는 사이에 모습만 똑같은 가짜로 바꿔치기해놓곤, 고장나버렸다, 하는 핑계나 댈 게 뻔하니까, 그렇지?”


 “......진짜로 고장내버렸다니까, 그 때 그 게임보이던가 뭔가는.”


 “아-무-튼, 절대 못 넘겨줘!”


 이렇게 되니 이 CD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골치 아파졌다. 마리사와 실랑이를 벌이느니 그냥 내다 줘버리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던 터다.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려던 차에, 아야의 음흉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뭔데?”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분명 자신에게 좋은 결과는 없으리라 예감한 린노스케다. 그리고 예감은 어느 때처럼 틀리지 않았다.


 “서로 여기 나온 노래를 불러서, 더 잘 부르는 사람이 차지하는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안 그래도 귀찮아진 상황을 더 귀찮게 만드는 말이었다.


*


글로 죽을 쑤는 정도의 능력

Writer

형이상학적

글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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