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미드나이트 블루 2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2. 블랙 러시안


 집 안은, 나올때 그랬던 것처럼 불이 밝혀진 채 그대로다. 혼자 사는 것에는 이제 한참 익숙해졌지만, 밤에 불이 꺼져있는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적응할 수 없었다. 아주 처음에는 집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어, 어쩔때는 기대를, 또 다른 때는 공포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집에 아무도 없으리라는 것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외투를 벗어던져놓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도, 어쩐지 그다지 일을 시작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나는 냉장고에서 보드카와 깔루아를 꺼내 대충 섞어 잔에 미리 채워놓고 컴퓨터를 켰다.
 일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에 해야 할 분석에도 무슨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억을 인출해 의식화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뉴런들에 대한 스캐닝 결과였는데, 주제는 거창하지만 그걸로 하는 계산이란 결국 지루한 행렬 연산의 연속일 뿐이다. 약간 까다롭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해진지 오래라 느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젠 까마득한 예전 일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언젠가 계산하는 자체가 재밌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만 계산이 끝난 뒤의 개운함 비슷한 것이 가까스로 동력이 되어주고 있었다.
 커피향 알코올이 입에 들어가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너무 거대해서 의미가 없는 행렬들을 전처리해서 정리한 것을 서로 연결하고, 거기다 실험으로 얻어낸 표본을 입력했다. 나는 잔을 든 채, 마지막으로 명령어들을 점검한 다음 계산을 시작했다.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 시간이 찍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걸릴는지는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술은 아직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고, 나는 그걸 마저 홀짝이면서 시간을 보낼 것들을 찾았다. 시선을 돌리는 중에 문득 책상 위에 올려뒀던 작은 선인장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너라도 선인장 정도는 키울 수 있겠지, 라는 얼토당토 않은 레이블을 붙인 채로 정민이 선물해준 것이었는데,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살아남아 있었다. 키운다기에는 도대체 자라고 있는 것인지, 아니, 처음부터 자라지 않는 종류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술기운이 돌아서 그런지 문득 그 화분에다 남은 술을 부어보고 싶다는, 어처구니 없는 충동이 들었다.
 관계라는 것들이 이미 거의 너덜너덜해져 남아있지 않은 내게, 정민은 아직 서로 이야기를 붙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정도의 사람 중 하나였다. 어떻게 내 생일을 알아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 선인장 화분도 생일 축하라는 명목 아래에서 선물해준 것이다. 생일 선물을 교환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란 어느 정도의 두께인 것일까?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도 대단치 않은 정도일 것이리라는 추측이 떠오르긴 했다.
 어쨌건 그 화분이 말라있었다면 물을 주면서 몇 분 정도를 더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확히 나흘 전에 물을 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도 시간을 보낼 일을 찾다가 화분이 눈에 띄었다고 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신 눈에 띈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눈에 띄는 대목이 나올 때까지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전화가 울렸다.
 - 나야.
 어차피 그 전화를 건 게 정민이라는 것은 화면에 이미 찍혀 있었다.
 - 무슨 일이야? 갑자기.
 -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싶어서. 어때?
 나는 이제 얼음밖에 남아있지 않은 잔을 들여다보았다.
 - 벌써 마셨는데.
 - 집 아니야?
 - 집이야.
 - 얼마나 마셨는데?
 - 한 잔.
 - 조금 더 마셔도 괜찮지 않아?
 실제로 잔에 보드카를 조금 더 채울까, 하는 생각을 하던 도중이긴 했다. 조금 더 마실 수 있지 않나 하는 식의 이상한 설득은 우스웠지만, 더 마실 수 있는 정도를 넘어 한 잔 더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던건 어쨌든 사실이다.
 - 어디에서?
 내가 물었다.
 - 퍼플.
 그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퍼플은 내가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칵테일 바였다. 아마 굳이 그곳의 이름을 부른 곳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일단 시계부터 들여다봤다. 시계는 이제 8시 30분이 조금 넘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 10시 정도면 괜찮은데.
 - 10시?
 - 일도 조금 끝내고.
 과연 계산이 20분 안에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정도에서 끝난다고 하면, 그 후 다음 계산까지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시간에 운전해서 거기까지 도착할 때까지 걸릴 20분 정도를 더하면 대충 10시 쯤이 되겠다 싶었다.
 - 그러면 그 때 봅시다.
 전화를 끊고, 컴퓨터 화면을 다시 한 번 흘끔 바라보았다. 전화하는 동안 진행 정도가 조금 늘어난 상태였다. 나는 다시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성격이 급하기 때문인지 책을 아무데나 펼쳐놓고 거기서부터 읽어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소설의 결말을 먼저 읽고 나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잦았다. 비슷하게 줄거리와 반전 따위를 이미 알 만큼 안 상태로 영화를 볼 때도 있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줄거리가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는지 따위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음 계산을 시작해놓고 나서 집을 나섰다. 어차피 길어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리지는 않을 거라는 걸 생각해보면 쓸데 없는 지체일 수도 있다. 어쨌건, 나는 차에 올라 목적지를 설정했다.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수요일이라는 요일의 문제일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상점들의 조명에 비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검은 인영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예나 지금이나 거리의 모습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수명이 다 할 때까지 건물을 보수하고, 보수할 뿐 새로 짓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으니까. 그래서,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수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거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퍼플은 골목 한 쪽 모서리 2층에 있는 작은 바였다. 사실 다른 곳에 가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그게 작은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테이블이 셋 정도에, 전체적인 모습이 꼭 원래 공간을 반으로 잘라놓은 듯 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뿐이다.
 "오랜만이네요."
 바텐더 하린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자주 좀 오세요. 얼굴 잊어버릴 것 같은데."
 "전 그보다 지금까지 제 얼굴을 기억하고 계신게 더 신기한데."
 얼굴을 알아보는데 문제가 있는건지, 아니면 기억에 문제가 있는건지,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데도 약했고, 조금만 비슷하게 생겼다 싶으면 전혀 다른 사람과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는 사람이 자주 오니까 잘 안 잊어버려요."
 그러고나서 나는 정민을 찾았다. 그는 바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를 찾느라 시선을 돌리는 중에 그가 손을 들고 살짝 흔들어보였다.
 "기다렸어?"
 내가 물었다.
 "기다렸다고 할 것도 없지. 아직 10시도 안 됐으니까. 어쨌건, 뭐 마실 거야?"
 "블랙 러시안?"
 집에서 마셨던걸 또 마신다는게 이상하지 않나 싶기는 했지만, 역시 주문하자니 생각나는건 그것 밖에 없었다.
 "난 그거 독하던데."
 "그정도면 독한 것도 아니지. 수애는 바카디만 마시잖아."
 사실 그건 전적으로 수애가 특이한 케이스인 것이라 적당한 예는 아니었다.
 "걘 분명히 간에 문제가 있을 거야. 아니면 기능이 너무 좋은 거겠지."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다는데. 그러면 기능이 특출난 편에 속하는 건가?"
 아마 자주 마시는 게 아니니까 그렇겠지만, 나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는 미도리 사워를 골랐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바 안쪽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한쪽에 테이블을 잡고 있는 두 명 정도가 눈에 띄었다. 그런걸 살피는 것보다는 무어라 할 말을 떠올리는 편이 나을텐데, 누군가와 만났을 때 꺼낼 말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은 내 고질병 비슷한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계산은 어때? 잘 되고 있어?"
 잠깐 이어진 정적은 그가 먼저 깨뜨렸다.
 "안 될 것도 없지. 늘 비슷한 작업이니까."
 "이제와선 새로운걸 찾아낸다거나 하는 것하고는 조금 멀어졌으니까 그렇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하는 작업은, 새로운걸 찾아낸다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것들을 다시 끝까지 분해하고 분석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있는 게 다행 아닐까. 프로젝트가 끝나면 우린 뭘 해야 되는 거지?"
 그가 말했다.
 "연구한 걸 가지고 어떻게 쓸 것인가가 남아있으니까.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은 한참 남았잖아."
 신경을 자극한다거나 억제한다는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인 터라, 의외로 실제 실용화할 수 있는 범위는 그리 넓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치료 목적이나, 아니면 인공지능 구현에 도입하는 정도가 아닐까. 물론 프로젝트의 규모에 비하면 소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정도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국가가 쥐고 있으니까,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버려두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는 동안 하린이 잔 두 개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일단 잔을 입술에 대고 한모금 넘겼다.
 "그런 맥락에 있는 이야기이긴 한데, 위쪽에서는 사기업하고 손을 잡고 실용화를 시작해보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던데. 그거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 부른 거기도 하고."
 "술 마시는데 술 이외의 이유가 필요해?"
 나는 농담처럼 그런 말부터 꺼냈다.
 "겸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정도지."
 "그런데, 어쨌건 그런 이야기는 나는 처음 듣는데."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다보니, 연구나 실험이 상당히 비밀스럽게 진행된 감이 있었다. 물론 연구 결과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기는 했지만, 위쪽에서는 그 외에 숨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숨기려고 들었다. 연구원들의 신변을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하고있는 감시나 통제 같은 것들도, 다 실제로는 그런 이유일 터다. 그게 가끔 신경증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따지고보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도 했다. 인간의 신경 체계에 대해서 알면 더 알수록 인간의 행동을 더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지니까. 당장 기억을 읽는다거나, 생각 혹은 행동을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지금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당연히 연구원 중 누군가가 그런 기술을 외부에 넘긴다거나 하는건 정부로서는 아마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일 테고, 그래서, 정부는 연구 결과 자체보다도 그런 구체적인 기술을 통제하고 기밀로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썼다.
 그랬던 것을 생각해보면 굳이 정부가 사기업과 연계하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봤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 결과의 구체적인 응용 같은 것은 당연히 공기업 따위의, 정부가 거의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 정도는 있었다. 거기에 연구 진행에 들어간 비용에도 외부에서 들어온 것은 실제로 전혀 없었으니까.
 "정부에서도 그냥 그렇게 하자,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어떤 기업하고 협력할지 탐색하고 있는 정도라고 하니까. 거기다, 정작 우리한테는 그런 이야기가 거의 안 내려오잖아. 주는 지원이나 받았을 뿐이지."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의외라서."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사기업하고 손을 잡으면 어찌됐건 자료하고 기술을 그쪽에 넘겨야 할 테니까."
 "글쎄."
 단적으로 말하면, 그리 반갑지는 않은 소식이다. 아니, 오히려 반대한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넘겨야 할 것이라는 표현 자체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꼭 팔아치운다거나, 내버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솔직히 탐탁치는 않아. 난 일단 그런 기술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쪽이니까, 그래도 사기업보다는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쓰이는 쪽이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굳이 그걸 이제와서 외부로 넘긴다는 것도 이상하고. 비용 문제인가?"
 "그런 것도 있겠지."
 연구원들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기술이 그렇게 국가 아래에서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있으니까, 정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이들이 느슨한 통제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정부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가 심할 텐데. 시민 단체라거나."
 "그렇겠지."
 물론,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늘 그러는 것처럼, 관심을 받지 않고 지나가도록 나름 애를 쓸테고 말이다. 관심을 받는 것만큼이나 받지 않기 위한 기술도 필요한 법이다.
 "어쨌건, 그래서, 위쪽에서는 슬슬 자료를 정리해서 외부에 이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줄 사람을 찾는 모양이이야. 그쪽에서는 네가 적임자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내가?"
 "네가 맡고있는 의식이랑 기억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데이터 관리 같은걸 맡고 있기도 하니까, 아마 너한테 맡기면 적당하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그래서 나한테 네 의향을 물어보라고 하던데, 어때?"
 그것에 대해선 굳이 생각을 정리하려 애쓸 필요조차 없었다.
 "난 싫어."
 "단호하네."
 그런 종류의 기술은 이전하기보다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질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일 뿐이다. 잘못된 답이 있는 것처럼 잘못된 질문도 있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자료 같은걸 외부에 넘기는데 앞장서고 싶지는 않고, 거기다 굳이 할 거라면 나 말고도 할만한 사람은 많이 있잖아? 그러니까, 그 위쪽에는 나는 싫다고 했다고 전해줘."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되는 문제면, 상관 없지 않아?"
 그는 녹색의 칵테일이 채워져 있는 잔을 입에 댄 채로, 내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냥, 내가 나서서 했다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적인 문제겠지."
 "하기사, 그렇기도 하겠다."
 "네가 하는건 어떤데?"
 "시켜야 말이지."
 정민은 시선을 떨구면서 쓰게 웃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막상 하라고 그러면 어떨지 모르겠네.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나서지 않는 쪽이 현명한 거니까 말야.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할 거라면, 오히려 그 누군가에게 맞기는 게 편하니까."
 "그리고 모두들 그렇게 타인에게 전가해서, 결국은 아무도 안 하게 되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이런 제안이 들어온 경우에는 보고해야 한다는 거 알잖아."
 외부인이 연구 자료에 접근하려고 했다거나, 혹은 기밀 유출을 제안했다거나 할 경우에는 반드시 보고할 것. 그런 쓸데 없어보일 정도로 자잘한 규칙이 있었다. 굳이 규칙 하나 하나를 따지고 싶은 생각 같은 것은 없었지만, 나 자신이 그런 규칙에 얽혀있다는 게 우스워서 기억하고 있다.
 "뭐, 보고해도 상관 없으니까 이야기를 한 거지. 애초에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였으면 이런 곳에서 하면 안 되겠지."
 어차피 위쪽에서부터 내려온 이야기니까. 그런 의미일 터다.
 "슈타지처럼 감시망이 깔려 있으니까?"
 "그렇지 않아? 요즘은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게 드물잖아."
 이곳도 그렇겠지. 그리 신기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칵테일은 벌써 다 떨어져, 이젠 얼음만 녹아 잔 바닥에 고이고 있었다. 술기운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떠들 말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았고, 대신 나는 그가 다 마시기까지를 기다리기만 했다.
 이따금, 굳이 말이라는 것이 필요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할 말이 없어져서 둘러대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는다는 것도 어색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둘러대는 것 정도에 그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잔을 내려놓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래서 굳이 견딜 시간 같은 것은 이어지지 않았다.

 ID 카드에 홍채 인식까지 동원한 출입 관리 시스템이, 아마 여기, 국립신경심리연구소의 비밀주의를 가장 잘 증명하는 것 중 하나일 터다. 그 홍채 인식이라는 것에서도, 살아있는 인간의 홍채인가 하는 것을 검사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스갯소리처럼 우릴 죽여서 홍채를 들이밀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나는 출입 절차를 끝낸 후 연구실로 들어갔다.
 어제 계산하던 것은 대충 마무리가 된 상태고, 다른 신경망의 계산 결과와 결합해서 다시 검토하는 작업을 남겨두고 있었다. 연산량이 한참 늘어나는 만큼 집에 있는 컴퓨터로는 아무래도 불가능할듯 싶어서, 오늘 연구소 메인프레임으로 그 남은 작업들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자료들을 들고 나간다거나 하는 것에도 까다롭기 그지 없는 절차가 붙어 있었다. 내게 어느정도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그런 것도 없었더라면 굳이 그걸 집에까지 들고가서 작업을 진행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귀찮아서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가져온 데이터를 컴퓨터에 복사하고, 메인프레임에 요청할 명령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바빠?"
 그리고 거기에 한참 골몰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 책상에 손을 짚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책상 앞에 수애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바쁜 정도까지는 아닌데. 무슨 일 있어?"
 "메인프레임 파일시스템 로그 볼 수 있지? 확인해봐."
 수애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사실 그게 짐짓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어떤지도 잘 알 수 없었다. 파일시스템 로그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지만, 그런 표정을 앞에 두고 있자니 어쩐지 까다롭게 느껴졌다.
 어쨌건, 나는 로그를 편집기에 띄워 보여주었다.
 "네 계정만 추려낼 수 있어?"
 여전히 무슨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채로 로그에서 내 계정의 권한으로 처리된 파일들에 대한 기록들을 골라냈다. 물론, 거기에는 내가 방금 컴퓨터에 복사한 파일들에 대한 로그가 가장 위쪽에 남아 있었다.
 "밑에, 신경 분석 데이터하고 실험 데이터를 복사한 기록이 있을 거야."
 물론 그사이에도 접근한 파일이 많다보니 바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전체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디렉토리를 통째로 전송한 로그가 남아 있었다. 9시, 그러니까 내가 연구실로 들어오기 2시간 전부터 전송이 시작됐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은 듯 했다.
 "지금 난리가 났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알지?"
 "내가 자료를 빼돌리려고 했다?"
 "그래."
 그렇지만 나는 방금 이 연구실에 들어왔고, 폐쇄된 네트워크기 때문에 이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 계정으로 메인프레임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그게 내게는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증명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한 짓이 아니라는 증명일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사실 나도 내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 자신이 없었다. 홍채 인식 따위의 출입 절차가 철저한 만큼, 그것들을 뚫고 누군가가 여기서 작업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CCTV에 남아있지 않아?"
 내가 물었다. 설령 출입 절차를 통과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CCTV에 남을 영상까지 어찌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CCTV 기록은 날아갔어. 그걸 어떻게 날렸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거야."
 "어쩌지?"
 어처구니없지만, 겨우 떠오르는 말이 그런 것 밖에 없었다. 일단 내가 한 것은 아니니 결국은 그게 밝혀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아무래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별 수 없이 기밀을 유출했다고 몰리고,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한다, 그런 시나리오가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러면 이곳의 무거운 비밀주의에 깔려버리는 수밖에 없다.
 "어쩌긴 뭘 어째. 감옥에 가면 되겠지."
 그는 짐짓 딱딱한 표정을 짓고 그렇게 말했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농담으로라도 그러지 마."
 실은 그게 불안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대신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아찔한 현기증 비슷한 것이 머릿속을 밀어 채웠다. 나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렸다.
 "농담이 아니라 그대로 되지 않을까?"
 "넌 어떻게 생각해?"
 "나?"
 그의 되물음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네가 했다면 로그 같은 것도 남아있지 않았겠지. 거기다, 네가 굳이 그걸 유출시킨다거나 할 이유도 없을 것 같고, 정말로 그랬으면 여기 이렇게 남아있지도 않을 테니까. 다들 그런 의심 정도는 할 거야. 그렇지만 그보다 여기 보안 체계에 대한 믿음이 더 커서 그러는 거지."
 수애가 말했다.
 "일단 나가자. 감옥 정도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일 거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수애가 나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판단을 내리는데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해야할지는 솔직히 알 수 없었다. 실은 알 수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그럭저럭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그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 그리고 있었는지 하는 것에서는 나도 모르게 머뭇거리게 되니까. 단지, 전자가 최소한 동인 중 하나 정도는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볼 뿐이다.
 연구소에서 나오기는 우리가 멀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나는 차를 끌고 내 집으로 향했다. 바로 연락이라도 오지 않을까 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수애의 말처럼, 그들도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일 수도 있었다.
 사실 단순히 바깥으로 나온 것 뿐 그 밖에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지는 않았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입증할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CCTV 기록이 왜 사라졌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무언가 일이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것도 쉽게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쨌건 누군가가 자료를 복사해나간 것은 사실이고, 그 자가 CCTV 기록까지 조작할 정도로 손을 썼다면, 진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밝혀지도록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왜 널까?"
 수애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물론, 나라고 그걸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내가 권한이 있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 권한이 있는 너한테 뒤집어 씌우면 그럴듯하게 몰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되는 건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만 누가 내 신분으로 조작해 연구실에까지 들어오고, 메인프레임에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건 의심스러웠다. 막연하지만 내부의 누군가가 아닐까, 그런 넓은 추측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일단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잘 풀리기를 바라야지."
 "불리하게 돌아가면?"
 "글쎄, 어쩔까?"
 당장이라도 한국을 떠나는 게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운을 뗐다.
 "어제 정민 씨한테서, 정부 쪽에서 연구 자료하고 기술을 외부 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위쪽에서 내가 혹시 그 이전 작업을 맡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고 했었는데,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사기업으로 이전한다고? 그런 이야기는 처음인데."
 "나도 처음인건 똑같아."
 "그래서 어쩌겠다고 했어?"
 "난 안 하겠다고 했지."
 "뭐, 너라면 그랬긴 그랬겠다. 그러면 정민 씨한테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면 될까?"
 어쩌면 어제 내가 거절했던 것이 이번 일과 관계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그때 들었던 것 이상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아니면, 실제로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을 수도 있다. 자료 이전과 유출이라는 사건이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무슨 인과관계 같은 것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이야기를 할까?"
 "안 하겠지 아마. 그런데 이상하긴 이상하잖아. 협조하지 않겠다면 버리는 패로 쓰겠다, 그런 거 아닐까?"
 "설마."
 "나도 설마이길 바라지만."
 "그리고, 굳이 누굴 버리는 패로 써가면서까지 이전 작업을 비밀로 할 필요가 있을까?"
 "정민 씨 빼고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거잖아.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정민이 그런 일을 알고 있었던 것과, 굳이 그를 통해 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졌다는 것도 이상하긴 이상했다. 픽션에서만 접할 법한 일들이 겹쳐서, 그런 생각들을 상상 아닌 사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는지 혼란스럽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수석연구원 이수현이라는 이름이 화면에 찍혔다. 평소 회의 때를 빼고는 교류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전화가 걸려온 이유는 굳이 받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정원 씨죠? 어디 있어요?
 - 집이에요. 오늘은 재택으로 할까 싶어서.
 - 문제가 생겨서 그러는데, 내일은 나올 수 있어요? 급한 건 아니에요.
 급한 게 아니라니? 기대한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했다.
 - 무슨 문젠가요?
 - 그건 내일 말씀드릴게요. 내일 봐요.
 그러고 나서 전화가 끊겼다. 왜 이야기를 회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까지 내가 모르는 쪽이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것을 막는데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굳이 내일 나오라고 하는 것은, 내가 없는 사이에 어느정도 사건을 정리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쪽도 혼란스러운 건가?"
 수애가 말했다. 그런 이유도 가능하기는 했다.
 "그러면 나는 일단 가볼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연락할테니까. 이제 몸조심 하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깐 웃어보였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도 특별히 없었다. 자료를 연구소 컴퓨터에 전부 옮겨놓고 마지막 처리를 기다리는 상태였는데, 일이 이렇게 어그러져 버렸으니까. 무작정 연구소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온게 조금 과했나 싶기도 했지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얼마든지 댈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물론 유난히 비밀스럽게, 그리고 철저하게 돌아가는 연구소의 분위기 때문이다. 늘 행보가 감시당하고 있고, 가끔은 무장한 이들도 눈에 띈다는 것에서, 그동안 무의식적으로나마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거나.
 일단, 원칙적으로는 집에 돌아왔다는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외부로 자료를 반출하는 과정에 하자가 없으면 그 날 일과를 재택근무로 돌리는 것 자체는 가능했고, 실제로도 흔했으니까. 어차피 작업을 어느정도 끝내놓은 상태라 오늘 하루 잡다한 일이나 하며 보낸다고 해도 별 탈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발에 걸렸다. 아마 그들은 내가 집에 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터다.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다거나, 도망친다거나 하는 것은 역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나를 감시하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만약 이번 사건이 내부자의 소행이라면 그들은 어느 쪽의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인지, 물론 어느 쪽으로도 판단이 서지 않았고, 그만큼 답답하기만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자니 딱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고, 손이 가는 일도 없어서 나는 집 밖으로 나섰다. 남은 보드카라도 한 잔 할까 하는 충동이 들기도 했지만, 이럴때 술이나 마신다는 것도 우스워서 그만두었다.
 여름이지만, 아파트 바깥도 그럭저럭 선선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주변을 멀뚱히 바라다보고 있는 모습도 사실 우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집에 들어가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보수만 계속하고 있는 탓에 아파트도, 아파트 주위의 풍경도 조금씩 낡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게 특별히 나쁘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는데 특별히 불편한 것도 아니고, 점차 낡음의 흔적이 외벽에 쌓이는 것도, 이따금 감상 속에 침잠하는데 괜찮은 소재가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때였다. 문득 바뀌지 않는 건물들을 따라 바뀌지 않는 풍경 속에 붙박혀 있던 검은 차 하나의 모습 속에서 한 남자가 내려 나왔고,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차에서 나올 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순간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윤정원 씨죠?"
 "네, 맞습니다만……."
 나는 약간 경계했다. 남자도 그걸 눈치챘는지, 조금 거리를 두고 그 이상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
 "연구소 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은 아니고요."
 급한 건 아니었다고 하고선 따로 사람을 보낼 필요는 또 뭐란 말인가. 그렇지만, 어쨌건 그 또한 나를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쩌면 수석연구원을 거치는 경로와 정부쪽 사람들을 거치는 경로가 달라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정원 씨에 대해서 정보 유출과 관련된 의혹이 있다는 건 아시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쓸데 없이 직설적이고, 별 의미도 없이 의문형 문장을 쓴 것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황이 지금 정원 씨에 대해서 불리하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나를 놀리고 싶었던 것일까? 어쨌건, 그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실, 정부에서는 이전부터 정보를 사기업에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원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번 건이 그렇게 무거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일단, 자료의 행방을 조사하는 건 따로 진행한다고 하고, 이번 일에 대해서 정원 씨와 거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은 거래할만한 상황이 못 되는 것 같은데요."
 나는 일부러 표정을 굳혔다. 이런 분위기는 거래라기보다는 강압에 가깝다.
 "상관 없습니다. 저희의 조건만 제시할 뿐이니까요."
 "조건?"
 내가 물었다.
 "자료 이전을 도와주시고, 이번 기회에 연구소에서 회사로 옮겨서 거기서 응용 연구나 작업을 진행해주셨으면 좋겠다는게 저희 입장입니다. 그러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정부가 사기업을 필요 이상으로 챙기는 느낌이 드는데요."
 자료를 넘긴다는 것은 그렇다치고, 나까지 그쪽으로 가라는 쪽으로 종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것도 다 버리는 패 시나리오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정부가 할 수 있는만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만 그걸 붙들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어쨌건, 어떤가요? 나쁜 조건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회사라는게 대체 어디죠?"
 "이제 막 출자해서 시작하는 중이라 많은 것은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름은 일단 SCP라고 불리고 있더군요. 아마 그게 공식 명칭이 될 것 같습니다."
 "출자?"
 "공동 출자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특정한 회사를 지목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숫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미 같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 자료 중에는 단지 기술 자체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 같은 측면에서 민감할 수 있는 자료도 있었다. 그런 것의 사본을 늘린다는건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라고 해야겠죠."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 급한 것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저희도 일단 정원 씨에 대한 조치를 보류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는 굳이 조치라는 두 글자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는, 전할 것은 다 전한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런 말을 남기고 차를 몰아 단지 바깥으로 돌아 나갔다.

 어제 나를 불렀던 이수현은,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아마 따로 조사가 진행될 거라는, 조금 맥이 빠질 정도로 시시한 이야기 정도로 그쳤다. 회사라거나, 이전이라거나, 유출 같은 말들을 몇 번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인지 지겹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지만, 연구소 분위기는 만만하지 않았다. 이수현이 그정도 이야기로 마무리한 것과는 별개로,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시선에 의혹이 섞여있다는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시선이 거두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예감이 우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는 분명하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신반의하기도 하고, 설마, 하기도 하고, 뭐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더라고. 여전히 의심은 하지만, 처음처럼 날이 서 있지는 않다는 정도?"
 점심 시간에 찾아온 수애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가가 중요하겠지. 내가 아니라는걸 증명하기가 어렵다, 결국 그게 문제잖아."
 "그거야 나도 알지. 어젠 별 일 없었어?"
 "누가 찾아왔어."
 "이곳스러운 방식이네. 뭐라고 하던데?"
 "외부 기업으로 정보를 이전하는 것을 돕고, 그쪽으로 적을 옮겨서 일을 한다면 이번 일은 묵인하겠다, 그런 거?"
 "협박이네. 거의."
 "그렇지 뭐."
 이런저런 상황을 조성해서 나를 그쪽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모르겠어. 여전히 마음엔 안 드는데, 딱히 다른 수도 없을 것 같고."
 눈을 잠깐 감고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아주 못할 일은 아니다. 단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감정이 아직 옷깃을 붙들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 물론, 옷깃이라고는 하지만, 끝내는 그 감정 때문에 거부하는 쪽으로 흐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 회사라는 데는 어딘데?"
 수애가 물었다.
 "SCP라고 하던데."
 "처음 들어보는데?"
 "공동 출자로 새로 시작하는 거라고 그랬었어."
 "그래?"
 처음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랬던 것처럼, 수애 또한 탐탁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이름을 듣고 알만한 기업이 들어갔다고 해도, 또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다.
 SCP라는게 어떤 약자일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 안에 들어갈만한 단어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어제는 분위기에 눌려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무엇의 약자인가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단서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정민 씨하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수애가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빌려 찾아오려고 했던 것인지, 정민이 문을 열고 연구실에 들어오고 있었다. 내쪽으로 다가온 그에게, 나는 먼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것부터 이야기했다.
 "미리 이야기를 하겠는데, 그 때 너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건 너한테 압박을 주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 위쪽이나, 정부쪽의 의사하고도 별 관계는 없어. 그냥 너한테 미리 알려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지."
 "미리? 왜?"
 "네가 그걸 언제쯤 알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는 대답 대신 한숨부터 길게 내쉬었다. 어차피 그런 이유 같은 것에 관심이 가 있던 것은 아니라, 나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SCP라는 게 어떤 건지는 알아?"
 "그게 이번에 지목된 회사라고 했었지?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굳이 알고 싶으면 네가 직접 들어가 보는게 나을 거야."
 그가 말했다.
 "아마 앞으로 그럴 수 밖에 없게 되기도 할 거고. 이쪽에서도 CCTV 기록이 증발한 이유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관리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건진 게 없어. 나도 답답하기는 한데, 넌 벌써 그 사건에 얽힐 대로 얽혀서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냥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어."
 이전과 관련된 조건을 가장 먼저 꺼낸 것이 그였으니, 그 이상의 답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틀렸다라거나, 억지라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수애와 정민이 연구실에서 나간 후, 나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의미없이 책상만 두드리기 시작했다. 연구니, 데이터니 하는 것들은 물론 손에 잡히지 않았다.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그림자가 내려와 있었다. 아파트 입구와, 아마 누군가가 있을 집 몇 곳에만 음울하게 불이 밝혀져 있다. 물론, 그중에는 사람이 없지만 불은 일단 밝혀져 있는, 내 집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들고 계단을 올랐다. 집이 3층이라 늘 계단을 썼는데, 불이 들어와 있지 않다거나 한 경우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긴 했다. 걸어올라가다가, 집 앞에 섰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옆 집에 그런 사람이 살았던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남자는 내 입을 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에 작은 칼을 겨눴다. 간신히 시선을 틀어 칼날을 시야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일단, 문부터 열지."
 거기엔 물론 집 안에서 죽이는 편이 시체 처리엔 더 편하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덧붙어 있었다. 어쨌건, 어쩔 수 없이 열쇠를 꽂아 돌려 문을 열었다. 집 안에 무언가가 있었던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가, 현관에 장우산이 하나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뒤에서 붙잡혀 있는 상태에서 그걸 풀고 우산을 휘두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거라도 붙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물러나."
 그러면서 문을 여는 동안,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나를 잡고 있던 팔을 풀고, 그대로 몸을 돌려 원을 그리며 칼을 휘둘렀다. 그 칼날의 끝이 반원 정도를 그렸을 때,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가 칼을 쥔 팔에서 터져나가듯 튀어나온 피와 부스러진 뼈의 조각들과, 총탄 하나가 현관 천정 위까지 올라가 박혔다.
 "테이프 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애는 여전히 권총을 남자의 머리에 겨눈 채로 그를 질질 끌어 거실에까지 가져갔다. 사실, 남자는 총에 맞은 직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와 수애는 그를 의자에 올려다 앉힌 후 테이프를 대충 몇 번 감아 묶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명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지혈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으니까, 빨리 입을 열지 않으면 서로 좋은 일이 없겠지. 안 그래?"
 수애가 물었다. 남자는 가만히 그를 노려볼 뿐, 입을 열지도, 다르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연구소에서 보낸 건가?"
 남자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고, 수애는 한동안 그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남자의 발의 바로 근처, 방바닥에 박혔다. 우습지만, 나는 그게 바닥을 뚫고 아래층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걱정했다.
 "연구소에서 보낸 게 맞다. 윤정원이라는 여자를 죽이라고 하더군."
 "경비라는 명목으로 연구소에 배치되어 있었던 녀석들 중 하나겠지. 맞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라는 이유는?"
 "내가 거기에 대답하면 죽게 되는 이유와 같다."
 그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수애는 특별히 더 말을 걸지 않았다. 남자의 팔에서는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론, 뼈가 부서져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그 상처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조심하라고 했잖아."
 수애가 말했다.
 그렇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었다. 뒤에서 누가 붙잡았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런 것들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으니까.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을 것이다.
 "총은 어디서 났어?"
 "연구소에 쓸데 없이 흔하니까 말야. 적당히 하나 빼돌린 것 뿐이야. 이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은 갔거든. 나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하긴 하지만, 거기도 다 한계가 있는 법이고."
 그가 말했다.
 "이번 사건 같은 것도 다 그런 거지. 어쨌건, 뭔가 이상했어.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자료를 외부로 이전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묵인하기로 했다? 위쪽 답지 않은 발상이야. 그러고 나니까 혹시 그게 다 거짓말이고, 조작된 거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지. 그러니까 결론은 간단했어.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없애버리려 들 가능성이 높겠다, 였지. 무섭지 않아? 이래서야 연구소에 남을 수 있겠어?"
 "글쎄, 죽이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그러긴 힘들겠지."
 "어쨌건, 빨리 장소를 옮기자. 중요한 것만 챙겨와."
 딱히 꼭 챙겨야겠다 싶은 것은 없었다. 노트북과, 냉장고에 남아있었던 보드카 병을 집어들었다. 컴퓨터 옆에 있었던 선인장이 눈에 띄어서, 그것도 가져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잠깐 망설이는 동안 그게 내게 그리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는 맥락이 손에 잡혔다. 그러는 동안, 수애는 병원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어디로 갈 거야?"
 내가 물었다.
 우리는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일단 수애가 운전대를 잡고 시외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로 공항에라도 가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제 발로 굴 속으로 들어가는 짓이라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어려운 질문이네. 그거."
 일단 나서자는 말을 먼저 꺼냈던 그도, 뾰족한 답이 있을 리 없었다. 어차피 이제 서로 연구소로 돌아가지는 못할 처지가 되어버렸으니까. 그저 그런 것 뿐이라면 어디로든지 향해도 괜찮겠지만, 이전에도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가 도망친다는 것이 가능은 할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를 벗어나 국도에 오르고 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이수현이었다.
 - 지금 어디야? 일단 무작정 국도로 나간 것 같긴 한데. 맞아?
 전화를 거친 다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서울정도로 서늘했다.
 - 당신이 계획한 건가? 전부 다?
 - 계획까지야 했겠어. 그냥 승인 정도를 한 거지.
 - 승인? 당신한테 그정도 힘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 사실 수석연구원이라는 건 그냥 감투거든.
 이수현이 말했다.
 - 이쪽에선 이미 대충 사정을 알고 있었지. 처음부터 보안 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어. 홍채 인식이니, ID 카드 인증이니 하는 것들을 전부 우회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던 거지. 너는 어쩌다 거기에 운 나쁘게 끼어든 거고 말야. 어쨌건, 운이 나빴다고는 해도 엉뚱한 곳에 붙을 것 같은 기미가 보여서, 방치해서 좋을 건 없겠다 싶었지. 여긴 예나 지금이나 기밀이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
 - 그러면, SCP라는 건?
 내가 물었다. 결국 그건 허상이었던 걸까?
 - 그거? 처음부터 보안 체계에 누군가가 구멍을 뚫어놨던 것처럼,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부터 그걸 외부로 빼돌리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거지. 내부엔 예전부터 적이 있었던 거야. 일이 돌아가는 게 다 그런 식이지.
 그가 말했다.
 - 어쨌건, 네가 도망가는 곳까지 쫓아가서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그냥, 이쪽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로 충분해. 그러면, 수애한테도 안부 전해줘.
 그러고나서 전화가 끊겼다. 어렴풋 웃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던 것 같기도 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전화가 끊겼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전화기를 뒷자리로 집어던졌다.
 "기밀 유지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다 너한테 뒤집어씌울 작정이었던 모양이네. 대단한 정치력인데?"
 "그러니까 수석 자리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겠지."
 연구소는 어딘가에서부터 시작한 뒤틀림에 뒤덮여 있었다. 감시라거나, 망상에 가까운 보안이라거나 하는 것 모두가 그런 선상에 있었던 것일 터다. 물론, 그 연구소가 다른 일반적인 곳들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정도는 굳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지만, 그동안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건 그 속에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그런데, SCP라는게 사실 허상도, 연구소와 따로 분리된 어떤 조직 같은 것도 아닌게 아닐까."
 수애가 말했다.
 "머리가 둘 달린 뱀은, 가끔 머리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겠지만, 어쨌건 같은 뱀이잖아. 비밀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비밀을 유출하기도 하지만 그 둘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겠지."
 그는 굳이 그 목적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선, 내가 그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


라이트하게 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다 쓰고 나니까 블랙 러시안이 땡기네요. 마시러 가야할 듯.

comment (2)

로사기간티아 12.05.27. 01:10
SCP 재단 떡밥이군요! 까레리나님 글은 늘 취향 적격이라서 읽는 동안 남은 양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제 취향과는 별도로 라이트한 재미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까레리나님만의 스타일은 저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겠죠.재밌게 읽었습니다.
까레니나
까레니나 작성자 로사기간티아 12.05.27. 15:09
이런 호평은 처음 받아보네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889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562
689 자유 토끼 카페 (1) 경은유 2012.05.29. 4253
688 연재 미드나이트 블루 1 (1) 까레니나 2012.05.30. 3590
687 자유 그 녀석의 꼬리는 유난히도 길었다 (2) 푸른오징어 2012.05.28. 3738
686 자유 개 무서움 (3) 경은유 2012.05.28. 3891
연재 미드나이트 블루 2 (2) 까레니나 2012.05.25. 4096
684 자유 그냥 막 써내려간 영지물 (4) 6수고러 2012.06.03. 3684
683 자유 클리셰 실험 소설 "모험가 윌슨" (1) 경은유 2012.06.03. 3721
682 자유 제목 따위 알게 뭐야 (1) readme 2012.06.01. 3850
681 [라제뒤대] 13번째 학원의 스트렐카 VANWAIDE 2012.06.04. 2503  
680 이벤트 [라제뒤대]마이 트윈'즈 시스터! (1) 지우조영운 2012.06.04. 3065
679 이벤트 [라제뒤대] 능력자가 머무는 그 어느 집단 (1) coramdeokisys 2012.06.04. 3437
678 이벤트 [라제뒤대] 서큐버스에게 내 정력을 모두 빨려 TS! 소는말랐을까살쪘을까 2012.06.04. 6547  
677 이벤트 [라제뒤대] 나의 이웃 꼬마팬더님 겨울 2012.06.04. 3065  
676 이벤트 본격 라이트노벨 제목 + 뒤표지 소개문구 대회 개막! 칸나기 2012.06.04. 3425  
675 이벤트 [라제뒤대]이런 엔딩은 싫어! 한세희 2012.06.04. 3290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3'이하의 숫자)
of 63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