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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꼬리는 유난히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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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색과 흰색의 줄무늬를 한 그 녀석, 옆모습을 보고 있으면 새끼 얼룩말이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서 걷는 것처럼 보여서 웃음을 짓게 하는 녀석이 있다.

이름은…별로 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길고양이인 그 녀석에겐 주인도 이름도 없다. 꼬리가 거의 1m는 될 만큼 긴 그 녀석은 이 동네의 고양이들 가운데에서는 대장 노릇을 하고 다닌다는 모양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서 알 수는 없다.

“야옹~.”

무엇보다도 내 앞에서는 보스의 포스조차도 내뱉지 않고 앙탈거리며 들러붙는 모습밖에 본 적이 없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는 내 발치에서 얼굴을 부비는 이 녀석을 조용히 안아들었다. 그러면 이 고양이는 내 품이 마음에 드는 건지 이내 잠들어 버린다.

“귀여워라.”

난 이 녀석이 애초에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는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친구와 걸어가면서 이 녀석을 마주친 적이 있다. 난 반가워하며 다가갔지만 그때 녀석은 쏜살같이 도망가 버렸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마주치자 이번에는 먼저 나에게 다가와 안겨들었다.

팔에 안고 있는 이 녀석의 긴 꼬리가 내 팔에 감겨왔다. 두 바퀴를 감고도 남아도는 길이였다. 자는 표정은 마치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녀석을 집에서 길러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집 근처로 데려오면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서는 잠에서 깨어나 도망가 버린다. 한 번은 억지로라도 집 안에 데려가려고 했을 때 내 얼굴과 팔을 마구 할퀴어버린 다음에 그만 도망쳐 버렸다. 그 다음 날 다시 마주쳤을 때 이 녀석은 사과의 표시라도 하듯이 내게 죽은 들쥐를 건네주었다. 물론 난 받지 않았다.

팔에 안긴 이 녀석이 기지개를 피는 시늉을 하면서 크게 하품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몰래 입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내 손을 아는 건지, 그냥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건지, 이 녀석은 내 손가락을 두 손으로 잡고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이곳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세 달이나 지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어나서 처음 하는 자취였다. 대학교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예술계로 진학해서 자취를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는 아버지의 직장 사정으로 잦은 이사를 다녔다. 너무 많이 다녀서 기억에는 잘 안 남지만, 아마 이곳에 살았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무튼 그 기억도 희미한 시절, 유난히 눈에 띄던 고양이가 있었다. 검은 색과 흰 색의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로, 아직 새끼 고양이였지만 꼬리는 다 큰 성인 고양이들의 배는 되도록 길었다. 난 그 고양이가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다가가려 애썼지만, 고양이답게 쫄래쫄래 사람을 피해버렸다.

한 번은 우유를 담은 그릇을 갖고 그 녀석을 찾았다. 역시나 가까이 다가가자 도망가 버렸다. 그래서 그릇만 두고 멀리 떨어져 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녀석은 그릇으로 다가와 우유를 할짝할짝 먹기 시작했다. 난 멀리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우유를 먹는 동안에는 경계가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몇 번인가 식사중인 이 녀석에게 다가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그 뒤로는 그저 조용히 식사하는 녀석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다 하루는 우유 그릇을 나 둔 채로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돌아온 뒤에 우유 그릇을 가지러 왔더니, 그 녀석이 우유 그릇 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몰래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뒤로는 등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 끝으로 느껴졌다. 그 녀석은 이내 내 손을 눈치 챈 듯, 화들짝 놀라 일어나며 도망가 버렸다. 난 아쉬운 손을 되돌리고 그릇을 갖고 돌아갔다.

다음 날에 그릇을 치울 때에도 그 녀석은 엎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등이 위쪽이 아니라 배가 위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번엔 그 녀석의 배를 문질러 보았다.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살짝 잡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난 잠시 동안 손가락을 그대로 두었다. 잠에서 깨어난 녀석은 이번엔 별로 도망갈 표시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쓰다듬었고, 어느 순간 지친 녀석이 돌아갔다.

며칠 동안 그런 일상을 반복하다가, 한 번은 집에 데려가서 기르는 건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라면 부모님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어린 마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고양이는 절대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나는 엄마에게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그런 나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녀석이 눈치라도 채버린 건지, 어느 새 내 손에서 그 녀석은 사라져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우리 엄마는 고양이 알레르기였다.

그 뒤로는 좀처럼 그 녀석을 볼 수가 없었다. 우유를 갖다 놔도 전혀 줄지 않았다. 가끔씩 다른 동네 길고양이들이 먹기는 했지만, 그 녀석만큼은 당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기억만을 남긴 채, 나는 다시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갔다.


고양이를 안은 채로 곧바로 쭉 뻗은 길을 걸었다. 내 품에는 작은 솜 인형 같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가끔씩 몸을 뒤척이며 표정을 바꿔 가는 것을 보면, 어떤 꿈인지는 몰라도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상상해 보곤 한다. 기쁜 표정의 녀석을 보면 생선을 먹는다던가, 슬픈 표정의 녀석을 보면 누군가가 꼬리를 밟았다던가. 그런 상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녀석을 안고 집에 가까이 오면 그 녀석은 다시 귀신같이 눈치를 채곤 일어난다. 그럼 난 내 팔에서 내려온 그 녀석을 문 앞에서 기다리게 시킨다. 그럼 이 녀석은 신기하게도 가만히 기다린다. 그럼 그 사이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이 녀석이 먹을 밥을 준비한다.

고양이용 사료 통조림.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다 보니 나는 거의 대부분 식사를 그곳 것으로 때우기에, 오히려 내가 먹는 식비보다 이 녀석의 식비가 더 나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귀여운 목소리로 내게 앵겨오는 모습 하며, 귀엽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보여줄 때마다, 적어도 이 녀석이 혼자 노력해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좋은 걸 먹이고 싶다는 심정이다. 내가 챙겨줄 수 있는 것은 저녁뿐이라 낮에 얘가 무엇을 주워 먹고 다니는 것까지는 손을 뻗을 수 없지만 말이다.

통조림을 열어서 고양이 밥그릇에 옮겨 담는다. 이전부터 계속 사용해 오던 파란색 밥그릇이다. 버리지 않고 창고에 넣어 두어서 이렇게 다시 쓸 일도 생겼다.

문을 열고 녀석 앞에 다가가자, 반가운 듯 유난히도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가 밥그릇을 내려놓자, 바로 얼굴을 갖다 대고 조용히 먹기 시작한다. 난 그렇게 먹고 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행복감에 잠시 절어있는다.

“야옹~.”

다 먹었다는 표시로 한 번 길게 울음소리를 낸다. 그래서 내가 그릇을 치워 주려고 하자, 갑자기 그릇 위로 올라가 버린다. 새끼고양이만큼 작은 몸집이 아니었기에 그릇 안에 들어가면 그것만으로 꽉 차 버린다. 공간이 모자라 갈 곳 없어진 꼬리가 그릇 밖으로 살짝 삐져나왔다.

그릇을 자기 침대인 마냥 곤하게 쓰고 있는 녀석을 억지로 내보낼 수가 없어서, 난 자고 있는 고양이의 몸을 슥슥 어루만졌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오늘도 궁리한다. 오늘에야말로 할퀴고 괴롭힐 걸 각오해서라도 어떻게 하면 우리 집 문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 지 궁리한다. 몰래 그릇을 조금씩 들고 옮길까, 아니면 네 발을 붙잡아서 할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부 그만두고 그저 내 앞에 있는 작은 털뭉치의 몸을 쓰다듬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곧 겨울이라 추워질 텐데, 이 녀석을 위한 작은 털옷이라도 준비해 줄까 생각도 해 본다.

그 녀석의 긴 꼬리가 유난히도 살랑거렸다.


퇴고 과정에서 여기 분들 조언도 듣고 싶어서 올립니다.

평가 부탁드립니다.

comment (2)

로사기간티아 12.05.28. 18:39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수필같은 느낌의 글이네요.잘 읽었습니다.
풍선구름
풍선구름 12.05.31. 17:01
고양이와의 밀당이야기군요. 서정적이며 따뜻한 분위기가 나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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