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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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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40 May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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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경은유
1

포근한 아침이었다. 새는 지저귀고 초목은 푸르를 봄의 시작, 카페문을 여는 토끼의 눈에는 상쾌함이 어렸다.

"아, 토끼씨. 안녕하십니까?"
"기러기씨, 오랜만이에요."

방금 막 문을 연 카페에 첫 손님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기러기로, 주로 해외 업무에 관련된 부서에서 부장직을 맡고있는 사내인데 결혼은 했으나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조금 우울한 성향이 되어버렸다. 기러기는 한숨을 내쉬며 야외 스탠드에 앉았다.

"뭘 시키실 건가요?"
"아, 늘 먹던 걸로.."

늘 먹던 걸로라면 딱히 시킬게 없다는 것이었다. 기러기 씨는 함부로"먹을게 없아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끼씨는 그에게 포근한 아침을 선사해주기 위해 허니 브레드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백설탕을 내어주었다.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기러기 씨는 백설탕 봉지를 뜯어 아메리카노에 풀고 티스푼으로 잘잘 휘저었다. 허니브레드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꿀냄새가 기러기씨의 코를 간지럽혔고 새삼스럽게 기러기씨는 아침이라는 느낌이 다른의미로 다가왔다.

"토끼씨의 메뉴선택은 신기하네요."
"감사합니다."

기러기 씨는 말 없이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시고 길게 음미했다. 적당히 단 맛이 그의 입안 가득히 향을 내며 퍼져나갔다. 그러고선 허니브레드를 한입, 두입. 부드러운 빵의 살결이 도톰한 혀와 엉키며 꿀을 모으고선 천천히 녹였다. 가히 그것은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아침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시선의 변경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맛이 대단해요!"
"아, 급하게 만들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닙니다, 참 맛있었습니다."

기러기 씨는 어느샌가 다 먹어버린 허니브레드를 보면서 아쉬워하고 있었다. 토끼씨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한 개 더 만들까요?"
"아닙니다,"

기러기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기졌던 배는 말끔히 가득 채워지고 정성스레 음미한 아메리카노의 백설탕은 달달한 뒷맛을 휘어잡으며 아직도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매일같이 이런 상쾌함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이번엔 어디로 가요?"
"음... 아마 중국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럼 혹시 거기서 차를 얻어와 주실 수 있나요?"
"후후, 토끼씨를 위해서라면요."

기러기 씨는 계산을 치르고 다시 사라졌다. 아마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내년 초 봄이나 그쯤일 것이다. 토끼씨는 그릇을 씻고 컵을 닦으며 다시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은 이토록 맛있게 익어가고있었다.


2



사막여우 씨는 낮에 슬렁 어슬렁 찾아왔다가 문닫을 시간 쯔음에 사라지는 기묘한 손님이다.

"아, 사막여우씨, 안녕하세요?"
"응"
"오늘도 피곤하세요?"
"어... 박카스 없어?"
"박카스는 약국에 있지요."

사막여우는 넥타이 끈을 풀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고선 축 늘어져서는 토끼씨가 다가오자 푸념을 했다.

"으... 토끼씨... 새 상사말인데..."
"상사가 바뀌었어요?"
"응, 제비가 승진했어"
"축하할 일이네요!"
"그런데... 그놈 성격이 조금.."

하고, 사막여우는 기나긴 한숨을 쏟아내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고 토끼씨는 생각했다. 사막여우는 토끼가 건네준 마끼야또 위의 크림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고마워. 언제나 달달하게 만들어주네."
"뭘요, 저는 잘 먹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사막여우는 슬쩍 웃었다.

"그래도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아마 토끼씨의 마끼야또 때문일걸?"
"하하하"


약간의 담소를 더 나눈 다음에야 어차피 더 찾아올 손님도 없고 하니 토끼씨는 가게 문을 닫았다. 사막여우는 토끼를 번화가 쪽 까지 데려주고서는 "내일봐!" 하고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토끼씨는 슬쩍 웃었다. 역시 샐러리맨은 힘든거구나...

"나도 열심히 해야지!"


3

백곰 아저씨는 목공소의 주인이다.

"이 카페는 맥주는 취급안하는거야?"
"에... 여기는 술을 마시는데가 아닌데요... 하하"
"그런 카페가 어디있어?"

토끼씨는 당황하였다. 카페가 술을 마시는 곳이었던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려하는 토끼에게 지나가던 늑대가 말하였다.

"에이 백곰 아저씨, 너무 골리지 마세요."
"골리기는 뭘 골려 욘석이!"
"이크!"

토끼는 이 황당한 광경에 멎쩍게 웃었다. 지금 토끼 카페는 약간의 리모델링을 라고 있었는데, 다들 카페는 처음 온 거친 남자들 인지라 홀로 여자인 토끼씨는 이들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 한 것이었다.

"여하튼 토끼씨, 다음부턴 맥주도 취급하라구?"
"아.. 예! 해볼게요!"
"토끼씨, 그 말 안들어도 된다니깐"
"시끄러!"

지금 이들이 부수러 온건지 고치러 온건지 토끼씨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좋은 사람들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comment (1)

로사기간티아 12.05.30. 13:57
헉 동화인가요ㅋ 뭔가 독톡한 느낌인데 재미있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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