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브라운 베스 : 흐르는 역사, 흘렀던 역사 - 이가빈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스포일러 이가빈
주의사항 이주영

<이미지 출처 - 엔픽 문고>

  브라운 베스는 서브컬쳐 커뮤니티인 '하사호'에서 진행한 리뷰 이벤트에 응모하여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브라운 베스가 어떤 소설인지, 혹은 이가빈 작가님이 이전에 어떤 작품을 쓰셨는지는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만, 공짜로 책(라이트 노벨)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일단 이벤트를 신청하고 봤습니다.


  브라운 베스는 엔픽 문고의 첫 번째 라이트 노벨 출간작이더군요. 사실 지금까지 국내의 라노베시장은 만화 출판사들에서 파생된
만화책 판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엔픽 문고에서는 이와는 달리 일본 문고판의 판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와
닿았었습니다. 사실 책을 바로 받아든 직후의 인상은 책 자체의 형태에 크게 좌우되는 법이니 말이죠. 물론, 실제로는 판형보다도
도착했던 책이 '초회 한정판 사인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송 실수로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영제국의 수호자라는 부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중세에서 산업혁명 이후로 현대에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의 영국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제압하던 시절이 바로 그 중심입니다. 저는 사실 세계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책을 읽는 데에 그러한 요소는 기본적으로 주어지기에 별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브라운 베스는
팩션(faction) 소설입니다. 그것도 실질적으로 주인공들이 역사적인 흐름과 관계없는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상과
영국과 프랑스 간의 관계나 대소사를 알았더라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브라운 베스는 팩션소설입니다. 또한, 그 안에는 '초인'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등장합니다. 따지고 본다면
'특정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에는 모두 초인이 있었다.'라는 것이 이 팩션의 중점이겠지요. 영국에 있는 비밀 초인 기구
총검연대에 소속되어 있는 두 명의 주인공, 현자의 능력을 가진 초인 소녀 리즈 소호, 그리고 그 파트너인 초인학자 에드 제닝스가
세계정복을 꿈꾸는 프랑스의 대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줄거리이지요.



  브라운 베스의 내용은 사실상 '이능배 + Boy meets girl'이라는 전형적인 소재에 시대적 배경을 특이하게 잡은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고전적인 소재로 얼마나 작가 자신의 것을 보여주느냐가 이야기의 재미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브라운 베스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입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작가의 문장입니다.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문장이 나쁘면 그 작품을 읽기가 싫어집니다. 또한, 소재가
빈약하더라도 문장이 좋으면 재미있게 읽게 되는 때도 있습니다. 브라운 베스의 경우는 문장 자체는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노벨로서의 적정선 수준일까요. 하지만, 문장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묘사부분이 전체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어떤
것을 자세히 묘사하고 설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정이 잘못되었고, 묘사에서의 포인트를 잡지 못한 것과 묘사부분에서 많은 부사의
사용으로 군더더기가 눈에 띄게 보이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자동차, 시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총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꽤 여럿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총검은 단순히 총 끝에 달린 검이라고만 생각했었기에, 검색하기 전에는 리즈가
총검을 날리는 장면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낮추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등장인물들의 잦은 비속어 사용과 노골적인 성적
묘사이죠. 등장인물들이 아무리 격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하나같이 욕설을 한마디씩 하는 모습은 결코 좋게 비치지 않습니다. 심지어
욕설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장면에서도 자연스럽게 비속어가 튀어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작품에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라이트 노벨뿐만이 아니라 러브코메디등의 Boy meets
girl 스토리에서 성적 묘사는 '개그',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설물이 아닌 이상에야 사실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묘사는 어느 작품이더라도 불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주인공들의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라이트 노벨에서 캐릭터성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소극적으로 묘사되던 에드가 갑자기 멱살을 잡고 대결을
신청하는 등의 장면은 주인공의 인물상을 흐리게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드의 경우는 여러 설정이 너무 많이
섞여 있어 갈피를 잡기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서브 캐릭터들은 충분히 그들만의 매력적인 요소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톰과 크리스티앙은 다음에도 꼭 등장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되는 캐릭터입니다. 아, 로빈슨 씨도요. 특정한
방향성이 잡힌 서브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살려진 것을 보면, 주인공들에게도 확고한 방향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이외에도, 설정 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 그리고 작품의 외적 요소이긴 하지만, 상당히 자주 눈에 띄는 오탈자나
문장 오류, 작품상의 서술과 맞지 않는 일러스트(중간에 등장하는 염력술사의 머리카락색은 검은색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일러스트는
하얗습니다.) 등이 있겠습니다만, 이는 일단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봐도 잔혹해 보일 정도로 위에서 비평을 쏟아 내렸습니다만, 본론 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저대로면 '절반의 성공'은 커녕
실패라고 불렀어야 올바른 것이었겠죠. 하지만, 위의 단점들을 깡그리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었기에 저는 '절반의
성공'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스토리 텔링'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추격과 싸움을 반복하는,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 구성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과 고조되는 인물들 간의 감정.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의 문장이나 단락의 완성도는 미숙하지만, 그
전체를 아우르는 틀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틀을 주무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작가나 잘하는 것이 있고 그에 반대로 못 하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단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어찌 보면
작가로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와 같은 단점들은 신인 작가들에게서도 많이 보이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결국,
얼마나 많이 쓰고 퇴고하느냐가 작품 성장의 포인트가 되겠지요. 그와는 별개로 브라운베스에서 '작가의 한계'가 느껴졌던 부분을
꼽으라면, 속도감 있는 전투장면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연습으로 어느 정도는 갈고닦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결과적으로 작가의 센스에 의해 재미가 크게 달라지는 편입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뛰어나다'라고 느껴진 장면은 최후의
전투장면. 각각의 캐릭터들이 따로 행동하면서도 전체적인 상황과 긴박감. 그리고 활약을 그려낸 것은 어지간한 작품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부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작가분에겐 군상 극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 브라운 베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브라운 베스가 연재소설이었던
점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지마는, 한편으로는 퇴고 부족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퇴고와 교정작업이 좀 더 활발히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후반부에서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탓에 브라운 베스는 초장부터 사람을 확 끄는 그런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완성도와 몰입감은 충분히 다음 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권은 좀 더 멋진 작품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스포일러
68 한국 원고지 위의 마왕 - 최지인 作 (2) 수려한꽃 2010.04.30. 6296 최지인(크로이츠)
67 한국 세계제일의 여동생님 찬양: : 소드걸스가 잊은 미소녀절대주의의 한계 (4) 김고등어 2012.09.10. 5541
66 한국 잃어버린 이름 감상 (1) 위래 2010.08.01. 5211 카이첼
65 한국 숨덕부 3권 - 하나의 극단은 또 다른 하나의 극단을 낳는다. (4) 아카사 2013.02.25. 4656
64 한국 어느날 사물함을 열어보니 팬티가 들어있었습니다 감상 화룡 2012.10.31. 4343
63 한국 가랑-우리집 아기고양이 1권 사호. 2013.01.21. 4120
62 한국 괴담갑 1면-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 (2) file 아카사 2010.09.26. 4061 오트슨
61 한국 가랑-우리집 아기고양이 1권 사호. 2013.01.21. 4040
한국 브라운 베스 : 흐르는 역사, 흘렀던 역사 - 이가빈 요봉왕 비취 100식 2010.07.09. 3986 이가빈
59 한국 일편흑심2-의심하지 않는 천박한 섹시미 (2) file 아카사 2011.06.11. 3786 인간실격
58 한국 잃어버린 이름 감상 file bonedragon 2010.07.31. 3592 카이첼
57 한국 2012 단편전쟁 수상작들을 읽고 나서 (1) 19thJack 2012.12.25. 3539
56 한국 소문의 학술명 1권 감상 화룡 2012.10.18. 3406
55 한국 브라운 베스 - 이가빈 file 사호. 2010.07.10. 3393 이가빈
54 한국 소나기X소나기 - 소박한 이야기, 재치넘치는 개그, 이유없는 플롯 (2) file 아카사 2010.09.22. 3253 류은가람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이하의 숫자)
of 5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