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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학술명 1권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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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23 Oct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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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화룡

소문의 학술명 1권 감상

Copyright ã 2012 by박 찬일(Chaneel Park)

Nickname 화룡

All rights reserved

 

 

경고경고경고경고경고!


 이 감상글은 [소문의 학술명 1]의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므로 더 많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원본 글을 읽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또한 편의를 위해 존칭을 생략하였으므로 이점 양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출간된지 꽤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이미 많은 분들이 당 작품의 감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소문의 학술명(이하 소학명)에 대한 감상을 작성한 사람들이 대부분 다른 라이트노벨을 통해서 이 장르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라고 가정할 때, 이 감상은 소학명으로 한국 라이트노벨을 처음 접하며, 그 외의 라이트노벨을 읽은 경험 역시 풀메탈 패닉 이라는 다분히 오래된 작품으로 한정된 초보독자의 시선에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덧붙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학명에 대한 감상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처음에는 읽기 힘들었고, 중반부에는 재미가 붙었고, 결말에 이르러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고 느꼈다. 그 숙제는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그리고 편집부에게도 적용된다.

 

 불친절한 글은 재미있다. 그리고 소학명은 농담으로라도 친절한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신감각 학원 판타지라고 정의된 이 작품의 신감각이라는 형용사는 분명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가미된 점과 메타소설의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둘 다 그리 친절한 요소는 못 된다. 특히 본인처럼 머리쓰는 걸 싫어하는 게으른 독자는 더 그렇다.

 

 그러나 독해의 난해함이 이 작품을 나쁜 작품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작가는 최소한 그런 난해함을 난해한 채로 놓아둘 만큼 책임감 없는 작가가 아니며, 여러 의문스러운 부분들에 분명히 해답을 제시한다. ‘소문으로 부풀려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나, 허시에 대한 설명, 어째서 조안은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스토리적 의문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불친절함이 독자에게 매력적이었느냐 하면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과연 이 뒤에 어떻게 될까 하고 두근거리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흔히 떡밥이라 불리는 것들은 독자들이 덥석 물고 싶어 안달나게 만들지만, 계속해서 떡밥에 헛입질만 하게 되면 독자는 지친다. 완급조절의 묘가 부족해, 이야기의 초반부는 너무 많은 떡밥으로 독자를 당황시킨다.

 

 하군과 할아버지의 관계, 하군과 앤 셜리의 관계, 이상할 정도로 타인과 관계되지 않으려는 하군, 의문투성이의 부장 조안, 터무니없이 길을 잃게 되곤 하는 학교, 다분히 이상한 이가희의 태도 등등. 작품 내내 조안의 의도를 추측하고 힌트를 던지는 송장미의 존재가 아니었으면 작품이 붕괴할 만큼 많은 떡밥의 존재는 위험할 지경이었다.

 

 인물들 대부분 정상에서 한 발짝씩 비켜난 존재들 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상비일상이 만나는 다분히 고전적인 라이트노벨의 구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비일상적인 인물들간의 관계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일상으로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없기에 (하군은 도저히 일상에 속한 인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장르문학부의 다양한 비일상에 태클/츳코미를 넣는 역할이긴 하지만.) 이야기는 위태로운 곡예처럼 느껴진다. 고난이도의 곡예를 끝까지 해낸 작가에게는 찬사를 보내지만, 과연 그러한 곡예가 아름다웠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초반, 송장미가 등장하기 직전까지였다. 소학명 1권에서 가장 많은 비일상, 부조리함, 떡밥으로 무장한 두 사람과 만만치 않게 비틀린 인물인 하군의 조합은 목불인견, 심지어 참혹하기까지 하다. 인물들의 개성적이다 못해 읽기 거북스러운 말투는 혼란을 더한다.

 

 다행히 송장미는 (이상한 말투를 쓰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다분히 이해 가능한 역할을 수행해준다. 새로 입부한 신입부원에게 사정을 설명해주는 착한 후배이자,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의문들에 적절한 해답을 (정답이 아닐지라도) 제시해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이야기에 분명한 방향성을 부여해준다. 게다가 그녀의 말투는 등장인물들의 여러 이상한 말투 중 유일하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이후 나나리의 등장과 허시에 대한 설명, 이가희에의 접근, 이가희의 실종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흐름을 타고 진행되어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결말부에 이르러 소학명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해서, 소학명 1권은 단권으로써의 완결성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이가희의 허시가 폭주하는 사건이 일단락 되었으니 단권 완결이라고 하기에는, 독자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무언가가 제시되지 못했다. 흔히 캐릭터 소설이라고까지 평해지는 (아마 이것은 스즈미야 하루히가 라이트노벨계에 가져온 충격과 관계가 있지 않은가 싶다. 애니메이션으로밖에 접하지 않았지만.) 라이트노벨은 보통 하나의 사건에 임하는 인물들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무난한 형식은 대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탑 속의 공주님),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 (백마 탄 왕자님), 사건을 일으킨 인물 (탑의 마왕), 사건 해결에 조력하는 인물들 (마법사 등등)으로 이루어진다. 흔한 패턴이지만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왕도라는 이야기이며, 어쨌든 많이 팔린 라이트노벨인 어떤 마술의/과학의 ~ 시리즈만 보더라도 이 패턴의 단단함은 자명하다.

 

 소학명은 인물들의 역할이 매우 복잡하게 엮여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즉 탑 속의 공주님이 되어야 할 이가희는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하군의 등장이 그녀의 허시를 가속시킨다고 해서 하군이 책임을 질 부분은 없다. 애초에 좀 좋아하던 클래스메이트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을까? 특히 당시 그녀가 정신적으로 여리며 또 그만큼 유연한 초등학교 시절, 사랑이라는 감정이 발달하기 이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군은 사건을 해결한 인물이지만 앤 셜리에 대한 그의 의존증은 지나칠 정도이고, 일반적인 주인공상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어쨌든 이가희를 위한 글을 쓰는 등 그럭저럭 구색은 갖췄다. 조력자 역할의 송장미, 나나리가 그나마 그 역할에 충실할 뿐.

 

 조안은 이 작품에서 가장 난해한 존재다. 그녀는 사건의 진상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사건을 일으키고 프로타고니스트를 방해하는 안타고니스트이자 조력자이기도 하며 사실은 이 이야기의 중심적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격 자체를 제어하는 것을 힘겨워하는 결말부의 그녀는, 이가희가 가져가야 할 독자의 동정심을 상당부분 앗아간다. 초반부부터 줄기차게 이어지는 섹스어필과, 일부러 심술 맞게 굴면서 때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이가희의 역할을 엄청나게 많이 빼앗는다. 그녀가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가진 메타적 인물이라는 독특한 개성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등장하지 않고 계속 떡밥만 던질 것처럼 보이던 앤 셜리의 적극적인 사건 개입까지 합하면, 과연 소학명 1권에서 모든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가희는 사건의 중심 인물로써 가져야 할 인물성을 다른 인물들에게 빼앗겨 존재감과 호감을 잃었고, 이번 사건을 끝으로 조력자나 주변인물로 밀려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더군다나 그녀의 폭주사유가 사유인 만큼 이후 언제든지 그녀의 허시가 다시 발동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가희의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조안이나 앤 셜리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잊어버리기 쉽지만 할아버지의 글을 표절한 하군의 창작자로써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던져진 떡밥이지 회수된 떡밥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소학명 1권은 단권으로써 가지는 완결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비판만 받을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곡예처럼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쨌든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간 작가의 역량에는 찬사를 던질 수 있으며, 후속권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 언급된 단권 완결성의 부재를 통해 이미 작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첫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모베라는 작가에게 가지는 기대감이 워낙 크다. 인물들이 각자의 개성을 어필하는 과정은 조금 혼잡했으나, 일단 개성을 갖춘 인물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훨씬 수월한 일이다.

 

 장르문학 단편으로 이미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작가가 라이트노벨 데뷔작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기대하며 다음 권을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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