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소드걸스 1권 : 황혼의 늑대 - 정성이 느껴지는 노벨라이즈
Write- 22:57 Jul 03, 2012
- 2811 views
- LETTERS
- By 사화린
소드걸스라는 게임 자체는 서비스 시작 초기에 잠깐 하다가 접었지만,
그래도 전투시스템이 어떤지, 어떤 카드가 있는지,
어떤 인물과 진영이 있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체크하고 있었죠.
비록 TCG라는 게임장르에도 '전투'라는 개념이 있긴하지만,
이를 소설 내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등,
노벨라이즈 소식을 접했을 때 여러가지가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소설 출간!
다 읽어보고서 든 생각은, '정성, 성의가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원작게임의 '전투시스템'을 소설이라는 장르에 적합하게 어레인지 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아니 정말..
원작 게임에서 동전을 던져서 턴을 정하고,
공격을 한 번씩 주고 받고 그에 따라 마스터의 체력이 줄어드는 등의
일련의 시스템을 대체 어떻게 구현해낼 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는데..
이 정도라면 감탄할만큼 절묘하게 잘 구현해냈다는 생각이 드네요. ^^
TCG 게임 특유의 '턴제'라는 느낌을 어느정도 살리면서도
결코 그 공방이 지루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깊었고,
무엇보다도 '동전' '공방의 순서가 정해진 것' '체력 개념' 등의 원작게임 시스템을
억지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정으로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원작게임을 해본 입장에서는 '아, 원작의 이 시스템을 이렇게 구현했네..' 라면서 웃게되고,
안해본 입장에서도 '뭐야 이 억지는..' 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어보였어요.
그 외에 게임 내의 각종 카드 속에 존재하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마치 흩어진 천조각을 기워내듯이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오고, 조합하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작게임에 존재하는, 베르니카가 요리를 먹고 매워서 입에서 불을 뿜는 카드.
'매워-!!!!'라는 베르니카의 절규를 '칭찬'으로 듣는 요리부원이 있는 카드를
소설의 오리지널 에피소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절한 타이밍에,
오리지널 에피소드의 분위기에 맞게 '어레인지'하여 구현해냈더군요.
그 외에도 각종 몬스터 카드나 조연 카드들, 단체에 대한 부분 등
흩어져있는 다양한 설정들을 적절히 어레인지하여 구현한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네, 어레인지입니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바로 '어레인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저 원작의 설정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드 걸스 : 황혼의 늑대라는 '소설'에 맞춰서 어레인지 한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어레인지 하는 퀄리티 자체도 상당히 높아요.
즉, 단순히 '원작게임의 노벨라이즈' 라는 느낌을 넘어서
'소설'이라는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떠나서,
원작게임에 메여있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소설'로서 서있다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이
원작을 조금이라도 해본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퀄리티에 대한 얘기는 아니에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레인지 퀄리티 자체는 놀라울 정도.
다만 그 방향이...
원작을 즐긴 팬으로서 개인적인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ㅠ
'베르니카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원래는 이러이러한 성격인데, 이러이러한 사건을 겪고, 그게 원인이 되어서 이러이러하게 변모한게
원작게임에서 참 마음에 들었는데... ㅠ' 라거나...
'루티카가.. 우리의 성녀 루티카가.. 어째서... ㅠ' 라거나...
뭐 근데.. 이런 부분은 온전히 개인적인 취향 문제라서 애매하기도 하네요.
어레인지를 통해 생겨버린,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마음에 안들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렇게 '어레인지 방향'이 마음에 안들었어도 알 수 있을만큼
어레인지의 퀄리티만큼은 괜찮았다는 점. ^^
책 내용에 대해서는... 음... 어.. 음...
..참 질척질척하네요.. (먼산)
사실 제대로 된 남성 캐릭터가 한 명도 안나온다는 점은 크게 걸리진 않았습니다.
그런걸 거슬려할 틈이 없었거든요! 질척질척한 백합 향기 때문에!!
백합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 중에는,
'오글거림'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마리미떼 초반에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런 오글거림..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오글거림은 없었습니다.
다만 일그러지고, 질척질척한 느낌의 관계가 많다보니
메이저하다고, 대중적이라고 보기도 힘들었어요.
물론 전 그런 일그러짐에서 오는 느낌도 좋아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즐겁게 봤습니다만,
맑고 기분좋은 느낌, 정상적인 애정라인 등의 '정상적' '평범한 것'을 선호하신다면
이런 부분이 좀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글거림 없는, '어둠의 백합'...!
시드노벨에서 최근에 했던 '던전앤파이터' 노벨라이즈와는 다른 의미에서
감탄하게 되는 노벨라이즈였습니다.
던파 소설을 읽으면서
'게임의 노벨라이즈' 퀄리티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고,
이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