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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성기사]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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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성기사]를 3일에 걸쳐서 정주행했습니다. 전에 무료이던 시절에 이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 묵혀둔 이후 처음으로 다시 읽은 것입니다. 그 당시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이후 200화 가량의 분량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며 만족스러웠으며, 동시에 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든 생각은 [망겜의 ‘성기사’]라는 제목에서부터 강조되듯, 선행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선행이라는 말보다는 조금 더 낯간지러운 말이 적합하겠네요. 선善에 대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 꽤나 많은 분량의 도덕 교육을 받습니다. 사회화 교육이 포함되기도 하고, 사상 교육이 포함되기도 합니다만, 양쪽 다 선함에 대한 교육은 맞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으며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게 좋은 건 좋은 건데, 살아가는 건 그거랑 다르지, 이 양반아.’ 그리고 이런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대중적이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꼰대식 표현을 쓰면, 아마 절대적 선-아니면 그냥 -이 이 시대엔 이미 죽었고, 무엇이든 허락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는 도덕 없는 사회에서 그저 되는대로 시장논리에 따라, 눈앞의 이해득실만 보며 살아가는 이들이나 다름 없다고. 아마 스스로가 이런 말에 전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은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확히 뭐냐고 규정내리기는 힘들지만, 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없습니다.


만 없는 건 아니죠. 정의도 없고, 권위도 없죠. 하지만 대신 정의와 권위가 남아 있습니다. 말장난은 아닙니다. 앞의 것은 그저 그래왔고 그래야 하기 때문에 유지되었던 정의와, 기득권의 인습에 상당수 의존한 권위입니다. 뒤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지 않다고 단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라고 언쟁을 하며 생겨나는 정의이고, 귀족이나 고위 관료의 오만함보다는 변호사나 의사의 보장된 기술과 노력에서 오는 권위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현대에는 후자가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함 역시, 절대적 선이라고 할 만한 것이 부정된 시대에 그 잔해 속에서 작지만 누군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선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망겜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망겜성]의 배경은 처참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세계입니다. 민주주의 사회가 봉건주의로 돌아간 정도로도 모자라, 과거를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있고 그런 이들을 무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있죠. 독자 역시도 후자보다는 전자에 더 가까울 겁니다. 거기에 여기에서 끝난다면 차라리 다행이련만,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보려는 모든 노력은 부조리한 절대자에 의해 응징당합니다.


이 세상에서 주인공 황건욱은 틀림없이 절대적 선을 품고 있는 사내입니다. 세계가 그를 옹호하고(고결함), 모든 경우에 있어서 누구나 이론적으로 옳다고 여길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 판단에는 대체로-------독자가 완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요소는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위 사이다패스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조리한 세계에서는 틀림없이 그런 선택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받은 대로 베풀라, 하는 호혜주의 원칙이 괜히 있는 건 아니죠. 선한 주인공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점차 그 선행에 질려갈 수 있을 만한 상황들이 자주 펼쳐집니다. 하지만 눈을 떼지 않죠. 왜? ‘고결함’ 때문에.


세계 내의 상황이 그의 선택이 대체로 손해보는 선택이라 알려주면서도, 세계 바로 한꺼풀 밖의 상황이 계속해서 알려줍니다. 너는 잘하고 있어. 너는 착해. 그 대가로 너는 모르지만 이렇게 이득을 얻고 있다고. 다른 웹소설에서 경험치나 스킬 숙련도 상승들이 할 역할을, 여기에선 고결함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얼핏 보기에 개인인 우리나 주인공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기쁘게 바라봅니다. 주인공의 능력 성장과 주인공의 인품, 두 가지 뽕을 받는 거죠.


대충 이쯤에서 ‘독자는 선함을 원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지적했듯 결국 선함이라는 수치의 상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기에 다른 흔한 웹소설에서 시스템 창으로 사료를 먹는 독자들이나 다를 것이 없다-!’ 라는 말이 나올만 합니다. 특히 임뭐시기씨처럼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행위는 그게 어떻든 선함과는 연관지을 수 없다라고 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제 생각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세계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가 합쳐지며 완전한 황건욱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내의 황건욱은 오히려 너무 고전적인 영웅 캐릭터에요. 인물의 내적 고뇌가 나온다곤 하지만, 결국 근본은 소방관을 지원한 것도, 이연옥을 도왔던 것도, 그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착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위에서 말했듯 요즘 시대의 착함을 논하기엔 좀 거리가 멀죠.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고결함 요소가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망겜성]이 기본적으로 막장 인생 캐릭터들을 주역으로 내세우듯, 글은 기본적으로 비천함을 전제로 나아갑니다. 고결함 시스템, 아스퍼거 VIP, 채팅 치는 신-또는 GM/DM. 너무나 가볍고, 그렇기 때문에 생각도 가벼워집니다. ‘고결함 시스템 없었으면 훨씬 전에 고구마라고 하차했겠지 ㅋㅋ’ 하는 생각 등으로.


이 가벼움이 독자의 머리를 환기시켜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착함, 선함 등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우리를 질리게 만들 뿐 아니라, 어떤 의미론 약간의 오글거림과 유치함을 가져다줍니다. 진지하게 몰입하기엔 뇌의 자원을 거기 할당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그리고 [망겜성]은 그 가벼운 자원으로도, 우리에게 ‘착하게 사는 걸 보는 게 좋다’라는 생각을 충분히 갖게 만들어줍니다. 거기에 이런 것이 먹힌다는 것은 우리 안에서,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찾는 본능 중에도, 선한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는 쪽이 더 좋다는 권선징악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하나. 황건욱을 제외한 모든 인물상이 소시민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김정흠은 그 소시민 중에서도 특별합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살아가는 방식으로 소시민적인, 현대인이 갖출 만한 선함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팔랑거리는 귀와, 깊지 않은 의도의 선행과, 그럼에도 최후까지 엇나가지 않는 상황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일시적으로 영웅적인 일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악한 일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상황 의존적이라고 합니다.(‘일시적’ - 황건욱처럼 일상적으로 그런 사람은 제외해도 좋습니다) 그 사람이 착하냐, 나쁘냐, 하는 의도주의적 생각은 좀 고리타분하다는 거죠. 누군가가 선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선한 일을 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선한 행동을 하는 이가 곁에 있다거나,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도록 강요한다거나, 혹은…


말이 좀 늘어졌네요. 세줄로 요약하면, 

  1. 1. [망겜성]은 현대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현대인의 선함을 이야기한다.

  2. 2. 현대적인 보상 요소를 통해서 혹은

  3. 3. 선함을 위해선 상황이 필요하단 점을 통해서


칼맛별 작가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Writer

형이상학적

글 잘 쓰고 싶다

comment (1)

까치우
까치우 19.07.28. 23:29
좋게 보고 나쁘게 보고가 정말로 백지 한 장 차이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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