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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부 - 자기부정의 자기모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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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54 Feb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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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아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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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숨덕부 -시드노벨

오버정우기 저/Anmi 그림 | 디앤씨미디어 | 2012. 02  6,800원


  즐겁게 읽었다.  단 한가지 부분만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의 썰이 있었고,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담론이 진행할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사기 전, 나는 이 책의 제목인 '숨덕부'라는 단어가 가진 자기부정적이며 자기모순적인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다(http://nblog.akalog.wo.tc/120151715810).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담론을 이끌어 내기 마련인데,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의 주인공인 언데드맨은 죽음을 무릅쓰고 죽음에  저항하며, '하느님의 메모장'에서의 니트를 자처하는 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을 하면서까지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소설은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게 만드는 어떠한 동인을 동력삼아서 움직이게 되는데, 스스로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박력은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숨덕부'라는 책이 가진 담론은 제목에 걸맞는 박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담론에는 오덕들이 한두번쯤 겪어봤을만한 진지한 고민이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덕후들 중 몇몇은 이 책을 읽으며 울컥하고 공감했으리라.


  하지만, 이 좋은 소재를 서사의 재료로 써먹지 못했다는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사실 오타쿠의 활동이라는 것은 굉장히 정적이고 내향적이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는 이러한 내향적인 활동을 극으로 끌어내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야기의 전개에서의 '숨덕질'은 별로 재밌지가 않다.  

 어쨌건, 소설이 소설의 담론은 서사적 구조에 융합되어 있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야기 흐름과 책의 주장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소설은 논리가 아닌 서사로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양립할 수 없는 대덕과 숨덕의 관계를 기본 갈등으로 두고 있는데, '부실쟁탈'이라는 형태로 가시화시킨 서사적 상황에 대한 해결방식은 오덕끝말잇기의 헝태를 빌려온 논쟁이다.  물론 이 논쟁의 기저에는 각자의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제시된 사건은 서사적 상황이 아닌 단순한 사실일 뿐이다. 사실을 근거로한 논쟁은 소설의 주가 되는 되는 서사와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초반부터 제시되고 있는 숨덕의 필요성 또한 단순하게 열거하고 있는데,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소설이란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글이 아니라 상황을 제시하여 그 상황이 갖고있는 문제에 대하여 환기하고 이해를 구하며 공감을 얻기 위한 글이다.  토론과 토의로 상대의 이해와 공감를 구할 수 있으면 소설이 왜 필요할까?  

  '숨덕질을 한다'는 소재와 이야기의 흐름이 같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기 이를 데가 없다.  하다못해 벌칙으로 수치플레이를 하듯 자신의 덕력을 일반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비치는 놀이라도 했다면 훨신 흥미롭지 않았을까?  대덕질 때문에 곤란해 하는 친구들을 서사에 참여시킬수는 없었을까?  오타쿠가 주변에 미치는 피해를 가시적으로 다루고 그것이 이야기의 전개에 관여하도록 할 수 는 없었을까?  소설 자체의 담론보다도 그 담론을 표현하기 위한 형식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굉장히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전반적으로 꽤 재밌는 편이다.  오덕에 대한 개똥철학은 지루해지기 전에 끝나며, 캐릭터들의 병맛넘치는 행동은 배를 부여잡게 만든다.  특히 손발이 오그라 들듯한 창피함을 지능적으로 사용하는데,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이러한 세부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서사적인 부분(앞서 이야기했듯 담론은 제외하고)에서의 개연성도 충분하다.  주인공의 내적심리묘사도 굉장히 뛰어나며, 등장인물간의 갈등도 흠잡을 부분이 없다.  굉장히 매끄러운 문장으로 굉장히 호흡이 빠른 만담식의 말싸움을 하는데, 이게 물건너 온거라서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할 법도 한데도 그런거 없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칭찬해야하지 않을까?

 특히 이 책의 히로인인 서연지는 일부러 'ㅡ느읏?'이나 'ㅡ냐앙!'같은 이상한 의성어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굉장히 귀여운 캐릭터이다.  으레 이쪽에서 비슷한 노선을 쓰는 캐릭터들이 워낙 많은 탓에 이 작품 저 작품 비교당하며 조리돌림 당할수도 있었는데,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면돌파를 시전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그 행동은 매우 적절하고 성공적으로 보인다.  어쨌건 이 캐릭터를 기준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면 이야기가 꽤 귀여워진다.  서연지는 더 귀여워지고.

  하지만 그 외 다른 캐릭터들이 서연지에 비해 심하게 웅크리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덕여왕이라고 불리는 은예린도 그의 성격을 알게 할만한 행동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간접적으로 제시되기만 할 뿐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서연지와 주인공 강인진의 숨덕질도 '입숨덕'에 그치고 있다.  앞서 한번 언급했던거 같지만 숨덕질이란 의외로 스릴이 넘칠 수 도 있다.  내 경우에는 전역 이후 책 이외에는 관심을 주지 못하는 감정결핍이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녀석이 후배 앞에서 '완덕후'라는 말을 할 때마다 전신의 털이 송두리째 뽑히는 송연함을 느끼곤 한다.  다음권에서는 이런 숨막하고 가슴떨리는 '숨덕질'을 볼 수 있을까?


  그 외, 예전에 월하동 볼때는 각주 달린게 성나고 짜증나곤 했는데, 이게 없으면 없는대로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르는 패러디가 나온다고 딱히 읽는데 방해되지는 않지만 궁굼하기는 하더라.  근데 거의 모든 패러디가 모르는 패러디라서..-_-;;.  그리고 이왕 오덕문화를 소재로 쓸꺼면 원제 그대로 써도 상관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숨덕부

작가
오버정우기
출판
시드노벨
발매
2011.02.01
평점

리뷰보기

숨덕부(4/5)

꽤 재밌다.  신인의 작품 치고도 매우 재밌는 편.  추천할만함.

근데, 묘하게 속지 일러스트(컬러나 흑백 둘다)가 이상하다.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오묘한 위화감이 있는데, 그냥 기분탓일까?


간단요약

1.  풍부하고도 우수한 담론(단 대덕들에게는 어떻게 먹힐지 잘 모르겠다).

2.  서사와 담론의 연계성은 미약

3.  매끄러운 문장과 위화감 없는 만담(근데 솔직히 난 만담은 안썼으면 좋겠다)

4.  (담론과의 연계를 제외한)서사적 맥락의 우수함

5.  내적 묘사와 개연성이 풍부한 캐릭터

6.  매우 귀여운 서연지

7.  서연지 외의 캐릭터의 활동이 두두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


8.  다음엔 제대로된 숨덕질을 보고싶다.


요약하고 보니 별로 안 요약.

Writer

아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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