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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기관] 카프카를 참 좋아하는 친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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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21 Aug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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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SH
스포일러 NO

 [학살 기관]의 작가, 이토 케이카쿠는 장편 세 권 정도를 내놓고 데뷔 2년 만에 요절해버린 비운의 작가다.

 어떤 철학과 털복숭이처럼 생각해보면 전집 모으기 쉽다고 좋아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인간 자신이 세계와 분리된 고깃덩어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부조리의 전조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대충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대위 클라비스 셰퍼드는 어머니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고깃덩어리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사실 도입 뿐 아니라 소설 전반에 걸쳐, 인간이 뼈와 근육과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노골적으로 주지시킨다.

 그리고 여기 고깃덩어리가 하나 더 있다. 돌고래부터 얻어낸 인공 근육을 사용한 최첨단 장비들. 아마 요즘은 모 씹덕겜의 영향으로 바이오로이드라고 말하면 대충 알아듣지 싶다. 물론 이 소설에 젖통은 안나오지만.

 그런 기계들이 일하는 시대다. 이 시대의 군인은 어린아이를 쏘기 위해, 통증을 인지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기 위해, 뇌 일부분의 기능을 무력화 하고 전장에 나선다. 충분히 발달한 군인은 전투기계와 구별할 수 없다.

 ...... 사실 뭐 이런 내용은 SF적 향취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향신료에 불과하고. 다른 이런 저런 토픽도 간간히 언급된다. 의식이라던지 뇌 구조라던지 언어와 사고라던지 커트코베인이라던지 커트코베인이 나오니까 형이상학필독도서네 이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카프카다. 카프카란 단어는, 이 소설에, 존나 많이 나온다. 카프카의 고향에서 카프카 무덤도 한 번 들러주고 마 겁나게 카프카 하구마이.

 농담이 아니라 겁나게 카프카하다. 다른 건 중요치 않다. 책의 메인빌런인 척 하고 있는 존 폴 이 새끼는 중반에 나타나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주절주절 불어댄 후 결말에 잡혀 맥없이 뒤진다. 이름이 개노잼일 때부터 알아봤어 이거. 그래도 행동 동기와 그 복선만은 꽤 인상깊기야 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오직 주인공, 클라비스 셰퍼드 뿐이다. 결국 이 소설의 내용이란, 세계가 클라비스 셰퍼드라는 인간을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쭉 갈라 내장을 싸그리 싹싹 긁어낸 뒤 어디 길바닥에 내던져버리는, 그런 것일 뿐이다. 그야말로 카ㅡ프ㅡ카

 SF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좀 있다. 특히 존 도, 아니 존 폴이 사용하는 학살의 무기는, 뭐랄까, 작가가 과학적 헛소리를 하지 않으며 묘사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오컬트의 영역에 걸쳐버린 의미불명의 물건이 나와버린 느낌. 내 생각엔 작가가 SF보다는 밀리터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참고로 후속작 하모니 또한, SF물을 가장한 부조리극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도 카프카보다는 카뮈류의......? 아마도.


comment (3)

까치우
까치우 19.08.11. 13:52
일본에서 호평받은 SF라는데 왜 호평인지 좀체 이해가 안 되는 글.. 학살기관 발동! 아포칼립스 시동! 이게 뭡니까 대체.. 킹스맨인가? 인류 전체를 위한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이런 거였으면 정말 지뢰였을 텐데 동기는 괜찮아서 그 점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olbersia 19.08.18. 23:43
이거 애니는 재밌더라 루치아 이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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