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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골리앗>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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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젊은작가상 10주년 특별판을 읽어보았다. 편혜영과 정지돈은 이미 읽어봤으니 다른 다섯이 마음에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김애란 <물속 골리앗>이 개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마음에 든 요소를 최대한 반성해보면, 아마 이 글에서 그린 이미지가 수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직 한 가정만이 남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폭우가 쏟아져 범람하는 바깥을 바라보고, 마치 지구 최후의 날처럼 물이 불어나 밖으로 나가, 모든 게 잠긴 도시에서 우뚝 선 타워크레인 위에 버티고 선 주인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를 내가 좋아한다는 점까지 포함해야 공정할 것이다.


다만 이런 이미지를 즐기는 사람이 나 뿐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물은 생명이 시작한 곳인 동시에 끝나는 곳이고, 모든 것을 머금은 물은 부드러우면서도 역겹다. 만화 <ARIA>에서 물에 반쯤 잠긴 세계의 반짝이는 명랑성을 보여주는 것과 대조적이게도, J.G.발라드의 <물에 잠긴 세계>는 거룩하면서도 건조한, 칙칙한 수면을 그려낸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의 매끄러운 살결을 상상하면서도, 동시에 그 상대의, 중립적으로 판단한다면 조금 역겨울 구석까지도 좋아하니까. 상쾌하게 빛나는 아쿠아마린 빛 수면을 바라보며, 그 물이 집어삼킨 오수와 시체를 떠올릴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또한 <물속>은 단지 이런 이미지를 예술적이고 붕 뜬 공간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된 무언가로 활용한 모양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소외된 주인공이 모든 것이 물에 파묻힌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그러나 여전히 소외된-이로 남는 점이라거나, 타워크레인 위에서 철거 반대 시위를 하던 아버지와 최후에 주인공이 버티고 선 타워크레인과의 연관성 등.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그리 관심이 가진 않아서 하고 싶진 않다. 나 이외에도 이런 부분을 잘 지적해준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추가로, 주인공을 왜 구태여 소년으로 설정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어머니와의 단절, 아버지와의 연결을 위해서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글 속에서 주인공이 딱히 남성적인 인물로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사춘기가 오기 전의 어린 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 두루뭉실한 영역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역시 굳이 소년으로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따금씩 주인공의 생각을 보면서 서술 속의 ‘소년’이라는 단어와 상당한 괴리감을 느꼈다. 누군가 이 부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설명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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