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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이거 소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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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23 Sep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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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SH
스포일러 NO

이건 글도 아니다! 불쏘시개다! 이런 부정적인 의미에서 소설이 아니라는 건 아니고,

조지 오웰이 말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에 선 기계문명을 꿰뚫어본 미래 소설의 걸작.'이란 말을 평가하자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에 선 기계문명을 꿰뚫어본 미래 -> O

소설의 -> X

걸작 -> 애매...

이렇게 되려나. 

이 책의 구조는 뭐, 확실히 걸리버 여행기에서 따온 것 같기야 하다. 미지의 구역에 도착해서, 기이한 풍습을 접하고, 또 결국 그곳에서 탈출한다는 탐험-조우-적응-갈등-탈출 이런 식의 구조 말이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글에서 중요하게 묘사하는 것은 결국 주인공이 마주하게 된 지역의 특성일텐데, 흥미롭기야 아주 흥미롭고, 풍자로서의 역할도 굉장히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교회를 '아무도 쓰지 않는 재화를 거래하는 은행'에 비유한다는 건 꽤 재밌지 않은가?

그렇다, 이 글에는 흥미롭고 신선하고 심지어 '미래 기계문명을 꿰뚫어보는' 부분까지도 등장한다. 이 부분을 캐치해서 4차 산업혁명을 꿰뚫어봤니 AI니 알파고니 하며 세일즈 포인트로 잡은 출판사도 참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 글, 조금만 다듬으면 '알파고의 시대, 기계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어디 신문에 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19세기에 쓰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시각이다. 거기에 이어지는 동물권-식물권에 관한 내용도 상당히 현대적이고 재밌다고 생각이 드는데, 비-건 독자들이 이 내용에 관해 리뷰를 써 놓은게 없어 안타깝기는 하다. 왜 하나같이 AI 4차 AI 4차산업혁명얘기야 이 도움이 안되는 한국독자들아-

문제는 결국, 이건 소설이 아니라는 거다. 탐험-조우-적응-갈등-탈출 중 어느 하나도! 서사적으로 재밌는 게 없잖아! 걍 이건 그거잖아 그거!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말 말하고 싶은 것만 남아버리고 인물도 사건도 갈등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고! 계란찜이 참 맛있는 한정식집이래서 가봤는데 정말 계란찜만 존나 맛있었다는 느낌! 야!! 밥은 제대로 줘야지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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