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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여동생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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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15 Aug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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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aphyr
스포일러 시미즈 마리코
주의사항 toi8
 


작가 : 시미즈 마리코
일러스트 : toi8
레이블 : MF문고J, 익스트림문고


 세상에, 이런 안일한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출판 시기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뭐든지 떠 먹여주는 요즘 작품들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잔잔한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뭔가를 느끼겠어!' 라는 생각이 없으면 뭐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냥 끝나버릴 공산이 큰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는 기본적인 보이 밋 걸,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통해 비일상에 접해가는 전형적인 구도이지만, "잃어버린 이야기의 조각"을 찾는다는 신선한 목표가 제시된다. 수험에도 큰 관심이 없고, 아버지는 늦게 들어오시며, 일상에 큰 의욕을 갖지 않은 한 소년이 하릴 없이 지내던 와중 좋은 이야깃거리가 찾아온 상황이다. 이보다 더 편할 수 있으랴! (1) 주인공 요시유키는 별로 포기할 것도 없고, 갑자기 나타난 미소녀 미도는 매우 귀여우며 여동생으로 삼아 달라고 한다.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인 것이다.


 잃어버린 이야기의 조각을 찾는 방식 자체는 일단 퍼즐 형식의 '모양새'를 갖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퍼즐 형식이다' , '퍼즐 형식의 모양새를 갖춘다'는 것. 이야기를 찾으라는 지령을 내린 건 좋은데, 그 '게임'의 방식이 너무 안일하다. 찾아야 할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은 주인공 요시유키의 곁에 나타난다고 하고, 문제를 푸는 것 역시 소위 '지략 대결'이나 '초능력 싸움' 같은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어중간한 단서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유키 곁으로는 하나 둘씩 이야기 파편의 소유자들이 나타나고, 사건들도 자동으로 일어난다. 이보다 더 편할 수 있으랴! (2)


 얼마 전에 도바시 신지로 씨의 작품을 리뷰하면서 '재미만으로 따지면 손가락 안에 꼽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문의 바깥, 짜라투스트라로 가는 계단)은 작품성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게임이 재미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퍼즐을 풀 수 있는 건지 손에 땀을 쥐며 즐길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 해결의 오리지널격인 미스터리 계열과는 달리 적절히 캐쥬얼하게 라이트노벨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들을 섞어 넣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계속 까서 미안하지만 <신의 게임> 같은 작품은 '게임'이 작품 내에 등장하지만 그것이 재미를 주는 요소가 아니라,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쓰이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차이가 있다. 트릭이 허술하고, 그것을 푸는 과정은 수수께끼 풀이라기보다는 설정 해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거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 게임적인 요소를 통해 작품을 진행하고 있지만 거기서 전혀 재미는 찾을 수 없다. 근데 문제는 재미가 없으면 다른 거라도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 작품은 미도의 정체를 숨기고 덧없는 인간 관계에 대한 풍자를 이중으로 담으면서 '다른 것'을 이끌어 내려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소위 말하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배우의 연기와 각종 효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각본으로서는 충분할 지 몰라도, 단순히 이야기만으로 '다른 것'을 이끌어 내는 라이트노벨로서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다. '떠 먹여 주지 않는 작품' 이라고. 그만큼 스스로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즐길 생각이 있다면, 그러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리카 선배와의 아련한 추억이나 미도의 진짜 이야기 등은 경우에 따라서 눈시울을 붉힐 수도 있는 충분한 시츄에이션이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좀 더 열심히 '떠 먹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상상을 통해 책 내용 이상을 얻어내는 것은 독자의 능력이지, 그런 소재만을 던져줄 수 있다고 잘 쓴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요즘 출간된 <프쉬케의 눈물>, <로미오의 재난> 같은 작품들과 비교해 보기에 좋을 것이다. 적절한 퍼즐을 통한 이야기의 진행, 인간 관계의 갈등을 통한 메인 스토리 라인, 그리고 진실에 다가서는 결말까지, 얼핏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얼마나 이 작품이 불친절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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