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괴물의 아이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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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25 Dec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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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까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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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아이를 보고 나서 여기 희망이 있노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괴물의 아이를 본 지금 희망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어요.


  늑대아이가 모성애를 다뤘다면 괴물의 아이는 부성애를 다루려 한 듯 싶습니다. 괴물의 아이는 위 짤 맨 앞의 아이가 부모를 잃고 옆의 곰을 따라가서 열일곱 살까지 크는 이야기인데요. 정작 부성애는 쟤네 둘이 아니라 짤 뒤쪽에 노란 갈기털이 멋진 사자가 보여줍니다. 쿠마테츠와 렌(큐타)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기보단 친구에 더 가깝습니다. 당장 짤만 봐도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합체도 하고.


  괴물의 아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쿠마테츠와 렌의 성장 이야기인 셈인데, 여기에 부성애를 끼워 넣는 바람에 모호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쿠마테츠와 렌은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데, 짤 뒤에 있는 친구 두 명이 조언을 한답시고 아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꺼내서 혼동을 일으키거든요. 그런 조언이 나쁜 건 아니지만 보여주는 방법이 나빴습니다. 이오젠과 렌 아버지를 비추면서 아빠로서 쿠마테츠를 강조하기도 하고요. 부성애는 이오젠과 렌 아버지에 국한해서 보여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크게는 성장과 부성애, 작게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갈등이 이리저리 섞여 무엇 하나 뚜렷하게 드러나지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더군요.


  이야기 쪽을 말해보자면, 저는 렌이 열일곱 살까지 자랄 줄은 몰랐습니다. 토끼 수장이 써 준 소개장을 들고 각지의 수장을 찾아다니는 부분까지만 해도 전 렌이랑 쿠마테츠가 좀 싸우다가 화해하며 이오젠과 시합해 쿠마테츠가 이기고 끝! 하는 내용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애가 불쑥 크더니 어느새 시부야와 주텐가이를 오가며 여고생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더군요. 영화에서 받은 대부분의 실망은 열일곱 살이 된 렌 부분에서 나옵니다. 설명이 부족한 갈등으로 시작해서 마음 속의 어둠과 가슴 속에서 하나되어 살아가에 이르기까지 참 뭐랄까.. 이치로히코가 가리던 얼굴은 드러나야 하고 잠긴 칼이 뽑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복선을 회수하고 그렇게 전개해야 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염동력도 어린 시절 지로마루의 자랑을 복선으로 삼기엔 어설픈 밑준비였습니다. 결국 종반에 이르러 앞서 있었던 시합에서 역할이 끝나버린 쿠마테츠는 렌에 삼켜져 버리는 슬픈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포장당하고 말지요.


  그 외에도 카에데와 아버지의 어설픈 비중, 치코와 어머니 귀신의 필요성, 각지 수장들의 조언의 의미 등이 못마땅했습니다만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거 같아 그만 써야겠습니다. 하나만 더 쓰자면 초반부 다이 키라이 키라이 다이 키라이 거울 속 내면 극혐이었습니다. 연출 구려요. 이치로히코 침대맡에서 잠들어버린 가족은 좋았습니다.


  상관없는 이야깁니다만 등장 인물 중에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토끼 수장이 아닐까 합니다. 지혜로우나 결단을 내리지 못해 망설이기만 하던 토끼 수장은 마지막에서 쿠마테츠를 통해 나름대로 결단을 내리잖아요. 포기 또한 선택의 하나니까요. 아홉 살 렌과 쿠마테츠의 이야기는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어린 시절 아니랄까봐 빠르게 지나간 작품이었습니다. 단절을 사용해 보여주는 호소다 마모루의 성장, 아홉 살(9)의 상징성 같은 이야기가 이런저런 감상문에서 언급되던데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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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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