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작품 소개 "내일의 단편 경소설상"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나 노이몬트 아그리파 네데스하임, 대마법사 하인리히 아그리파의 비의를 잇는 자이자 현세에 김태운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 몸은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다섯 번째 비의를 대표하는 자로써 가장 오래된 논쟁에 참가하고자 한다. 이 논쟁은 결코 입으로 하는 논쟁이 아니며 오직 의지와 의지를 통해서만 묻고 답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논쟁의 패배는 목숨, 혹은 마법사에게는 목숨보다도 소중한 자존심을 그 대가로 지불해야할 것이다.




마법사, 아무도 정확히 언제부터 그들이 존재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 자신들조차도.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인류의 문명의 시작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드리워진 역사의 그림자 속에서 온갖 존재들과 투쟁하며 인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축이 되어 왔다. 위대한 힘의 수호자들, 그 옛날 사람들은 경외의 마음을 담아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아직 문자가 생겨나기도 전인 오랜 옛날, 마법사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비밀을 지키며 어두운 하늘아래 불을 밝혀왔다. 신의 숨결과 요정의 찬미와 거인의 불로 빚어진 세상에서 그들은 왕이며 영웅이자 또한 스승이었다. 바위산에서 용과 싸웠던 것도 마법사였고, 대지의 틈에서 거울을 찾아온 것도 마법사였으며, 바다 속에 가라앉은 돌기둥을 일으켜 세운 것도 역시 마법사였다.

허나 마법사들에게도 황혼은 찾아왔다. 세상은 바야흐로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었고 창조 이후 계속 되어온 신화의 시대도 끝이 났다. 신들은 하나 둘 대지를 떠나갔고, 정령들은 노래하기를 그만두었다. 어머니인 대자연이 새로운 종족을 잉태하는 것도 어느새 멈추어 가고 있었다. 그러자 대지의 어디에서나 샘솟았던 마력이 점점 메말라감에 따라 한없이 불멸에 가까웠던 그들의 육신도 하나 둘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어쩌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마법사의 진정한 본성인지도 모른다. 산을 쌓고, 강물을 파고, 바위를 굽이치게 하는 그들이었건만 아직 진짜 소원은 이루지 못하였기에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신이 되는 것, 태곳적에 깜박인 단 한 번의 의지만으로 세상을 빚어낸 그 위대한 존재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모든 마법사가 꿈꾸는 소원이었다. 그리고 오직 영생을 가진 자만이 그 염원에 미약하나마 한 발짝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첫 째. 물질세계를 버리고 정령계나 영계로 떠나는 것.

둘 째. 불사약-엘렉시르에 의해 장생을 얻는 것.

셋 째. 자신의 영혼을 사물이나 기물에 종속시키는 것.

그리고 네 번째.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가 되는 것.

 

그러나 비법은 모두 각자만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그것은 현대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논쟁을 가져왔다. 불멸에 대한 불멸의 마법사들의 논쟁, 그것은 꼬리를 문 뱀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문제였다. 허나 논쟁이란 고르디아누스의 매듭처럼 꼬인 것이기에 말을 더하는 것은 매듭을 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논쟁은 말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건틀릿-결투를 통해 논쟁해왔다. 논쟁은 곧 투쟁. 그 모순성에서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마법사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오래된 수도 서울에서 또다시 마법사들의 논쟁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바로 지금.

 

 

Chapter1. Devil may cry

아름다운 밤이었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을 지나 가을.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 한 가운데를 여신의 눈썹처럼 빛나는 초승달과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다. 길고 지루한 장마를 지나 높은 하늘을 드러낸 대한민국의 가을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연인에게는 사랑의 밀어가, 시인에게는 한 줄기 싯귀가 떠오를 그런 밤하늘이었다.

그런 하늘 저 높이, 한 대의 보잉기가 미끄러지듯이 날아왔다. 마치 빛무리로 가득찬 호수를 가로지르는 한 조각 나룻배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은 이스탄불발 인천공항행 보잉767 점보기였다. 스무시간 전에 이스탄불공항을 출발한 점보제트기는 이백여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을 태운 채 인천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르는 긴 비행 끝에 이제 도착은 1시간여를 남겨놓았을 뿐이다. 과연 오늘밤은 또 어떤 이야기가 이국의 바람을 따라 실려오는 것일까?

어느덧 오전2시, 기내는 조용한 어둠에 쌓여 있었다. 승객 대부분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각이었으나 무언가가 이상했다. 아무리 새벽이라도 운항중인 항공기 객실에는 취침등 한 두 개 정도는 켜두는 편이다. 자다가 일어나서 상비약이나 전화기 따위를 찾는 손님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객실에는 그런 작은 불빛하나 없이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르르르르르”

어디선가 지상의 생물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게다가 온통 피냄새로 자욱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살펴보면 객실이 완전히 난장판이 된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칠흑같은 어둠 속을 기어다니는 무언가 불길하고 끔찍한 존재들이 있었다. 사람과 물고기와 오징어를 합쳐놓은 듯한 역겨운 생명체-딥원들이다. 그들의 점액질 무성한 피부는 마치 심해의 어패류처럼 창백한 빛을 뿜고 있었다. 바다의 마신 몰록을 받드는 이 무리들은 깊은 심해에 살며 악으로 점철된 영생을 살아간다. 그러다 간혹 사악한 마술사들의 요청에 의해 소환되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데 힘을 빌려주곤 하는 존재들이었다. 이미 인간들의 기억에 잊혀진 채 신화속의 존재가 되었건만, 그들은 객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채 바로 지금, 그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드득, 아드득, 까득......”

뼈를 씹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어둠 저 너머로 넘실거리는 촉수와 집게도 보인다. 지독하게도 현실감 없는 풍경이다. 딥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승객들의 무참한 주검이다. 악몽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딥원들의 갑작스런 습격아래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그들은 식사꺼리가 되고 말았다. 끔찍했던 학살의 흔적은 딥원들의 무한한 식욕 앞에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게걸스럽게 희생자로 어느새 희생자들을 말끔히 먹어치운 그들은 혹시 남아있을 지도 모를 먹잇감을 찾아 어두운 객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가장 구석진 좌석 뒤켠 으슥한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수의 생존자들은 숨을 죽인 채 이 모든 악몽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괴물들이 눈치체지 못하기를 염원하면서, 그들은 행여 입에서 비명소리가 새어나올까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평범한 여행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왠 거구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동을 피울 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제지하던 스튜어드를 밀친 그 사내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자 기내의 모든 조명등이 졸린 눈동자처럼 깜박거렸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괴물들이 몰려들어왔다. 마치 허공에서 쑥 기어 올라온 듯한 그들의 등장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하드고어영화 뺨치는 참극이 눈앞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면서 이제 더 이상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남지 않았다. 단지 지금 이 일이 악몽이라서 빨리 깨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도도 헛되어서 어느새 먹을 것을 찾는 괴물의 질척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장한구는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다섯 명 중에 하나인 그는 20년간 재직해온 회사의 명령이라면 비행기로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스탄불에 군소리없이 다녀오는 평범한 가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본의 아니게 공포영화의 말단 출연자 신세가 된 그는 머리를 감싸쥔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질척 질척,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귓가에 바싹 불길하기 짝이 없는 숨소리가 다가왔다. 놈들이다, 놈들이 희생자를 찾고 있어! 그는 엄습하는 공포를 더 참지 못하고 폐부에서부터 비명소리를 쥐어짰다.

바로 그 때였다.

-콰앙!

터져나온 엄청난 굉음이 비명소리를 묻어버렸다. 바로 옆 좌석 위로부터 대형피스톨이 굉음을 내며 청백색 불꽃을 토해낸 것이다. 멋모르고 걸어오던 딥원이 정수리에서부터 피를 뿜으며 기내 복도를 나뒹굴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괴물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거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대형피스톨은 폭음을 터뜨리면서 연이어 청백색 불꽃을 토해냈다.

“캬아아아악!”

또다시 딥원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어느새 여섯 마리째다. 벌써 기내 여기저기에 딥원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들의 박살난 두부에서 희미한 푸른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몸 안에 박힌 마탄이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인 총알이었다면 수십 발을 맞아도 멀쩡한 딥원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프라나바이터(Pranabiter), 말 그대로 기운을 물어 끊는 이 대형피스톨은 근대공학과 그노시즘의 복합체로서, 격중당한 상대의 마력에 반응하여 내부에서부터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는 마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때문에 딥원들은 그들의 악명높은 재생력에도 불구하고 단 일격에 신체를 파괴당하여 절명하고 말았다.

엄폐물 뒤에서 사격을 퍼붓고 있는 자는 정장 차림을 하고 그 위에 짙은 회색 롱코트를 걸친 동양인 청년이었다. 키가 컸는데, 균형 잡힌 자세에 체구 또한 당당해서 기민하면서도 빈틈없는 인상이었다. 머즐 플래시 아래로 오똑한 콧날에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초연한 눈매가 드러났다. 분명 잘 생긴 얼굴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숨길 수 없는 냉랭함이 묻어나왔다. 숙련된 전사를 연상케 하는 강인한 기백이다. 군인일까? 허나 청년의 착 가라앉은 눈매에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현명함과 침착함으로 학자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오직 지식의 탐구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만이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을 터였다. 실로 내력을 파악하기 힘든 아리송한 청년이다.

별안간 터져나온 굉음에 생존자들 또한 자지러질듯이 놀랐다. 특히 비명을 지르던 중년 남성은 눈물범벅의 얼굴로 청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시오, 제발!”

“진정하십시오. 그렇게 매달리면 사격에 방해가 됩니다.”

청년은 중년 남성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 최대한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중년 남성은 청년의 다리를 무슨 보물인양 꼭 붙든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해서 웅얼거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패닉 현상이다.

“뭐든 할테니 목숨만......”

청년은 달려들던 또 한 마리의 딥원을 쏴서 날려버리고는 한 손으로 중년남성의 목덜미를 붙잡아 무자비한 완력으로 들어올렸다. 그렇게 우악스럽게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중년남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독하게 차가운 청년의 두 눈을 보자 마치 온 몸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몸서리가 쳐졌다. 청년의 입에서 높낮이가 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일단 통성명부터 할까요? 제 이름은 김태운입니다. 일단 한국인입니다.”

‘일단’ 이라는 부분이 묘하게 거슬렸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예...옙. 난 자, 장한구요. 제발 부탁이니 살려주시오.”

중년남성은 청년의 충격요법에 조금씩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떠듬떠듬 대답했다. 다행이군. 이로써 이 남성이 살아남을 확률이 1%는 올랐다. 비록 미미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사치다.

“살아남으려는 태도는 좋습니다, 장한구씨. 당신은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침착하게 제 질문에 대답해주십시오.”

“알겠소! 뭐든지 하겠소! 돈이라면 드리리다!”

저 나이 사람들은 돈이면 뭐든지 해결된다는 생각인 걸까. 아니 그보다 누구나 돈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부터가 틀려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운은 한심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일단 상황을 좀 묻고 싶군요. 제가 화장실에 갇혀있던 10여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모르겠소. 덩치 큰 사내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난동을 부립디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제지하려고 달려드는 순간 갑자기 퍼엉 하면서 모든 조명이 깨져버렸소. 그때부터 이상한 괴물들이 몰려와서는 난리를 피우는 통에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었다오.”

놈들은 태운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마법사라도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문을 잠가버리다니. 의표를 찔렀다는 점에서 우습기도 하고 방식이 치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한 지극히 합리적인 작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태운은 한숨을 쉬었다.

“알만하군요. 장한구씨, 이제부터 침착하게 제 지시에 협조해주십시오. 살고 싶다면 몸을 바닥에 붙이고 얌전히 계세요.”

“아, 알겠소. 그러겠소.”

태운은 장한구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프라나바이터를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그의 총구에서 머즐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딥원들은 녹색 피를 흩뿌리면서 쓰러져갔다. 그 처절한 광경에 질려버린 장한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숙였다. 하긴, 그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하고 싶은 행동이었다.

“이제부터 침착하게 제 지시에 협조해주십시오? 푸핫, 눈물 날 정도로 설득력 있네. 정말이야. 아동용 완구에 붙어있는 설명서만큼이나. 차라리 입에 넣지 마시오는 어때?”

어느새 태운의 옆에는 대기업에 출근하는 커리어 우먼같은 복장을 한 여인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모습은 허공에 살짝 떠 있었다.

타이트한 그레이색의 하이웨스트 스커트와 가슴이 깊게 파인 정장블라우스는 그녀의 굴곡진 몸매를 강조했다. 풍만한 가슴골 사이로 흘러내린 사파이어 목걸이 또한 그녀의 도발적인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그림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인상이다. 단 한 가지 비현실적인 면이라면 그녀가 공중에 떠있는 점이랄까. 사무실 의자에 앉은 것 마냥 공중에 다리를 꼬고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검푸른 머리칼을 기품 있게 쓸어 넘겼다.

도저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명백히 물리법칙을 어기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한줌의 승객들도 몰려드는 딥원도 그녀가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아무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곳에 있다고는 하지만 제 3자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반응들이 없었다. 오직 태운의 눈에만 그녀가 보이고 들렸다.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마리다(Marida)

그녀는 신을 거역하고 타락한 천사 이블리스를 조상으로 하는 사악한 진(Jin)이다. 주문으로 사람의 자유를 빼앗고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저택을 세우거나 뼈와 시체의 고기를 먹는 잔인하고 강력한 마령이었다. 특히 공간에 대한 지배력이 엄청나서,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또 다른 자매는 태운이 지난 전생에서 지혜의 검은 돌조각-카바를 얻은 이후부터 줄곧 계약자로써 함께하고 있었다. “.......”

“거기! 들리는 거 알거든? 안 들리는 척 하지 마! 그거 굉장히 무례하다고!”

“으헉? 당신은 또 뭐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거요!”

마리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중년 남성은 기절할 듯이 놀랬다. 다른 생존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색색가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공중에 둥둥 뜬 채였으니까. 일반인의 상식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애써 마리다의 비아냥을 무시해오던 태운은 한숨을 쉬었다.

“적당히 해. 마리다, 지금 행동은 불필요하다.”

태운이 제지했지만 마리다는 허공에 드러누운 채 콧방귀를 끼었다.

“웃기지 마셔,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거야. 카바를 가지고 있다고 어디서 기둥서방 흉내야!”

저런게 딸려올 줄 알았으면 카바가 아니라 현자의 돌이었더라도 포기하는 건데. 신화에서 말하는 해석이 어떻든 실제로는 변덕지고 까칠하고 투정쟁이며 비꼬기 좋아하는 삐딱한 소녀에 불과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화는 신화일 뿐. 지금처럼 기분이 상했다고 함부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올라온 듯한 해물들이 기내를 돌아다니는데 나 같은 미녀가 나타난들 뭐가 어떻겠어? 흐흥~ 그나저나 꽤 소심한 꼰대인걸? 놀려먹는 재미가 있겠어.”

태운은 마리다의 협박을 애써 무시하며 생존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해명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집중했다. 평소라면 달래서 마리다의 짜증을 잠재울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녀와의 대화는 혼잣말을 실감나게 하는 정신병자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눈앞에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중년사내에게 자신이 정신병자로 인식된다면 상황이 골치 아파질 것이다.

“으으으, 이건 꿈이야. 내가,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거야.”

중년사내는 중얼중얼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은 인정하기를 거부하곤 한다. 너무 충격적인 일을 연이어 당한 탓에 그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환각으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꿈속에 있다, 나는 지금 꿈속에 있다......”

“었쭈, 이 꼰대가 술도 안마시고 주정을 부리네. 꿈속에 있으면 조용히 있지 왜 자꾸 궁시렁대는 거야!”

마리다가 공중에서 장한구를 향해 플라잉킥 모션을 취했다. 그녀의 서슬에 놀란 장한구는 또다시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히이이익!”

“마리다!”

“알았어. 알았다구, 이 미력한 마령은 위대하신 대마법사 태운님을 그만 방해하고 구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지요. 흥, 쳇, 핏, 흐흥!”

그녀는 토라졌는지 고개를 홱 돌리고 공중에 드러누워 버렸다. 나긋나긋한 긴 다리를 트는 바람에 스커트아래의 눈부신 허벅지가 힐긋 보였지만, 지금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머리가 아파온다. 태운은 입씨름 중에서도 정확한 조준사격으로 몰려오는 딥원들의 머리를 차례차례 날려버렸다. 꾸역꾸역, 객실 사방에서 딥원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들었지만, 좌석이 가득한 기내에서 많은 숫자가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석사이의 좁은 통로를 힘겹게 빠져나오던 딥원들은 태운의 악랄하기까지 한 권총속사에 속절없이 죽어 자빠졌다. 화가 난 몇몇이 억지로 좌석 위를 뒤뚱거리며 넘어왔지만 몸을 날리는 그 순간 머리통에 프라나바이터의 마탄을 얻어맞고 그대로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딥원들은 10마리, 5마리, 1마리, 차츰 줄어들다가 결국 돌격해오던 마지막 놈이 가슴팍에 마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끝이 났다. 모두 쓰러진 것을 확인한 태운은 그제서야 총구를 내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도 2만피트 상공에서 문어사냥이라니, 기분이 각별하군.”

그래봤자 앞으로 처리해야할 일에 비하면 사소한 편이다. 이 녀석들은 단지 블록버스터 영화의 삼십초짜리 맛배기 트레일러 영상에 불과하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태운에게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특히 장한구, 이 대머리 중년은 태운이 테마파크의 책임자라도 되는 양 얼굴까지 붉히면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했다. 상황이 좀 안정되니 또다시 이 모양이다. 이제 생존자들은 태운에게 목숨뿐만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설명까지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었다.

“말해줘, 마스터. 그렇지 않으면, 믿지 않을 테니까.”

조용하지만 신비로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운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새 안면을 노출한 검은 차도르 복장의 한 중동계 소녀가 맨발로 서 있었다. 길고 윤기 있는 곱슬머리가 흘러내러 어깨를 덮고 있었고 가무잡잡한 피부에 갸름한 얼굴과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검은 눈동자가 매혹적인,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녀였다. 외모 나이로만 봐서는 12~14세 정도일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티프(Hatif)

성자, 혹은 뛰어난 현자만 들을 수 있는 성스러운 진리의 목소리. 전설이나 구전으로는 오직 목소리로만 존재한다고는 한다, 라고 하지만 태운의 눈에는 어린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간의 힘을 가진 그녀는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 또한 카바를 얻을 때 같이 나타나서 지금껏 태운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래. 어서 설명해줘. 일반인들이 잘도 프레게토리를 이해하겠다. 미친놈 인증 받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해 보라구. 하티프도 그 꼬락서니가 보고 싶어서 말 한 거라니까?”

마리다는 짓궂은 미소를 띄고 비아냥거렸다.

“아니야.”

“어머~ 아니었어? 옛날부터 그게 네 주특기였던 거 아니야? 멀쩡한 사람 정신병자 만들기?”

“.........암퇘지.”

“뭐, 뭐라고! 이 꼬맹이가!”

이쪽도 입이 험하기로는 마리다 못지않다. 아니, 사실 더 심각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툭툭 내뱉는 말이 사람 혈압 오르게 하는데 천재적이다. 얼굴이 새빨게진 마리다가 화난 목소리로 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하티프는 싹 무시하고 천연덕스럽게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한 마리다가 하티프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너어어어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해주마!”

마리다는 하티프의 머리 위에 매달려서 양 주먹으로 문질문질 조이기 공격을 해댔다. 그러자 하티프는 여전히 그 무표정한 얼굴로 마리다의 양 뺨을 꼬집으며 반격을 했다. 그렇게 둘은 엎치락뒤치락 싸우기 시작했다.

“아파. 이 힘만 센 암퇘지.”

“너? 또 그랬어? 좋아, 이번에야말로 그 더러운 입, 고쳐줄거야!”

“둘 다 그만해, 내 머리가 다 아프다.”

태운이 지친 목소리로 하소연했지만 둘은 들은 척도 안했다. 저렇게 되면 더 이상 못 말린다.

“에이이이, 다들 그만하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욧!”

참다못한 생존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은 현 상황에 맹렬한 속도로 적응하고 있었다. 그 서슬 덕택에 마령들이 진정해서 태운은 간신히 설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발설 자체가 규칙위반이긴 합니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군요. 말씀드리지요. 우리는 아베 몰로키들에 의해 몽땅 희생제의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딥원들은 자신들에게 바쳐진 공물, 그러니까 승객들을 먹기 위해 명계의 심해에서 몰려온 거죠. 후우, 한마디로 당신들은 메이지건틀릿에 휘말리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프레게토리의 초대를 받은 겁니다.”

태운의 설명에 생존자들은 더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장한구가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베 몰로키는 뭐고, 메이지건틀릿은 또 뭐요. 그리고 프레게토리라니 그건 도대체 그게 뭐요. 알아듣게 좀 설명해주시오!”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이다. 태운은 손을 들어 자제를 촉구했다.

“아베 몰로키는 악마 추종자들입니다. 고대의 마신 몰록을 숭배하는 자들이죠. 그들은 희생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목숨도 가치 있게 쓰인다면 얼마든지 희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지요.”

많은 현자들은 그들이 중동의 마신숭배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심해의 마신을 경배하며 자식을 제물로 바치던 페니키아의 도시 카르타고야말로 그 본산이라고. 그러나 그 옛날, 전쟁에 앞서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바치고 비를 내리기 위해 처녀를 번제에 올리던 자들 모두가 아베 몰로키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타인을 희생시키는 자들, 남을 바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작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것-영혼을 마왕에게 내던진 어리석은 무리들은 모두 그들의 동포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세계종교가 나타나고 과학이 힘을 얻은 이후 한낮 미신거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지만, 타락하고 타락해서 이제는 지상을 활보하는 악마 그 자체가 된 지금도 여전히 아베 몰로키는 그 사악한 마법을 통해 마신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태운과 같은 정통 마법사들의 오랜 숙적이기도 했다.

“그, 그렇다면 메이지건틀릿은? 그리고 프레게토리는 또 뭐요?”

아베 몰로키가 공포영화나 기타 매체 덕분에 이해하기 쉽다면, 이쪽은 좀 복잡했다.

“메이지건틀릿은 그러니까, 학술대회와도 같은 것입니다. 메이지들은 이 대회를 통해 서로간의 지식을 공유하고 논쟁을 마무리하지요.”

무척이나 유혈넘치는 학술대회기는 하지만 말이다. 태운은 마법사로서의 맹세 때문에 짧게 대답했다.

“프레게토리는 온갖 전설과 신비가 실재하는 세상의 이면이죠. 간단히 말해서 수퍼네츄럴이나 엑소시스트가 일상인 세계입니다. 현재는 그렇게만 알아두세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이면, 그 어두운 그림자에는 여전히 신비가 존재한다. 오래전에 우리의 관념 속에서 그 존재를 부정당한 온갖 초자연적인 존재들-요괴, 귀신, 마법사, 초능력자등, 그들은 우리의 믿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현실과 환상, 역사와 전설이 뒤섞인 그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낮의 세상에 대칭되는 위치에 존재하는 그림자와도 같은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이성과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일들이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허나 어둠을 들여다보는 자는 그 역시 어둠에게 응시당한다고 했던가. 경솔히 호기심을 품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은 많은 이들은 오직 침묵하는 그림자만이 그들의 비참한 결말을 암시할 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였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곳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는데, 그들은 행여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그 세계를 프레게토리(연옥)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장한구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언가 더 물어보고 싶어 했지만 태운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를 위한 일이다. 프레게토리와 관련된 일은 더 알면 알수록 위험해지기 마련이었다. 태운은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악마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이쪽에서도 사양입니다. 이 지옥에서 반드시 벗어나도록 도와 드릴테니 지금은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생존자들은 태운의 기백에 눌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이리라. 태운은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한데 모아서 그 주변에 원을 그렸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미누스 마기카 아스트리. 잊혀진 옛 별이여, 마른 가지로부터 새 순을 보호하는 순례자여. 지금 여기서 그대에게 청하노니, 어미새의 날개 아래 모인 우리들을 구하라.”

그의 주문이 완성되자 원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 빛이 사라지자 바닥에는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원이 새겨졌다. 그러자 태운은 밤톨 크기의 투명한 무언가를 생존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이, 이것은?”

생존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태운을 쳐다보았다.

“암염입니다. 정화의 소금 중 가장 강력한 형태죠. 물고 있으면 다 녹을 때까지 여러분들을 사악한 존재들로부터 숨겨줄 겁니다.”

생존자들은 다들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암염을 무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엄청 짜겠지만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태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암염이 다 녹으려면 약 15분 정도 걸릴 것이다. 그 정도면 상황은 어떤 형태로든지 해결될 것이다. 태운은 객실 끝의 칸막이 도어를 열어젖히고 수색을 시작했다. 곧 착륙이다. 비행기 기내를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그 전에 아베 몰로키를 찾아야만 했다.

놈들은 비행기가 이스탄불을 출발할 때부터 이미 승객으로 위장한 채 숨어 있었던 것 같다.그러다가 목적지 도착을 불과 한 시간 남기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습격해왔다. 흑마법이 일으킨 마기가 기내를 뒤덮었고, 현실과 이계가 교차된 충격에 온 기체가 흔들렸고, 모든 조명이 나가버렸다. 마지막으로 지옥의 심연에서 소환된 마수-딥원들이 몰려나와서 사람들을 습격했다. 딥원들이 그 끈적거리는 촉수로 승객들을 마구 붙잡아서는 어디론가로 끌고 가버리는 통에 승객들의 비명소리가 온 기내에서 터져나왔다. 관계없는 일반인들을 초자연적인 존재들끼리의 투쟁에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프레게토리의 원칙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놈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비행기 내부에 지옥의 기운을 뿜는 마물들을 소환해버렸다. 단지 태운의 발을 묶어두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규칙위반이다. 프레게토리는 혼돈 그 자체와도 같지만, 단 한 가지 그 누구라도 따라야 하는 규칙이 존재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결코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운은 씹어뱉듯이 말했다.

“아베 몰로키는 일반인들에게 함부로 프레게토리의 존재를 공개했어. 게다가 인명피해도 엄청나. 이것은 중대한 조례위반이다.”

그러나 마리다는 코웃음쳤다.

“아마도 목격자들을 모두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심산이었겠지. 알잖아, 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는 거.”

하기야 태운이 제지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도 단순한 항공 참사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비행기는 도착 직전에 바다에 추락했을 테고, 생존자는 제로였다고 세간에 알려졌을 것이다. 한동안 언론에서 수수께끼의 비행기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쏟아냈겠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을 것이다. 최후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묻혀버렸겠지. 그리고 그것은 사실 꽤나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이런 만행을 저지른 목적이 도대체 뭐지. 메에지건틀릿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서 그들이 얻을 이익이 뭐가 있다고.”

메이지건틀릿이 한 편의 거대한 유혈극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법사협회 내부의 일이다. 게다가 대회의 선포는 적어도 공표될 때까지 이너서클의 멤버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할 터였다. 설마 벌써 정보가 새 나간 것인가.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마력을 아끼지 말고 기내에 경계마법을 걸어두는 건데.”

마력이 아까워서 협회의 보안에만 의지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에서도 정상급의 정신계 마법사인 태운이었지만, 만성적인 마력 부족에 시달리는 탓에 마법을 펑펑 쓸 입장이 못 되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머무는 장소가 아니면 보호마법을 걸어두지 않곤 했다. 이번에는 그런 부주의가 화를 부른 셈이다. 객실에 더 이상 딥원이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한 태운은 마계화된 비즈니스 객실 내부를 조심스럽게 가로질렀다. 무척 조용했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아까 전부터 승객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태운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프라나바이터로 정면을 겨눈 채 언제 어디서 무언가가 튀어나와도 바로 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때였다. 별안간 마리다가 다급한 목소리로 경고해왔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조심해, 태운. 매우 가까워.”

금세 객실 바닥이 마치 술 취한 고래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다란 쇠망치같은 것이 연이어 바닥을 쳐올리는 것 같았다. 거듭되는 충격에 고정시킨 금속 기둥들로부터 금속을 쥐어짜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경악스러운 일이었지만, 강인한 항공기용 강철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끼기기기기기

카펫처럼 이리저리 우그러지며 주름 잡히던 바닥이 마침내 박살이 나면서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왔다. 그렇게 사방으로 파편을 날리면서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은 거대한 지네였다. 아니, 지네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한 10미터는 될까. 온갖 인간들이 서로 엉망으로 뒤엉킨 채 거대한 지네와도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두 줄로 가지런히 늘어세워진 수많은 인간의 다리가 마치 지네의 발처럼 거체를 지탱하고 있었고, 서로 단단하게 엮인 그들의 육체는 한 가닥 굵은 밧줄처럼 지네의 몸뚱이를 형성했다. 그리고 지네의 입-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끝부분의 벌어진 주름에서는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뜬 수많은 인간 머리들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팔다리를 미친 듯이 허우적대면서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사라진 승객들이 몽땅 ‘저것’을 만드는데 동원되었나보군.”

이제야 상황이 아귀가 맞는다. 대책 없이 몰려들었던 딥 원, 지옥화된 비행기 내부,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승객들, 모든 것이 ‘저것’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끄아아악! 꺄악, 꺅! 으어어어어어어어!”

“으후, 으후, 으후, 으후우우우웅!”

“살려줘, 아파, 아파, 아파아파 괴로워!”

중구난방이다. 희생자들인 이미 인성의 대부분을 상실한 것 같았다. 아마 저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뒤틀리고 변성되어 저런 몰골이 되었으리라.

한동안 비명을 지르며 뒤척이던 지네는 마침내 태운을 인식했는지 맹렬하게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네를 구성한 인간들은 한 목소리로 저주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죽어! 너도 우리처럼 고통받아야해!”

놈은 온 몸에 비명소리를 휘감은 채 맹렬하게 돌진해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몸에 채이는 것만으로도 고정된 좌석이 튕겨져 날아갈 정도였다. 지네의 앞을 가로막는 좌석이나 기타 구조물들이 그렇게 빗질 당한 듯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태운은 날쎄게 몸을 날려서 지네의 돌진으로부터 벗어났다. 몸을 날리는 순간 프라나바이터를 몇 발이나 격중시켰지만 지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확실히 저 덩치라면 바늘에 몇 번 찔려봐야 간지럽지도 않겠지. 간발의 차이로 태운을 놓친 지네의 거체가 기내 칸막이 문을 들이받았다. 그야말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문짝이 박살이 났다. 실로 덤프트럭과도 같은 충격력이다. 지네도 무사하진 않은 듯 그 충돌로 인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나마 저 큰 덩치가 핸디캡이 되는군.”

태운은 지네가 정신을 못 차리는 딜레이에 맞춰 총탄을 더 먹여주고는 잽싸게 아직 망가지지 않은 좌석 뒤로 뛰어들어 몸을 숨겼다. 엄폐한 태운 대신 지네를 보고 있던 하티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저들은 아직 살아있어.”

하티프의 눈은 진실의 눈이다. 시간조차 읽어내는 하티프의 눈은 상대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었다. 그런 하티프가 한 말이면 틀림이 없었다. 태운도 고개를 내밀어 냉정하게 지네를 관찰했다.

“저 내구력과 괴력. 변이상태가 극심한데다 외부자극으로부터도 둔감해. 흠, 동력원은 영혼 그 자체에 가해지는 엄청난 고통이군. 사령술...아니 흑마술인가? 그것도 매우 강력하군.”

흔히들 사령술과 흑마술은 서로 혼동되고 있지만, 두 가지는 엄연히 종류가 다르다. 시체와 죽은 혼, 그리고 죽음 그 자체가 뿜어내는 음의 에너지에 사령술이 기반을 두고 있다면 흑마술은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그 악의의 화신인 악마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때문에 굳이 마법을 사용하는데 시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정수를 제물로 바쳐서 주술을 사용하는 편을 더 선호했다.

“요컨테 숨이 붙어있는 고기인형이라는 말이지.”

저렇게 되면 더 이상 구해줄 방법 따위 없다. 지옥의 마기에 침식당한 그들의 육신을 끝장내고, 고통받는 영혼을 해방시켜주는 것이 유일한 구원이 될 것이다.

“그런 것은 보면 알아! 태운, 무시해버려. 어차피 산송장이야. 일일이 상대할 것 없이 알아서 붕괴되게 놔두고 우리는 빌어먹을 흑마법사 자식이나 찾자구.”

마리다는 더 두고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사실상 지네는 시간제한이 있는 소환수와 다를 바 없었다. 흑마법을 써서 생명 그 자체를 비틀어놓은 것이기에, 저 형상을 유지시키는 것 그 자체로도 격렬하게 마력을 소모하고 있을 것이다. 생명체의 육체를 강화하고, 정신을 파괴한 다음 그 하나하나를 점토처럼 이어붙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을 필요로 한다. 대개 그런 경우 마력은 창조물을 구성하는 제물로부터 생명력을 뽑아올려서 공급한다. 그렇다면 특별히 마법을 수련한 경우가 아닌 일반인인 이상 그 생명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아마 몸을 구성하고 있는 승객들의 생명력이 다하면 지네는 알아서 무너져 내리리라. 그렇다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허나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서 쓰러뜨린다.”

“으에에에엑. 방금 문짝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거 못 봤어? 게다가 프라나바이터의 마탄도 통하지 않아. 저 녀석, 몰골이 우스워도 힘은 엄청나다구.”

마리다가 다급하게 말했지만 태운은 요지부동이었다.

“알고 있어. 허나 저들은 아무 죄 없는 피해자들이다. 마법사의 맹세를 한 자로서 저들이 한시라도 더 고통 받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게다가 내 뒤를 쫒아오기라도 하면 흑마법사와 저놈 사이에 앞뒤로 포위당할 수도 있어.”

냉정해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태운은 못 말리는 로맨티스트다. 저들의 고통을 더 두고 볼 수 없었으리라. 마리다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을 삐죽이며 허공에서 팔짱을 끼었다.

“이래서 마법사들은. 하여간 쉬운 길을 알아서 어렵게 돌아간다니까.”

“도와주겠어, 마리다? 놈과 싸우려면 너의 공간지배력이 필요해.”

“하여튼 민폐야, 태운.”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마리다는 불쾌한 표정이 아니었다. 태운은 무척이나 고지식하지만, 또한 우직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특히 정도에 벗어난 일과는 일절 타협이 없었다. 태운의 이러한 태도는 끊임없이 남을 이용할 생각만 하는 마법사들을 수천 년 넘게 보아온 그녀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생소했다. 게다가 태운에게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결코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흐흥, 좋아. 별로 돕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협력할게. 내가 안 도와주면 태운은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테니까.”

마리다는 짐짓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못 이기는 척 동의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하티프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되지도 않는 새침떼기 흉내.”

“너 정말!”

속마음을 들킨 탓일까.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마리다가 소리를 빽 질렀다. 감정을 들켰을 때 얼굴색이 변하는 것은 생리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아니, 그것보다 마령에게 생리작용이 있었던가. 어쨌든 분노한 마리다의 공격을 피해 하티프는 태운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마리다가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태운의 주변을 맴돌았지만, 태운을 방패삼아 교묘하게 도망 다니는 하티프를 끝내 잡을 수 없었다. 마리다는 분노로 씨근덕거리며 최후통첩을 했다.

“하아하아, 이리나와. 이 망할 꼬맹이. 지금 나오면 덜 잔인하게 죽여주지.”

“날 잡으려면 십 년은 빨라.”

-캬오오오오오오오

그때였다. 두 마령들의 소란에 지네가 이쪽의 위치를 눈치 챈 것일까. 절대로 들릴리 없는 대화였지만 파수꾼으로서 지네에게는 어쩌면 초감각이 있는 지도 모른다. 지네는 태운이 숨어있는 곳을 향해 한목소리로 포효하며 그대로 머리 위를 덮쳐왔다. 마치 산이 무너지는 듯한 기세다. 태운이 다급하게 외쳤다.

“마리다, 언위버(Unweaver)를 전송시켜줘!”

“아, 알았어.”

마리다의 눈이 빛나면서 공간전이가 시작되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리꽂히는 지네의 아가리를 피하며 트릭샷을 날렸다. 또다시 마탄이 지네에게 파바박 명중하면서 푸른 영기를 피워올렸다. 그러나 놈을 더 화나게 할 뿐, 별다른 피해는 없어 보였다. 태운은 좌석 사이를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지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회피해내면서 사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공격수단이 있지 않는 이상 이런 고양이와 쥐 게임은 반드시 비극으로 끝나고 말 터였다.

“하티프! 놈의 코어스팟(Corespot)이 보여?”

지네의 바디슬램을 마악 덤블링으로 피해낸 태운이 하티프를 찾았다. 이런 대규모 마법에는 언제나 주문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코어스팟이 있기 마련이다. 태운은 시간마저 꿰뚫어보는 하티프의 눈을 통해 지네의 육체 어딘가에 숨겨진 코어스팟을 찾아내려하고 있었다.

“턱 안쪽. 좌표는 정면을 기준으로 104.5cm×55.8cm.”

“알겠다, 거기에 걸어보지. 마리다! 전송해.”

“오케이.”

태운은 더 이상 지네의 공격을 피할 생각도 안은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마력이 다급하게 하나로 모이면서 힘을 담은 언어가 신비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도미누스 모두스 말레우스. 전생의 기억이여, 죄를 내려치는 망치여! 내 손에 깃들 지어다.”

-콰앙!

주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지네의 그 우악스러운 아가리가 태운을 덮쳤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렬한지 굉음과 함께 한순간이지만 비행기의 바닥이 출렁거렸다. 그 반동으로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지네는 태운을 삼킨 포즈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벼락 맞은 바위인양 지네의 거체는 몸의 절반을 수직으로 곧추세운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석상이라도 된 것일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네의 육신은 그 말단부터 무너져 내렸다. 놈의 몸뚱이를 구성하던 승객들이 하나하나 분리되어 떨어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무너진 시체 더미에서 어퍼컷자세 그대로 우뚝 선 태운의 모습이 드러났다. 얼굴 여기저기에 긁힌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몸길이가 10미터에 달하는 괴물지네를 처리한 사람치고는 꽤 멀쩡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마리다가 필사적으로 전송한 마법의 글러브 언위버(Unweaver)가 착용되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주문의 구조를 풀어헤치는 힘이 담겨 있었다. 비록 착용하는 동안에는 더 이상 그 어떤 주문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모든 마법을 무효화하는 그 힘은 분명 그 제약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태운이 언위버를 끼고 날린 일격은 지네의 중추 코어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러자 승객들을 속박하고 있던 부정한 의지가 단숨에 소멸하면서 지네의 형상까지도 붕괴해버린 것이다. 아슬아슬한 도박이었지만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승객들은 평범한 시체로 돌아갔다. 비록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더 이상 영혼이 지옥의 고문대 속에 붙잡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티프가 다가와서 다친 태운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마스터, 피해는?”

“없어. 경미한 찰과상뿐이다. 그보다 어서 아베 몰로키를 찾아야해. 착륙 시각이 멀지 않았어.”

마리다는 달리는 태운 옆에서 부유한 채 말했다.

“태운, 현재 이곳은 시공의 흐름이 끔찍하게 뒤틀려있어. 마법적인 탐지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하티프가 덧붙였다.

“우리의 감지능력도.”

현재 보잉기는 마계화가 진행되는 탓에 시공좌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탐지주술부터 나침반까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베 몰로키를 찾기는 커녕 길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태운은 마치 상대방과의 약속장소로 달려가고 있다는 듯이 태연한 얼굴이었다.

“혹시 어디에 있을지 짐작가는 곳이 있는거야?”

마리다의 물음에 태운은 차게 웃었다.

“한 군데 있지. 앉은자리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는 곳.”

일등석 객실은 이미 끔찍할 정도로 지옥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목구멍을 연상케 하듯 시뻘건 살점에 뒤덮힌 내부의 여기저기에서는 뼈와 닮은 구조물이 튀어나오고, 벽이건 좌석이건 할 것 없이 굵은 혈관과 힘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느새 기내등은 흰 불빛 대신 역겨운 노란색 불빛을 뿜었고, 사람의 시야가 닿지 않는 좌석 밑바닥이나 복도 끝 구석에서는 악의 가득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천장 일부에서는 심장이 뛰듯 맥박치는 곳도 있었다. 게다가 천장을 뚫고 거꾸로 돋아난 괴상한 아가리에서는 황천의 사악한 기운이 무럭무럭 토해지고 있었다. 흡사 지옥이 따로 없다. 주변에 감각을 보호하는 결계를 펼치지 않았다면, 태운도 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리고 말았으리라. 태운은 일등석 객실 한 복판에 서서 당당하게 외쳤다.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악마추종자여. 딥원도 지네도 다 돌파했으니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라!”

태운의 외침을 들은 걸까. 갑자기 천장에서 핏방울이 후두둑 떨어져서 바닥에 복잡한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마법진이 갖춰지더니 그 속에서 제사장과도 같은 법의를 걸친 거구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하게도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져있는 데다가 얼굴에는 파충류와도 같은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두 발로 일어선 뱀, 그것이 그의 첫인상이었다.

“쉬싯, 아베 몰로키의 사도이자 열두 흑도궁 중 하나인 ‘서펜타리우스’의 겔로우스가 인사 올립니다.”

흑마법사의 입에서 뱀의 그것과 닮은 쇳소리가 새어나왔다. 변이된 상태로 봐서는 이미 골수까지 부정한 기운에 동화한 상태일 것이다. 저 정도라면 정말 악마와 다를 바 없는 사악한 존재다. 아마 하루라도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더 이상 현세에 머물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이 손상되었으리라. 태운은 저 뱀을 닮은 흑마법사의 인사에 뚱하게 대답했다.

“교수대(Gallows)라. 그보다는 피리가 더 어울리는 얼굴이군. 피리소리를 들으면 왠지 춤을 추고 싶어지지 않나?”

일반적으로 태운은 설사 계파가 틀리다 하더라도 다른 마법사를 잘 모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틀리다. 태운의 말 속에는 이런 엄청난 참상을 일으킨 그에 대한 순수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런 태운의 말에 겔로우스는 씩 웃었다. 비늘 덮인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입술을 말아올린 것이 웃음이라면 말이다.

“샤아하하핫, 무례는 용서해드리지요. 쉬싯, 그나저나 그 많은 딥원들과 저의 사랑스런 지네까지 간단히 처리하다니. 쉬익, 노이몬트 아그리파, 당신이 전생이후 마력을 잃었다는 말은 모두 헛소문이었나 봅니다.”

“지금의 내 이름은 김태운이다. 그러니 과거의 이름이 아닌 현세명으로 불러줬으면 좋겠군.”

“샤하하핫, 뭐, 그건 아무래도 좋겠지요.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 사이의 어색한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만.”

태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겔로우스는 혀를 낼름거리며 입을 열었다.

“쉬잇,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쉬잇, 쉬싯, 당신이 우리 신의 이름으로 건틀릿에 참가한다면, 이 난처한 상황은 해소될 것입니다.”

역시 알고 있었나. 마법사협회의 보안 문제도 서둘러 점검해볼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웃기는군. 나는 마법사, 신에게 종속되기 위해 이 긴 시간을 살아온 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천박한 만행은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았다. 태운은 총구를 겨눈 채 호기롭게 외쳤다. 마령들도 질세라 거들기 시작했다.

“마스터는 우리 꺼. 뱀대가리는 몰록 꺼.”

“그래! 태운은 우리거야. 유행이 한참 지난 문어대가리 신의 것이 아니라구!”

태운의 일갈에 하티프와 마리다의 독설까지 더해지자 애초에 참을성이 그리 많지 않은 겔로우스는 더 참지 못하고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잌, 무례하군요! 샤아앗, 좋습니다, 상대해 드리죠. 쉬이익, 당신과 당신의 마령들은 방종의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흑마법사와 대면한 이후 처음으로 태운의 얼굴에 표정이 떠올랐다. 싸움을 피하지 않는 자특유의 대담한 웃음이었다.

“애초부터 결렬될 협상이었다. 오라, 흑마법사. 그 부정한 육체를 지옥으로 돌려보내주마.”

겔로우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사제복을 펄럭이며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태운은 주저하지 않고 프라나바이터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에 반응이라도 하듯 겔로우스의 부푼 사제복 사이로 엄청난 숫자의 구리빛 갑충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발사된 마탄은 모두 정확하게 겔로우스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벌레떼가 형성한 장막을 뚫지는 못했다. 탄환은 강철만큼이나 단단한 껍질을 지닌 지옥의 벌레들을 부수느라 미쳐 흑마술사에게 닿지 못하고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흑마술사의 주변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벌레떼는 모든 장거리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겔로우스는 기고만장해져서 소리높여 웃음을 터뜨렸다.

“캬하하하하하핫! 자아, 당신에게 남은 것은 이제 절망뿐입니다. 지금까지 저지른 신성모독을 뼛속까지 후회하면서 스러지시지요.”

겔로우스가 그의 왼손을 들어 태운을 가리키자, 그의 주변을 날던 벌레떼가 한꺼번에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라면 꼼짝없이 벌레들의 먹잇감이 될 판이다. 그러나 끔찍한 운명이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태운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태운은 아무 말 없이 프라나바이터를 전송시키고는 빈손이 되었다.

“호오? 저항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목숨을 구걸해볼 생각이라면 최적의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겔로우스는 끝이 갈라진 혓바닥으로 기쁜 듯이 입술을 핥았다. 그러나 태운은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캐스팅에 집중했다.

“후회와 절망은 내 것이 아니다. 도미누스 모두스 글라디우스. 전생의 기억이여, 망각을 초월하여 내 검이 되어라!”

확인된 것만도 네 번 이상의 전생을 한 태운은 자신의 쌓여가는 경험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인격을 분할했다. 애초에 최강급 정신계 마법사인 태운이다. 강력한 정신계마법과 각종 부여마법을 통해 이루어진 이 작업은 태운에게 간단한 시동어를 통해 인격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각각의 인격들은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각 상황에 최적화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 뿐만 아니라 성격 및 판단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갈래로 분할된 인격 중 특히 세 가지는 오직 전투에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태운은 그것을 각각 글라디우스, 말레우스, 그리고 오르디나투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태운이 주문을 끝마침과 동시에 마리다의 눈이 빛나면서 예의 공간전이가 일어났다. 그러자 인격교체를 끝낸 태운의 손에는 어느새 녹흑색 검날의 롱소드가 들려져 있었다. 네르갈의 검(Sword of Nergal), 죽음의 기운을 띈 이 불길한 검은 이라크의 외딴 산에서 발굴한 고대의 술식을 바탕으로 태운이 직접 최신식 야장술로 단조한 근래에 보기 드문 강력한 마검이었다.

“크아아압!

태운이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네르갈의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두르자, 검에 맺혀있던 죽음의 기운이 퍼저나가서 그대로 몰려드는 벌레떼를 덮쳤다. 새카만 안개 같은 검의 기운이 황동색으로 번쩍이는 벌레떼를 덮치는 광경은 마치 황혼 무렵에 땅거미가 몰려드는 광경처럼 스산했다. 검은 기운을 뒤집어쓴 벌레들이 바닥에 후두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겔로우스의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크게 부릅떠졌다.

“아닛!?"

바닥에 쌓인 벌레들은 꿈틀거리며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죽은 벌레들의 시체가 바닥에 카페트처럼 뒤덮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수한 벌레의 시체는 메케한 유황냄새를 풍기는 지저분한 얼룩만을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태운은 단박에 벌레떼를 소멸시키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겔로우스는 태운의 롱소드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이를 갈듯이 말했다.

“그 검, 강력한 흑마술로 만들어진 검이군요. 흑마술을 사용한 당신이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 있습니까?”

“내게 있어서 흑마술은 수단에 불과하다. 흑마술 그 자체가 목적인 너희들과는 달라.”

그러나 태운의 대답은 담담했다.

“이제 또 무슨 잔재주를 보여줄건가, 흑마술사.”

검을 늘어뜨린 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운의 모습을 더 참지 못한 겔로우스가 사제복을 벗어던졌다. 로브와도 같은 치렁거리는 옷이 사라지자 흑마법사의 변이된 육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나게 비대화된 근육와 골격 그리고 그 위에 뱀과도 혹은 물고기와도 같은 비늘이 돋아난 역겨운 몰골이었다. 태운은 늘어뜨렸던 검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짝짓기 계절은 지나지 않았나?”

겔로우스는 아무런 대꾸도 않고 온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산고에 시달리는 살모사처럼, 그의 춤은 기괴하고도 절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꼬고 뒤틀고 늘어뜨리고 다시금 휘감기를 수 회, 불과 수 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춤이 최고조에 달하자 겔로우스가 절규했다.

“몰록 신이시여, 신실한 종이 부르나이다. 지금 여기에 위대한 축복을!”

그렇지 않아도 거구인 흑마법사의 몸이 더 커졌다. 어느새 거의 3미터. 게다가 거대해진 겔로우스의 몸으로부터 맹독이 뚝뚝 돋아나는 날카로운 뼈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양팔에서는 팔꿈치가 변이된 것으로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뼈가 돋아낫는데, 흡사 살과 뼈로 만들어진 명검과도 같았다. 이윽고 변이를 끝마친 겔로우스가 뱀과 닮은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왔다. 그의 양 팔에서 돋아난 날카로운 뼈가 어스름한 조명아래 섬뜩하게 빛났다.

“샤아아아아악!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이젠 지겹습니다. 그만 끝내드리지요.”

“싸구려 악당의 특징은 그 한결같은 조급함이지.”

태운은 검을 들어 돌격해오는 겔로우스에게 맞부딪혀갔다.

“으에에에엑, 잘난척은. 방금 들었어, 하티프? 손발이 오그라들려고 하네.”

마리다가 공중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토하는 흉내를 내자, 하티프는 그 고운 눈썹을 가만히 찡그렸다.

“마리다, 천박해.”

흑마술사의 광기어린 돌진에도 태운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성급함에 통렬하기까지 한 냉소를 던지고는 롱소드를 양손으로 쥔 채 쏟아지는 흑마술사의 공격을 차례차례 받아내기 시작했다. 현재 겔로우스는 몰록이 내린 변이의 축복에 의해 힘과 반사신경이 엄청나게 강화된 상태다. 인간이라기보다는 맹수에 더 가까웠는데 태운은 그런 겔로우스의 공격을 노련한 검술만으로 맞상대하고 있었다.

롱소드의 칼날과 변이된 뼈가 또 한 번 부딪히자 독액 방울이 튀어 올랐다. 어찌나 강력한 독인지 떨어진 곳에서 이내 치익 소리를 내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태운은 칼날을 교묘하게 놀려서 겔로우스의 공격뿐만 아니라 뼈에서 튀는 독액의 방향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오히려 그 롱소드의 우월한 리치를 이용해서 겔로우스의 공격을 받아내는 와중에도 그의 몸 여기저기에 긴 상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한 겔로우스가 두 팔을 벌리고 무모하게 덮쳐왔다. 태운은 날쎄게 검을 날려서 겔로우스의 몸통을 찔렀다. 피가 뿜어지며 칼날이 등 뒤까지 튀어나왔다. 그러나 겔로우스는 오히려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흐흣.”

무언가가 이상하다.

겔로우스의 목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더니 태운의 양 어깨를 잡아당겨서 오히려 롱소드의 칼날을 자신의 몸에 더 강하게 박아 넣었다. 당황한 태운이 검을 빼내려고 사력을 다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겔로우스의 변이된 육체는 주인에게 초월적인 힘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곰처럼 강한 그 완력은 도저히 인간이 당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흑마술사는 태운이 봉쇄당한 검날에 정신을 판 사이를 틈 타 온 몸에 힘을 주고 태운을 벽으로 밀어붙혔다. 그의 괴력을 당해내지 못한 태운이 속절없이 벽에 부딪히며 크헉하고 숨을 토했다. 겔로우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핫, 흔히들 마법사는 교만 때문에 패배한다고 하죠. 이제 끝입니다!”

흑마술사의 목 울대가 울렁거리더니 뱀을 닮은 아가리에서 독액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벽과 겔로우스 사이에 갇힌 태운은 피할 수도 없이 그대로 독액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크허억......”

녹색 독액에 격중당한 태운의 얼굴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독기가 어찌나 강한지 독액에 닿은 부분이 채 기포가 생기기도 전에 끓어오를 정도였다.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태운의 얼굴은 녹은 버터처럼 변해버렸다.

“샤아아하하하하하하핫!”

겔로우스의 입에서 예의 뱀의 쉿소리와도 닮은 광소를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양 손바닥에 돋아난 뼈의 칼날이 동시에 내리쳐지면서 태운의 머리를 도끼질 하듯이 찍어 버렸다. 기세가 얼마나 강력한지 두개골이 부서지면서 척추까지 찌그러져버릴 정도였다.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태운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흑마술사는 가학적인 즐거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배에 롱소드가 박혀 있었지만 죽음의 기운이라도 발동되지 않는 이상 뽑아낸 다음 재생하면 그만이다. 변이의 축복이 내려진 지금 이런 상처는 긁힌 것과도 다를 바 없었다.

“흐음, 어디 그러면 카바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볼까.”

하티프도 마리다도 결국 카바에 종속된 마령들이다. 카바의 주인은 종속된 마령들과 물리적인 접촉도 할 수 있었다. 돌의 주인이 바뀐다면 저 둘도 별 수 없이 고분고분해지겠지. 겔로우스는 그녀들로부터 자신에게 저지른 무례의 보상까지 받아낼 생각이었다. 태운처럼 그녀들이 멋대로 하도록 풀어주지 않을 심산이다. 일단 누가 주인인지 그 몸에 단단히 각인시켜야겠지.

“하아, 참을 수 없군. 못 기다리겠어......”

초대장을 입수해서 꼭두각시를 건틀릿에 내보내면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될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은 뒤에 숨어서 마령들이나 교육시키면서 공을 챙기면 될 것이다. 겔로우스가 그렇게 즐거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절대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싸구려 악당의 특징은 그 한결같은 조급함이라고.”

“아, 아니 이럴수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머리가 꿰였을 터인 태운이 그 자리에 멀쩡하게 서 있었다. 겔로우스가 부랴부랴 맹독을 토할 준비를 했지만 그보다 태운의 캐스팅이 몇 배는 더 빨랐다. 미쳐 자세를 잡기도 전에 롱소드의 마력술식이 발동하며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부, 분명히 봉쇄했다고 생각했는데......”

온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흑마법사의 무릎이 꺾였다. 마력의 흐름만 감시해도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다른 마법과는 달리 정신계 마법은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법의 의도와 그것에 대한 인식이 마력의 흐름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가 깃발을 들고 있다. 그 깃발을 본 사람은 그 깃발의 색을 알 수 있다. 굳이 그 깃발을 보여주고 싶은 상대의 손에 쥐여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정신계 마법의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문의 성공여부는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인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에 굳이 마력을 전달할 필요가 없었다. 초짜 마법사라면 마력을 퍼부어서 상대방의 정신 자체를 조작하려고 시도하겠지만, 사실 생각을 유발하는 것은 작은 씨앗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때문에 수준이 높은 정신계 마법사일수록 작은 암시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이 원하는 환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이 태운은 앞에 ‘대’자가 붙는 정신계 마법사다.

“싸움이 시작할 때부터 미리 작은 암시를 하나 심어두었다. 승리라는 암시지. 흔히들 마법사는 자신이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의 환각에는 강하게 저항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간과하곤 하지. 아까 벽과 부딪히던 순간 나는 아픔을 참고 옆으로 피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여, 달콤한 승리에 대한 확신이 그대에게 환각을 보여준 거다.”

“그렇군요. 결국 교만으로 패배한 것은 다름 아닌 저란 말입니까, 샤하하하핫.”

역시나 가학적인 흑마법사다. 태운은 겔로우스의 배에서 네르갈의 검을 거칠게 뽑아냈다. 자신의 파멸조차 쾌감으로 승화시킨 겔로우스의 황홀해하는 표정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태운의 검날이 그의 목줄기를 가지치기하듯 베어버렸다. 단박에 떨어져나간 겔로우스의 목이 빙글빙글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핫, 아하핫, 우리의 신께 거역하는 당신은 얼마 가지 않아 파멸할 겁니다. 벌레들에게 살아있는 채로 생살이 씹히겠지요. 저는 그 장면을 아주 기쁘게 보고 있을 겁니다.”

“아, 지옥의 특등석에서 말이지.”

태운은 네르갈의 검을 들어 머리만 남았음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흑마술사를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흑마술사의 악담을 더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그 일격으로 겔로우스는 마침내 절명해버렸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서있던 비늘덮인 거체가 뒤로 쓰러지면서 쿠웅하고 육중한 소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세에 거부당한 그의 육신은 더 이상 존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유황냄새를 풍기면서 불타기 시작했다. 이제 흑마술사의 영혼은 지옥에 떨어져서 살아생전에 악마들에게 진 빚을 갚게 되리라. 하티프는 눈을 감고 시간지배력을 통해 겔로우스의 파멸을 확인했다.

“소멸확인. 그의 좌표는 더 이상 현세의 시간에 존재하지 않아.”

“아하하하하핫, 바보는 그래서 안된다니까. 지옥에서 뱀춤이나 실컷 추라고.”

마리다의 소리높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도 어지간히 겔로우스가 싫었던 것 같았다. 태운은 겔로우스의 파멸을 신중하게 지켜보다가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아베 몰로키를 모두 쓰러뜨렸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착륙은 불과 10분 남짓, 그럼에도 비행기의 고도는 조금도 낮아지지 않고 있었다. 이상태로라면 제때에 활주로에 착륙할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착륙하더라도 어떤 대참사를 일으킬지 몰랐다.

-푸취익

칸막이 문을 열고 이코노미클래스 객실을 빠져나온 태운은 곧바로 콕피트로 향했다. 무었보다도 비행기의 안전한 착륙이 급선무인 이상 조종사의 안전여부부터 확인해야했다. 아무리 막무가내인 흑마술사라도 자신들이 탄 비행기를 추락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확인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태운은 조심스럽게 객실바깥으로 통하는 칸막이 문을 밀어젖혔다. 신속하게 조종실 앞에 도착한 태운은 황당함을 느꼈다.

“......내가 놈들을 과대평가했나보군.”

외부인의 조종실 출입을 통제하는 격벽은 무슨 산성용액이라도 뒤집어썼는지 형편없이 녹아내려있었다. 아마 겔로우스의 짓이리라. 그리고 조종사들-기장과 부기장은 사이좋게 이마 위가 날아간 채 멍하니 조종석에 앉아있었다. 숨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상태를 봐서는 참사가 시작된 직전에 살해당한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비행기는 자동조종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착륙 시 120% 확률로 참상으로 이어지리라. 아무리 악마추종자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막가는 짓을 저지를 줄이야. 이런 상태라면 굳이 힘들여 지네괴물과 겔로우스를 쓰러뜨릴 필요도 없었다. 비행기가 지상에 충돌하는 순간 어차피 다들 전멸했을 테니까. 난감해진 태운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종석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머리가 날아간 두 조종사들이 불쑥 일어서더니 팔을 벌리고 태운을 향해 곧장 덤벼들었다. 지옥의 마기에 잠식당한 조종사들의 시체가 인간의 생살을 탐하는 시귀-구울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내식만으로 만족 못 하는게 나 뿐만은 아니었군.”

조종사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들의 머리통에 고인 뇌수와 핏물이 출렁거리면서 바닥에 뿌려졌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태운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들의 양팔을 잘라 무력화시켰다. 두 팔을 잃었음에도 그들이 입을 찢어지게 벌린 채 여전히 덤벼오자, 태운은 찌르기 일격으로 깨끗하게 그들의 경추를 끊어버렸다. 그제서야 조종사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나무토막 넘어지듯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렇게 조종사들의 시신을 완전히 정지시킨 뒤 잠시 그들을 내려다보던 태운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리다가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어이, 태운. 괜찮겠어? 너 지금 마력이 바닥이라고.”

“괜찮아. 이것도 마법사가 할 일이다. 마법이 끼친 폐해는 마법으로 갚아야 해. 도미누스 마기카 이그넴......”

이미 태운은 두 번의 인격교체와 지네괴물에게 시전한 충격파 등 연달아 마법을 쓰는 통에 마력이 거의 고갈상태였다. 그렇지만 사악한 마법에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것은 제대로 된 마법사에게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마력이 부족해지면서 강렬한 두통이 엄습해왔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태운이 거듭된 전생 속에서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윽고 태운의 손끝에서 푸른색 마법의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뛰어난 정신계 마법과는 달리 태운은 물리력에 영향을 끼치는 마법에 능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꼼짝도 못하는 상대에게 쓰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정도의 불꽃 주문이라면 이제 더 이상 그들은 흑마술에 의해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색 불길은 주변에는 아무런 그을음도 남기지 않은 채 시체와 그 의복만을 말끔히 태워버렸다. 태운은 날리는 잿가루를 뒤로하고 계기판에 다가가 점보기의 상황을 확인했다.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콕피트에 설치된 무전기에서는 관제탑의 다급한 외침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승객과 승무원 합쳐서 이백 명에 달하는 인원을 실은 점보기가 아무런 응답도 없이 공항 위를 배회하고 있으니 애가 탈만도 하리라. 태운은 아무 말 없이 조종석에 앉은 채 계기판을 훑어보았다. 이런 대형비행기의 조종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전문조종기술이 필요하다. 태운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분할된 인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계 마법을 이용해서 당장 활용할 일이 없는 지식도 각 인격의 성향에 맞게 분류되어 머릿속에 저장해 두곤 했다. 그렇게 저장된 지식의 양은 거의 도서관 수준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 비행기 조종술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현대적인 항공기의 조종경험이 없다는 것인데......’

지식은 있으나 경험이 없다. 그런 태운이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소함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마치 생판 모르는 초짜가 설명서를 보면서 정밀기계를 조립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허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태운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비행기 조종간에 손을 얹었다.

 

 

*     *     *

현재 시각 AM:02:50. 인천공항 관제탑은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나 있었다. 10분 후 도착 예정인 이스탄불 발 점보기가 한참 전에 고도를 낮추고 착륙준비가 시작되었어야 하는데, 공항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도 여전히 고도를 낮추지 않은 채였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관제탑의 잇단 교신에도 점보기에서 아무런 답신이 없었기에,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할 영도기 조차 띄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너무 이상했다. 만약 조종실에 무슨 일이 생겼더라도 적어도 승무원 중 누군가가 교신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점보기는 마치 유령선마냥 침묵할 뿐이다. 분명 무언가 일이 터진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놈으로. 관제실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북한의 공작부터 최근 대한민국에 앙심을 품은 이슬람계 테러분자들의 소행이라는 말까지 유언비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었다.

관제소장은 손톱을 깨물면서 초조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왜 하필 내 임기동안 이런 일이 생긴 거냐. 역시 올 초에 할아버지 묏자리를 바꿔야 했나.”

이미 소방차와 구급차, 그리고 대테러부대의 차량까지 대기시켜 놓은 상황이다. 제발 대참사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와, 왔습니다! 공항 영공에 들어섰어요!”

그때였다. 관제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점보기는 공항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점보기는 고도를 낮출 타이밍을 이미 한 번 놓친 상태다. 이럴 때는 보통 공항 영공을 한 바퀴 돌면서 차근차근 고도를 줄여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저 점보기는 그런 통상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고 마치 폭격기처럼 급강하하고 있었다. 수 천톤의 거대한 항공기가 빠르게 다가오는 그 광경에 넋을 잃은 관제소장의 입에서 절망적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무슨 생각이냐, 이 조종사놈아!”

-부아아아앙!

수천톤의 철덩어리가 공기를 가르는 통에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양쪽 랜딩기어는 전율하면서 흔들렸고 날개 전체가 금방이라도 동체에서 떨어져나갈 것 같았다.

눈을 깜박했다간 순식간에 지상에 충돌할 판이다. 태운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이마에 돌출된 혈관이 찢어져서 핏방울이 방울방울 솟아나고 있었다. 무리하게 사용한 정신계 마법의 부작용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태운은 안간힘을 쓰며 조종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대로 활주로에 들이받을 그 절체절명의 순간 보잉기는 정말 기적적으로 수평에 맞춰졌다. 여전히 강하속도는 눈이 돌아갈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추락은 면했다. 기적적으로 활주로에 배를 붙인 점보기는 착륙바퀴를 몸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태운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착륙바퀴가 제발 견뎌야 할 텐데.”

지면에 닿는 순간 그 엄청난 충격을 못 이긴 점보기의 앞바퀴가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앞바퀴를 잃은 점보기는 코박은 자세로 미끄러지다가 빙글빙글 동심원을 그리면서 동체로 지면 위를 내달렸다. 그 엄청난 마찰열에 점보기의 배면이 마치 장작처럼 불타고 있었다. 그렇게 수 킬로, 한참을 미끄러진 점보기는 결국 두 날개가 모조리 부러지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날개가 부러지고 동체도 반파되었지만 뭐, 어쨌거나 착륙은 했다. 빈말로도 성공적인 착륙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제31회 시도. 마스터, 일어나.”

“어이, 언제까지 자빠져 있을 거야? 일어나, 일어나라구!”

기절해있던 태운은 다급하게 부르는 마령들의 목소리에 의식을 되찾았다. 마리다도 하티프도 금새 눈물이 흐를 듯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태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체착륙시의 충격으로 창문은 모조리 깨져있었고 어느새 검은 연기가 조종실에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태운은 격렬한 두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하티프, 내가 얼마동안 기절해있던 거지?”

“제32회....... 3분17초58정도.”

기절한 사이에 반파된 점보기의 주변에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에 무장 장갑차까지 정말 구름같이 몰려와 있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지 인원들의 대응속도가 빠르다. 역시 세계 굴지의 공항이라 이건가. 태운은 깨진 창문으로 바깥의 상황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조종실을 벗어났다. 현장인원들이 안에 들이닥칠 때까지 우물쭈물하다가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것은 사양이다. 그런 귀찮은 꼴을 당하기 전에 어서 점보기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태운은 문을 부수는 구조요원들의 해머가 내는 소음을 들으면서 기내의 어둠속으로 스르륵 몸을 감췄다.

“생존자는 몇 명이던가?”

“예, 다섯명입니다. 건강상태는 양호한데, 계속 마법이니 프레게토리니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동체착륙에 의한 쇼크인가. 테러리스트들의 고문 후유증인지도 모른다.

“일단 철저하게 검사하도록 해. 그리고 블랙박스는 수거했나?”

“예. 그런데......”

우물쭈물거리는 부하직원의 태도에 짜증이 치민 관제소장은 거칠게 블랙박스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똑같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이건?”

블랙박스는 완전히 불타 있었다. 그런데 겉면은 멀쩡한데 속의 기계들만이 숯검댕이가 된 괴이한 형태였다. 옆에 서 있던 공항경비대의 지휘관이 블랙박스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마치 안에서부터 타들어간 듯한 몰골이군요. 그것도 엄청난 온도로 말입니다.”

항공기가 완전히 대파되는 충격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블랙박스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니까. 그런데 부서지긴 했어도 착륙에 성공한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박살이 나다니. 그것도 이런 납득할 수 없는 형태로 부서진다면 해외토픽에나 나올 일이다.

피칠갑이 된 내부에 엉망으로 뒤엉킨 시체더미, 거기다 안에서부터 불타버린 블랙박스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X파일의 수사관들이 출동할 만한 괴사건에 관제소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누가 지옥가마솥의 뚜껑이라도 열었던 건가. 허, 참.”

인간은 의외로 쉽게 진실에 도달하는 법이다. 물론, 그것을 납득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지만 말이다.

*     *     *

그 시각 태운은 인식장애 마법의 도움을 빌려 유유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여 입국허가를 받고 있었다. 활주로 쪽에 사고가 났다며 분위기가 소란스러웠지만, 태운은 천연덕스럽게 다른 입국자들과 함께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왔다. 일단 마법사협회가 지정한 장소로 가는 게 먼저일 것이다. 서울로 향하는 공항버스에 몸을 싣는 태운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제5의 비의를 마법사협회에 관철시키고야 말리라.

“그럼 시작해볼까. 불멸의 마법사들이 벌이는 불멸의 논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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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uss

October 15, 2011
*.44.191.141

문체가 읽기 편하고 스토리도 짜임새 있고 제 취향에도 부합하네요 ㅎㅎ 담편이 기대되는군요 ㅎㅎ. 이런 약간 다크하고 무게있는 작품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ㅎ.. 라노베로 발간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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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남

October 15, 2011
*.117.247.78

적, 아군 캐릭터 디자인이며(특히 고어한 지네는 인간지네라는 B급 영화 생각이 물씬...)

츤츤거리는 마령이며..로리틱한 두번째 마령이며..

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거 난 너무 좋아 하앜하앜


장난이고요, 다크한 분위기나, 긴장감있게 싸움 장소가 비행기라는 점..
그리고 이번싸움이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을 예상해본다면 매우 작아보이네요
괜찮은듯 d @ㅅ@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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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hiteface

October 16, 2011
*.234.216.159

모든글은 프롤로그까지! 라는 방침을 간만에 깨트리게 해주는데요?다음이 있다면 선플 후감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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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생물

October 16, 2011
*.159.105.69

본편중에 언급이 되겠지만 주인공 태운의 이상과 의지를 좀더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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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원

October 17, 2011
*.246.70.48

근무중에 읽기시작했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빠져들었습니다...ㅋㅋ 좋은 작품 감사하며 후편이 기대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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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xcross

November 04, 2011
*.232.228.206

잘 읽었습니다.
일단 험담부터 하겠습니다. 초반 도입 부분이 좀 산만하군요. 특히 맨 첫문장이 뜬금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몰입감있는 시작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액션묘사는 출품작 중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템포가 빠른데다가 박진감넘치더군요. 저는 특히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달달한 작품만 나와서 실망이 컷습니다. 그런데 간만에 액션이 넘치는 글을 봐서 재밌었습니다. 일단 출품작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듭니다. 나오는 캐릭터들도 가장 라이트노벨스럽구요. 앞으로 좀 더 좋은 작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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