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아폴로 11호 달탐사 50주년 기념 라한대를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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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16 Aug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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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네모
협업 참여 동의

결과가 늦어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몇몇 감상은 지인에게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길고 자세하며 (대리) 가 붙어있는 평이 대리로 맡은 감상입니다.


작품들간에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우승작은 두 작품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정보:달이 빛나는 이유> , <사랑하기 때문에>

집필자 분들에게는 경회랑 쪽지로 문화상품권 핀 번호가 발송될 예정입니다.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 <청수> 감상 및 비평

(대리)


한 여인이 추운 겨울 밤에 홀로 청수를 담아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천지신명이시여……’ 하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청수>는 한국 전통의 민속 신앙인 ‘일월성신’과 ‘천지신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자식이 다섯이 있었는데 넷이 여인보다 일찍 죽고 ‘해아’라는 아이 하나만 남은 것으로 보아 이 일이 단 한 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해아’는 현재 부재중이며, 피를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맥락상 참전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중 서술되는 내용으로는 여인이 기도를 올리는 장면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해아’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내용 자체로도 여인은 자식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여인의 심정은 더 불안하다. 그러므로 시점을 여인에게만 고정한 것은 효과적이었으므로 옳은 판단이었다고 본다.


다만 여인과 자식들 간의 과거 서사가 좀 더 추가되었으면 독자로 하여금 여인의 심정을 느끼게 하기에 효과적일 것 같은데 그게 부족해서 아쉬웠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 서사’란 어머니와 자식들 사이에 있었던 옛 추억이나, 만약 가난했다면 가난 속에서 어떻게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도 좋을 것이다. 자식들이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던 계기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드러내거나 암시로 남겨두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핵심 지적은 스토리 부족으로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 문학에서 배운 <정읍사>에서 다룬 ‘달’ 역시 이 일월성신의 월신을 가리킨다. 이외에도 한국 문학에서 일월성신과 천지신명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꽤 많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작품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거의 비슷하다. 한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이 처한 현재 상황이 암담하거나 절망적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고자 일월성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 결과나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열린 결말로 남겨두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어쨌든 <청수>는 그런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청수>에서 중요한 것,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과 ‘인간의 감정에 전혀 부응하지 않는 자연의 허무’다. ‘신(神)’이라고 하는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존재에 기댈 수밖에 없을 정도의 절망을 지닌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특히 ‘양손의 살갗이 닳아 벗겨질 때까지’ 손을 비비며 그저 빌 뿐인 인간과, ‘표정 없는 달’이 미동도 없이 가만히 하늘에 걸려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그리는 작품은 사실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 예를 들자면 ‘인간이 신에게 기대어보지만 실제로 자연은 그런 감정의 호소에 아무런 반응이 없고 허무할 뿐이다’에서 좀 더 확장시켜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이런 극한의 절망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결말로 끝나는 허무주의에 계속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보이더라도 발버둥 치며 소중한 무언가를 희생하면서도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 하는 등의 질문들을 던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몫이다. 내가 타인의 생각에 관여할 바는 없으니 우리 모두 알아서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자.




2 <정보 : 달이 빛나는 이유> 감상 및 비평

(대리)


기본적으로 두 인물이 병치되어있다. 기자인 연수와 달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 리안드리히다. 연수가 가진 ‘기자’란 직업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 요컨대 진실을 추구해야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리안드리히 역시 달 탐사 이후 자신이 직접 마주한 진실을 전달해야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선 중심 주제는 ‘진실’이다.


연수가 내적으로 겪는 갈등은 일류 기자라는 이상과 삼류 기자인 자신의 현실 사이에 일어나는 괴리다. 연수는 진실을 추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내면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마치 일류 기자인 마냥 고급 진 옷을 빼입고 삼류 냄새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등 되도 않는 짓을 한다.


연수 자신도 그런 자신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자각하고는 있지만 내면의 괴리로부터 오는 심리적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용해, 작중에 서술되는 심리묘사 속에서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연수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자신을 자각하고 있다는 근거는 결말 부분의, 리안드리히를 자신과 겹쳐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연수가 마음속으로 리안드리히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그를 지나칠 정도로 부정하면서 호텔을 나선 후에는 대조적으로 뜬금없이 그를 자기 자신과 겹쳐보고, 거기에서 격정적인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이 의식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일류 기자의 겉치장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 어설프고 초라한 자신의 본모습을, 그 진실을 감추려고 한 자신에 대한 자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런 자각이 떠오른 까닭은 리안드리히에게서 자신과의 차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차이란 ‘진실에 대한 태도’다.


간단히 말해 연수는 현실 속 자신의 진실을 일류 기자의 모습으로 감추려고 한 반면 리안드리히는 자신이 마주한 달토끼의 진실을 꾸미지 않고 얘기하는 것에서 차이를 느낀 것이다. 물론 리안드리히 역시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는 통상적으로 말도 안 되는 진실을 꺼내지 못하고, 연수라는 한 사람에게만 얘기하는 것으로 볼 때 진실을 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수면 아래서 발버둥치는 다리를 내비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연수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고작 연수 한 사람일 뿐이라 해도, 리안드리히는 감추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고 한 점에서 연수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런 리안드리히의 모습에서 연수는 자신과는 대조적인 인간상을 발견했고, 거기에 심리적 반발작용이 일어나 그를 ‘정신병자’ 취급한 것이다.


작중 딱 두 번 등장하는 ‘횡단보도’와 ‘신호등’이라는 배경적 소재도 사소하지만 흘겨볼 만하다. ‘횡단보도’는 연수가 ‘나아가고 있는 길’을 상징한다. 굳이 ‘횡단보도’인 이유는 횡단보도가 단순히 그냥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있다. 신호등의 빛이 녹색일 때는 나아갈 수 있고, 적색일 때는 나아갈 수 없다. 초반부에 나오는 신호등은 연수가 리안드리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등장하고, 후반부에 나오는 신호등은 연수가 리안드리히와의 만남 후에 돌아가는 길에 등장한다. 첫 번째 신호등은 작중 서술대로 ‘녹색 빛을 발한다.’ 연수는 녹색 빛이 된 신호등의 횡단보도를 걸으며 일류 기자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두 번째 신호등, 즉 돌아가는 길의 신호등은 적색으로 연수가 건널 수 없게 되어있다. 이는 연수가 심리적 상태(리안드리히를 만나기 전 ‘일류기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치장해 도취해있던 심리와, 만나고 난 이후 리안드리히를 통해 본 자신에 대한 자각에 좌절된 심리)와 맞물려 효과를 지닌다.


플롯으로는 현재-과거-현재 순으로 나열된 마스터플롯을 따르고 있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구조라 사실 이제는 질리는 플롯이기도 하지만 ‘정석’이라는 느낌이다.


문법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캠페인처럼, 언제나 다시 보자. 시간이 없었으므로 이해는 한다. 다만 중간마다 거슬리는 문법적 결함들이 눈에 띈다. 이런 상식적인 결함들은 의미 전달의 모호성을 유발하는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달토끼에 대한 발상도 좀 더 확장시키고 작품 주제와 좀 더 긴밀하게 연결지어 재미를 주었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다. 다만 소설에 깃든 사유가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점 ─요컨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다수 앞에서 무기력한 진실’, ‘현실을 감추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로서 외면을 꾸미지만 결국 모순을 겪거나 어떤 계기(리안드리히)를 통해 자각을 얻고 좌절하거나 극복하는 인간상’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많이 다루어왔던 사유다─이 조금 안타깝다. 주제가 진부해도 사유가 깊은 소설은 반드시 성공한다. 또한 그 깊은 사유를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참신한 방식 역시 새로운 소설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두 인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병치시켜놓고 그들을 충돌하게 만들어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이제 현대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제 낡았다. 대화보다는 입체적이고, 극적이고 재미있는 상황을 통해 표현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 특히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라면 특히 그렇다.



3 천강유수 천강월

두 탁발승이 조선 땅을 떠돕니다. 한 쪽이 스승이고 다른 쪽이 그 제자입니다. 글은 스승이 읊는 시구만큼이나 썩 풍류가 있습니다. 자연의 정취가 잔잔히 느껴지는 글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인물들의 대사가 쉽게 읽고 이해되기 어렵게 쓰여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시는 다음 문장과 같습니다.


“그게, 스승님은 누가봐도 불법에 정통하시고 서역의 말이며 밀어며 못하시는 것이 없는데 절에 몸을 의탁하려하지 않음은 이미 태양빛으로 밝은 곳에 빛을 더하려 하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불법을 가르치고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꼭 길을 밝혀주는 달과 같지 않습니까?"


조금 더 짧게 끊어 쓰는 편이 읽기 쉽지 않을까요?




4. <Banishment this rain> 감상 및 비평

(대리)


<Banishment this rain>이라는 제목은 일본 애니메이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의 여주인공 ‘타카나시 릿카’가 외치는 ‘Punishment this world!’라는 대사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Banishment this rain>의 여주인공이 중2병에 걸린 상태로 나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야기 맥락과 제목의 어감, 씹덕 라노벨 문체를 고려했을 때 이는 확실하다.


안타깝게도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재미가 없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우선 ‘주제성’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자 본인이 있었다고 말하더라도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을뿐더러,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극적인 효과나 기술도 전혀 없다.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단순한 패러디, 혹은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 또한 그다지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패러디’라는 것은 긴장이 완화되어있는 단계에서 익살이나 풍자를 통해 웃음을 유발해 재미를 더해주고 가독성을 유지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야 하는데 이 소설은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모방이지만 웃음을 유발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담지는 못했다. 감성이 주를 이룬다면 그에 맞는 배경적 서사가 있어야 한다. 감정의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엔 인물의 배경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공간적 배경으로는 단지 비가 내리고, 어두운 밤이 있을 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생략할 필요는 있으나 분량 상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소설은 조금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중2병에 걸린 JK는 현실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 설정이 아니므로 비현실적이지만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와 달리 어딘가 조용하고 축축한 분위기에, 야간자율학습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적 배경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긴 하다. 다만 그런 현실적 배경을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활용’이란 주제와 연결시켜 독자로 하여금 무언가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와 같은 즐겁고 발랄한 러브코미디, 고등학생의 청춘드라마가 현실상으로는 야간자율학습과 같은 구속 요소에 의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탓에 청춘의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내는 그림을 담아낸다던지, 혹은 그런 현실에 대응해 속박에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인물의 자세를 그린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주인공 반석은 중2병에 걸린 여주인공에게 이성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주인공 수예는 그런 그의 호감을 인지하지 못한다. 여주인공이 먼저 남주인공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와는 반대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각 인물의 성격은 거의 흡사하다. 비가 내리는데 수예가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아 둘이 우산을 같이 쓰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가, 금방 그쳐버려 은연중에 기대를 품고 있던 반석은 잠을 뒤척인다. 이런 상황을 통해 반석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은 괜찮긴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딱히 새로운 건 아니다.


중간과 마지막에 수예의 얼굴이나 전체적인 외관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굳이 새하얀 ‘목덜미’를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그냥 작자가 목 페티쉬가 있어 그런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수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반석의 감정에 대한 은유다. 이건 작자가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없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웃음). 그러나 후자임을 좀 더 명확히 드러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남겨본다.




5. 길잡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100년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0년 후 달에서의 일입니다. 이 글은 인공지능을 가진 한 달 탐사선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탐사선이 여러모로 귀엽습니다. 마스 패스파인더의 무인 탐사차량 소저너도 귀여운 생김새인데, 선배를 존경하는 만큼 귀여움도 닮았나봅니다. 도르르 하고 굴러가는 소리도 귀엽다, 고 말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달에서 어떻게 소리가 들렸을까요. 어쩌면 탐사선이 마지막까지 기록을 남기는 기계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듯이, 우리가 이 기록을 읽고 있다는 건 또 다른 무인 탐사선, 또는 우주인들이 패스파인더를 발견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패스파인더가 조사한 달의 자연동굴에 대한 기록도 발견했을 것입니다. 패스파인더가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조사한 자연동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100년전에 같은 땅을 밟았던 사람들이나, 우주를 떠도는 선배 탐사선들이 지구에 전해준 소중한 기록들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기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6. <Papilon nocturne> 해석

(대리)


제목인 ‘파피용 녹턴’에서 파피용은 사실 나방과 나비 모두를 분간 없이 일컫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작자 사설에 따르면 ‘나방’으로 쓰인 듯하다. ‘팅커벨’이라 불리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라서 ‘녹옥빛’인가보다. ‘팅커벨’은 요정이다. 후반부에 주인공과 ‘그대’가 다시 만났을 때 만개한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밤의 요정’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 ‘기다림’은 주인공이 ‘그대’를 다시 만나기까지의 기다림을 의미하고 ‘밤의 요정’은 말 그대로 밤에 나타난 ‘팅커벨’, 밤의 요정 그 자체인 ‘그대’를 말한다. ‘달’과의 연결점은 사설에도 나와있듯 영명 Moon moth, Luna로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


소설에서 말하는 ‘달의 공주’란 일본의 <타케토리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카구야 공주’에 해당하며 이야기 자체도 거의 카구야 공주 이야기다. 시대가 현대판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굳이 근거를 달아야하나 싶지만 크게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먼저 달에서 유배되어왔다는 점, 결국 다시 돌아간다는 점, 돌아갈 때 주인공에게 ‘불사약’을 준다는 점(카구야 공주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카구야 공주는 달로 돌아가기 전에 ‘미카도’에게 이별의 선물로서 불사약과 날개옷, 편지를 전했다. 그러나 미카도는 ‘카구야 공주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냐’며 슬퍼하며 그 물건들을 태워버린다) 등이 있다.


카구야 공주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수도 없이 많다. 우선 대나무에서 나온 카구야 공주와 달리 이 소설에서는 ‘그냥’ 나타난다. 어느 순간 달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결말. 카구야 공주 이야기에서는 미카도를 남겨두고 카구야 공주가 달로 돌아간 후 마무리되지만 여기서는 불사약을 태우지 않고, ‘그대’가 지구로 돌아와 다시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장면까지 포함한다. 거기에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은 나방의 녹옥 날개를 지닌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주제는 딱히 깊이 살펴볼 만한 점은 없다. 그냥 사랑 이야기다. 감성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7. 사랑하기때문에


먼 미래, 인류가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달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왜 달은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발로 밟고 있지는 않겠지요.”


멋진 문답입니다. 이 이야기 전체를 압축하고 있는 문장임과 동시에, 먼 옛날부터 인간이 달에 대해 가져왔던 갈망, 그 자체에 대한 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두고 자신의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을 갈구하고, 발밑에 떨어져 있는 것 보다 머리에 위에 떠 있는 것을 우러러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는, 어쩌면 그것이 무엇인가 보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 가 일지도 모릅니다.

문득 만약 세상에 다이아몬드가 발에 채이고 돌덩이가 희귀했더라면, 돌덩이가 수십억의 고가에 팔리는 보석 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우리 손에 쥐어진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8. <쓰레기장> 감상평

(대리)

이야기는 간단하다. 현실에 찌든 남자 K가 술에 취해 강에 비친 달을 향해 다가가다 정신을 잃는다. K는 꿈속에서 자신의 ‘불운’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와 행복을 되찾는다. 그러나 K는 곧 다시 꿈속에서 부풀어 오른 자신의 ‘불운’을 강제로 돌려받게 된다.


그의 ‘불운’은 쓰라릴 정도의 ‘냉기’로 그의 몸과, 그의 일생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야기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불운’이 무엇이며, 달의 쓰레기장에 대한 꿈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야 한다.


‘운’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지만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K의 ‘불운’은 그 자신이 느끼기에는 ‘불운’이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자면 하나의 ‘운명’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달의 쓰레기장에 벗어던지려고 한 것은 자기 자신의 ‘운명’이다. 도저히 손쓸 도리가 없는 ‘운명’이라는 거대하고 장엄한 벽 앞에서 나약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태도는 술에 절어 비틀거리며 자기 자신의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려, 자신에게 운명을 부과하는 세계와의 단절을 일으키는 것뿐이다. 여기서 K라는 인간이 ‘나약한’ 이유는 단순히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기 때문이 아니다. 끝까지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K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진 운명은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 앞에 늘 허무를 느끼고 K가 느낀 바와 같은 ‘냉기’에 휩싸인다. 어떤 이들은 공포와 허무 앞에 좌절하고 운명에 수긍하여, 스스로 숨을 끊거나 일평생을 두려움에 벌벌 떨며 타락해간다. 또 어떤 이들은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종교를 믿거나 죽음이라는 운명을 잊을 만한 다른 대체물─즐거운 것들, 쾌락, 혹은 물질적인 것─을 찾는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이렇게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자세는 ‘초연함’으로 끝까지 맞서 싸우는 것뿐이다. 잊는 것이 아니라,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똑바로 마주보면서 명확히 자각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향해 초연히 나아가는 것. 감정이 결여된 인간이 아닌 이상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가장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이유는 우리 개개인의 행복을 최대로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K는 술을 택한다. 그리고 술과 타락한 정신을 통해, 꿈으로나마 운명을 벗어던지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는 ‘나약한’ 것이다. 자신이 겪는 불행의 불확정적인 요소를 이성으로서 파악하고, ‘운명’이라고 하는 상대의 윤곽을 잡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탄으로 그치고, 환상으로 ‘불운’을 버리는 시늉을 하며 자기만족을 하는 데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그 현실의 ‘운명’으로부터 더욱 더 벗어날 수 없으며,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불운’을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운이 부풀어 오른 것은 K와 같은 사람들이 그런 ‘나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동안에도 현실의 시간은 흘러가며 그만큼 가중될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쉽게 예로 들자면 레일을 타고 끝없이 밀려오는 작업물을 처리하다 지친 사람이 잠시간의 안락을 위해 졸면서 작업이 끝난 꿈을 꾸면서 기뻐하다가 잠에서 깬 뒤, 그가 졸았던 시간만큼 쌓여버린 작업물의 양을 보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맨 마지막 단락의 ‘냉기’는 평생 K를 쫓아왔던 변함없는 냉기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태도에 대한 엄정한 현실의 냉기이기도 한 것이다.



9. 달의 책방


입가에 은은히 씹덕웃음이 퍼져나가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0. <날지 못한 독수리> 해석

(대리)


가장 아래 묘지에 적힌 것을 보았을 때 ‘뒤늦게 온 남자’의 아버지는 미국의 우주비행사 ‘버질 그리섬’을 말한다. 버질은 아폴로 1호 실험 도중 화재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작자가 굳이 이 인물의 죽음을 다룬 이유는 실제로 ‘달 탐사’라고 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닐 암스트롱’을 떠올리지만, 그 외의 탐사의 계단을 밟아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닐 암스트롱은 무사히 회귀하기까지 했으나 버질 그리섬은 날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뒤늦게 온 남자’는 ‘먼저 온 남자’가 조문을 온 이유를 묻자 온화한 얼굴로 대답한다. 성을 내지 않더라도 그냥 무표정이나 덤덤한 얼굴로 얘기해도 될 것을 굳이 ‘온화한 얼굴’로 맞는 건 이미 오랫동안 자신의 속내 감정을 숨기기 위한 표정 관리가 습관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 ‘속내 감정’이란 슬픔과 허무다. 슬픔과 허무란 ‘뒤늦게 온 남자’가 아버지가 했던 말을 꺼내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만약 우리가 죽거든, 국민들이 우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길 원한다. 우리는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안다... 그만큼 우주탐사는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애초에 그의 죽음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슬프고 허무한, 그리고 비극적인 일이 있을까. 그리고 오로지 ‘뒤늦게 온 남자’ 자신만이 그의 죽음을 알고 있으므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있다 해도, 그것은 실제 그의 심정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가치 있는 우주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화재사고로 사망하게 된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적어도 아버지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주기를 바랐지만 결국 사람들은 죽음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닐 암스트롱뿐이므로. ‘먼저 온 남자’는 자신 또한 ‘뒤늦게 온 남자’의 아버지인 버질 그리섬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다수에 속해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래서 ‘먼저 온 남자’는 “그래도 미안합니다.”라며 혼잣말로 사과를 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제목을 <날지 못한 독수리>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굳이 ‘독수리’인 이유는 독수리가 미국을 상징하는 새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는 강인한 자태로 하늘을 활강해야할 새가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 비극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참새나 비둘기 같은 ‘약하고 별 볼일 없는’ 새를 제목에 끼웠다고 생각하면 ‘독수리’만큼의 비극적 정서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들은 별 이유 없이 종종 찌부러진 사체로 발견되곤 할 만큼 죽음이라는 이미지에 익숙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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