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자동재생] 7월 첫째주 라한대를 마칩니다.
Write- 01:02 Jul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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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S
- By Rogia
-명품작
미카엘대공 님의 「데이트 방해 대작전」
http://lightnovel.kr/freewrite/395427
-우수작
miiin 님의 「끝나지 않은」
http://lightnovel.kr/freewrite/395434
-취향존중상
캘빈 님의 「비 내리는 소녀」
http://lightnovel.kr/freewrite/395420
미카엘대공 님의 작품을 보면, 역시 시간이 괜히 넉넉한 것 보다는 짧은 시간에 타이트하게 조여야 더 상질의 글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가자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소재가 소재인지, 이번 라한대는 읽기만 해도 우울증 걸릴 것만 같은 글이 꽤 있었습니다. '비'가 주는 느낌이 그만큼이나 무겁고 우중충하기 때문이겠죠. 라이트노벨이 반드시 밝아야 할 필요는 없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조명 좀 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라한대 뿐만이 아니라 여태까지의 라한대를 아울러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의 정의는 모두의 가슴 속에 하나씩 있겠습니다만, 라한대에 참여하시면서 라이트노벨의 '풍미'는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노벨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해서 모든 글이 라노벨이라 주장할 수 없듯이, 아무리 여유 있게 생각하려고 해도 '정말 이 글을 작가도 라노벨이라 생각하고 있을까?'란 의문이 드는 글은 읽는 내내 곤혹스럽습니다.
'이 정도 갖추면 라이트노벨로 볼 수 있다'로 둘 수 있는 기준은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청소년 감성'입니다.
다 큰 어른들의 남여상열지사는 일반 대중소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독자층의 다수가 십대이고, 그만큼 십대의 감성에서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가령 원조교제 상대를 앞에 두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회상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십대 감성과는 거리가 멀 것입니다. 배경이 현대이든 판타지이든 미래이든 이세계이든 이 점은 반드시 지켜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는 '문장 패턴'입니다. 이 부분은 각자의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인데요, 만담계 라이트노벨이라면 다들 감각적으로 알고 있으실 '약속된 만담의 패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담계가 아닌 다른 라노벨도 각 등장인물의 대화와 행동 사이의 장면 전환을 나타낼 때에 일정한 문장 패턴이 있습니다.
"호오. 나는 나 외에 호로라 불리는 녀석을 모르는데? 그 녀석은 어디의 누구인가?"
우물우물 육포를 씹는 소녀. 아무리 봐도 호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집 안에 갇혀서 크다 보면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근방의 '풍작의 신'의 이름이다. 너는 신이냐?"
로렌스가 그렇게 묻자, 달빛 아래에서 호로는 순간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는 얼굴을 더했다.
"나는 신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이 땅에 매여 있긴 했지만, 신 어쩌고 할 만큼 위대하지는 않아. 나는 호로 이외에 그 누구도 아니야."
'태어나서 줄곧 집 안에서'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로렌스는 추측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 소녀가 조금 가엾긴 했다.
"오랜 세월. 그럼 태어나서부터 쭉?"
"아니."그 대답은 뜻밖이었다.
"내가 태어난 건 훨씬 북쪽에 있는 대지(大地)야."
"북쪽?"
"응. 여름은 짧고 겨울이 긴 은빛 세계야."눈을 가늘게 뜨고 문득 먼 곳을 바라보는 호로는 도저히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몸짓도, 머나먼 북쪽 땅을 떠올리는 연기치고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당신은 가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로렌스는 오히려 그런 질문을 받았다(…후략)
-《늑대와 향신료》1권 (하세쿠라 이스나) 38p-39p
흔히 글을 쓰면서 하기 쉬운 실수 중에는 어색하게 뚝뚝 끊기는 대화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주고 받는 캐릭터들의 대화를 막상 글로 옮겨보면 어딘가가 허술해보이곤 하죠. 그렇지만 인용한 위 글 부분을 읽어보면, 어디 하나 끊어짐이 없이 대화가 굉장히 자연스레 이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호로와 로렌스의 대화 내용만 잘라내면 아홉 문장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 사이와 사이엔 등장인물의 묘사와 심리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두 등장인물의 대화가 다섯 센텐스를 넘어가지 않고, 마치 만화의 컷이 옮겨가는 것처럼 대화 사이에도 끊임없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패턴입니다. 이런 문장 패턴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텐션이 루즈해질 수 있고 불필요하게 질질 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또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나레이션이면서도 작중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맡은 '로렌스'의 심리를 마치 속마음처럼 중간 중간 나타내곤 합니다. 이런 식의 테크닉은 최근 러브코메디 계열의 3인칭 라이트노벨에서 아주 자주 사용됩니다. 굳이 의도하고 쓰는 기술은 아니더라도, 의도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겠죠.
사실 제 나름대로의 창작 팁 같은 건 라한대 감상평으로 쓰기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라한대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 저처럼 프로 데뷔를 꿈꾸는 프로작가지망생 분이 많으실테니 같은 지망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라한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한대'라는 대회명을 생각해보면 한시간을 주시는 게 맞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