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라한대] 악수

by YangHwa posted Jul 15, 2017 (22시 57분 36초) Replies 0 Letters cou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협업 참여 동의

    

“나와 손을 잡자.”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구석진 뒷골목으로 불러내 그녀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나와 손을 잡자, 이진도.”

그녀는 아리따운 입술을 길게 늘어뜨려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었다. 위를 향해 가볍게 말아 쥔 주먹에서 검지 손가락만을 곱게 뻗어 나를 가리켰다. 앙증맞은 혓바닥을 달싹이며 너는 터무니없는 소릴 내뱉었다. 

“내 개가 돼라.”

“난…….”

“내 개가 돼라, 이진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갓난아기나 다름없었다. 그런 나를, 왜 굳이? 

“왜 나야?”

“직감.”

“못미더워…….”

나 자신도, 그녀의 판단력도 못미더웠다.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갈 종자를 감에 의지해서 고른다는 점이. 그런 막무가내인 그녀를 지탱할 거란 자신도 없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내가 믿으니까 됐잖아. 너는 나를 따르기만 하면 돼. 나를 섬겨라, 이진도. 네게 모든 걸 주겠어. 돈도 명예도 여자도 모조리 안겨주마. 너는 내게 승리를 가져다주기만 하면 돼.”

어때, 간단하지? 

그녀가 그렇게 덧붙였다. 

“고민하는 건 관둬라, 이진도. 솔직하게 말하기만 해. 나를 섬기고 싶은 건지 아닌지. 말했다시피 나는 관대하다고? 치하라면 맡겨둬. 내 심심치 않게 해줄게.”

“음……. 그럼 질문 한 가지.”

“뭔데?”

“여자. 정말 어떤 여자라도 내게 주겠다고 말할 수 있어?”

자칫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돈과 명예 다음에 올 말로 형식적으로 끼워 넣은 걸 수도 있고. 그걸 진지하게 걸고 넘어가자니 나 역시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러나 그녀는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한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너 맨날 진지한 척하더니 그런 걸 다 묻는구나?”

오히려 부끄러운 건 나였다. 

“……확실히 하고 싶으니까 명확하게 대답해줘.”

“그럼, 물론이지. 말만 해! 내가 왕이 된다면 어느 여자라도 대령해주마.”

“섹스 가능?”

“섹……. 물론이지.”

아무리 그래도 역시 이거엔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태도를 바로잡았다. 역시 왕이 될 그릇. 회복이 빠르다. 

“지금 당장도?”

“의외로 성질 급하구나, 너. 그건……. 능력이 되는 한.”

“그럼 할게.”

내가 하겠다고 말하자마자, 그녀는 조금씩 쭈뼛대던 태도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눈을 밝혔다. 

“좋아! 이진도, 넌 이제부터 내 기사야!”

“알겠어. 그럼 지금 당장 약속한 걸 받아내려 해.”

“색정광 같으니……. 뭐, 좋아. 서약 기념이라고 생각하도록 하지. 마음에 담아 둔 여자는 있느냐?”

“너야.”

내가 그녀를 가리키자 그녀는 조금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런……. 나 같은 여자가 취향일 줄은.”

“괜찮아?”

“물론이지. 남의 취향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날 닮은 여자, 준비하도록 하지.”

“아니, 너.”

나는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말했다. 

“너를 원해.”

“안기만 할 거라면 닮은 여자로도 괜찮지 않느냐?”

“다른 여자로는 성에 안 차. 나는 너를 원해. 닮은 여자는 의미가 없어. 나는 너를 좋아해.”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그녀는 강철 같던 포커페이스를 벗어던지고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나는 그 귀여운 얼굴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이건 수간이야, 미친놈아!”

“개라는 건 비유적인 표현인 건데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신분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 약속을 어길 셈?”

하지만 공주가 기사에게 약속을 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이내 포기한 듯 축 늘어졌다. 

“마음대로 해라, 변태 색마 놈!”

“그럼 여기서.”

“여, 여기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람이 잘 오진 않는다지만 은밀한 곳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즐기는 걸 전문용어로 야외플레이라고 한다. 어지간한 변태가 아니면 실행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그, 그건 좀……. 하다못해 장소라도 옮기는 게 어때?”

“싫어. 지금 여기서.”

내가 짓궂게 밀어붙이자 그녀는 눈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이런 점이 귀여운 거다. 공주라서 강한 척하지만 밀어붙이면 꼼짝 못하는 점이. 

“우, 우윽……. 쓰레기, 수간충…….”

나를 매도하는 말이 이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나와 손을 잡자.”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어?”

내밀어진 내 손을 보고, 그녀는 소매를 슥슥 문질러 눈물자국을 닦아내고는 다시 태연한 몸짓과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내 손을 마주잡으며 쾌활하게 웃었다. 

“그럼! 당연하지! 내게 충성을 맹세한 개가 불경하게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지. 그렇지?”

“글쎄.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내가 애매하게 대답하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새파래졌다. 그러나 또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 점이 귀엽다. 

나는 너의 기사가 되고, 너를 섬긴다. 왕이 되기 위한 길을 함께 걷는다. 

나와 손을 잡자. 

나와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나가자. 

RECOMMENDED


라한대

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구글 크롬/파이어폭스 최적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라한대 공지 이제 텔레그램에서도 알림을 받으세요! file Admin 2017.01.19 174 1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 주최자 분에게 건의사항 드립니다 4 Admin 2016.08.14 409 0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공지사항 - 대회신청은 여기 댓글로! 176 file 수려한꽃 2012.06.02 86094 7
1830 라한대 [라한대] 이름의 의미 file 시로히메 2017.06.27 42 1
1829 라한대 [라한대] 데이트립 AERO 2017.06.12 44 0
1828 라한대 [라한대]일곱번째 날 날개달린망상 2017.06.12 39 0
1827 라한대 망상 산바람 2017.06.12 26 0
1826 라한대 한 처음에 하늘과 땅이 창조되었다 네크 2017.06.12 45 0
1825 라한대 [라한대] 자동인형 라즈벤더 2017.06.11 33 0
1824 라한대 사람이 만들지 않은 세계 불고기의반대말은물고기 2017.06.11 39 0
1823 라한대 [라한대] 태양룡 낸시 2017.06.11 31 0
1822 라한대 [라한대] 썩은 사과 삼치구이 2017.06.11 49 0
1821 라한대 [라한대] 나비잠 킹갓초원 2017.06.11 31 0
1820 라한대 [라한대] 에코-1 프라마나스 2017.06.11 45 0
1819 라한대 오줌 1 華謙 2017.05.28 80 0
1818 라한대 [라한대] 이상적인 사람 2 루시머 2017.05.28 99 0
1817 라한대 [라한대] 광인 1 으렘 2017.05.28 69 0
1816 라한대 부나방 1 한세계 2017.05.28 104 1
1815 라한대 욕구 1 네크 2017.05.28 73 0
1814 라한대 [라한대]파트라 2 라즈벤더 2017.05.28 72 0
1813 라한대 원숭이 2 1590 2017.05.28 71 0
1812 라한대 [라한대] 마력탐지사 산바람 2017.05.22 67 0
1811 라한대 [라한대] 마부와 라나 1 루시머 2017.05.22 65 1
1810 라한대 [라한대]일루션 일어 2017.05.21 59 0
1809 라한대 [라한대] 파티사냥 1 으렘 2017.05.21 72 0
1808 라한대 인간 네크 2017.05.15 62 0
1807 라한대 [라한대]흔한 프롤로그 미르 2017.05.15 49 0
1806 라한대 과학맨과 마법맨 쀼스쀼스 2017.05.15 64 0
1805 라한대 [라한대] 삼류 레이드물입니다만? 자사김 2017.05.15 78 0
1804 라한대 [라한대]굴복 으렘 2017.05.14 64 0
1803 라한대 자원 배계카뮈 2017.05.14 65 0
1802 라한대 Profile file 시로히메 2017.05.14 69 0
1801 라한대 패배 설명충-극혐 2017.05.14 60 0
1800 라한대 [라한대] 한 사내의 이야기 1 딸갤러 2017.05.09 105 0
1799 라한대 마왕과 용사 맥탄 2017.05.08 52 0
1798 라한대 [라한대] 끄아아아아악! 라뮤니카 2017.05.08 86 0
1797 라한대 [라한대] 안녕, 인생절단기 Pip 2017.05.08 53 0
1796 라한대 [라한대]겨울오리 네모 2017.05.08 61 0
1795 라한대 [라한대] 데스퀴즈 백랑단풍 2017.05.08 43 0
1794 라한대 [라한대] 쥐뿔도 없는 영생 자사김 2017.05.08 73 0
1793 라한대 어떤 아르바이트 О. 2017.05.08 56 0
1792 라한대 장작의 왕 쀼스쀼스 2017.05.08 46 0
1791 라한대 [라한대]세계의 모래알을 셀즈음에 유니스 2017.05.08 56 0
1790 라한대 [라한대] 시인과 농부 1 Bugstrin 2017.05.08 59 0
1789 라한대 [라한대] 버텨라 라뮤니카 2017.05.04 58 0
1788 라한대 [라한대] 마지막 기차 스톰트루퍼 2017.05.04 53 0
1787 라한대 쫄면 쀼스쀼스 2017.05.04 45 0
1786 라한대 [라한대] 도리라는것 으렘 2017.05.04 49 0
1785 라한대 [라한대] 연기 속에서 춤을 추듯이 1 푸셔 2017.04.30 73 0
1784 라한대 [라한대]변하지 않는 전쟁 1 네크 2017.04.30 66 0
1783 라한대 [라한대] 너 밖에 없어 1 MonMon 2017.04.30 60 0
1782 라한대 [라한대]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런 여주인공 1 프로코프 2017.04.30 67 0
1781 라한대 [라한대]기사 이야기 1 양이질 2017.04.30 70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8 Next
/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