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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우산

by 99도 posted Sep 17, 2017 (22시 19분 30초) Replies 3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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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산 가져가. 이따가 저녁에 비온데.” 

   

출근하기 위해 문 밖을 나서는 내게 아내는 우산을 건네주었다. 굉장히 낡은 우산이다. 

   

“이거 아직도 있었어? 이 우산도 참 질기다, 질겨.”

   

10년 가까이 고장 한번 나지 않고 버텨온 우산을 보자 감탄보다는 싫증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런 소리 하지마.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결혼한 것도 다 얘 덕분인데.”

“그렇긴 하지, 갖다 올게.”

“잘 다녀와. 올 때 연락하고.”

   

나는 아내와 가벼운 포옹을 나눈 뒤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단지를 나올 때 쯤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겼다. 그때 나는 피식 웃고는 손에 쥔 낡은 우산을 바라보았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아내와 가까워 진 것도 다 이 우산덕분이었지. 아내가 원래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하하하. 뭐 이렇게 된 것도 결국 운명일까?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가 떠오르네. 그날도 난 내가 좋아하는 소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물론 그 소녀는 지금의 아내가 아니야. 흔히들 말하지 않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나 또한 그랬거든. 그때가 아마 첫사랑에게 12번째 고백하는 날이었을 거야. 

   

뭐? 스토커 아니냐고? 천만에! 내 첫사랑에게는 그게 첫 번째 고백이었어. 무슨 소리냐면 사실 나는 과거로 타임리프를 할 수 있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있었지, 그 당시에는. 덕분에 내 첫사랑에게 12번이나 고백할 수 있었던 거야. 물론 그녀에게는 항상 그게 첫 번째였겠지만. 차이면 바로 과거로 도망쳐버렸거든.

   

비가 쏟아지던 그날도 난 어김없이 첫사랑 그녀에게 차였지. 나는 다른 날을 기약하면서 타임리프를 시도하려했었어. 그 순간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어. 그게 지금의 아내야. 

   

아내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계속 백덤블링을 시도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나봐. 그녀는 내게 낡은 우산을 씌워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 

   

응? 왜 빗속에서 백덤블링을 했냐고? 아, 내가 과거로 타임리프를 하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백덤블링을 해야 되거든. 그날은 정말로 고백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실패하니까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더군. 그래서 단 한순간도 그 시간대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어. 

   

근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야외에서 백덤블링을 성공시키기란 굉장히 어려웠어. 몇 번이고 시도해봤지만 꼴사납게 넘어지기만 했지.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나는 우산을 씌어준 아내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어. 정말 다 큰 사내가 볼썽사납게 그랬단 얘기 낯 부끄러워서 누구한테도 말 못해. 그 뒤로는 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옆에는 지금의 아내가 있더군. 

   

타임리프는 어떻게 됐냐고? 첫사랑 그녀에게 고백할 마음이 사라진 탓일까, 아무리 백덤블링을 해봐도 과거로 되돌아가진 않더군. 애초에 내가 처음 타임리프를 성공 시켰을 때도 첫사랑 그녀에게 첫 번째로 차였을 때였지. 어떻게 해서든 첫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결국 타임리프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어. 첫사랑을 포기하자마자 귀신같이 사라졌거든.

   

어찌됐든 간에 나의 타임리프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버린 거지. 하하하, 표정이 왜 그래? 너무 걱정하지마. 난 실패로 끝났지만 넌 성공할 테니까.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야. 그럼 힘내라고. 아차차 까먹을 뻔 했네, 가장 중요한 걸 잊을 뻔했잖아! 자 받아. 그럼 이따가 보자고.”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과거의 아내는 활짝 웃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새 우산을 가져올까 고민도 잠깐 해보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오늘 밤은 우산을 핑계로 아내한테 회사까지 마중 나오라고 할 생각이다. 오랜만에 그녀와 함께 외식이라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까.

   

   

   

   

   

   

   

   

   

   

   

   

   

   

   

    

  • profile
    Rogia 2017.09.19 22:03

    타임리프가 시작된 계기가 있고, 그 계기가 사라지면서 타임리프는 끝을 맞이합니다. 그 결과가 마냥 '실패'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이야기처럼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결말부에서는 은근슬쩍 '나'의 화자가 바뀐 건가요? 여러번 읽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결말 부분을 조금 더 친절하게 퇴고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99도 2017.09.20 23:02

    감평 감사드립니다. 아직 글쓰는 실력이부족해서 제대로 표현이 안된 듯 합니다. 화자는 계속 '나'가 맞습니다. 과거에 주인공 '나'가 첫사랑을 쟁취하기위해서 과거로 타임리프 했듯이 과거의 아내가 첫사랑인 주인공 '나'를 쟁취하기위해서 미래로 타임리프 해서 지금 현재의 주인공 '나'에게 우산을 받고 과거로 돌아가는걸 표현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된 것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profile
    99도 2017.09.20 23:40

    지적하신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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