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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라한대] 쿠웅.

  • 라뮤니카
  • 조회 수 89
  • 2017.09.17. 22:53
  • 글자 수 자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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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내린다. 

멀리서부터 건물들의 잔해들이 점차 커져가는 것이 보였다.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날이었지만,  길거리는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었다.   


"지호...!"


그녀가 손을 뻗었으나,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내가 손을 잡고 그녀에게 다가간다면, 연이어 떨어진 잔해에 사이좋게 죽는다. 그렇다고 그녀의 손을 잡아당긴다고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태에서 가장 먼저 죽게 되는 결과를 부른다.


"......."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루프를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방법을 찾기 전까지, 내가 먼저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다음에 보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또다시 손을 흔들어보였다. 


쿠웅.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내가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진 거겠지. 

 한 박자 늦게 전신이 압축기에 짓눌리는 고통으로 휩싸였다. 슬슬 적응되었으면 하는데,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다행인 건가?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붉은 색으로 가득 찬 시야에 하얀 글자로 새겨진 문장이 떠오른다. 

이것으로 14번째다.  어떤 이유로, 무슨 목적으로 이런 힘이 나에게 주어졌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있는 것 조차 오늘 알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언제 끝날지, 언제 사라질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하나 바라는 점이 있었다면 이 능력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와 함께 살아남을 때까지.


나는 열 네번 째로 고개를 끄덕였다.


*


"무슨 생각해?"


그녀의 목소리에 퍼득 정신이 들었다.  


"어디 아파?"


그녀의 손이 내 이마를 감쌌다. 따뜻한 손이 닿자 곧바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봤다.


[14:27]


건물이 무너져내리기까지 앞으로 5분.


정확히는  4분 36초다.


나는 또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저번 회 차 보다 2초가 빠른 시작이었다. 뒤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여유는 없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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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Rogia
1등 Rogia
언제든지 루프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1회용 목숨의 값어치가 싸구려로 변하죠. 이 글의 '나'도 그야말로 생명을 싸게 써먹으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여러 작품에서 비슷한 테마를 사용하였으니, 라뮤니카 님의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빛이 나기 위해서는 기존작과는 다른 테마의 변주도 생각해보심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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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9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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