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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날지 못한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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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05 Jul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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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레인
협업 참여 동의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두 남자는 처음 만났다. 

그러나 무덤이란 비정할 정도로 의미가 명확한 장소이기에,

두 남자는 초면임에도 서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진 않았다.

뒤늦게 온 남자는 준비해온 조화를 묘비 앞에 두고 몇 분 동안 조의를 표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이곳에 처음 온 게 아님을 먼저 온 남자는 직감했다.

뒤늦게 온 남자가 묵념을 끝내자 먼저 온 남자가 정적을 깼다.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째서 오늘 조문을 오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뒤늦게 온 남자는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에 온화한 얼굴로 답해주었다.


“오늘이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온 남자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있었지만 결국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납득하시기 힘들다는 얼굴이군요”


“……”


“역으로 물어보지요 어째서 오늘 조문을 오셨습니까?”


그 질문에 먼저 온 남자는 대답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차마 입을 벌려 그것을 언어로 말하는게 죄스럽기 때문이다.

뒤늦게 온 남자는 이번에도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우리가 죽거든, 국민들이 우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길 원한다. 우리는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안다... 그만큼 우주탐사는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을 남기셨죠, 그러니 저도 받아들이고 아버지와 함께

오늘을 같이 기뻐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뒤늦게 온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떠났다.

먼저 온 남자는 그대로 묘비 앞에서 서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미안합니다.”


먼저 온 남자마저 그 말을 남기고 떠나자 무덤엔 묘비와 거기에 적힌 글귀만이 남았다.


Virgil Ivan "Gus" Grissom (April 3, 1926 – January 27, 1967)

Writer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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