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괴담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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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20 Aug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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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현룡
협업 참여 동의

 0.



 사람을 연달아 두 명이나 잡아먹은 집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이런 적은 살면서 처음이에요. 집주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임대인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처음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두 명이 연달아 사라지자 집주인도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생필품을. 들여놓은 가구를. 심지어 지갑과 통장과 신분증도 놓고 그냥 느닷없이 종적을 감춰버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어때요?”

 “글쎄.”


 담배에 불을 붙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집 안에는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간이 책상으로 가자 스케치북이 보였다. 인체가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미대생인가. 스케치북을 훑어봤지만 별다른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보였다. 이건 좀 정리하지. 집주인의 무성의함을 비난하며 냉장고를 닫자 나를 빤히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그냥 도망간 게 아닐까요? 별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 거 같은데.”

 “특이한 점이 안 보이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월세가 밀린 것도 아닌 사람이 자기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도망갈 이유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없는 거 같은데.”


 게다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연달아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잠적해 버린 건 아무리 봐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럼 귀신이 잡아갔나 보죠.”

 “또 까분다. 그건 절대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놈이 왜 그렇게 말할까. 맞고 싶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조수를 뒤로한 채 담배를 두 개비 째 물곤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잘못 부른 거 같은데. 이건 경찰의 영역이지 내 영역은 아닌 듯싶었다.

 탐정이 아니니 추리는 특기가 아니지만, 얼핏 봐선 납치가 가장 유력해 보였다. 간만에 받은 의뢰니 내가 해결하면 좋겠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을 가지고 해결한 척 돈을 받는 건 양심에 찔렸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랑 관련 없는 일인 거 같다고 집주인에게 이실직고할 참이었다. 통화기록을 뒤져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조수가 쪼르르 다가왔다.


 “사장님. 이것 좀 보실래요?”


 조수가 가리킨 곳은 창문이었다. 정확히는 창문 밖 쇠로 된 울타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뭔데.”

 “글쎄요. 밧줄 같은 걸 묶어놓은 흔적이 아닐까요?”


 먼지가 쌓여있는 울타리와 그 밑 받침대에 밧줄과 사람 발자국이 보였다. 하.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 윗집을 보자 울타리에 밧줄이 그대로 메여있는 게 보였다. 저 정신 나간 새끼. 숨길 생각도 없네.


 “어쩌실래요?”

 “나는 탐정도 경찰도 아닌데.”


 하지만 범인을 찾은 상황에서 그냥 가기엔 이번 달 생활비가 너무 급했다. 물고 있던 담배를 창틀에 비벼 끄고는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정신병자를 상대하러 가는 거니 얍 보일 건수를 주지 않는 게 현명했다.

 계단을 타고 윗집으로 향했다. 402호. 제발 집에 있어라. 빨리 해결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게.

 초인종을 누르자 안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다행히 집에 있던 모양이었다.


 “안 나오는데요?”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조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넌 이게 웃기냐. 난 하나도 안 웃긴대.


 “저기요! 집에 있으신 거 아는데 잠깐만 나와 보세요.”


 문을 두들기며 소리치자 그제야 사람이 안에서 나왔다. 반의 반의 반만 열린 문 틈새로 얼굴을 비춘 녀석이 말했다.


 “무슨 일인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일이라 그런데.”

 “할 얘기 없어. 꺼져.”


 그렇게 말하곤 녀석은 문을 쾅 닫아 버리려고 힘을 꽉 주었다. 그럼 안 되지. 선수를 쳐 문을 활짝 열고는 집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이 씨발. 뭐 하는 짓이야!”

 “실례하겠습니다.”


 퀴퀴한 냄새. 환기를 오랫동안 안 한 건지 남자 특유의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다. 검지손가락으로 코를 막고는 창가로 다가가 밧줄을 집어 들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그냥 묶어 놓은 거야!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그 사이 이번엔 조수가 옷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와 내밀었다.


 “그럼 이건 뭐예요?”


 스포츠가방 안에 무언가 잔뜩 들어있었다. 망치. 톱. 밧줄. 저건 뭐야. 못인가? 못이 왜 저렇게 커. 거대한 못에 검붉은 무언가가 눌어붙어 있는 게 보였다. 누가 봐도 사람의 피였다.


 “너네들 뭐야. 겨, 경찰이야?”

 “아니 경찰은 아닌데.”


 입맛을 다시곤 밧줄을 내려놨다. 경찰도 탐정도 아닌 놈이 이러고 있는 게 웃기긴 했지만, 일단 해야 할 말은 마저 하긴 해야지.


 “여자 둘. 어쨌어.”

 “무슨 여자.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밑 집에 살던 여자 말하는 거 알잖아. 어디 가둬놨어? 아님 묻었나?”


 계속되는 추궁에 놈이 정신이 나갔는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예상하던 터라 깔끔하게 턱을 때려 바닥에 눕혀버렸다.


 “그냥 YES OR NO로 대답해. 여자 살아있어 죽어있어.”

 “죽일 거야. 내가 너 죽여 버릴 거라고….”


 바닥에 꿈틀대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하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래. 지금 여자가 살았냐 죽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

 고개를 까딱여 조수에게 턱짓을 하자 조수의 고개가 좌로 기울였다.


 “왜요?”

 “왜요는 무슨. 경찰에 연락하라고.”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내는 조수에게서 시선을 떼곤 녀석을 바라봤다.


 “여자 살아있는 건 맞아? 니 가방에 들어 있는 거 보니까 죄다 피범벅인데?”

 “그걸 알아서 뭐 하게.”


 드디어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는 걸 보니 역시 미친 새끼한테는 매가 약인 모양이다. 왜 물어보긴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면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 되니까 그러지.


 “대답이나 해.”

 “내가 여자를 토막 냈던 구멍 내 죽였던.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그렇게 말하곤 낄낄대는 놈을 보자 순간 목덜미가 당겼다. 한 대만 더 때릴까. 배 한 대만 시원하게 걷어차면 소원이 없을 텐데.

 머리를 차버릴까 배를 차버릴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간이 책상에 놓여 있던 컵이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유심히 컵을 바라보자, 컵이 두둥실 떠올랐다가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누가 본다면 기겁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내겐 더없이 익숙한 장면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녀석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궁금해? 여자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

 “닥쳐.”


 나불대는 녀석의 입을 강제로 닫아버렸다. 여자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이미 알아버렸다.

 천장엔 여자가 있었다. 두 눈이 파인.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여자가.

 허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품에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자, 녀석의 손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찌그러져 버렸다.


 “아아아악!”

 “기다려봐. 이 쓰레기 같은 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렇게 사람 죽여 버리면 너만 힘들어져.”


 말로 설득되면 좋겠지만, 이걸로 말을 들으면 원령이 될 일도 없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꼈다.

 범인을 잡는 건 특기가 아니었지만, 이런 일은 내 전문분야였다.

 귀신을 성불시키고. 악령을 퇴치하고. 괴이한 소문이 도는 곳엔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

 괴이 사냥꾼. 그게 내 직업이다.


 “빠르게 끝내자. 누가 보면 골치 아프니까.”


 2.



 [범인에게 희생당한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범인은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


 거기까지만 듣고 채널을 돌려버렸다. 어느 뉴스 채널이든 똑같은 얘기만 나오고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티비를 꺼버리고 소파에 등을 기대자 조수가 실실대며 웃고 있는 게 시야 구석에 보였다.


 “왜 웃어. 맞고 싶어서?”

 “아니요? 기분 좋아서 그런 데요?”


 왜 기분이 좋은데. 라고 말하기도 전에 조수가 편지를 들이댔다.


 “폐가인데 자꾸 사람이 보인데요. 어쩌실래요?”


 어쩌긴 뭘 어째.

 일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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