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드림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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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드림워커

  

  

00

  

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상담사죠.

주요 업무는 정서불안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때때로는 따끔한 일침으로 환자들이 정신 차리게 도와주기도 하고.

정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나는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상담사였죠.

지금은, 그냥 백수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내 정신이 피폐해졌다는 걸 깨닫고, 어떤 계기 때문에 일을 그만 뒀죠.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듣고 싶습니까? 듣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어버릴 지도 몰라요.

뭐, 좋습니다. 어차피 별다른 일정도 없으니.

  

  

  

01

  

“그는 드림워커예요.”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의 꿈을 거닐며 치명적인 위기에서 도와주는 사람이요. 사람은 꿈속에서 가끔 치명적인 위험을 겪어요. 그 위험을 피하지 못하면 자다가 비명횡사 하는 거죠.”

“그렇군요.”

“드림워커는 그런 사람들을 구해주는 꿈속의 구조대원이에요. 그러니까, 어. 그래! 저거, 저 옷걸이에 걸어둔 코트. 저런 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죠!”

“홀연히 나타난다고요? 허공에서?”

“꿈속이니까요! 그는 꿈을 자유자재로 걷는 히어로니까요!”

“내 생각엔, 당신은 우리 병원이 아니라 마블 픽쳐스에 찾아가는 게 옳을 것 같군요.”

“……내 이야기를, 안 믿는 건가요 선생님?”

“당신이 내 입장이면 그런 이야기들을 믿겠습니까.”

환자는 심한 모욕을 남긴 채 상담실을 떠났다. 남자는 한참 뒤에야 벗겨져가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침통하게 신음을 흘렸다.

사회복지사, 특히 상담사는 언제나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 상대가 치명적일 정도의 폭행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반석처럼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야 하고, 언제나 상대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들으면서 한 편으론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요 몇 달간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드림워커. 그 염병할 것 때문이다.

3개월 전부터 그놈의 드림워커 타령을 하는 환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꿈속에서 드림워커가 자신을 구해줬다. 자신은 그 꿈속에서 죽음을 방불케 하는 정신적 고통과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가 어찌나 강렬했는지, 지금도 오한이 들 지경이다.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스무 명 가량이 그런 비슷한 진술을 했다.

남자는 그들의 주장이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악몽에 의한 쇼크는 분명 사례가 있다.

물론 그것이 자다가 비명횡사할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충격으로 남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것이 수면장애로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드림워커’라는 그 요소다.

꿈속을 자유롭게 거닐며 위기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웅. 처음 몇 명이 옷걸이에 걸려있는 남자의 코트와 중절모를 가리키며 ‘저런 옷차림을 했다’기에, 남자는 그저 웃어넘겼다.

신경쇠약과 환각으로 인한 우상숭배다. 인상이 강한 무언가를 그 우상에 투영하는 성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몇몇 환자들이 방문할 땐 일부러 눈에 띄도록 검은 코트를 걸어 두거나, 의사들이 입는 가운을 걸어 두거나, 한 번은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도 걸어놔 봤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한다.

굳은 피 같은 적갈색 코트에, 밤색 중절모를 쓰고 금장 지팡이를 쥔 신사. 그가 나타나서 위기에 빠진 자신의 가슴을 세차게 때리면 꿈에서 깨어난다고.

코트가 우상화에 일조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혹시 몰라서 잘 아는 정신과 의사들을 찾아가 물어봤지만, 다들 그저 웃기만 한다. 아마도 그들 모두가 TV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우상이 될만큼 강렬한 무언가를 목격했고, 그것이 꿈에 반영된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대답했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다. 애초에 타인의 꿈에 침입하는 초능력자가 존재할 리 없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그런 신문기사가 있었다. ‘디스 맨’이라는 사내가 여러 사람의 꿈속에 등장해 이를 현상수배한다는 내용의.

그러나 그것은 어느 마케팅 회사의 수작질이었을 뿐. 역시 ‘드림워커’의 실존성을 뒷받침해줄 근거는 되지 못했다.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드림워커’를 부정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드림워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환자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신. 비웃는 자신. 비웃으며 그저 환상이라고 못박는 자신.

환자를 바보취급 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 직업을 포기해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했다. 때마침 환자의 클레임 덕분에 그는 일주일간 근신과 감봉 처분을 받고 귀가해야만 했다.

이젠 꺼림칙하기까지 한 자신의 코트를 입고, 남자는 터덜터덜 복지관을 나섰다. 그리고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로 나갔다.

‘이상한데.’

아직 오후 네 시 경이건만. 사람으로 바글바글해야 할 거리는 정말 바람 한 점 없이 유령도시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택시가 올 기미도 없고. 남자는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택시 정류장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묘한 행색을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마약중독자처럼 퀭한 얼굴에, 꺼림칙한 적갈색 코트와 후줄근한 반바지에 셔츠를 입은 사내.

남자는 ‘혹시 저거 드림워커 아냐?’라고 생각하며 픽 웃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멀리 있던 이상한 행색의 사내가 별안간 품에서 칼을 꺼내든 탓이다.

금방이라도 질주해 올 듯이, 이상한 행색의 사내는 칼을 양손으로 쥔 채 주춤주춤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졌으나, 항상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는 휴대폰이 어디 갔는지 없다.

왠지 돌아서서 뛰면 그가 달려들어 마구 찌를 것 같다. 엄습하는 공포에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뒷걸음질만 쳤다.

이상한 행색의 사내와 점점 멀어지자, 그가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아, 달려들 생각이구나. 남자는 그렇게 느끼고 홱 돌아서서, 뚱뚱한 자신의 몸뚱이를 최대한 채찍질해 미친 듯이 달렸다.

운동을 너무 안 한 탓일까. 이상하리만치 몸이 느렸다. 비유하자면, 수영장에서 잠수한 채 달리는 것 같았다.

바닥에 발이 닿아도 힘껏 박차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몸은 자꾸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다.

숨이 차서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목소리가 안 나온다. 남자는 죽음을 직감하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이상한 행색의 사내는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 하아……. 허어.”

남자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마침 기다렸다는 듯, 도시 쪽에서 택시가 한 대 달려와 길가에 차를 세웠다.

“뭔가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선생님. 타시겠습니까?”

“그, 그, 그럽시다.”

택시기사는 단정하게 제복을 갖춰입고 인상 좋은 미소를 짓는 흑인 남성이다. 남자는 방금 전에 본 그 퀭한 사내의 눈빛을 떠올리며 얼른 택시에 몸을 실었다.

  

02

  

집에 돌아온 사내는 황급히 문을 잠그고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서 털이 북슬북슬한 고양이에게 습식 캔 사료를 주고, 뜨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일주일간 근신 처분을 받은 터라 내일 업무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간만에 치즈가 담뿍 뿌려진 피자를 주문해서 혼자 게걸스럽게 처먹어볼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뒤이어 떠오른 퀭한 눈빛 때문에 입맛이 확 가셨다.

남자는 냉장고를 열고 핫케이크 가루와 두툼한 햄, 치즈 등을 꺼내 와플을 만들었다. 마누라하고 같이 살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폭식 행위지만 혼자 사는 지금은 거리낄 게 없다.

여하간 기분 좋게 와플과 콜라를 해치운 남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TV쇼를 보다가 입이 심심해져서, 전자레인지에 나초와 치즈 소스를 잔뜩 돌려다가 차가운 맥주를 곁들여 게걸스럽게 처먹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꾸역꾸역 먹고 나자 그제야 좀 배가 만족되는 느낌이다.

술기운에 나른하겠다. 그는 풀려가는 눈으로 TV를 보다가 문득 왼편에 있는 베란다를 쳐다봤다.

별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문득 묘한 느낌이 들어서 흘끗 쳐다봤을 뿐이다.

그러나 다시 TV로 향한 눈이 점점 휘둥그레 커지고, 다시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남자는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베란다 밖에 낮에 본 퀭한 남자가 서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거기에 서있던 건지, 어떻게 들어온 건지, 남자는 공포와 혼란에 잡아먹혀 작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옷장을 열고 안을 뒤지자 등산용 나이프가 나왔다. 남자는 칼을 빼들고 잠시 문앞에 서서 씩씩대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밖에 나와 보니 베란다에 서있던 퀭한 남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긴장을 풀지 않고 숨을 몰아쉬며 거실로 나왔다.

“나와……. 어서 나와 개자식아! 여긴 7층이라고!”

그는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괴한은 집안 어딘가에 숨었을 것이다. 남자는 씩씩대며 집안 전체를 뒤졌다.

“없어.”

사람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전부 뒤졌다. 그러나 괴한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술기운에 잘못 본 것일까. 남자는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안으며 침대에 가서 누웠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 눈을 뒤집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두어 시간 뒤, 쿵쿵대는 소리 때문에 깨고 말았다.

“이런 염병할.”

벽에 걸린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 그래도 드림워커니 뭐니 환각 같은 증상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였건만.

남자는 위층에 찾아가서 욕을 퍼부을 생각으로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멈칫했다.

쿵쿵대는 소리는 위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아래였다. 그것도 바닥이 아니라, 침대에서.

가만히 침대 시트에 귀를 가져다 댄 그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을 부릅떴다.

누군가 침대 밑에 있다. 침대 밑에서 쿵쾅대고 있다. 그러나 침대란 물건은 밑에서 쿵쾅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왜냐면, 침대 밑에는 곧장 바닥이 있으니까. 그리고 중력은 아래로 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아, 아아아아악!!”

남자는 머리맡에 뒀던 나이프를 거꾸로 쥐고 침대를 힘껏 내리찍었다. 그러자 침대가 억, 하고 단말마를 질렀다.

바닥에 피웅덩이가 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경련을 일으키듯 고개를 휘휘 젓다가, 잠옷 차림으로 벌떡 일어나 집을 뛰쳐나왔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지. 이건 꿈이다. 악몽이다. 최근에 악몽 얘길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자신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남자는 경찰서를 향해 달렸다. 이 정신 나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경찰에게 주절주절 상황 설명을 하고 난동을 부려 수갑이라도 차야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현실감’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있는 힘껏 달려도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물속에 있는 것처럼 붕 뜨는 느낌만 들고, 저항감이 강해서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히익!”

저 멀리,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후드를 뒤집어 쓴 구부정하고 마른 사내.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선 그는, 아까 그 퀭한 마약중독자다.

사람이 이래서 살인을 하는구나. 남자는 결심을 굳혔다.

저 약쟁이의 목을 따버리기로. 그러자 들고 나온 기억도 없던 나이프의 감촉이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놈이 칼을 가진들, 저런 비쩍 마른 몸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남자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떠밀려 흉악하게 웃으며, 자꾸만 붕붕 뜨는 몸을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뜬 순간, 그는 옆구리에 칼을 맞았다.

한참 멀리 있던 퀭한 사내가 어느새 옆에 있었다. 몸을 바짝 숙인 그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아까의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커컥.”

이게 꿈일 리가 없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찌른 남자가 이렇게도 생생하고, 배에 느껴지는 격통이 이렇게도 날카로운걸.

퀭한 사내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리곤 몹쓸짓을 했다는 걸 아는 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히익 하고 숨을 삼키며 도시 저 편으로 도망쳐 버렸다.

칼을 맞은 남자는 배를 부여쥔 채 무릎을 꿇었다. 이대로 있으면 길바닥에서 죽을 것이다.

“허, 헉, 헉, 헉.”

남자는 숨을 몰아쉬던 중, 뚜벅, 뚜벅 하는 발소리를 듣고 숨을 멈췄다.

누군가 뒤에서 다가오고 있다. 발소리는 느긋했으나 한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터벅터벅터벅 하고 빨라졌다.

남자의 시야 구석에 굳은 피같은 적갈색 코트 자락이 들어왔다.

드림 워커. 환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한 그 적갈색 코트다. 남자는 그가 드림워커임을 직감하고 고개를 들려고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놓으면 안 됩니다. 숨을 한껏 들이쉬고, 카운터를 세십시오. 5, 4……. 3…….”

남자는 ‘드림워커’가 시키는 대로 카운터를 세었다. 그리고 1을 센 순간.

“!”

독수리 머리 모양 금장 장식이 붙은 지팡이가, 마치 쇠망치처럼 남자의 가슴을 휘둘러 쳐올렸다.

“끄어어어어어억!!!!”

“꺄아악!”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곁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놀라 옆을 내려다 봤다.

아내가 누워있었다. 옆에 있는 협탁엔 아들과 셋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왜 그래요, 악몽이라도 꾸었어요?”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렇게 묻는다. 남자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아니. 아니 맞아. 악몽이었나 봐.”

“무슨 악몽이었길래 비명을 질러요?”

“당신이랑 이혼하고 혼자 살다가, 약쟁이한테 칼을 맞는 꿈을 꿨어.”

전부 꿈이었다.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던 집도, 약쟁이도, 그리고 드림워커도.

하지만 그 약쟁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드림워커가 그렇듯,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어쩌면 드림워커처럼 남의 꿈에 침투할 수 있는 인간이었을지도 모르고, 그에게 칼에 찔려서 진짜로 죽을 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여보?”

“오늘은 일을 쉬어야겠어. 병원에 좀 다녀올게.”

  

  

03

  

“드림 워커를 보셨다고요?”

“예, 예! 그가 날 구했어요!”

“우연찮게도 오늘 아침에 오신 환자분도 드림워커를 봤다고 하더군요. 인상착의는 어땠습니까?”

“코트랑 청바지를 입었어요. 그게, 굳은 피같은 적갈색 코트에, 새카만 청바지요. 얼굴은 못 봤어요.”

“그렇군요. 적갈색 코트에 새카만 청바지를 입은 남자라. 금장 지팡이랑 밤색 중절모도 있었나요?”

“맞아요! 그리고, 드림워커는 한 명 더 있어요.”

“……한 명 더 있다고요?”

“꿈에서, 어떤 마약쟁이같은 놈의 칼에 찔렸어요. 꿈속이니 안 아픈 게 정상인데, 정말로 죽을 만큼 아팠죠. 나를 칼로 찌른 그 놈도 드림워커예요! 분명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드림워커가 당신을 찌르자 다른 드림워커가 나서서 구해줬다, 그거군요.”

“맞아요!”

“환자분도 상담업을 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어쩌면 상담 도중에 들은 이야기들이 꿈속에서 발현된 게 아닐까요?”

“……나를 못 믿겠다는 거요?”

“못 믿는다는 게 아닙니다. 환자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병원도 아닌 복지관에서 상담사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긴 어렵죠. 다만 선생님의 모든 경험이,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빌어먹을 개자식. 내 상담 경험은 네놈의 두 배가 넘는단 말이다. 그런 나를 네놈이 가르치려 들어!?”

“선생님. 진정을…….”

“필요없어, 어차피 난 꿈에서 깨어났고, 살았으니까!”

빌어먹을 꼰대.

환자가 나가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야길 들어보니 꿈 내용은 그저 불안증세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악몽이고, 드림워커는 보나마나 환자들 이야기 때문에 나온 환각일 뿐이건만.

“하…….”

이번 달만 벌써 스무 명이 넘는다. 그놈의 드림워커. 혹시 비슷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봤으나, 디스 맨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회사 찌라시밖에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꿈을 걷는 인간이라니, 요즘 유행하는 히어로 영화에나 나올법한 소재가 아닌가.

제기랄. 심란해 죽겠는데 누가 문을 두들기는군.

“예, 들어오세요. 으컥.”

이게 뭐야.

칼?

내 배에 왜 칼이 꽂혀 있는 거지? 이 팔은 뭐야. 의자 뒤에서 뻗어나온 이 팔은, 어.

“다, 당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허컥, 컥……!”

  

00

  

그 날, 나는 그 돼지가 말한 약쟁이랑 인상착의가 똑같은 괴한에게 칼을 맞았소.

놈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소?

의자 뒤에서 내 배에 칼을 꽂고는, 그냥 홀연히 사라졌단 말이오.

그 직후에 나타난 거요.

드림워커. 적갈색 코트를 입은…….

어…….

당신이었군. 당신이 드림워커였어.

그럼.

나는 아직, 꿈속에 있단 말인가?

  

  











처음 계획은 우주에 나가있던 탐사선이랑, 다른 은하계에 나간 탐사선이 아공간 게이트를 열어서 새로운 지구로 향하는 통로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새 지구쪽에서 탐사대원 한 명이 넘어왔어야 하는데, 넘어온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기묘한 존재이고.

우주선의 군인들은 이를 외계의 침략으로 판단, 우주선의 연구동을 격리조치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산소가 부족해지자 연구원들은 하나둘 잠에 빠지고.

모두가 꿈속에서 적갈색 코트에 밤색 중절모를 쓴 남자와 만나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코즈믹호러를 쓴다고 구상을 하다보니까 나는 존나게 소름돋고 무서워 뒤지겠는데 막상 글로쓰니까 존나 무서운것도 아니고 뭐가뭔지 알수가 없게되어버린 것이다.....

글은 안무서운데. 괜히 거울보면 내 옆에 코트입은 남자가 서있을거같은.

그런기분이 들어서 못쓰겠더라...

Writer

단편보이

단편....쓰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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