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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X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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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27 Feb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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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조짱
협업 참여 동의




“바보도 알 수 있게 보벼!”




유색조명이 눈 아프게 돌아가는 지하클럽에서 헐벗은 여자들이 난잡하게 엉키고 있었다.


DJ도 손님들도 바텐더도 모두 여성으로, 이곳에 남성은 없다.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곳은 레즈클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극단적 페미니스트와 남성혐오자들이 난교파티를 목적으로 이곳을 전세낸 것도 아니다. 이 클럽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발정난 수컷들로 반 이상 찼었던 강남에서 꽤 유명한 클럽이었다.




2020년 2월, 전지구적으로 발병한 TS바이러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제와서는 발병 경위도, 전염방식도 알 수 없게 된 이 바이러스는 전 지구인의 유전자에 영향을 끼쳐 한가지 변화를 일으켰는데,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발병자 모두에게 나타난 공통점은 바로 남성을 여성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이제 이 세계에 남자는 없다. TS바이러스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지구상에서 수컷 자체가 멸종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약100년 뒤, 전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여기, 한지우라는 여성(전 남성)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장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는 오히려 TS바이러스가 세계평화를 이륙했다고까지 생각했다.


전쟁, 폭력, 젠더갈등... 그 모든 문제가 이 병 하나로 사라졌다. 사람은 결국 더 큰 문제로 작은 문제를 덮을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사라지는 편이 아름답다...


그날도 한지우는 클럽에서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 마냥 진창 마시고 음악에 몸을 맡기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몸을 부대꼈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술과 세정액을 섞어 원샷을 때렸던 기억이었는데.


잘못된 기억이 아니라면 이곳은 저승이거나 병원이겠네.


나는 가까스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우욱, 몰려오는 구토감에 화장실로 달려간다. 변기에 고개를 쳐박으며 ‘어찌되었든 집으로 돌아왔네 나’ 라고 태연하게 생각했다.


거실로 돌아오자마자 습관처럼 리모콘을 조작해 TV를 킨다. 집을 나온 뒤부터, 잘 때를 빼고는 항상 TV를 켜놓는다. 적막한 게 싫어서일까. 스스로도 정확한 이유는 생각해둔 적 없다.


냉장고에서 적당히 먹을 걸 찾아본다. 국물 요리로 해장하고 싶지만 자신의 집에 그런 게 있을 리 없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항상 그랬듯 라면이나 끓여 먹기로 하며 냄비에 물을 담았다.




냄비 물에 비추어진 자신은 날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날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모습.


익숙한...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확인했다. 이럴 수가, 남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팬티안에 손을 집어 넣어보니 익숙하고 길다란 무언가가 만져졌다.


왠지, 아까부터 팬티가 끼는 느낌이 들더라니.




혹시 TS바이러스의 치료제가 개발된걸까?


그렇지만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여전히 TS바이러스의 치료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는 소식만이 들리고 있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깨질 것 같은 머리로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술, 여자, 세정액...?


혹시 세정액이 바이러스의 치료제 역할을 한걸까?




확신은 없지만 그것 말고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남자로 돌아온 몸을 보면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럼 인류의 멸망도 막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장 어딘가 연락해야 한다.


뉴스화면 하단에 나오는 제보용 번호를 입력하던 한지우는 문득 든 생각에 손을 멈추었다.




아니지...... 아니야,


이대로 나만 입 꾹 닫고 있으면...




적어도 세정액이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이 세계의 모든 여성이 내 차지가 되는 것 아닌가?




한지우는 입력하던 번호를 마저 입력한 뒤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장난전화 아니고요. 진짜로 제가 남자가 되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래,..... 이 세상에 수컷은 나 하나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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