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라한대] 성실+무기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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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실바이러스 

'몸에 좋은 바이러스는 있어도 지갑사정이 좋아지는 바이러스라니 듣도 보도 못했는데'

칼퇴로 말하자면 둘째 가면 서러운 우리 아버지가 요즘 들어 매일 야근수당을 타기 위해 노력하시고 있다. 바람직한 가장의 모습이라고? 허허,

며칠 전 네이버 1등 뉴스 헤드라인을 한번 읊어 보겠다. 

'노동 생산성 폭발적 증가의 원인은 바이러스?', '경제전문가들도 몰랐다! 경제 부흥의 원인은 칸트바이러스'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성실바이러스, 

일명 칸트바이러스라고 명명된 그것에 아버지가 걸린것이 틀림없다. 


"아니 아버지, 집에서는 좀 쉬시죠?" 

"응? 아니야. 나는 지금 성실히 일해야 하는 나이라고.." 라고 말하면서 아버지는 평소에는 쳐다도 안보던 행주로 연신 내 방 바닥을 닦고 계셨다. 


"아 알겠으니까요.." 끝나지 않는 슥삭슥삭 소리,


"아니 아버지 지금 새벽 세시라구요!!" 


다음날 아침, 그냥 눈이 떠졌다. 왠지 모르게 한 30분 늦게 일어난것처럼 정신이 맑다.

아버지 때문에 새벽 3시에 잤지만, 스누즈 버튼을 한번도 누르지 않고 일어난게 기적같다.

원래 부지런한 어머니가 계란후라이를 마침 접시에 내려놓고 있었다.

"어라?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모르겠어요, 눈이 떠지더라구요" "어머 우리 아들도 성실 바이러스에 걸렸나~ 오홍홍"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같은 방에 오래 있었고, 느긋이 아침을 먹자니 손이 부들부들 떨릴정도로 불안하다. 빨리 해치워버리고 뭔가를 하고 싶다.


"아니~! 성실바이러스가 좋긴 좋구나 오늘 니네들 수업태도가 아주 좋아!" 1교시 수학 선생님의 기분이 아주 좋다. 물론이다 나는 1학기 내내 백지였던 문제집을 아침조회시간 부터 붙잡고 있다.


분필을 잡은 2교시 영어 선생님의 손이 쉬는시간을 향하자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 오늘 조금만 더 할까요?"

3교시 선생님이 흥분했다 "이 선생! 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야!" "아직 쉬는시간 이잖습니까?!"  둘은 한참을 말 다툼하더니 결국 칠판을 반씩 자르고는 각자 제멋대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 기괴함에 울음을 터트린 여학생들도 있었고,얼굴이 파랗게 된 학생들도 보였다.   


이런 국민생산성증대에 훌륭한 영향을 끼치는 감염자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성실함이 다른 방향으로 발휘된 비행청소년들은 아주 성실히 사람들을 때리거나 너무 성실히 때려, 피해자가 죽어버리는 사고도 빈번했다. 

그리고 그 가해자를 놀랍게도 경찰이 '때려서' 죽였다. 아, 이건 좋은건가? 


어쨌든 참으로 성실한 사람들이 아닐수가 없다. 


그렇게 세상은 성실히 망해가고 있었다.




2. 무기력백신


그런데 내가 어떻게 블로그에 이런 썰을 올리고 있는가 물어본다면 우리 모두가 알듯, 

'성실한' 부자들이 '성실한' 과학자에게 투자 한 결과. 금방 백신이 나왔다. 

나도 성실한 의사들과 공무원들에 의해 바로 접종됐다.

 재밌는점은 그 백신은 성실 바이러스를 해체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무기력해지는 점을 자극해서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기묘한 발상에서 착안되었다.  


나는 그 백신이 일주일만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매일밤 생각 한다.  

그날 내가 집에 돌아가 본것은 일거리가 사라진 아버지의 자살한 시체와 그 현장을 열심히 닦는 어머니 였다.


그렇게 나는 의사가 되었다. 주로 전염병이 도는 험지에 자진해서 봉사를 가거나 한국에 있을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곤 했다. 

무기력백신 아니, 무기력 바이러스는 급조된 탓인지 부작용이 매우 심했다.  

그 사건 이후 몇 년, 히키코모리가 갑자기 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벌써 13차례, 변종 무기력증 환자를 치료하러 환자의 자택으로 간다. 

"우리 아들이.. 원래 안 이랬는데... 흑흑.."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 뒤로 환자가 보인다. 며칠 동안 씻지 않은것 같다. 두꺼운 안경렌즈 뒤로 컴퓨터 게임의 화면만이 비쳤다.  


"환자 분, 여기 좀 봐주세요." 반응이 없이 연신 모니터만 볼 뿐인 그를 보고 나는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20초내로 바이러스를 진단해주는 키트였다.


사실 증상만 봐서는 바로 백신을 투여해도 되지만, 절차라는게 그렇다. 나는 주사기끝을 톡톡치며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황스러워 하며 간호사는 나를 말렸다 "어? 선생님 잠시만요" "네?" 


"이분 음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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