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역병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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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59 Feb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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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신시연
협업 참여 동의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 라는 말이 있다.'


서점에서 곧잘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소설들은 상상을 기반한 환상 문학을 필두로 사이언스 픽션, 장르 계통에 속하고들 한다. 영화같은 영상 매체들도 그렇다. 비밀스러운 조직들, 범 국가적인 단체들. 문화를 향유하는 수준에 오른 뒤부터 계속 쓰이는 주제들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물론 다르고, 각각이 모두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커다란 골자는 유사점이 있다. 이런 내용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대리만족이다. 누구에게나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리. 하나뿐인 능력. 명예욕이란 그런것이다. 그런 마음을 건드린 것이 바로 인기의 비결이다.


...


그렇다고들 한다.


...


세상은, 현실은 생각보다 더 현실같지가 않다. 상식으로 가득해야할 현대 사회에서 비상식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장르 계통의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 비결이 대리만족 뿐이라니, 아니다. 허구를 바탕으로 일어날법한 일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일을 주제로 대리만족 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일어난 일은 그들이 매우 좋아할만한 일 일지도 모른다. 대리만족에서 벗어나 직접 그 허구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까.


지금부터 72시간 전. 대한민국은 무너졌다. 청와대는 이미 통제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고, 국회의사당은 텅 비었다. 검찰청은 사람들의 비명과 사람에서 벗어난 것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찬 지 오래다. 각 중요 도시의 시청들도 마찬가지다. 군부대들은 더 심했다. 완전한 통제 수단이 있었던 그들은 오히려 더 처참한 꼴으로 망가졌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했다. 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말은, 이미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 한반도 땅 어딘가에는 제 기능을 하는 정부기관이 있을 지도 모른다. 단지, 남겨진 것은 고작해야 동사무소 수준의 의미 없는 기관들 뿐.


고작 역병으로 국가가 붕괴하고, 주인공은 그런 세상에서 동료와 힘을 얻어가며 성장하는 소설. 진부하기 짝이 없다. 출판하기는 커녕 웹소설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이미 수십번은 써먹어 온 소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이 스토리 속의 등장인물이다. 누군지 모를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재를 골랐을까. 만날 수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


국가가 붕괴되었으니, 이제 우리가 등장할 때가 되었다. 무법지대가 되버린 이 땅에, 낯부끄럽지만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우리는 진부한 스토리를 위한 안배. 뻔한 이야기를 위한 뻔한 등장인물들. 뻔한 정의감으로 뭉친 사람들.


선량한 시민들을 위해서.


무고한 시민들을 위해서.


움직일 때가 되었다.


***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그러니까 사회가 이렇게 개판이 되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보면 공익에 대한 놀림거리들이 참 많았다.


예를 들어 사회복무요원(Social Service Agents)을 외국인에게 마치 첩보부 요원인 것 마냥 설명한다던지. 사회 안정을 위한 특수요원이라 소개하는 것 말이다.


윗선에서 이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의심받지 않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대 멸망 프로토콜.


국가 존속이 어려울 시 발동되는 이 프로토콜은. 평시에는 국정원 휘하 정보원들의 소속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두고, 프로토콜이 발동하면 전 요원들이 자율적으로 사회복구를 위해 활동하도록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국가 존속의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다.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도, 이 프로토콜이 참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높으신 분들은 대체 이런 일에 예산을 집어넣어도 되는걸까. 라는 생각을 아마 다른 요원들도 했으리라.


그런데 이번만큼은 예산낭비가 아니었는지. 


국가 존속이 불가능해진 순간이 다가왔다.


발단은 간단한 폐렴이었다. 일상을 조금 망가트리기는 충분해도 그다지 위험성은 없었던 바이러스.


중국의 미흡한 대처로 온세계로 퍼져나갔지만. 과연 미국이라고 할까. 채 넉 달이 안되어 치료제를 완성.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에서 나온 약이라는 사실에 아무도 그 약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그 약이 치료제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치료제는 투여한 즉시 환자의 몸 상태를 호전시켰다. 그 비상식적인 약효에 몇몇은 우려를 표했지만. 어디 병자들이 그런 문제점을 다 따질 사람들인가. 


당시에는 몰랐던 문제점.


그건 그 치료제가 바이러스로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방식의 치료제였다는 것이다.


나야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잘 모르지만, 그 치료제가 상당히 논란거리였다고 소문을 들었었다.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더 강해진 바이러스. 


다 나은 줄 알고 사회로 돌아간 수많은 환자들.


그들에게 전염된 수많은 감염자들.


병을 치료할 의사가 병에 걸려 있었고, 사람들을 관리할 공무원들이 죄다 쓰러져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다.


소위 말하는 국가 보존의 마지막 보루. 그러니까 우리들이 나설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헌데 이 요상한 전염병은 콜록거리고, 골골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발열, 기침, 구토. 생뚱맞지만,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게 했다.


그것이 치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식욕, 배설욕, 성욕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면 대충 치매와 한 부류에 넣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병자들은 동물이 되어갔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하는 말로 핑계를 대어봐야 어림도 없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전염병은 우리 요원들 사이에도 퍼져있었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짠 프로토콜이 이미 어그러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나머지.


기존의 방식을 따라 가야 한다고 주장한 요원들의 절반을 잃었다.


우린 대체 무엇을 준비했던 것일까. 


그렇게 동료들을 잃어가며 나아가던 도중. 쬐끄만 애를 하나 구했다.


작은 입술은 메말라 갈라져 있었고, 분명 통통했을 볼은 홀쭉하게 살이 빠져있었다.


여느때처럼 감당치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던 순간.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작해야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보이는 이 아이조차 구하지 못한다면, 대체 국가가 왜 필요한 것인가?


그 날부터.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생각을 달리했다.


국가 존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망한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각을 떨쳐내자. 어느새 아침 해가 옅은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어...마...”


분명,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나 혼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Writer

신시연

자에픽기원

comment (1)

신시연 작성자 20.02.08. 16:17
복붙을 잘못해서 ( _ _ ) 뒷부분을 못 넣었읍니다... 수정해서 넣었어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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