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이계마트의 인간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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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사람은 어째서 일을 하는 걸까


금발 녹안의 엘프가 다급하게 외친다.

"천족의 방해로 마족산 오크불고기 입고가 늦춰졌습니다! 전하!"


은발의 유녀메이드가 차분하게 말한다.

"크툴루 아자토스의 개입으로 갑자기 워프루트가 전부 끊어졌습니다! 주인님!"


여고생 알바가 식은 땀을 벌벌 흘리면서 말한다.

"국제기구에서 저희의 물품에 관세를 매기자고 국제사회에 호소중입니다. 점장님"


이계마트?  그딴거 망해버려라.


그러자 머리위에 띵동거리는 수많은 알림창들이 나타났다. 수십개나 말이다.


[금색의 현왕이 당신의 태만함에 격분합니다]

[천좌의 주인이 당신에게 경멸을 금치 못합니다]

[지옥불의 짐승이 당신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망령의 왕이 슬라임오나홀을 주문합니다]

.

.

.

.

.

.


빠직하고 뇌의 실핏줄이 터졌다.


"야 이 망할 자식들아!! 그러면 뭐라도 조금 도와주던가?! 내가 뭐 하고싶어서 이래? 니들이 하라면서 꼬셔놓고 이제와서 방치냐!"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하지 말걸 그랬어.

***

덜컹덜컹하며 이리저리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퇴근길에 올랐다. 다크서클은 눈아래에 거의 정착해서 이젠 자연스러울 지경이고, 온몸의 피로는 언제나 가실일이 없다.


지방 공과대학 4년제 졸업,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겨우 취직해서 겨우 먹고사는 직장인이다.  나날히 쓸쓸하게 먹고 자고 일하는 요즈음 극심한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이런 삶을 살기위해서 태어난 걸까?


어릴 때에 꾸었던 수많은 꿈들이 스쳐지나갔다.


 대통령. 가수. 국회의원. 변호사


온갖 멋지고 간지나는 직업들은 어째선지 포기하게되었다. 내게 그럴 각오도 재능도 없다는 걸 아니 포기하는 건 정말 쉬웠다.


어느 주말이었다  신의 계시를 받게 된건


[푸른불의 요괴가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제안 내용: 모든 차원을 잇는 바이패스의 연결작업과 총괄


보수: 초월자의 좌,초월자 채팅, 점원 3명, 초기시작자본]


집에서 배를 북북긁으면서 라면이나 먹는데 그런 제안이 오니 당연히 놀랐다.  하지만 결국 마음속 어디선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걸 동경하던 나는 그 제안을 승낙했다.


나는 당연히 모든 게 꿈일 거라 생각했지만, 모든 차원을 잇는 다는 건 조금 흥미로웠다. 여러 세계를 잇는다고 하면 역시 공항인가 싶었지만, 그저 이동통로로서의 활용은 너무 급진적인 감이 있다.


다른 세상에서 마왕이나 고대신이 건너온다는 상황을 가정하면 이동만으로 어쩌면 세계 간의 분쟁, 어쩌면 대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게 좋을 까하고 생각하던때에 최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옆에 생긴 편의점이 생각났다.


"마트같은 것도 괜찮으려나?"


[푸른불의 요괴가 당신의 기발함에 찬사를 보냅니다]

[보수를 받았습니다. 보수내용(초월자의 좌)]

[보수를 받았습니다. 보수내용(초월자 채팅)]

[보수를 받았습니다. 보수내용(점원:이자요이 ,점원:검성 스팅레이,점원:유헌화)]

[보수를 받았습니다. 보수내용(이계마트의 소유권)]


콰웅! 갑자기 아파트의 전경너머로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낙뢰를 보았다. 거대하고 푸른 그 빛은 차라리 기둥에 가까웠다.


"...켁"


그리고 이후 주문이 밀려왔다.


[망령의 왕이 초박형 콘돔을 6박스 주문합니다.]

[알림: 위의 계약을 해약할 시,  그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처벌이 있습니다. ]

계약서에는 이런 말 없었잖아?!

이튿날 나는 점장으로서 이계마트의 영업을 시작해야했다.


2


"점장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머리를 짚고 잠시 생각을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했다.


"천족의 왕에게 서큐버스 로드를 보내서 함락시켜. 대금은 저번의 외상값을 없애주는 조건으로하고, 크툴루 아자토스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내가 위쪽의 초월자랑 잘 얘기해서 복구해달라할게. 고객분들한테는 죄송하다하고 상품권 쏴줘. 국제기구의 사무총장한테는 다시한번 그딴말 지껄이면 가족들로 두루치기를 만들어준다고 해. 이상 해결."


"역시!  전하의 혜안에 정말 저 자신이 아둔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이제 남은 자본금이 없습니다. 주인님."

"저... 사무총장 전화번호를 모르는데요. 점장님."


아 아 아 때려치고싶네. 


[푸른 불의 요괴가 이계마트점장을 호출합니다.]


"아 또 뭐야..."


대체 점장을 맡고나서 좋은 일이없다. 매일매일이 괴롭고, 사고는 끊임없이 터지고, 언제나 내 상상을 넘어서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도 고용주이니 어쩔 수 없이 요청에 따라서 이동했다.


3

푸른불의 요괴는 파리의 악마 벨페고르다. 그의 사무실은 파리의 붉은 벽돌집 안에 있는 작은 방, 언제나 와봐도 전 차원의 부의 십분의 일을 가진 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소박함이다. 그가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 손짓하고서는 물었다.


"요즘 많이 힘드냐?"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보다 워프 터널 복구나 빨리 해주세요."


"완전히 일에 빠져사는 구만. 네놈도. 킬킬. 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냐?"


물론 기억한다. 갑자기 마트를 소환하고, 나를 갑자기 마트의 앞으로 소환해서 이것저것을 알려주고 바로 일을 시켰다. 그때, 벨페고르의 염소머리를 보고는 놀라서 자빠졌었지...


"우리 말야. 슬슬 제대로 해보지 않을래?"


파리는 저녁이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흐드러지는 붉은 노을과, 쌀쌀한 바람, 하늘위로 보이는 수많은 별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감당이 안되는데?"


"애초에 내가 예상한 거보다 잘해줬어. 엘프 왕족을 길들이고, 판로를 넓히고, 점원과의 신뢰를 쌓고, 처음에는 반 장난식으로 시작했던 일인데, 이렇게 잘 해 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애초에 기대받지 않는 건 익숙하다고,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들 잘 해냈을 거야."


그러자 벨페고르가 폭소를 터뜨리면서 웃었다. 어째서 웃는 지를 케물으니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그날 내가 그 제안을 했던 게 너뿐만 이었을 거라 생각해?"


"수천ㅡ 수만 번이나 사람들에게 제안을 했고, 그만큼 시간을 되돌렸어. 그 무수히 많은 시행중 오로지 너만이 성공했다고. 넌 니 생각보다 유능한 사람이야."


뚜르르르ㅡ 바짓춤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벨페고르가 받으라면서 손짓했다.


"아! 전하! 지금 천족의 왕이 불가침의 맹약을 맺었습니다! 정말 전하의 혜안에는 놀랄 뿐입니다!  주인님, 천족왕 루시펠이 앞으로의 거래를 기대한다며 사례금을 주었습니다. 그걸로 상품권의 배분은 완료했습니다. 점장님!점장님! 여기에 온 마도사 분이 사무총장이랑 만나게 텔레포트를 시켜주셨어요! 물론 협박은 완벽하게 완료했습니다!"


"고맙다."


전화를 끊었다. 벨페고르가 나를 보는 눈이 이상했다.


"넌 대단한 놈이라고. "


난 대단한 놈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능력 위에 타서 호위호식할 뿐이다.


나는 언제나 변하지 않았고,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겨우 이런 분에 맞지도 않는 옷을 둘러서야 겨우 스스로가 살아있어도 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자신이 조금씩 싫어지다가도 저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어느새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진다.


그래도 오늘하루는 힘냈으니,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걸까.


[푸른 불의 요괴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comment (4)

밀크커피 작성자 20.02.09. 20:03
아 1분이 원망스럽네
밀크커피 작성자 20.02.09. 20:04
아아 대체... 난 왜 글을 쓴건지.
밀크커피 작성자 20.02.09. 20:21
결국 그 누구에게도 감상받지 못하고 썩을 뿐이라면 어째서 쓴거지? 죽어버리고 싶어. 시간을 낭비했어. 결국 나는 원하는 바도 이루지 못하고 소중한 것도 탕진한채 쓰러져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밀크커피 작성자 20.02.09. 20:28
그러니 결국 망가져서 쓰러져 죽어서 이 몸이 산산히 망가져 사라진다면, 그것도 어느정도 유쾌할 거같아요. 몸 속에서 뱀이 꿈틀거리는 듯한 이물감과 불쾌함. 그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거같아요. 이 한몸 다 죽어야만 스스로가 정화되는 것같아서 무심코 태어나지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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