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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틀렸다. 어쩌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한 뒤로 계속 주사위만 던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모든게 자신의 뜻대로만 되면 너무 지겨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은 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에게 주어진 2개의 6면 주사위, 첫번째는 일의 가능성을 정한다. 높을수록 성공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1이면 파탄, 완전한 실패다. 그 시점에서 그 일은 포기하면 된다.

두번째는 어떻게 일이 수행될지를 정한다. 낮으면 최악의 방향으로, 어쩌면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거나 죽을 수도 있다. 6이면 생각할 수 있는한 최선의 방법으로, 어떨 때는 주변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어떨 때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능력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비행기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45분, 집에서 공항까지는 2시간 거리, 사실 준비하는데만도 30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이 능력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위안한다.

준비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20분, 다시 한 번 챙길 물건을 모두 챙겼는지 머리 속으로 확인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첫번째 주사위를 굴린다. 1이 나오더라도 갈 수 밖에 없다. 안 가면 그녀에게 혼난다.

혼 난 다

인생에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죽음 밖에 없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내 손을 떠난 6면 주사위가 허공을 구른다. 던질 때 조금 스핀을 주었다. 긴장되면 항상 나오는 습관이다. 그렇다고 딱히 좋은 결과를 불러온 적은 없다. 단지 나도 모르게 운명을 맞기는 습관일 뿐이다.

"좋았어...!"

결과는 6. 성공이다. 나는, 무조건 승강장에 제 때 도착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방법이라도, 시간을 되돌린다던가, 그 장소에 순간이동한다던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가능하다.

이제는 두번째 주사위이다. 첫번째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잘못되면 실패나 다를 바가 없다. 순간이동했더니 공항 천장에서 추락해서 온 몸의 뼈가 부러진다던가, 도착하면서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해서 주변을 통째로 날려버린다던가 할 수 있다.

두번째 주사위를 던진 순간부터는 포기할 수 없다. 나는 매고, 들고 있는 가방을 단단히 쥐고 주사위를 던진다. 이번에는 스핀을 주지 않고 그냥 던졌다.

6, 2, 1, 4, 허공에서 주사위의 눈이 계속 변한다. 제발 4 이상... 4 이상으로 나오게 해주세요.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한다.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

"아..."

탄식을 내뱉을 순간도 없이, 난 허공으로 빨려들어갔다.


주사위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했던 주변이 순식간에 소음으로 가득하다. 무수한 인파들이 떠들고 걸어다니는 소리, 미아를 보호하고 있으니 보호자는 찾아오라는 방송의 소리. 난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런 일도 없어...?'

분명히 바닥에 떨어진 주사위의 눈은 1이었다. 그렇다면 난 지금 조각조각나있거나 공항 위치에 겹쳐있는 시공의 틈새에 끼여서 고통받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멀쩡하게 가방도 다 들고, 두 발을 딛고 지상에 서있었다. 이미 사람들은 탑승을 끝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난 서둘러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땀에 젖은 손아귀가 무색하게도 비행기는 무사하게 이륙했다. 어떻게 된거지? 한 번도 주사위의 눈의 결과와 다르게 됐던 적은 없다. 긴장해서 잘못본건가?

"احصل على يديك! نحن نأخذ هذه الطائرة!"

이런... 아무래도 '안 좋은 결과'가 어떻게 나온지 알게 된 것 같다.

'또 다시 주사위를 쓸 수 밖에 없나...'

아무래도 그곳에 가야한다고 강하게 바란 결과, 그곳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소원이 된 것 같다.

손 안에서 쥐어지는 2개의 주사위를 느끼며 난 다시 주사위를 던졌다.


"헉헉... 하아..."

난 지금 바닷물에 푹 젖은 채 겨우 백사장에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는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4와 4가 나온 결과, 이른 폭발로 비행기는 폭파되고, 뒤쪽 좌석에 있었던 나는 왠지 모르게 매어져있던 낙하산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마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생존자는 없을 것 같다.

"빌어먹을... 주사위..."

방금 제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하게 해주고, 목숨도 구해준 주사위를 욕하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가야 한다. 이미 그런 결과니까, 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되다.

comment (1)

알리미
알리미 18.12.29. 04:39
PunyGod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감평입니다. - https://lightnovel.kr/47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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