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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네온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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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6 Ma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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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현안인
협업 참여 동의

 달이 예뻐서 아가씨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강 비린내가 풍기는 더러운 길을 빠져나가 대로라고 부를 정도에 도달하면, 사거리 끝에 자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그 곳에 아가씨가 있다고 한다.


 간판에 적힌 말은 읽을 수 없었다.


 "이제 영업은 마쳤…. 어머."


 종소리가 딸랑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목으로 이루어진 정숙한 분위기의 다방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별세계와도 같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쏘는 듯한 무언가의 냄새와 함께 아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 지내셨나요?"


 내가 말한다.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톤이 올라갔다. 어깨에 묻은 눈을 털며 아가씨에게 다가간다. 아가씨는 그라인더를 곁에 내려놓고 계산대에 선다.


 "커피가 좋아, 차가 좋아?"

 "커피로 주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은 마셔 봐야죠."

 "내가 마시려고 갈던 게 있어. 조금만 기다려."


 곧 아가씨는 등을 돌려 다시 그라인더를 잡고 돌린다. 레코드가 이름 모를 거장의 곡을 연주한다. 여기서의 아가씨는 이전에 보았던 아가씨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연락도 안 주고, 여긴 어떻게 왔어?"


 아가씨가 묻는다.


 "드릴 방도가 있겠습니까. 이전에 남긴 쪽지 하나 보고 찾아왔죠."


 아가씨는 대답하지 않는다. 놋쇠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이 갈아낸 콩을 타고 내려온다.


 "아버지는 잘 지내?"


 아가씨가 겨우 입을 연다. 두 개의 하얀 잔에 검은 물이 잔뜩 담겨 나왔다. 약방과도 같은 쓴 냄새가 확 올라온다.


 "자리로 가시죠."

 "잠시만."


 그녀는 앞치마를 서투르게 벗더니 계산대를 빙 둘러 나온다. 그리고는 입구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장을 내린다. 검은 장막이 쳐져 유리로 이어져있던 바깥과 차단된다.


 "오늘 영업은 끝."


 아가씨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탁자에 자리한다. 잔을 잡는 부드러운 손이, 조금 거칠어진 것을 느낀다.


 "나으리께서는…. 네. 잘 지내시죠."


 네 성질 상 반드시 그 애를 찾아갈 테니 말려도 소용이 없겠다고 말하신 나으리는, 자신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말라는 말씀이 있었다. 집을 떠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을까.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괜히 나만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보러 왔다고 하면 안 됩니까?"

 "어. 안 돼."


 아가씨는 커피를 들어 홀짝였다. 나도 따라서 홀짝였지만, 약하고는 종류가 다른 쓴맛에 당황해 사레가 들렸다.


 "익숙해 질 거야."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가씨가 말했다. 다행히도 이전과 같은 웃음소리다. 그저 끝없이 청명한 목소리는 이 곳의 매연을 마시고도 그대로였다.


 "잘 지내시니 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음료를 홀짝이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불빛, 불빛, 또 불빛. 여러 가지의 불빛들이 혼란하게 자리했다.


 "밤하늘 같고, 예쁘지?"


 검은 장막을 배경으로 여러 모양을 띈 빛들이 자태를 뽐내었다. 아가씨는 이건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말했다.


 "네온사인이라고 하는 건데, 꽤 비싼 거야."


 아가씨는 홀린 듯이 빛을 보며 말했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으응, 힘들지."


 아가씨는 손가락으로 책상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한 손은 턱을 받친 채다.


 "저는 통 모르겠습니다."

 "뭐가?"


 아가씨의 옷을 본다. 갈색 빛이 도는 도시 옷이다. 아가씨가 저고리를 벗고 저 옷을 입는 모습을 상상한다. 옷고름을 맬 필요도 없다. 그저 입으면 된다. 간단할 터이다.


 "아가씨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나는 말하고, 아가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본다.


 "그런 말 하려고 온 거야?"

 "게다가, 아녀자가 홀로 살아가기는 위험한 시기지 않습니까. 아가씨는 명석한 분이시니, 저보다도 잘 알 거라 믿습니다."


 아가씨의 입술이 살짝 깨물린다.


 "아버지께 나는 괜찮다고 전해. 아주 잘 살고 있다고. 그리고 너. 더는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하지만, 아가씨."


 아가씨는 다시 잔을 입에 대더니,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으려 하지만, 이내 아가씨의 손에 제지당한다.


 "싫어."


----


남자는 그녀의 집으로 돌아오라 회유하려고 온 것임. 여자는 거절함. 남자는 속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음. 그녀의 목덜미를 봄. 그녀는 언제나, 그의 앞에 있었음. 앞으로도 계속 목덜미만 쫓게 될 것임. 그는 그녀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돌아옴.


이런 내용을 쓰려고 했는데 시간 아웃 돼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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