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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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랏빛 하늘은 제 빛을 찾았다. 엉망이 되었던 예원여고의 교정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죽거나 다친 사람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다음 참가자를 독촉했다.

아차, 다음 참가자는 우리였지. 우리는 부대 바로 옆 대기실에 있었다. 진행요원이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직은 귀가 먹먹하고 이 평화로운 공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른쪽 발목은 여전히 아팠고 당장이라도 쓰러져 푹 곯아떨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가자.”

나는 말했다. 하나같이 피곤한 기색인 우리 멤버들은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줄 게 있어.”

유미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기타에 쓰이는 이펙터였는데 철판을 대충 구부려 만든 듯 둔탁하게 생겼고 크기도 사람 얼굴만한 것이었다. 겉에는 BIG MUFF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빅 머프. 빌리 코건이 즐겨 쓴 퍼즈야. 퍼즈가 뭔지는 알지?”

솔직히 잘 모른다. 이펙터는 쓰지 않는데다 장비 같은 것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연결하고 쓰면 돼. 투데이에는 이 이펙터가 쓰였어. 물론 이것만 쓴 건 아니겠지만 지금 빌리의 소리에 가장 근접해지려면 이거만한 게 없어.”

“이게 어디서 난 거냐?”

“다른 밴드가 갖고 있길래 말없이 빌렸어.”

“훔친 거잖아!”

“빌린 거라니까. 빨리 올라가자. 이러다가 기권처리 되겠어.”

유미는 내 다리를 걷어차며 무대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드디어 무대에 섰다. 시간도 없으니 장비 세팅은 생략하고 전 팀이 쓰던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퍼즈를 연결하는데 잠시 허둥댔지만 성질 급한 진행요원이 도와줘서 무사히 테스트까지 해낼 수 있었다. 잠시 들어본 빅 머프의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내 기타인가 싶은 지저분한 소리가 났던 것이다. 바로 내가 바라던 스매싱 펌킨스의 소리였다. 그동안 우리가 가진 장비로 별의별 수를 써도 나지 않던 소리를 이펙터 하나로 한 번에 뽑아냈던 것이다.

유미가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뒤쪽으로는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허둥지둥 받고 보니 클립형 튜너였다. 조율을 깜빡 잊을 뻔 했다. 그 난리를 겪고서 기타 튜닝이 멀쩡할 리가 없다. 유미가 마이크로 시간을 버는 동안 나는 재빨리 튜닝을 했다.

“안녕. 조금 늦었지? 음향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유미는 거짓말도 뻔뻔하게 한다. 힐끗 진행요원의 얼굴을 보니 역시 그 말에 심통이 난 모양이다.

“두 곡뿐이지만 기다린 값은 충분히 할 테니 기대해. 미리 말하는데 앵콜 요청 금지야. 여긴 우리 공연이 아니니까.”

관객석 한 쪽에서 단비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우리의 공연을 봐 주는구나. 그때 단비가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아차. 팜플렛에는 우리 이름이 그냥 풍광고 밴드라고 돼 있을 거야. 그거 신청할 때엔 밴드 이름이 안 정해졌었거든. 그런데 엄밀히 말해선 풍광고생이 아닌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적절하지 않지. 그냥 들어둬. 우리 밴드 이름은 벨리 스팅스야.”

“누구 맘대로! 아직 이름 정하지도 않았잖아!”

나는 그만 무대 위에서 외치고 말았다. 꽁트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진행요원이 급기야는 안내방송으로 진행을 독촉했다. 나는 튜닝을 대충 끝내고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한 명 한 명 눈이 마주치면서 나는 점차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조금 전 겪은 일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심장이 박동이 불안감마저도 삼켜버릴 만큼 온 몸을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도 압도해 버린 것일까. 기분 좋은 두근거림. 마치 샘이 솟아나는 것만 같은 퐁퐁퐁퐁.

 

퐁퐁퐁퐁

 

첫 곡은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다.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곡이지만 스쿨밴드 공연 곡으로는 좀처럼 선택되지 않는 곡일 것이다. 심사위원이나 대회 참가자라면 이 곡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까 더욱 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당히 부담스런 곡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공법이었다. 첫 곡은 내가 임의로 정했지만 두 번째 곡과 본선에서의 곡은 꽤 긴 회의를 거쳐서 정해졌다. 후보로 나온 곡들은 고전 하드록에서 흔한 스쿨밴드 레퍼토리, 최근 유행하는 신예 밴드에까지 이르렀는데 마지막에 제시된 이 곡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다. 우연히도 강철과 유미 둘이 이미 칠 줄 아는 곡이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은 우리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두 사람 다 좋아하는 곡이고 자신 있어 했다. 보컬과 리드 기타는 유미가, 나머지 기타는 내가 맡기로 했다.

내 기타로부터, 블러디 몽키라고 했던가? 아니, 베이더 경이다. 누구도 이 이름을 맘대로 정할 수 없다. 이 녀석의 떨림으로부터 곡이 시작된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피크를 기타 줄로 가져갔다.

-지지지이잉.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 찌그러진 소리가 들렸다. 퍼즈를 켜놓았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이펙터 스위치를 밟았다. 모든 멤버들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유미는 나에게 주먹을 보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하다니. 합주를 하다 틀렸을 때 멤버들이 보내는 시선은 아버지의 꾸중보다도 무겁다.

나는 손을 모아 사과를 하고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나의 레스폴이 인트로의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유미의 솔로 라인이 덧붙는다. 원곡대로라면 여기에 키보드 소리가 깔려야 했겠지만 우리에게는 키보디스트가 없다. 대신 유미의 애드립으로 부족한 두께를 채우기로 했다. 적절히 원곡의 라인에다 소리를 추가해 주는 정도였다. 물론 나는 원곡의 리프를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찼다.

여자가 부르는 Stairway to heaven은 또 다른 느낌이다. 원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의 톤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조옮김 없이도 유미가 부를 수 있었다. 유미의 목소리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처음에는 보컬이 없어서 나와 다른 멤버가 돌아가며 하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유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유미는 전담 보컬을 해도 좋을 만큼 목소리가 좋았다.

나의 연주는 필사적이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곡의 복잡한 아르페지오를 감당할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미와 함께라면 달랐다. 곡 초반에는 두 기타와 보컬의 연주만 이뤄진다. 드럼 없이 박자를 유지하기는 힘들었지만 유미의 리드라면 나도 할 수 있었다. 1+1은 2가 아니었다. 그 효과는 소란 누나의 베이스, 강철의 드럼이 더해지면서 더욱 커졌다. 우리는 수없는 연습을 통해 확인했다. 곡이 고조되면서 네 악기는 점차 바빠진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우리는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순간이 오면서 우리는 은하수 위에 오른 듯한 붕 뜬 기분에 몸을 싣게 된다. 손은 저절로 따라가게 돼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연주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우주와 하나가 된다.

그야말로 최고였다. 이따금 박자를 절거나 음을 빼먹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금세 리듬을 따라잡고 다시 합쳐질 수 있었으니까. 유미의 솔로는 완벽했다. 즉흥적인 연주를 좋아하는 유미는 이 곡의 솔로만큼은 앨범 그대로를 따랐다. 지미페이지의 그 연주는 손 댈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유미는 그의 라이브에서도 이 솔로를 능가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었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강철의 독무대였다. 그렇게 감각적으로 심장을 두드리는 드러머는 이제까지의 무대에 없었다. 누구도 초등학생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샤우팅에 집중하느라 유미의 연주가 다소 약해지는 후반부에는 드럼이 완벽하게 곡을 리드했다. 소란 누나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박자가 어긋날 일도 음을 잘못 짚을 일도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게 곡을 받쳐주는 소란 누나는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가장 든든하게 곡을 지지해 주었다.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마지막 소절은 악기가 모두 나가고 목소리만으로 여운을 남긴다. 곡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교내 행사 차원에서 동원된 이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공연에는 별 관심이 없고 저들끼리 떠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눈길을 우리가 끌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여고생이 잘 모르는 곡이 아닌가. 마치 우리의 단독공연 피날레를 마친 것만 같았다. 강철도 여운을 길게 끌려는 듯 쉽게 나가려 하지 않았다. 노래는 끝났지만 간헐적으로 두드리는 드럼 소리와 마이크의 새어나가는 듯한 하울링이 공간을 층층이 수놓는다.

나는 바로 마이크를 받았다. 다음 곡은 내가 고른 곡이고 내가 부를 곡이었다.

스매싱 펌킨스의 today. 단비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였다. 단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내 노래는 어떻게 들어줄까. 이 곡을 고른 것은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단비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이기도 했다. 그때 단비가 우리 연주를 들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지만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시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이 곡으로 무대에 섰고 앞에는 단비가 기다리고 있다.

강철의 드럼이 멎고 환호성도 잦아들었다. 밤이었다면 더 좋은 분위기가 연출됐겠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족하다. 이 곡은 어수선한 분위기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곡이다. 침묵의 전주. 고요히 이목이 집중된 와중 은은하게 들어오는 기타의 생톤. 내가 바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몽상을 가늠하는 듯한 유미의 인트로가 조심스레 펼쳐진다. 그리고 이어서 퍼즈로 끓어오르는 나의 코드 연주. 터지는 듯한 드럼.

“Today is the greatst day I have known. Can't live for tomorrow. Tomorrow's much too long…….”

처음 빌리 코건의 코맹맹이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보컬 트레이너라면 당장 교정에 들어갈 법한 목소리. 하지만 감성의 폐부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치명적인 목소리이다. 때로는 여리게 때로는 거칠게 마치 갈비뼈 몇 번째 마디에 심장이 있는지 훤히 꿰고서 건드리는 듯하다. 그의 감수성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단비가 빠진 게 그런 점일 것이다. 나도 노래 연습을 하며 그 목소리를 흉내 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노래에 나의 스타일이 섞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단비는 어떻게 봐줄까. 단비가 제일 먼저 들어보라고 권했었던 이 노래를.

가사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막연한 추억이나 기쁨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곡의 피날레는 모든 악기가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절정에 다다르고 “Today is the greatst day.”라는 소절이 반복되며 끝난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야. 내일을 기다릴 순 없어. 오늘은 정말이지 최고야. 언젠간 추억으로 남을 지금의 이야기. 아마도 그래서 today라는 제목인 것 같다. 정확한 뜻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분은 그랬다. 오늘은 그야말로 최고의 날이었다. 공연이란 이런 거구나. 밴드란 게 이런 거구나. 그래. 오늘은 최고의 날이다. 이 순간이 영원이 지속되기를 바랄만큼 황홀한 연주.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게.

반응은 보지 않았다. 연주가 끝나고 나는 바로 장비를 챙겨 내려왔다. 이 꿈만 같은 기분을 그대로 가지고 잠들고 싶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대기실을 지나 객석으로 나오니 단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V자를 그렸다. 단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잠시 멈춰 있는 사이 멤버들은 적당한 객석으로 가 앉았다. 눈치를 보게 해서 미안하군.

“투데이네.”

단비는 말했다.

“응.”

다음 팀의 연주가 BGM처럼 들려왔다. 저 곡, 담배가게 아가씨였던가?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는군. BGM으로는 그리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저기,” “근데,”

우리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동시에 닫았다. 우리가 이렇게 어색한 사이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고작 세 달 안 본 것뿐인데. 그냥 평소처럼 이야기하면 되는데. 뭐라고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고마워.”

단비가 먼저 말했다.

“뭐가?”

“그 노래, 선택해 줘서.”

“고맙긴. 팀 내 회의를 거쳐 고른 곡인데.”

사실 아니었지만.

“그래도.”

또 말이 멎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이 곡은 사실 너를 위해 준비했어. 보고 싶었어. 나와 동료가 되지 않을래? 본선에서 만나자. 또 내 노래를 들어줘. 전에 말한 그 밴드 신보 들어봤어? 요즘 음악 뭐 들어? 요새 베이스 연습은 해? 아침 뭐 먹었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동안 네가 너무 그리웠어. 이렇게 다시 보고나니 너를 안 보고는 단 하루도 더 살 수 없을 것 같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말이었다. 깜짝 놀란 듯 동그래진 눈동자에 바보 같은 얼굴이 비친다. 내가 그런 말을 내뱉었으리라고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다. 가슴 속 무언가가 분화하듯 터져 나온 것일까, 내 속마음은……

이 아니라, 나는 내 뒤에서 멋대로 지껄인 강철 녀석을 앞으로 집어 던졌다.

“누가 맘대로 대사 지어내래!”

“네가 하도 답답하게 구니까 그러지!”

강철은 잽싸게 도망가며 말했다. 녀석이 도망간 자리로 종이 한 장이 나풀거렸다. 집고 보니 거기에는 방금 강철이 한 말과 이것저것 닭살스런 대사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가 녀석에게 적어준 것일 터. 그리고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유미밖에는 없다.

유미는 내쪽을 째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고 보니 나와 단비의 일을 아는 사람도 우리 밴드 내에서 유미밖에는 없다. 무슨 생각일까. 단비는 등지고 있는 탓에 유미 쪽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방금의 일이 강철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아는 듯했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후훗.”

단비는 비로소 표정을 펴며 말했다.

“저 애가 드러머지? 정말 잘 하더라. 저 나이에.”

“그래봤자 초딩인데 뭘. 밴드의 제일 말썽꾸러기야.”

“아닌 것 같은데? 가장 말썽인 사람은 리수 아냐?”

“아, 아냐! 난 말이지. 이 밴드의 창설자로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고 있지. 밴드의 중심이란 말이야.”

“그렇구나. 멤버들한테 많이 구박받는 거 같던데.”

“그거야 이몸이 많이 관대하니까. 하하하.”

이렇게 자연스러운 게 원래 우리 사이였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가 달라졌어도 서로 다른 밴드에 몸을 담아도 단비는 단비, 나는 나였다.

“미안해.”

웃음기가 흩어지듯 가시자 단비는 말했다.

“뭐가?”

“이것도…… 저것도.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엔…….”

이것과 저것. 무엇을 말하는 걸까.

“내가 밴드에 든 건 선배가 권유해서야. 며칠을 따라다니면서 간곡히 부탁했는지 몰라. 꼭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그런 이상한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

선배란 물론 좀 전의 그 녀석을 말한다.

“사실 그 사람이 꿍꿍이속이 있단 건 알고 있었어.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걸 들었거든.”

얼굴은 보지 못했다. 부실에 혼자 있는데 문 밖에서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목소리 톤은 비슷했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내가 듣기론 어둠의 락커 연맹이라고 했던 것 같아.”

그런 장난스런 이름이 튀어나와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된다.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그 사람들은 그 기타를 빼앗는 게 목적이라고 했어. 그땐 그게 네 기타인줄은 몰랐지만. 작전을 대충 듣긴 했는데 잘 못 알아들어서…….”

또 다른 오픈 월드, 로봇네 식으로 말하면 부정합물질이라고 하던가? 그 녀석들도 비슷한 부류이리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기타는 어떻게 된 걸까. 이 기타가 대체 뭐라고 그 녀석들이 그토록 요란하게 뺏으려 하는 걸까. 이걸 물려준 스승님은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하나 또 들은 게 있어. 세계의 비밀이라는데.”

“세계의 비밀?”

“응. 그 사람들은 커다란 로봇이랑 그, 멋있는 언니의 일도 다 알고 있었어.”

멋있는 언니라면 변신 모드의 소란 누나를 말하는 거겠지.

“그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했어. 이야기를 먼저 달성한 세력이 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고.”

“이야기? 그게 무슨 말이지?”

“몰라. 그것밖엔 들은 게 없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내가 엿듣게 된 건 그 사람들 의도였던 것 같아.”

그렇게 간곡히 부탁해서 단비를 수중에 넣는다. 그리고 자기의 음모를 단비를 통해 흘린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계획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는 뻔하다.

“역시 나인가.”

아직은 놈들의 정체도 목적도 이유도 아무것도 모른다. 왜 내가 이런 일에 엮이게 되었고 왜 하필 나인지도. 확실한 것은 그 녀석들과는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만나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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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모리슨

존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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