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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9 t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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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02 Aug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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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데꼬드씨
9 to 5


“뭘 그렇게 꼴아봐?”
안 꼴아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가씨.
“아, 진짜 기분 나빠. 세상에, 내가…”
저도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이 아가씨야.
그녀는 비어 있는 내 옆자리에 앉으려다 책상을 발로 찬 뒤, 구석진 자리로 뛰어 갔다.


세상은 여러 가지 놀라운 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겪은 것만 이야기하자면 일단 이 언덕 높은 곳에 있는 학교가 이 높이에 지어졌다는 사실이었고―사립 주제에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하나는 그 무지막지한 언덕길에서 두 번이나 구르고도 병원에 안 실려 간 사람‘들’을 내 눈으로 목격했던 거다.
그 두 개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상식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건은 상식과 거리가 있는 걸 넘어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침 자습시간이라고 쓰고 아침 EBS 수업 시간이라고 하는 게 끝난 뒤, 10분 남짓 되는 조회시간 때 담임선생님 뒤에 붙어 온, 그 생물.
모두,
“어?”
했다.
혹시 내가 어제 UFO에 잡혀가 유전자 복사를 당했나, 하며 혹시 기억이 끊어진 적이 있나 자문했다. 숫기라고는 1g만큼도 없는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분이 어디서 바람이라도 피웠나, 물어봤다. 그리고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세 봤다. 검토 결과 이런 건 있을 수 없어, 하는 결론이 나왔다.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 생물도 설레설레 웃다 날 보더니, 얼굴이 와장창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번에 서울에서 온 전학생이고, 이름은,
누군가 내 이름 뒷글자만 살짝 바꿔 말하고 킥킥대는데 담임선생님께서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맞다고 하시며 역시 여학생이 전학 온다니까 정보가 샜구나 하셨다.
모두 날 쳐다봤다. 난 분명 외동아들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으니까. 아니, 그게 사실이니까. 아니, 왜 다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아무튼 잘 지내렴. 과목마다 진도를 더 뺀 것도 있고, 못 뺀 것도 있으니… 아, 특히, 너,”
네? 저요?
“그래, 쌍둥이 동생이 같은 반에 왔으니 이래저래 배려를 해 주려무나.”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 자식 뭐야!”


분명 꿈을 꾸는 게야.
“야.”
내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녀도 내 쪽으로 다가온다. 이제 보니 키까지 똑같다―남자 입장에선 창피하지만. 대체 어떻게 이런… 이라고 생각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다 거짓말이야.
“내 뺨 좀 쳐 줘. 얼른 일어나서 학교가야 되거든?”
다 꿈이다.
내가 그 말을 하자 그녀는 곧장 손을 쳐올렸다.
짝.
우와, 소리 끝내준다. 눈물이 났다. 그녀의 얼굴에서.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남자랑 얼굴이 똑같아야 되는데!”
그리고 뛰쳐나갔다. 뺨을 만져봤다. 얼얼한 것이, 안의 살이 터진 것이, 확실히 현실의 감촉이었다.


그게 거울 같은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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